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유치하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그 어떤 소재보다 심장을 뛰게 하는 장르에 신작이 찾아온다. 5월 24일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아틀라스>는 대테러 전문가 아틀라스가 우연찮게 AI 스미스가 탑재된 로봇을 타게 되고, 인류를 파괴하려는 AI 할란을 막는 내용을 다룬다. 극도로 발전한 파괴적인 성향의 AI라는 소재는 이제 길 가다 발에 치이는 돌멩이만큼 흔해졌지만, 그래도 인간이 탑승해 조종하는 로봇은 실사영화에서 흔한 편이 아니라 단번에 눈길을 끈다. <아틀라스> 공개를 앞두고 영화 속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 메카닉들을 다시 만나보자.
로봇은 아닌데 로봇 같은 강화외골격
에일리언 2 / 매트릭스 3 / 아바타 / 엣지 오브 투모로우


메카물(거대로봇이 등장하는 장르)인가 아닌가, 사실 이 카테고리의 장비들은 '로봇'은 아니다. 그럼에도 거대 로봇, 혹은 자체 가동되는 로봇보다 실사영화에서 묘사하기 쉬운 덕에 메카닉 불모지인 실사영화계에선 메카닉 장르로 쳐주는 편이다. 바로 강화외골격이다. 강화외골격이란 단어는 생소할 수 있는데, 사람이 입는 방식으로 신체적인 능력을 배가하는 기계장치를 생각하면 된다. 최근 이 강화외골격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있다. 인류가 '미믹'이란 외계 종족과 싸우는 과정에서 신체적인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엑소슈트'라는 강화복을 개발해 병사들에게 입힌다. 원작 「All You Need Is Kill」에서 강화복에 가까웠던 것을 영화로 옮기면서 메카닉스러움을 한껏 강화해 낭만 가득한 엑소슈트로 각색했다(물론 입고 있는 사람은 낭만이고 뭐고 생존이 우선이지만). 특히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이 엑소슈트를 실제로 제작해 배우들에게 착용시켜 굉장히 현실적으로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다. 실제 엑소슈트는 약 40kg 나간다고 한다.


이런 강화외골격을 대중적으로 알린 감독이라면 제임스 카메론이 있다. 제임스 카메론의 출세작 <에일리언 2>에서 퀸에일리언에게 맞서기 위해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파워로더를 착용하고 나타난 클라이맥스는 '강화외골격'의 이미지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며 장르 팬이 아닌 대중들까지도 납득시켰다. 물론 파워로더는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공사장 장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착용자의 동작을 반영해 신체적 능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강화외골격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제임스 카메론은 훗날 연출한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비를 선보였는데, <아바타> 세계관의 AMP 슈트다.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 등 RDA 병사들이 탑승한 그 장비로 나비족에 비해 신체 조건이 열세인 인간을 엇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준다. <에일리언 2>에서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못다한 것을 해보듯, AMP 슈트로 인간과 나비족의 전투를 더욱 극대화한다.




<매트릭스 3: 레볼루션>의 APU도 영화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반적으로 무술, 총기 액션을 기반으로 하는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APU의 등장은 그야말로 충격적. 인류의 마지막 도시 시온이 어떻게 센티넬과 기계 세력을 막아낼 수 있는지는 APU로 설명됐다. <매트릭스 2: 리로디드>에선 스쳐 지나가듯 나오지만, 3편에서 센티넬의 공세가 시작될 때 본격적으로 활약한다. 인간이 탑승해 직접 조종한다는 점은 강화외골격의 특징인데, 크기가 워낙 큰 탓에 강화외골격보다 로봇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전편들에 비해 중구난방인 <매트릭스 3: 레볼루션>에서 많은 관객들은 APU와 센티넬의 시온 공방전 장면을 명장면으로 뽑곤 한다.

메카닉의 로망은 여기에, 탑승형 로봇
퍼시픽 림


소위 이런 마니악한 장르는 마니아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 메카물팬들이라도 이견 없이 인정할 수 있는 '로봇영화'는 이 영화 한 편뿐일지 모르겠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퍼시픽 림>이다. <퍼시픽 림>은 어느 날부터 '카이주'라는 거대괴수들이 출현하고, 인류는 이 카이주를 상대하기 위해 거대로봇 '예거'를 만든 세계를 그린다. 괴수물과 메카물을 모두 아우르는 이 영화가 '로봇영화' 쪽으로 무게가 실린 이유는 메카물의 로망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탑승해 직접 조종하는 거대로봇이 인류의 희망이 되는 배경,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탑승해 조종해야 한다는 설정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덕심'(?)이 엿보이는 부분. 두 사람이 합심해서 로봇을 조종하는 방식은 인물들이 서로의 과거를 인정하고 나아가는 전개와 개인으로 움직이던 인물들이 팀으로 거듭나 로봇을 조종한다는 감성적 자극, 두 가지를 극대화해 영화를 한층 더 풍부하게 한다.
특히 마니아들이 <퍼시픽 림>을 인정한 부분은 거대로봇 특유의 질량에 의한 묵직한 움직임을 현실적으로 잘 살려냈기 때문.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예거의 펀치 장면. 거대로봇은 펀치를 날릴 만큼 날렵하게 움직일 수 없으니 팔꿈치의 엔진으로 펀치력을 더하는 묘사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2편 <퍼시픽 림: 업라이징>은 1편의 장점이었던 '묵직한 거대로봇'의 묘미를 날리고 날렵한 메카닉으로 묘사해 팬들에게 외면당했다.

사실 로봇은 아닌 변신로봇 1등, 사이버트로니안
트랜스포머

사실 로봇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엄밀히 따졌을 때 메카물인지 다소 아리송하다. 여기 등장하는 변신로봇들은 생명체이기 때문. 사이버트론에서 날아온 이들은 사이버트로니안이라고 불리며 차량이나 기계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유기생명체에 가깝다. 일단 인간이 탑승하거나 장착하는 개념의 메카닉이 아닌 데다 저 멀리 외계에서 유구한 역사를 지닌 생명체이니 이것을 메카물로 볼 수 있는가 싶지만, '거대로봇이 나온다'는 개념에서는 메카물이 맞긴 하다. 특히 실사영화로 국한한다면, <트랜스포머>가 메가물이 아니라면 뭐가 메카물이겠는가 싶을 정도로 거대로봇의 묘미를 제대로 살렸다. 1편에서 달리는 자동차가, 헬기가, 전투기가 휙 하고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영화사 130년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묘사 중 하나다. 뒤로 갈수록 점점 이상하게 변질된 시리즈이긴 하나, 지금도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을 기점으로 리부트하며 다시 한번 심기일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