
‘666’ 신드롬을 일으킨 프랜차이즈 호러 영화 <오멘>이 더 소름 끼치고 감각적인 공포로 돌아온다. 대표적인 오컬트 영화 <오멘> 시리즈의 프리퀄 <오멘: 저주의 시작>이 4월 3일에 개봉한 것. <오멘: 저주의 시작>은 리차드 도너 감독의 <오멘>(1976)에서 사탄의 아이 ‘데미안’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저주가 시작된 기원을 되짚는다. 수녀 서약을 맺기 위해 로마로 떠난 마거릿이 악의 탄생과 얽힌 음모를 마주하고 신앙을 뒤흔드는 비밀의 베일을 걷어내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마거릿 역을 맡은 넬 타이거 프리는 “마침내 관객들은 <오멘>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으며, 데미안 뒤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고 전했다.
<오멘: 저주의 시작>은 호러, 액션, SF 등 장르물에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아르카샤 스티븐슨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아르카샤 스티븐슨 감독은 SF 액션 시리즈 <리전>과 호러 시리즈 <브랜드 뉴 체리 플레이버>로 대중들을 사로잡는 뛰어난 연출력을 입증한 바 있다. 아르카샤 스티븐슨은 호러, 액션, SF 등 장르물에 특화된 스토리텔링과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차세대 여성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장르물을 통해 탄탄히 쌓아 올린 연출력은 비로소 <오멘: 저주의 시작>에서 빛을 발한다. 아르카샤 스티븐슨 감독은 “<오멘: 저주의 시작>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는 점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관객들이 <오멘>이 지닌 오리지널 공포를 느끼는 동시에 프리퀄이 전할 새로운 메시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1971년 로마, 마거릿(넬 타이거 프리)이 수녀 서약을 맺기 위해 로마로 온다. 마거릿이 어린 시절을 보낸 보육원의 사제였던 로렌스 추기경(빌 나이)이 홀로 로마에 온 그녀를 반갑게 맞는다. 로마는 노동자와 학생들의 시위로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둘은 함께 교회로 향한다. 교회와 수녀들을 관리하는 실바 수녀원장(소냐 브라가)이 그녀를 맞이한다. 보육원에서의 어두운 과거는 잊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했지만, 그곳에서 그녀는 절실한 믿음을 뒤흔드는 거대한 음모를 마주하게 된다. 한편, 교회의 문제아 소녀 카를리타의 주변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마거릿은 어릴 적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소녀 카를리타를 보며 연민을 느낀다.
세속주의에 맞서서 악을 탄생시키다

리차드 도너 감독의 원작 <오멘>은 단란한 미국 중산층 가정에 아이의 얼굴로 위장하고 사탄이 침입하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을 다룬다. <오멘>이 19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당대의 공포를 그려냈다면, <오멘: 저주의 시작>은 믿음이 가장 굳건한 곳 로마의 1971년을 배경으로 한다. 마거릿이 수녀 서약을 맺기 위해 당도한 로마는 젊은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시위로 혼란스럽다. 교회로 향하는 차 안에서 마거릿은 시위를 하는 인파의 거친 환영을 받는다. 영화는 초반부터 마거릿이 탄 차의 창문을 두들기는 인파의 거친 손짓을 점프 스케어로 보여주며, 로마를 둘러싸고 있는 불길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교회에 도착한 마거릿은 대낮에도 햇빛이 안 드는 방에 있는 의문의 소녀 카를리타를 만난다. 카를리타는 침대 아래에서 기어 나와 자신에게 말을 거는 마가릿에게 다가간다. 소녀는 순간적으로 마거릿의 얼굴을 잡고 혀로 핥는다. 카를리타의 돌발 행동은 다른 수녀에 의해 제지당한다. 카를리타의 주변에는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교회의 수녀들은 소녀를 주시한다. 마거릿은 의문의 소녀 카를리타의 정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교회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를 마주하게 된다. 마거릿은 교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을 막기 위해 애쓰다 파문당한 브레넌 신부와 함께 숨겨진 음모를 파헤친다.

영화는 초반부터 시위를 하는 젊은이들과 교회에 갇혀 있는 소녀 카를리타를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정작 진정한 악마는 가려져 있고, 이들은 악의 세력이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만들어낸 희생양일 뿐이다. 로렌스 추기경과 실바 수녀원장을 비롯한 종교 극단주의자들은 변화를 맞는 세상에 맞서 사람들을 다시 교회로 불러 모으기 위해 적 그리스도를 탄생시키려 한다. 로렌스 추기경은 한층 더 진보적인 사회를 위해 일어난 시위를 “극복해야 할 시련”으로 간주하고, 실바 수녀원장은 카를리타를 문제아로 낙인찍는다. 종교 극단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위협하는 세속주의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탄과 손잡는다. <오멘>이 1970년대 미국의 기성세대들이 반문화 세대에 갖는 공포를 형상화했다면, <오멘: 저주의 시작>은 종교 극단주의자들이 세속화 진행으로 달라진 세상에서 느끼는 공포를 그려낸다. 영화 속 학생과 노동자들의 시위는 국가로부터 종교적 자유를 억압받지 않기 위한 1970년대 이탈리아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여성 신체에 가해진 고통을 그려낸 바디 호러

<오멘: 저주의 시작>은 여성의 신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바디 호러(신체 훼손이나 변형으로 공포감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호러 영화의 하위 장르) 영화다. 영화 속 종교 극단주의자들은 적그리스도를 탄생시키기 위해 수많은 여성들을 괴물인 자칼과 관계를 맺게 한다. 이때 감독은 검은 천에 의해 얼굴이 가려진 여성들의 모습으로 성폭력을 빗대어 드러낸다. 악과 손잡은 이들은 악마의 씨를 품고 부풀어 오른 여성의 배를 가른다. 그들은 여성의 안전은 전혀 생각지 않고, 오로지 사탄의 탄생에만 신경을 기울인다. 그리고 교회의 권력을 되찾기 위해 여성의 몸을 착취한다. 영화에는 아이를 잉태한 여성의 부푼 배 이미지와 분만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해 출산의 고통으로 힘겨워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드러낸다. 또 여성의 신체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이들의 잔혹성도 함께 강조한다. 메스로 갈라진 여성의 신체와 피골이 상접한 여성 신체의 기괴한 이미지 등은 공포감을 자아낸다. <악마의 씨>와 같은 기존 오컬트는 여성의 신체를 사탄을 임신하는 수단으로 그려내 왔다. <오멘: 저주의 시작>은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고통을 드러내어 기존의 오컬트에서 여성의 몸을 다루는 방식을 전복하는 여성 중심적 오컬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