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보유한 엠마 스톤은 영화 제작에도 관심이 많다. 엠마 스톤은 2020년 8월, 남편 데이브 맥커리와 함께 ‘프루트 트리’(Fruit Tree)라는 제작사를 설립했다. 회사는 설립과 동시에 A24와 2년의 TV 시리즈 퍼스트 룩 계약(우선 교섭권)을 맺었고, A24에서 <미드소마> <미나리> 등의 제작을 담당한 알리 허팅(Ali Herting)을 영입하는 등 기반을 다지는 모양새다. 아직은 신생 회사이니만큼 공개된 작품 수는 적지만, 언젠간 엠마 스톤이 오스카 작품상 트로피를 들어 올릴 날도 오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엠마 스톤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를 모아봤다.
<크루엘라>(2021) <크루엘라 2>(미정)

프루트 트리를 설립하기 전, 엠마 스톤은 <크루엘라>(2021)의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참여했다. <크루엘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 속 악당 ‘크루엘라’를 주인공으로 한 실사 영화로, 엠마 스톤이 주인공 크루엘라를 맡아 ‘인생 연기’라는 평을 들을 만큼 열연했다(물론 <가여운 것들>이 나오기 전까지!). <크루엘라>는 전 세계적으로 2억 3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너무나 흥행한 나머지 곧바로 속편 제작이 확정되었는데, 속편에는 전편의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과 토니 맥나마라 각본가가 동일하게 참여하며, 엠마 스톤 역시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엠마 스톤은 올해 1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크루엘라 2>가 현재 제작 중이라 밝혔으며, 빠른 시일 내에 촬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으니 몇 년 안에 속편을 볼 수 있을 듯싶다.
<웬 유 피니쉬 세이빙 더 월드>(WHEN YOU FINISH SAVING THE WORLD, 2022)
<리얼 페인>(A Real Pain, 2024)

<크루엘라> 총괄 프로듀서 경험은 엠마 스톤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엠마 스톤의 제작자로서의 작업은 프루트 트리 설립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프루트 트리가 첫 번째로 제작한 영화는 <웬 유 피니쉬 세이빙 더 월드>인데,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의 첫 영화 연출작이다. <웬 유 피니쉬 세이빙 더 월드>로 엠마 스톤과 제시 아이젠버그 두 배우 모두 다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하게 된 셈.
<웬 유 피니쉬 세이빙 더 월드>는 제시 아이젠버그가 감독한 동명의 오디오 드라마를 영상화한 작품이다. 아이젠버그는 오디오 드라마의 영화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가 배우 활동을 할 때와는 다른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그런데 엠마 스톤과 데이브 맥커리가 지원에 나섰고, 프루트 트리의 첫 영화 제작은 이로써 이뤄지게 됐다.

<좀비랜드>로 시작된 엠마 스톤과 제시 아이젠버그의 인연은 서로를 향한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제시 아이젠버그는 엠마 스톤을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배우’로, 엠마 스톤은 제시 아이젠버그를 ‘가장 호기심이 많은 사람’으로 여기는 탓에, 그들은 <웬 유 피니쉬 세이빙 더 월드> 이후에 제작자-감독의 관계로 다시 한번 만났다. 제시 아이젠버그의 두 번째 영화 <리얼 페인>은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되어 꽤나 호평을 받았고, 제시 아이젠버그는 각본상을 수상했다.
<프라블러미스타>(Problemista, 2023)

엠마 스톤의 남편 데이브 맥커리가 코미디 쇼 ‘SNL’(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작가 출신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데이브 맥커리는 'SNL' 작가 출신의 감독이자 프로듀서로, 2016년 엠마 스톤이 라이언 고슬링과 함께 'SNL'에 출연했을 당시에 지금의 아내와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엠마 스톤 부부의 첫 만남부터 얘기를 했냐 하면, <프라블러미스타>는 SNL 작가 출신 훌리오 토레스의 첫 영화 연출작이기 때문이다. 훌리오 토레스와 엠마 스톤, 데이브 맥커리는 SNL 때부터 인연을 이어왔고, 서로의 재능을 알아본 그들은 제작자와 감독으로 다시 만났다. 올해 6월 맥스(Max)에서 공개를 앞둔 코미디 시리즈 <판타스마스>(Fantasmas) 역시 훌리오 토레스가 감독과 각본을 맡은 작품인데, 엠마 스톤 부부의 제작사 프루트 트리가 제작에 참여한다. 틸다 스윈튼이 주연을 맡았다.
<가여운 것들>(Poor things, 2023)

엠마 스톤에게 두 번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은 <가여운 것들>의 제작자로서,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다. 여러모로, ‘엠마 스톤이 다 한 영화’(문자 그대로)가 아닐까 싶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에서 엠마 스톤과 이미 한차례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엠마 스톤에게 <가여운 것들> 제작에 참여할 것을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제작자로서의 엠마 스톤의 역량은 배우로서의 역량만큼이나 뛰어난 듯한데, <가여운 것들>의 또 다른 제작자 에드 기니는 그를 두고 “스토리텔링 감각이 매우 뛰어난 배우이자 제작자”라며 “이 이야기가 개발된 과정, 그리고 이야기를 세상에 어떤 모습으로 내놓을 것인지에 대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엠마 스톤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각본, 캐스팅, 스태프 등에 대해 줄곧 논의했다고.
<아이 쏘 더 티비 글로우>(I Saw the TV Glow, 2024)

엠마 스톤이 호러 영화를 제작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엠마 스톤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제작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 쏘 더 티비 글로우>는 올해 선댄스에서 최초로 상영되었는데, 올해 영화제의 화제작 중 하나로 많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탔다. 이 영화는 <우리는 모두 월드 페어로 간다>(WE'RE ALL GOING TO THE WORLD'S FAIR, 2021)로 컬트 영화계의 혜성처럼 떠오른 제인 쇼엔브런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제인 쇼엔브런 감독은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프루트 트리 등의 제작사 몇 군데에 보냈는데, 엠마 스톤이 그에게 전화해 “같이 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 쏘 더 티비 글로우>는 두 친구가 신비로운 심야 TV 쇼를 보면서 초자연적인 세계에 대한 환상을 보고, 텔레비전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지난 5월 3일 북미에서 개봉했으며, 국내 개봉은 미정이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