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의 유명 게임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보유하고 있는 유저라면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시리즈, 「용과 같이」가 드라마로 제작된다. 일본의 저명한 게임사인 세가에서 2005년에 첫 작품을 발표한 이래 최근까지도 신작이 계속해서 출시될 만큼 인기를 얻었는데, 누적 판매량이 자그마치 2,000만 장을 넘어설 정도.
사실 이 게임의 실사화는 왠지 놀라운 전개는 아니다. 원래 게임부터가 인물의 연대기를 훑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실제 배우의 연기를 모션 캡처로 담아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인지 2007년에 영화화(<용이 간다>)된 적도 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던 아픈 전적도 있기는 하다….
뭐 어쨌거나, 이 시리즈는 일본의 실제 거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필드를 배경으로 삼아 지역의 야쿠자 조직과 그와 관련된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고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한때 시대를 주름잡았던 누아르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인데, 힘과 권력의 다툼을 기반으로 한 그야말로 '남자의 싸움'이 이 시리즈의 주된 소재다.
말하자면 폭력조직을 주축으로 한 액션 전투가 주요 콘텐츠인데, 일본 현지를 게임 내에 그대로 담아내 현실감이 높고, 실제 배우를 기용해 생동감이 있으며 여기에 누아르물의 감성을 듬뿍 담아 그야말로 '영화 같은'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찌 보면 이미 실사영화 같은 감성이라고 할 수도 있을지도.
아마존 프라임에서 제작하는 <용과 같이> 실사화 드라마는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오는 10월에 공개될 예정인데, 전 6화로 제작되며 시리즈의 주인공인 '키류 카즈마'를 주역으로 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그릴 예정이다.
주역을 맡아 연기할 배우는 타케우치 료마로, <가면라이더 드라이브> 주인공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드라마판과 <철벽선생> 등에 등장하며 일본의 청춘배우로 자리 잡은 배우다. 영화보다는 드라마 위주의 이력을 가지고 있어 국내에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지만, 꾸준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으니 '키류 카즈마' 역도 잘 소화해 주지 않을까.

첫 편부터 등장해 시리즈를 상징하는 인물인 키류 카즈마는 「용과 같이」의 주인공을 넘어 개발사인 세가의 대표적인 캐릭터이기도 한데,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런저런 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주인공의 숙명이다) 작중 동성회의 전설로 남아 있다. 8편까지 나온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의 활동 시점으로부터 거의 20년은 지나 있지만, 여전히 정점에 서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도.
「용과 같이」라는 시리즈의 제목은 키류 카즈마로부터 비롯되기도 했는데, 야쿠자가 흔히 그렇듯이 등짝에 상당한 용 문신을 새겨 두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는 중요한 전투마다 상의를 벗어던지고 이 용을 보여주는 관례가 있기도 해서 이 시리즈를 거론할 때마다 그 연출을 떠올리는 게이머가 꽤 될 듯.

PC의 시대에 사실... 키류 카즈마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인물일 수도 있다. 시리즈 자체가 동성회를 중심으로 한 야쿠자 조직의 이런저런 사건사고를 바탕으로 키류 카즈마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폭력조직인 야쿠자에 대한 이모저모가 드러나지 않을 수 없는 것.
원작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키류 카즈마를 조작하며 진행하는 방식인데, 키류 카즈마가 야쿠자로서의 신념(그게 사회 정의와 늘 일치하진 않을 테니)을 지켜왔으며 동성회 4대 회장을 지냈을 정도다. 이처럼 야쿠자를 주인공으로, 그것도 상당히 이상적인 정의를 추구하는 인물이 주연이기에 야쿠자 미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재미있는 건 키류 카즈마가 본인 입으로 자신은 그냥 '조폭 나부랭이'일 뿐 딱히 정의의 사도 같은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곤 한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조폭 미화 논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조직폭력에 가담한 인물이 행복해질 수는 없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는데 덕분에 키류의 삶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으며 야쿠자들의 이런저런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와중 징역형을 살기도 했으므로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 이 인물이 범죄자일 뿐이라고 분명하게 지적하도록 한다.
이 때문인지 6편에서 키류 카즈마는 모종의 사유로 죽음의 위기 목전까지 갔다가 공식적으로 사망한 사람이 되어 버리고 평생 자신이 지키려 했던 아이들을 만날 수 없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시리즈에 종종 등장하며 생존 신고를 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리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삶.
드라마에서는 최근 8편까지 등장한 키류 카즈마의 일대기를 전부 다루기는 어려울 테고, 6편 분량으로 그의 젊은 시절을 그려낼 것으로 보인다. 작중에서는 전설처럼 여겨지는 '도지마의 용' 키류 키즈마의 시작점을 다루는 데 집중할 느낌인데, 타케우치 료마라는 제법 청춘물에 어울리는 이 배우의 페이스와 캐릭터의 이미지는 사뭇 다른 느낌도 들기에 콘텐츠 속 모습도 기대해 볼 포인트 중 하나다.

<용과 같이> 시리즈는 일본의 유명 지역이 게임 속에 현실감 있게 구현되어 있다는 점 때문인지 열도에서는 대표적인 인기 게임이자, 개발사인 세가(SEGA)의 든든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국내에서도 정식 발매되어 신작까지 큰 인기를 끌었으며,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무대를 하와이로 확장시킨 8편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알고 보면 한국과도 관련이 깊은 게임이라는 사실인데, 전통적인 무대였던 가부키쵸 바로 옆에 코리아타운이 있기 때문인지 한식 레스토랑이 등장하는가 하면(캐릭터가 직접 한식을 먹게 할 수도 있다) 한국인 캐릭터가 심심찮게 등장하며, 시리즈 7편 외전이었던 「용과 같이 7 외전: 이름을 지운 자」에서는 한국 배우 김재욱이 캐스팅되어 악역 연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있고 지명도가 높은 편인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관객에게도 게이머에게도 게임 소재 콘텐츠는 꽤 흥미로운 얘기다. 그것도 유명세 높은 시리즈의 실사화라면 더더욱 그렇다. <폴아웃>의 실사화가 그랬던 것처럼 드라마의 흥미로움이 원작 게임의 흥행 역주행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물론, 이미 인기 있는 시리즈여서 가능한 것이지만…). 즐겁게 플레이했던 게임이 다시금 조명되는 건 기대해 봄직한 일 아닌가.
그래서 OTT 플랫폼에서 게임 원작 콘텐츠들이 호응을 얻고 있는 근래의 분위기를 잘 이어 가서, <용과 같이>가 다음 시즌으로 이어진다면 꽤 흥미로웠던 최근 시리즈(무려 하와이가 배경이다)까지 만나볼 수 있지 않을지 조금은 섣부른 기대감으로 10월을 기다려 본다.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