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25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번 영화제는 5월 1일(수) 19시 30분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모악당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그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배우 공승연과 이희준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우범기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과 피아니스트 오은하&타악연희원 아퀴의 축하 공연 등으로 이어졌다.
한편,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레드 카펫 행사에는 약 160여 명의 국내외 게스트들이 참석해 포즈를 취했다. 올해 국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배우 유지태와 지난해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진구뿐 아니라 개막작 <새벽의 모든>의 일본의 젊은 거장 미야케 쇼 감독까지, 영화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사들이 자리했다.
지난해에 이어 ‘우리는 늘 선을 넘지(Beyond the Frame)’을 슬로건으로 전통적인 영화 형식과 상영 방식에서 탈피하여 프로그램, 공간, 이벤트를 통해 영화를 중심으로 장르 간 통섭을 이루겠다는 큰 포부를 드러낸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현장의 이모저모를 공유한다.
변우석, 유지태, 진구... 레드카펫을 빛낸 스타들

선선한 바람이 부는 1일 오후 6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는 전주를 찾은 스타들이 발걸음을 빛냈다. 관객들의 환호와 이에 화답하는 스타들의 웃음으로 가득했던 이번 레드 카펫 행사에서 팬들의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스타는 단연 라이징 스타 변우석이다. 변우석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선재업고튀어>에서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 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팬들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는 등 능숙한 팬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변우석과 함께 <럭키볼> 박문아, <지옥만세> 방효린 등이 레드 카펫을 걸었고 이어 <오징어 게임> 이유미, <태양의 후예> 진구 등이 등장했다. 이들은 모두 바로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들로 이번 영화제에서 ‘전주씨네투어×마중’을 통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매해 배우들과 관객의 가까운 소통을 위해 진행된 ‘전주씨네투어×마중’은 배우의 대표작을 관람하고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중클래스’와 보다 가까이에서 배우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마중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올해는 ‘바로엔터테인먼트’의 배우 진구, 이유미, 공승연, 이수경, 변우석, 이홍내, 방효린, 박문아, 김상흔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깔끔한 수트를 입고 레드 카펫을 밟은 유지태는 함께 국제경쟁 부문 심사를 맡은 홍지영, 마티아스 피녜이로 심사위원과 동행했다. 유지태는 이번 영화제에서 배우이자 감독, 심사위원 등 세 가지 모습으로 참여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를 맡은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의 주연배우이자 코리아시네마 섹션 초청 작품 <자전거 소년>, <나도 모르게>, <톡투허> 등 세 작품의 감독이기도 하다. 또한 영화제의 메인 섹션인 국제경쟁부문의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팔색조의 매력을 뽐냈다.
<명량>, <한산>, <노량> 등 이순신 3부작의 연출로 잘 알려진 김한민 감독과 <결혼전야>, <새해전야>의 감독과 각색을 맡은 홍지영 감독, <남영동1985>와 <소년들>의 정지영 감독 등도 가뿐한 발걸음으로 자리를 빛냈다.
전주국제영화제 10일 간의 여정 시작을 알리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은 배우 공승연과 이희준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맑고 부드러운 하얀색의 드레스와 자켓을 입고 등장한 두 MC는 함께 출연한 영화 <핸섬가이즈>의 소식을 알리며 다소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갔다. 올여름 개봉 예정이라는 <핸섬가이즈>는 이희준, 공승연과 함께 이성민, 박지환, 이규형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코미디 영화이다.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기대를 가득 담은 트레일러 영상으로 본격적인 개막식이 시작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민성욱, 정준호 위원장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전주국제영화제의 터줏대감 민 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가 매년 ‘독립’과 ‘대안’이라는 가치 아래 진행된다며 “여러분들이 만나게 될 작품들은 우리 삶의 서로 다른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영화제의 취지를 짚어냈다. 한편, 민 위원장과는 달리 지난해 처음으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선정된 배우 정준호는 “가까이에서 보니 잘생기지 않았느냐”며 특유의 너스레를 보였다. 이어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한 전주 경제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지역과 영화제 간 상생의 중요성을 전했다.
전주시장이자 조직위원장인 우범기 위원장의 개막 선언 이후 피아니스트 오은하와 타악연희원 아퀴의 축하 공연이 진행되었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꽹과리, 북, 장구 등 전통 타악기의 콜라보레이션은 개막식에 참석한 해외 취재진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이어 각 부문의 심사위원과 허진호 프로그래머, 개막작 <새벽의 모든>의 감독 미야케 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국제경쟁 심사위원 데라 캠벨과 마티아스 피녜이로, 유지태 등과 한국경쟁 심사위원 지오바나 풀비, 통케이위 등은 무대에 올라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그중 배우이자 감독, 심사위원으로 전주를 찾은 유지태는 영화를 심사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심사위원’이라는 직함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를 만드는 일은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과 같다. 누군가 정성스럽게 만든 작품을 심사위원의 주관대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심사하도록 노력하겠다. 이로써 전주영화제가 골방에서 글을 쓰는 감독과 작가, 예비 배우를 위한 꽃과 같은 영화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를 맡은 허진호 감독은 이번 개막식에 참여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귀국했다. 허진호 감독은 최근 영화 <보통의 가족>으로 제44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최우수 각본상과 제39회 몽스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허 감독은 상을 받은 두 영화제에만 참석을 못 했다며 “이 자리를 빌려 심사위원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더불어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되어 J스페셜 섹션을 이끌게 된 소감으로 “선택받는 입장에서 선택하는 입장이 되어 설렌다. 내 고향이기도 한 전주에서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자신의 작품 <봄날은 간다>, <외출>과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 텍사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 등을 선정해 관객과 나눌 예정이다.
개막식의 마지막은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232편의 작품 중 단 하나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새벽의 모든> 감독 미야케 쇼가 장식했다. 미야케 쇼 감독은 2019년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로 전주를 찾은 데에 이어 5년 만에 재방문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번에 왔을 때 참 좋아서 다음에 또 왔으면 했다. 그런데 올해, 심지어 개막작으로 초청받아 놀랐다. 매우 기쁘다”며 들뜬 마음을 전했다. 또 “<새벽의 모든>의 등장인물에 주목해달라”며 “다른 사람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어하는 각 인물들이 이야기가 진행되며 그것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과정을 그렸다. 이 작품을 만들며 나 자신도 솔직하고 순수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여러분도 이에 대해 같이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고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개막식은 “도전과 혁신을 담은 영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는 뜻을 밝히며 끝이 났다. 전주에 쏟아진 갑작스러운 소나기에도 자리를 채운 게스트와 팬들의 뜨거운 열기가 25번째 생일을 맞은 전주의 영화에 대한 애정을 대변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