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지옥엽>(1994) 장국영의 노래가 흐르는 가스등 계단과 프린지 클럽
<금지옥엽>은 ‘추’(追)와 ‘금생금세’(今生今世), 장국영의 두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다. 해마다 최고가수상을 놓치지 않는 로즈(유가령)와 제작자이자 매니저이기도 한 샘(장국영)은 홍콩 연예계 최고의 스타 커플이다. 그런 그들이 신인 남자가수 발굴에 나선다. 자영(원영의)은 남장여자로 오디션에 지원해 실력 발휘와 더불어 샘과 로즈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그렇게 자영과 샘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게 된다. ‘홍콩판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 불렀던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홍콩 최고의 가수가 됐지만, 샘은 가끔 옛 밴드 멤버들과 어울려 함께 공연하는 것이 삶의 활력소다. 거의 <야반가성>(1996) 못지않게 장국영의 여러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금지옥엽>에서, 장국영은 비틀스의 ‘Twist & Shout’를 멋지게 열창한다. 뿐만아니라 ‘음악의 신’ 장국영은 사랑에 괴로워하는 커플마저 기어이 노래로 화해시켜준다. 이민 문제로 다투고 있는 옛 친구 부부에게 ‘금생금세’를 불러주며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것. “다음 생에도 다시 만나 사랑할 거라고 약속할게. 진심을 다해 매일매일 널 생각해. 이 한평생 명예와 이익 따윈 던져버리고 너와 함께 날아오를래”라는 그의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우정출연한 피터 역의 장동조 감독과 그 아내가 느닷없이 어색하게 포옹하는 장면을 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다. 그런 일과를 끝내고 장국영과 그의 친구는 센트럴의 가스등 계단을 내려와 집으로 돌아간다. 가스등 계단의 은은한 불빛이 마치 장국영의 마음처럼 따뜻하게 주변을 감싼다.

가스등 계단에서 란콰이퐁으로 향하는 길에, <금지옥엽>에서 가수선발대회 오디션이 펼쳐지던 프린지 클럽(Fringe Club)이 있다. 둥근 벽면과 따사로운 갈색 벽돌이 인상적인 이곳은 사진전이나 공연이 연중 끊임없이 열리고 레스토랑과 카페까지 갖춰져 있어 예술의 향기가 폴폴 풍기는 곳이다. <금지옥엽>에서 오디션을 보기 위해 이 건물 벽면에 길게 늘어서 있던, 옥상에서 연습을 멈추지 않던 젊은이들이 프린지 클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수의 꿈을 꾸던 원영의는 프린지 클럽에서 처음 장국영과 마주치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밝은 햇살 아래 피아노를 치며 함께 작곡한 노래인 ‘추’(追)가 흐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영화 속에서 원영의가 대충 흥얼거리는 곡을 함께 앉은 장국영이 한 소절 두 소절 따라 부르며 피아노 연주로 완성해주는데, ‘실제 장국영도 저렇게 작곡을 했을까’ 상상할 수 있게 해준, 그의 수많은 노래 중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희극지왕>(1999) 주성치가 장백지에게 연기를 가르쳐주던 섹오 비치
홍콩영화 중 <희극지왕>만큼 공간의 정서가 깊이 배어든 영화는 없는 것 같다. 영화 속 영화촬영장이나 나이트클럽 정도를 빼면 홍콩섬 동남쪽 끝에 자리한 섹오 비치(Shek O Beach)에서 모든 장면이 촬영됐다. 사우(주성치)는 대배우의 꿈을 갖고 있지만, 정작 영화 현장에서는 대사도 없이 시체 역할 같은 엑스트라만 맡으며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언젠가 멋진 배우가 되리라 꿈꾸며 진심을 다해 연기한다. 어려운 형편에도 그는 마을 복지회관에서 무료로 연기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피우(장백지)가 연기 수업을 받으러 온다. 손님들 앞에서 즐거운 척 연기를 잘해야 매상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희극지왕>의 주 무대이자 주성치가 숙식을 해결하던 마을회관은 섹오 버스 터미널에서 내리면, 바로 옆에 섹오건강원(石澳健康院)이라 쓰인 커다란 입구와 건물이다. 커다란 아치 형태의 입구를 지나 쭉 들어가면 정말 영화와 똑같은 모습의 회관과 마당이 등장한다. 주성치와 장백지가 등을 기대 연기 연습을 하던 나무도 영화 속 그대로다. 이 나무에 기대고 있는 장백지의 턱을 손가락으로 치켜세우고는 엉덩이를 쭉 빼고 서 있던 주성치의 엉거주춤한 모습이 바로 영화의 포스터였다. 하지만 워낙 나이 많은 나무라 그런지 축 늘어져 영화 속 각도처럼 꼿꼿하게 서 있지 못해 마음이 아팠는데, 실제로 몇 년 전 홍콩에 큰 태풍이 몰아쳤을 때 그만 쓰러져서 뽑히기 직전까지 갔다. 다행히 지지대를 받쳐 겨우 목숨(?)은 건졌고 지금은 억지로 세워둔 모양새다. 그래도 그 나무가 아직 남아있어 눈물겹도록 반가울 따름이다.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섹오 비치는 조그맣고 한적하며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평화로운 공간이다. 백사장 또한 양옆으로 산이 솟아있어 뭔가 아늑한 느낌을 준다. 그처럼 영화 내내 힘들게 살아가는 인물들이 오직 이곳에서만큼은 더없이 여유롭고 평화롭다. 특히 마을회관에서 주성치는 연극 <뇌우>와 이소룡이 일본인들과 당당히 맞서 싸우던 영화 <정무문>(1972)을, 자기만의 새로운 버전의 연극으로 요약하여 무대에 올렸다. 영화 속 영화촬영장에서 정작 대사 한 마디 없고 도시락 하나 받아먹기 힘든 엑스트라지만 마을회관에서만큼은 세상 최고의 연기자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태풍으로 인해 건물 외벽이 무너져서, 나무 뒤 네모난 돌벽 입구는 철거되고 없다. 영화에서 주성치는 가진 게 없는 자신을 장백지가 사랑할 리 없다는 생각에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장백지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그런 주성치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을 숨긴 채 애써 밝은 얼굴로 그 입구의 계단을 내려가 떠난다. 이전부터 고백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주성치는 용기를 내어 저 멀리 떠나가는 그녀를 향해 외친다. “내가 먹여 살릴게!”

<색, 계>(2007) 눈 깜짝할 새 찾아온 양조위와 탕웨이의 첫 만남
홍콩의 트램을 보면, 맨 앞에 종점이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케네디 타운’(Kennedy Town)과 ‘사우케이완’(Shau Kei Wan)은 각각 트램의 서쪽과 동쪽 끝 종점이다. 두 군데 모두 지하철로도 갈 수 있는데, 그중 케네디 타운은 <색, 계>의 양조위 집으로 가기 위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색, 계>의 1938년 홍콩에서, 친일파의 핵심 인물이자 정보부 대장인 이(양조위)를 암살하기 위해 왕치아즈(탕웨이)는 ‘막 부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접근한다. 탕웨이와 그 학생 동료들이 정체를 숨기고 접근했던 대저택이 바로 지금의 시카고 대학 홍콩 캠퍼스(Hong Kong Jockey Club University of Chicago Academic Complex, Francis and Rose Yuen Campus)다. 버스나 택시로도 갈 수 있겠으나, 케네디 타운에서 서쪽으로 계속 바다를 보며 마운트 데이비스 패스(Mount Davis Path, 摩星嶺徑)가 나올 때까지 걸으면 된다.

<색, 계> 촬영을 전후해 한동안 폐건물로 남아 있던 이곳은, 1961년부터 1990년까지 VRDC(Victoria Road Detention Centre)라 불린 홍콩 경찰의 훈련소이자 구치소였다. 캠퍼스가 들어서면서도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일단 영화처럼 흰 벽돌과 초록 대문이 즉각적으로 <색, 계>를 떠올리게 한다. 경비가 삼엄한 대저택은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견고한 성채나 마찬가지다. 홍콩에 온 왕치아즈는 대학교 연극부에 가입하고, 연극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급진파 선배 왕리홍을 흠모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가 주도하는 항일단체에 몸담게 된다. 드디어 이 암살 계획을 세운 그들은 신분과 정체를 위장한 채 그의 부인(조안 첸)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한다. 홍콩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센트럴과 리펄스베이밖에 가보지 못했다는 부인에게 침사추이를 구경시켜주러 왕치아즈 일행이 오게 되는데, 왕리홍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일행들에게 말한다. “이건 리허설이 아니야!” 그런 다음 굳게 닫힌 저택의 문이 열리고 양조위가 등장한다. 곧이어 거대한 저택의 모습이 드러나며 그들의 목숨을 건 연극의 막이 오른다.

장아이링의 원작도 무대 위에서 공연한 직후의 감정을 ‘도저히 가라앉지 않는 폭풍과도 같은 격렬함’이라 묘사하고 있는데, <색, 계>는 그 폭풍과도 같은 격렬함을 체험한 아마추어 연기자 탕웨이가 그보다 더 큰 무대, 그리고 양조위라는 거대한 벽을 만나 자신의 연기를 꽃피우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연기일 뿐’이라며 자신의 연기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겠다는 자존심과 애국심으로 양조위를 유혹하지만, 점차 서로에게 진심으로 끌리며 영혼까지 탐하려 드는 ‘색’의 본능으로 나아간다. 그전까지 교내 선전 연극을 하면서는 아무런 긴장감도 느끼지 못했던 탕웨이의 진짜 연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느끼게 되는 첫 번째 생각은, 영화에서는 제대로 느껴볼 수 없었지만 어마어마한 ‘오션뷰 저택’이라는 것이다. 악당 양조위가 이런 멋진 풍경을 혼자만 즐기고 있었구나! 하는 배신감(?)부터 느끼게 되는 것. 그처럼 실제 영화 촬영지에 오게 되면 여러 가지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 아무튼 한동안 버려져 있던 이곳은, 이제 2개의 입구를 가지고 있다. 원형 야외 입구가 있는 곳은 캠퍼스이고, 오른편에 따로 마련된 문화재 보존 센터(Heritage Courtyard and Interpretation Centre)가 바로 <색, 계> 속 양조위의 집이다. 흰 벽돌과 초록색 대문은 물론 그 위의 철조망까지 영화 속 모습 그대로다. 내부에는 박물관처럼 이곳의 역사가 여러 전시물 형태로 비치되어 있고 당시 홍콩 경찰들의 복장도 전시되어 있다. 여기서 <색, 계>가 촬영되었음을 알려주는 영화 속 스틸 사진들도 비치되어 있다. 그 외에도 이 지역의 역사는 물론 홍콩에서 사회운동과 인권운동을 하다가 이곳에 잡혀 온 사람들의 이야기, 이제는 사라진 티우겡렝처럼 홍콩 외곽도시의 과거 모습과 역사까지 연도별로 잘 전시되어 있어 홍콩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꽤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크로싱 헤네시>(2010) 호놀룰루차찬텡에서 ‘썸’타던 탕웨이와 장학우
<색, 계>를 넘어 탕웨이의 진짜 ‘현대 홍콩영화’는 <크로싱 헤네시>다. 홍콩의 을지로쯤 되려나, 센트럴 옆 동네 완차이에 대한 홍콩 사람들의 애정과 향수를 깊이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장학우, 탕웨이 주연 <크로싱 헤네시>다. <색, 계>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탕웨이의 두 번째 영화라 큰 관심을 모았는데, 그보다 앞서 탕웨이는 <색, 계> 속 역할이 상하이 친일 정부를 미화했다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며 중국 정부로부터 중국 내 전 매체 출연금지령을 받은 뒤였다. 이후 홍콩시민권을 획득한 탕웨이는 <크로싱 헤네시>를 촬영하고 곧장 김태용 감독의 <만추>(2011)에 캐스팅됐다. 이후 알다시피 두 사람은 결혼했고, 중국 정부의 간섭과 별개로 허안화의 <황금시대>(2015), 장완정의 <사랑: 세 도시 이야기>(2015), 마이클 만의 <블랙코드>(2015), 비간의 <지구 최후의 밤>(2018)을 통해 더욱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특히 <크로싱 헤네시>에서 보여준 자립심 강한 모습과 자연스레 겹친다. 이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레드카펫을 밟은 <헤어질 결심>(2022)과 이제 곧 6월 5일 개봉 예정인 <원더랜드>에 이르기까지, 어느덧 탕웨이는 임청하나 공리, 그리고 장만옥의 뒤를 이어 이른바 ‘대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크로싱 헤네시>에서 탕웨이와 장학우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맞선을 보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자리하고 있다. 그들은 우연히 함께 홍콩 완차이를 가로지르는 헤네시 로드(Hennessy Road)를 걷고 호놀룰루(壇島) 차찬텡에서 서로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차찬텡(茶餐廳)은 홍콩에서 유래한 식당의 한 종류로 홍콩 요리와 홍콩식 서양 음식들을 포함한 적절한 메뉴로 구성된, 가볍게 식사와 음료를 해결할 수 있는 홍콩사람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첨밀밀>(1995)의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한 안서 감독이 연출을 맡은 <크로싱 헤네시>에서 장학우와 탕웨이는 헤네시 로드 인근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나온다. 홍콩 곳곳에 지점이 있는 호놀룰루 차찬텡은 무려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홍콩 특유의 밀크티와 신선하고 부드러운 빵 번(bun)으로 유명하지만 간단한 음료나 면, 덮밥 등 없는 메뉴가 없다. 이곳에서 장학우와 탕웨이는 각자의 애인 얘기는 물론 책을 잔뜩 쌓아놓고 토론까지 나눈다. 그들이 늘 앉던 벽 쪽 자리도 영화 속 그대로다. 바로 이 자리에서 보낸 시간만큼 그 사이는 깊어진다.


사이쿵의 횟집 아재들이 킬러로 변신한 <피의 복수>(2009)
국내에 <피의 복수>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두기봉의 <복수>(2009)는,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한 나이 든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이다. 아마도 두기봉이 그려낸 총격전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프랑스에 사는 코스텔로(자니 할리데이)는 마카오에 살고 있는 딸의 가족이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사위와 외손자들은 살해됐고 딸은 위독한 상태다. 그 딸로부터 자신이 총을 쏘아 그들 중 한 명이 귀에 상처를 입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복수를 다짐한 그는 콰이(황추생), 추(임가동), 룩(임설)이라는 삼인조 킬러를 고용해 그들을 쫓는다. 조사과정에서 그들이 어시장에서 일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사이쿵으로 향한다.

홍콩에서 도심을 벗어나 해산물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곳은, 사이쿵(西貢)과 레이유문(鯉魚門)이다. 수족관의 해산물을 골라 즐기는 방식이 우리 수산시장과 엇비슷하니, 적당히 ‘시가’를 확인해 보디랭귀지를 사용하면 큰 어려움은 없다. 레이유문이 좁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라면 사이쿵은 딱 트인 풍경이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바로 이곳에서 <피의 복수>가 촬영됐다. 사이쿵의 명물이기도 한 해산물 시장 입구의 해선가(海鮮街)라 쓰여진 문을 지나던 삼인조 킬러는 이내 귀에 상처를 입은, 아마도 살인청부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부상을 입었을 것 같은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 구조물을 지나 노란색 간판의 통기해선(通記海鮮) 집이 바로 악당들의 식당이다. 해선(海鮮)은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그냥 ‘횟집’이라 할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낮에는 그야말로 인상 좋고 마음씨 좋은 횟집 아저씨들이 밤에는 킬러로 변신했던 것이다.

재밌는 것은 코스텔로라는 이름이 바로 장 피에르 멜빌의 <사무라이>(1967, 국내개봉명 '고독')에서 알랭 들롱이 연기한 킬러 이름 ‘제프 코스텔로’에서 따온 것으로, 원래 알랭 들롱을 주인공으로 <복수>를 찍고 싶었던 두기봉이 프랑스 제작자들을 홍콩에 초청해 음식을 대접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홍콩에서 해산물 먹기 좋은 곳은 청차우, 라마섬 등 주변 섬들도 좋지만 섬 말고 지하철이나 버스로 갈 수 있는 곳으로는 사이쿵이나 레이유문이 좋다. 물론 시내에서 40~50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게 흠이지만 가격이 월등히 싸고 옛날 어촌 분위기를 물씬 느껴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마치 <복수>의 주인공들처럼 폼나게 천천히 해선가 문을 통과해 들어가면 왁자지껄한 해산물 레스토랑들이 이어진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해선가’의 문을 통과하며 전혀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느낌을 주는 것처럼, 사이쿵은 이곳저곳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계속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