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영화

빌 머레이가 돌아온다! 오리지널&뉴 고스트버스터즈의 기막힌 팀플레이〈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추아영기자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유령〉 포스터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유령〉 포스터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유령 군단과 함께 고스트버스터즈가 돌아온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2021)에 이어 원작의 세계관을 이어받은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이 4월 17일에 개봉한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은 고대 유물에 깃든 악령의 힘으로 빙하기가 올 위기에 처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 고스트버스터즈들이 힘을 합치는 어드벤처 영화다. 이번 영화에서는 빌 머레이를 포함한 고스트버스터즈 원년 멤버들이 컴백하면서 팬들을 설레게 할 예정이다.


이번 영화의 연출은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의 공동 각본과 총괄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길 키넌이 맡았다. 또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의 원작자 이반 라이트만의 아들이자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의 감독과 공동 각본을 맡았던 제이슨 라이트맨이 제작했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은 1984년의 오리지널 <고스트버스터즈>의 매력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길 키넌 감독은 “<고스트버스터즈>는 미스터리와 코미디라는 독특한 조화로 어린 시절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이번 작품의 핵심은 한 가족이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곳, 가족으로서 자신은 누구인지를 찾는 과정이다. 내가 오리지널 영화에서 느꼈던 <고스트버스터즈> 세계만의 스릴을 똑같이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스틸컷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스틸컷

 

15살 과학 천재 피비(맥케나 그레이스)와 스펭글러 가족들은 고스트버스터즈의 명맥을 이어받아서 초자연적임 힘에 맞서 뉴욕을 지키고 있다. 그들은 유령을 소탕하면서 일대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기 일쑤이고, 급기야 평소에도 고스트버스터즈의 활동을 탐탁지 않아 했던 시장에게 불려 간다. 미성년자란 이유로 피비는 고스트버스터즈 활동을 금지당하게 된다. 시무룩해진 피비는 새아빠 그루버슨(폴 러드)을 포함한 가족들과도 소원해지게 되고, 밖으로 나돌며 10대 소녀 유령 멜로디와 친구가 된다. 한편, 뉴욕 오컬트 미스터리 서점을 운영하는 레이(댄 애크로이드)는 엄청난 PKE가 측정된 고대 유물을 발견한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유령의 사악한 기운이 뉴욕에 드리우고, 피터(빌 머레이), 레이, 윈스턴(어니 허드슨)의 원년 멤버들이 라이즈버스터즈들과 함께 유령에 맞서 싸운다.


오리지널 유령의 키치한 감성을 되살리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스틸컷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스틸컷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이하<오싹한 뉴욕>)은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의 오리지널리티를 담고 있는 1984년과 1989년 작품 속 유령의 모습을 되살린다. <고스트버스터즈>(1984)에서 뉴욕을 발아래에 둘 만큼 거대한 형체로 나타났던 마시멜로맨은 시리즈를 거치면서 앙증맞은 크기로 변한다. 이 장난꾸러기들은 이번 영화에서 레이 스탠츠의 오컬트 서점 지하 구석구석을 점령한다. 마시멜로맨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유령인 먹깨비와 도서관 유령도 등장해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스틸컷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스틸컷


<오싹한 뉴욕>에서 탄생한 유령들은 오리지널 유령들의 키치한 느낌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공포를 준다. 처음 등장해 이목을 사로잡는 하수구 드래곤은 시내버스만한 크기로 긴 꼬리와 가느다랗고 푸른 덩굴손을 휘날리며 뉴욕 도심을 휘젓는다. 생물뿐만 아니라 의자, 쓰레기봉투 등 사물에도 깃드는 빙의 유령은 유령의 신이자 망령의 수장인 가라카를 도와 활약한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는 최종 빌런 가라카는 고대 유물에 봉인되어 있다가 풀려난다. 그는 수메르 문명 이전부터 인류의 존망을 위협한 악령으로 그려진다. 고대 석상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뿔과 움푹 팬 뺨을 드러내는 기괴하고 위협적인 캐릭터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유령 군단을 결성하기 위해 뉴욕에 나타난 그는 고스트버스터즈 본부로 진격한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스틸컷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스틸컷


<오싹한 뉴욕> 제작진은 영화 속 초자연적인 세계를 구현해 나가면서 한 가지 원칙을 지키고자 했다. 바로 영화 속 유령이 떠도는 뉴욕을 현실 세계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오싹한 뉴욕>의 제작진은 1984년 오리지널 영화의 방식을 살려 먹깨비 유령을 구현했다. 배우가 직접 대형 고무 인형을 착용한 채로 배경에 선 모습을 촬영해 함께 합성했다. 제프리 바우만 VFX 감독은 “실제 인형을 조작하는 분들과 함께 작업하는 멋진 경험이었다. 인형으로 연기한다는 점이 아티스트와 제작진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여서 완성한 캐릭터는 <오싹한 뉴욕>의 최종 빌런인 가라카다. 가라카는 고스트버스터즈의 양성자 빔과 프로톤 팩까지 얼려버릴 만큼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위력을 스크린에 구현해 내기 위해 모든 제작진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먼저 분장팀이 배우들의 얼굴과 의상에 서리를 더하고, VFX 팀은 이를 스캔하여 카메라 수백 대로 다양한 방향에서 촬영했다. 이러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얼어붙은 등장인물의 컴퓨터 그래픽 버전을 만들어냈다.


원작의 시대적 한계를 넘어서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스틸컷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스틸컷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고스트버스터즈>는 40대 비주류 과학자들의 현실에 치인 듯한 시니컬한 유머가 돋보이는 호러 코미디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원작의 정신을 이어받았지만, 10대로 구성된 새로운 고스트버스터즈를 그리고자 틴에이지 장르의 서사를 차용했다. <오싹한 뉴욕>은 이를 가족 서사로 그려낸다. 다만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가 기존의 설정을 답습해 원작의 시대적 한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면, <오싹한 뉴욕>은 원작의 인종차별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시각의 한계를 깨부순다.
 

원년멤버 피터(오른쪽)와 윈스턴
원년멤버 피터(오른쪽)와 윈스턴


원작에서는 피터, 레이, 이곤 세 명의 백인 캐릭터가 주축이 된다. 세 명은 모두 학계에서 외면당하면서도 자신의 연구에 골몰하는 너드 캐릭터로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이들과 함께 다니는 흑인 캐릭터 윈스턴은 단순히 그들과 함께 일하는 노동자 캐릭터로만 그려진다. 윈스턴은 각각의 캐릭터가 뚜렷한 세 명의 캐릭터와 달리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오싹한 뉴욕>은 이런 오리지널 시리즈의 과오를 지운다. 이번 작품에서 다시 등장하는 윈스턴은 오리지널 작품과 달리 다른 원년 멤버인 레이와 맞먹을 정도로 많은 분량을 할애받는다. 하지만 애초에 원작에서 캐릭터가 명확히 잡힌 인물이 아니었기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극적 재미 요소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스틸컷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스틸컷


그럼에도 유령 연구를 시작한 인물이 윈스턴이라는 설정은 흥미롭다. 윈스턴은 초자연 연구센터를 설립해 단순히 공격하고 격리하기만 했던 유령들을 연구한다. 늘 저편으로 내몰리기만 했던 유령은 10대 소녀 유령 멜로디처럼 이번 영화에서 캐릭터와 서사를 부여받는다. 또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 역사상 처음으로 유령은 인간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소녀 유령 멜로디는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피비의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고스트버스터즈를 도와 사악한 악령 가라카에 맞서는 인도인 냐딤의 서사에는 탈식민주의적인 시각을 투영했다. 평범한 인물이었던 냐딤은 조력자를 만나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면서 비범한 인물로 재탄생한다. 냐딤의 할머니는 악령 가라카를 봉인한 고대 유물을 지켜왔다. 또 냐딤의 가문은 수메르 문명 이전부터 대대로 불을 다뤄온 파이어마스터였다. 냐딤은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서 민족적 정체성을 되찾는다. 그리고 고스트버스터즈들과 함께 악령으로부터 뉴욕을 구출해 낸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미국인 남성들로만 이루어진 고스트버스터즈들이 세계의 중심으로 인식됐던 뉴욕을 구해낸다. 이는 ‘미국을 구하면 세상을 구한다’는 식의 제국주의적 시각에 갇혀 있다. <오싹한 뉴욕>은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뒤편으로 물러서 있던 흑인과 제3세계의 인종, 비인간 존재들을 서사의 중심에 끌어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