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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째 도굴 중, ‘라라 크로프트’의 컴백

씨네플레이
〈툼 레이더: 라라 크로프트의 전설〉
〈툼 레이더: 라라 크로프트의 전설〉
〈툼 레이더: 라라 크로프트의 전설〉
〈툼 레이더: 라라 크로프트의 전설〉


<툼 레이더> 시리즈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1996년에 처음 등장한 이 캐릭터, '라라 크로포트'가 무대 위로 돌아온 건 2022년에 출시한 게임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이후 2년 만이다.

솔직히 다시 안 나올 줄 알았다. 장장 30여 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캐릭터 외관이나 설정 등 리부트를 거치며 많은 변혁을 이루어내기는 했으나 마지막 작품도 그렇고 영화(2018)도 그렇고 아주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혹평과 호평의 갑론을박 속에서도 판매고만큼은 괜찮았던 게임이었으므로… 이제 놔줄 때도 됐지 생각했던 차였다.
 

하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엔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걸까, 원작 게임과 마찬가지로 라라 크로포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올해 10월 10일 전 세계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게임 〈툼 레이더〉 클래식 시리즈
게임 〈툼 레이더〉 클래식 시리즈


<툼 레이더> 시리즈는 1996년에 동명의 첫 타이틀을 선보이며 시작됐다. 무려 28년 전인 96년이다 보니 MS-DOS로도 출시되었는데, 해상도가 640X480까지 지원이었으니 얼마나 오래된 게임인지 새삼 와닿는 스펙이다.(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FHD가 1920X1080, 4K가 3840X2160이다)

시작은 아주 독창적이지는 않았다. 1990년대 당시 시대를 휩쓴 인기작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고대 유적을 탐험하는 탐험가'라는 콘셉트를 본떠 만들어진 일종의 아류작이었다. 즉 초기 단계에서는 인디아나 존스의 성별 반전판이었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라라 크로프트는 원래 영국 런던의 부유한 귀족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지만 18세 때 떠난 여행이 운명을 뒤흔들게 된다. 비행기가 사고로 추락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일주일 동안이나 네팔의 설산을 헤매며 사투를 벌인 끝에 무사히 귀환했는데, 평범한 인간이라면 다시는 집 밖에 나가기도 싫을 법도 하건만 라라는 자신의 안에 잠들어 있던 모험가로서의 본능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툼 레이더> 시리즈의 서막이 열린다.

 

앞서 '클래식 시리즈'를 포함, 〈툼 레이더〉전체 시리즈의 라라 크로포트
앞서 '클래식 시리즈'를 포함, 〈툼 레이더〉전체 시리즈의 라라 크로포트


캐릭터 비주얼 때문에 얼핏 라라 크로프트라는 캐릭터가 그저 섹시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다고 오해를 받긴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 보면 게임 내에서는 흔한 섹스어필보다는 주도적으로 자기 목적을 달성하는 모험가로서의 매력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이런 매력과 더불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수준이었던 3D 그래픽, '어드벤처'라는 게임 장르로서 갖추고 있었던 다양한 재미 요소와 체계적인 시스템 등을 무기로 <툼 레이더> 시리즈는 타이틀이 나올 때마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게 된다. 이른바 '3D 액션 퍼즐 어드벤처' 장르를 정립한 대표 시리즈라 할 수 있다.

게임의 인기는 주인공인 라라 크로프트의 인기로 이어졌고, 게임 캐릭터인데도 잡지 모델로 활동하거나 광고 모델로 기용되는 등 당시 업계의 대표적인 인기 캐릭터로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됐다.


 

안젤리나 졸리의 라라 크로프트
안젤리나 졸리의 라라 크로프트


<툼 레이더> 시리즈와 라라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던 이 시기, 마침내 영화화가 결정된다. 당대 비디오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섹시 심볼이었던 라라 크로포트 역할을 과연 누가 맡을 것인가를 두고 여러 잡지에서 특필을 했고, 결과적으로 라라의 자리에 캐스팅된 건 안젤리나 졸리였다(졸리는 이 영화로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다).

2001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게임 원작 영화로는 전 세계 최초로 1억 달러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화려한 외모의 졸리가 고대 유적을 뛰어다니며 액션을 벌이는 영화라는 대강의 요약만 놓고 봐도 확실한 볼거리가 보장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원작 캐릭터의 패션이나 무기 등은 재현했지만 캐릭터성 묘사는 다소 부정적이었다.
원작 캐릭터의 패션이나 무기 등은 재현했지만 캐릭터성 묘사는 다소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게임 원작의 라라와는 꽤 다른 캐릭터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처음 캐스팅 소식이 발표되었을 때 기대에 가득 찼던 많은 게이머들에게 등을 돌린 셈이었다. 영화에서 라라 크로포트는 지적 호기심이 풍부하고 능력도 있는 진지한 고고학자이자 탐험가였는데 갑자기 영화에서는 일단 총알을 갈기고 보는 막무가내 워리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는 캐릭터를 오히려 망가뜨렸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물론 그럼에도 안젤리나 졸리의 힘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고, 2편까지 제작됐지만. 
 


프랜차이즈의 생명을 아예 끊을 뻔한 6편 〈툼 레이더: 디 엔젤 오브 다크니스〉
프랜차이즈의 생명을 아예 끊을 뻔한 6편 〈툼 레이더: 디 엔젤 오브 다크니스〉


이래저래 시리즈는 이어져 왔지만 6번째 타이틀에 와서는 평가가 정말 좋지 않았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툼 레이더>의 개발사는 게임이 성공을 거두자 개발자들을 아낌없이(...) 갈아넣어 매년 새로운 작품을 출시하도록 강요했고, 덕분에 개발자들의 워라밸뿐만 아니라 시리즈의 신작이 갖추어야 할 새로운 재미도 망가져 버렸던 것이다.
 

결국 6편 이후 개발사가 변경되면서 주인공인 라라 크로프트의 외모를 개선하는 한편 시스템 개편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때 바뀐 개발사가 2010년대에 이르며 변화된 유저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리부트를 진행한다. 그렇게 발매한 작품이 2013년 리부트작 <툼 레이더>이다.

주요한 리부트 초점은 라라 크로프트를 재구축하는 것이었다. 이전의 라라에게 어딘가 비현실적인 구석이 있었다면 리부트 이후의 라라는 점차 성장하기에 공감하기 더 쉬운 편이었다. 처음에는 경험이 많지 않아 미숙하거나, 겁에 질린 모습도 자주 보이지만 모험을 계속하며 점점 강해진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리부트한 라라는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리부트 라라 크로프트가 성공하자, 새로운 영화 제작 소식이 들려온다. 2018년에 개봉한 이 영화에서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새로운 라라를 연기했다.
 

2018년 개봉한 영화는 액션영화치고는 상당히 밋밋하다는 평가가 많기는 했지만 흥행에는 성공했고 후속편도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모두가 기억하다시피 2019년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왔고 모든 일정이 멈춘 와중 제작사의 판권이 소멸되어 후속편을 볼 길은 없게 됐다.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고군분투에도 그의 〈툼 레이더〉는 2018년작 하나만 남게 됐다.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고군분투에도 그의 〈툼 레이더〉는 2018년작 하나만 남게 됐다.


 6년 만에 찾아온 이 IP의 신작은 의외로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어른의 사정 해결이 아직인 것도 있을 테고, 제작이 중단된 동안 리부트판의 주연배우였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하차까지 했으니 캐스팅부터 다시 해야 하는 판국이긴 했다. 2021년에 애니화 소식이 처음으로 들리기는 했으나 그 후 구체적인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었던 바, 라라의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지도.
 

〈툼 레이더: 라라 크로프트의 전설〉의 라라 크로포트 설정화
〈툼 레이더: 라라 크로프트의 전설〉의 라라 크로포트 설정화


애니메이션은 게임 원작의 최신작인 2018년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이후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할 예정으로 리부트 이후의 라라 크로프트가 펼치는 새로운 모험을 다룬다. 아직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공개한 설정화와 예고편 영상이 나름 흥미를 돋운다. 애니메이션의 제목은 <툼 레이더: 라라 크로프트의 전설>인데, 또 어떤 전설적인 모험으로 무장하고 있을지 10월을 기다려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