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영화

[2024 JIFF] 반환점 돈 전주국제영화제, 놓쳐선 안 될 다큐멘터리 화제작

씨네플레이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았다. 5월 1일 노동절부터 6일 어린이날 대체 휴일까지 이어진 연휴 기간 중 많은 관객들이 전주를 찾았다. 주요 작품들이 매진되며 코로나 이후 완전히 정상화된 축제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본 원고를 게시하는 7일은 경쟁부문 시상이 진행될 예정이고, 그 후 영화제도 막바지를 향해갈 것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폐막까지 우리에겐 4일의 시간이 있다. 오늘은 영화제에서 놓쳐선 안될 다큐멘터리 화제작을 소개한다.


〈미셸 공드리: 스스로 해라〉 미셸 공드리 감독(좌)과 비요크
〈미셸 공드리: 스스로 해라〉 미셸 공드리 감독(좌)과 비요크

<미셸 공드리: 스스로 해라>

감독: 프랑소와 네메타 | 2023 | 12세 관람가 | Asian Premiere

지금은 <이터널 선샤인>(2004), <수면의 과학>(2006)의 감독으로 더 알려졌지만, 미셸 공드리 감독은 자신이 드러머로 활동하던 록밴드 우이우이(Oui Oui)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계기로 영상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비요크, 다프트 펑크, 케미컬 브라더스, 카일리 미노그, 폴 매카트니 등과 작업하며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세계를 뮤직비디오로 보여준다. 영화는 그의 초기 애니메이션 스타일, 기술 발달의 한계를 창의성으로 풀어나간 사례, 영화제작 과정 등의 작업 모습을 담으며 대가의 뼈 때리는 가르침으로 수렴한다. 그것은 자신이 무언가를 원한다면 '스스로 해야 한다'라는 실천학이다. 10년간 공드리의 조감독으로 활동하는 등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드리 감독과 우정을 쌓아온 프랑소와 네메타 감독은 영화제 기간 중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공드리 감독이 이 영화를 보지 않았고, 자신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된 것을 매우 귀찮아했다 전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라이카 시네마〉
〈라이카 시네마〉

 

 

<라이카 시네마>

감독: 베리코 비닥 | 2023 | 전체관람가 | International Premiere

또 한 명의 거장 감독이 전면에 등장하는 다큐가 있다. 지난 200년 동안 금속 산업에만 의존해온 핀란드의 한 작은 마을에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산다. 부랑자와 블루칼라 노동자, 이민자 등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을 그려온 감독이자,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기도 한 세계적 거장이다. 시인이자 작가인 미카 라티는 그의 친구 아키 카우리스마키와 함께 비어 있는 마을 제철소 부지에 재활용품을 이용해 직접 영화관을 짓는다. 이곳에서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극장의 주인이 아니라, 노동자의 일원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마을의 삶을 관찰하고 주민들이 직접 영화관을 만드는 과정을 비추며 '영화관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룸 666〉
〈룸 666〉

<룸 666>

감독: 빔 벤더스 | 1982 | 전체관람가

이번엔 거장 감독이 떼로 등장한다. 1982년 빔 벤더스 감독은 칸 영화제 기간 동안 마르티네스 호텔 방 666호에 고정 카메라를 설치하고 영화인들을 초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영화는 곧 사라질 언어, 곧 소멸할 예술인가?" 방에 입장한 사람들이 답변할 시간은 약 11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룸 666>에 기록됐고, 참여자들의 명성과 전설적인 답변으로 영화는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장 뤽 고다르, 스티븐 스필버그, 몬테 헬만, 베르너 헤어초크, 수잔 세이들먼 등은 동료인 벤더스의 질문에 답하고 자신의 방식과 스타일로 영화의 미래에 대한 예측, 의심, 격언, 징조 등의 생각을 남긴다.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

<고코구 신사의 고양이들>

감독: 소다 카즈히로| 2024 | 전체관람가 | Korean Premiere

일본 세토 내해 부근 우시마도에 위치한 신사 '고코구'는 수십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운집해 '고양이 신사'로도 알려져 있다. 고양이와 주민들은 대체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듯하지만, 각자의 고충도 지니고 있다. 신사에 자리를 잡은 고양이가 관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과 고양이가 위생에 해로울 수 있으며, 그들의 존재가 쓰레기를 더 만든다는 의견이 맞서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반목하지 않는다. 마을 회의에서 주요 안건으로 고양이에 관한 안건들이 대두될 때, 진지하게 의견을 개진하며 합의점을 찾는 이들의 모습이 시트콤 같아 웃음이 나오다가도 이종과의 공생을 위해 애쓰는 이들 모습에 감동하게 된다. 영화 마지막, 죽은 고양이를 정성스럽게 묻어주는 주민들과 누군가 신사에 유기하고 간 어린 고양이들의 모습이 겹치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 복잡한 심정이 된다.


〈할리우드게이트〉
〈할리우드게이트〉

<할리우드게이트>

감독: 이브라힘 나샤트 | 2023 | 12세 관람가 | Korean Premiere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간 지속한 '영원한 전쟁'을 끝내고 철수하자, 탈레반은 CIA 기지로 추정되는 컨테이너 건물을 점령한다. 기지의 문에는 ’할리우드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며, 내부에는 아직도 쓸 만한 전쟁 물자들로 가득 차 있다. 기지를 둘러보는 탈레반 공군 사령관 말라위 만수르는 부하들에게 활용 가능한 장비들의 목록을 만들고, 곧 벌어질 이웃 나라 타지키스탄과의 전투에 투입할 수 있도록 수리하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미군이 남긴, 70억 달러(9조 원)가 넘는 가치를 지닌 군사 장비가 탈레반의 손에 공짜로 넘어가게 된다. 1년 동안 탈레반의 고위 군 간부들을 바로 옆에서 카메라에 담은 이 믿을 수 없는 다큐멘터리는 탈레반이 프로파간다 목적으로 촬영을 허락하여 제작될 수 있었다고.


〈사건〉
〈사건〉

<사건>

감독: 빌 모리슨 | 2023 | 15세 관람가 | Asian Premiere

파운드 푸티지 영화 작업의 대가 빌 모리슨의 신작으로 2018년 시카고 경찰 총격 사건을 재구성했다. 감독은 사건과 그 직후의 여파를 CCTV, 경찰 보디캠, 차량 대시보드 카메라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연속적이고 동기화된 분할 화면 몽타주로 재조립한다. 감시 카메라 영상만을 이용해 3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현대 북미 사회에 대한 충격적이면서 고통스러운 통찰을 담아낸 영화는 스릴러와 고발 영화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특정 지역에서 범죄가 만연하게 된 사회, 경제적 조건, 무기 소유를 합법화하는 법안, 경찰의 체계적인 인종 프로파일링, 경찰에게 부여되는 무죄 추정의 원칙 등 오랫동안 이어져온 비극적 요소가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었고, 영화는 짧지만 강렬하게 이 모든 것을 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