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장르영화 축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예매 시작일이 벌써 코앞으로 다가왔다(27일 목요일 2시). 보고 싶은 영화를 이미 추려놓고 시간표를 짜 놓은 사람이라면 벌써부터 티켓팅 연습 중이겠지만, 어떤 영화를 볼지 아직 고민 중인 관객들을 위해, 이번 부천에서 기대가 되는 작품들을 꼽아봤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난 작품들에, 필자 개인의 주관성을 더해 10편을 추렸다. 개/폐막작을 제외하고 가장 ‘부천스러운’ 섹션들, ‘부천 초이스’ ‘코리안 판타스틱’ ‘매드 맥스’ 섹션의 장편영화 10편을 소개한다.
섹션명
제목
영제
감독|국가|제작연도|러닝타임|프리미어 구분|상영등급
부천 초이스
뻐꾹!
Cuckoo
틸만 싱어|USA|2024|102min |Asian Premiere |15+

고전 호러 영화를 좋아한다면, <뻐꾹!>을 놓치기 힘들 것. 예고편의 오프닝부터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보는 듯, 익숙하고도 반가운 호러의 공식이 가슴을 뛰게 한다. 한편, <뻐꾹!>(Cuckoo)이라는 제목에서는 <샤이닝>의 잭 니콜슨이 출연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사실 ‘cuckoo’라는 단어는 ‘미친 사람’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짐짓 흥미롭다. <뻐꾹!>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틸만 싱어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새라는 뻐꾸기의 특징에서 착안해 영화를 구성했다고. <뻐꾹!>의 북미 배급사는 작품 보는 안목이 탁월하기로 소문난 네온이며, 북미 개봉일은 8월 2일이다.
부천 초이스
언데드 다루는 법
Handling the Undead
테아 히비스텐달|Norway, Sweden, Greece|2024|98min |Asian Premiere |15+

「렛미인」 작가의 또 다른 소설이 다시 한번 영화화됐다. 욘 A. 린드크비스트의 「언데드 다루는 법」이 독특한 노르딕 필름으로 재탄생했다. 영화 <언데드 다루는 법>은 노르웨이 감독 테아 비스텐달의 장편 데뷔작으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1)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레나테 라인스베와, 같은 영화에 출연했던 안데르스 다니엘슨 리가 다시 만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언데드 다루는 법>은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되었는데, ‘이전에 본 적 없던 좀비 영화’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언데드 다루는 법>은 좀비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섬세한 연출로 전하며, 신체와 영혼, 상실과 극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언데드 다루는 법>은 판씨네마가 수입해 내년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음악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니, 사운드에 귀 기울여 들어보자.
코리안 판타스틱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Pig That Survived Foot-and-Mouth Disease
허범욱|Korea|2024|105min |Asian Premiere |15+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애니메이션은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라고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는 매년 ‘미드나잇 스페셜’ 섹션을 통해 자유분방하고 충격적인 애니메이션을 초청한다. 올해 ‘미드나잇 스페셜’ 섹션에서는 김동철 감독의 <퇴마록>을 포함해 총 5편이 상영되었는데,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는 그중 하나다.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돼지와, 차라리 짐승이 되고 싶은 인간의 이야기다.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허범욱 감독은 데뷔작 <창백한 얼굴들>(2014)로 홀란드애니메이션필름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일찌감치 재능을 보인 인물이다.
코리안 판타스틱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You Will Die in 6 Hours
이윤석|Korea|2024|91min |World Premiere |12+

NCT 재현, 박주현, 곽시양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총출동한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일본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단편집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초능력과 추리를 결합한 미스터리 소설로, 2008년 일본에서 한차례 드라마로 제작된 바 있다.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죽음을 보는 한 남자와 본인의 죽음을 막으려는 한 여자, 그리고 사건을 쫓는 한 형사가 고군분투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를 제작한 미스터리픽처스는 장르 영화 전문 제작사로, 작년 <언더 유어 베드>로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스릴러를 선보였다. 한편, 미스터리픽쳐스는 올해 부천 상영작 <신사: 악귀의 속삭임> 역시 제작했다.
코리안 판타스틱
에스퍼의 빛
Esper's Light
정재훈|Korea|2024|147min |World Premiere |12+

‘모험적 괴작’. 정재훈 감독의 작품들을 설명하는 말이다. <호수길>(2011) <환호성>(2011) <도돌이 언덕에 난기류>(2017) <Trans-Continental-Railway>(2021) 등, 정재훈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뮤직비디오의 경계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의 또 다른 실험, <에스퍼의 빛>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인 한국의 10대들이 직접 만들어 낸 세 가지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펼치는 모험을 담아낸 작품이다. <에스퍼의 빛>은 그야말로 올해 부천영화제가 야심 차게, 자신 있게 선정한 상영작이기도 하다. 부천영화제는 매년 영화를 한 편씩 선정해 칸영화제 필름마켓 출품을 지원하는데, 올해 출품작으로는 정재훈 감독의 <에스퍼의 빛>이 선정되어 칸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매드 맥스
다아아아알리!
Daaaaaali!
캉뗑 두피우|France|2023|78min |Korean Premiere |15+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 <더 세컨드 액트>의 감독, 캉뗑 두피우(쿠엔틴 두피유)는 소위 ‘두피우 월드’라고 불리는, 독보적이고도 괴짜 같은 영화 세계로 나름의 팬덤을 보유한 인물이다. ‘미스터 와조’(Mr. Oizo)라는 예명으로 DJ를 겸하는 영화감독이니 그 인물 자체가 독특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의 작품에 진하게 풍기는 B급 정서 덕분에, 두피우는 유난히 부천이 좋아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다아아아알리!>에 앞서 캉뗑 두피우의 <이건 아니지>(2012) <배드 캅>(2012) <흡연하면 기침한다>(2023) 등이 부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다아아아알리!> 역시 두피우스러움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영화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한 젊은 기자가 괴짜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인터뷰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예고편만 봐도,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감히 예상하지 못하겠으니 직접 가서 확인하는 수밖에.
매드 맥스
나츠메 아라타의 결혼
A Conviction of Marriage
츠츠미 유키히코|Japan|2024|119min |World Premiere |12+

한 남성이 살인마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이 충격적인 시놉시스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데, 인기 배우와 인기 감독의 작품이라 예매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 <나츠메 아라타의 결혼>은 일본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연출은 일본 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등을 연출한 츠츠미 유키히코가 맡았으며, 영화 <아무도 모른다>(2004)로 데뷔해 아역부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야기라 유야가 출연한다.
매드 맥스
가라오케 가자!
Let's Go Karaoke!
야마시타 노부히로|Japan|2023|108min |Korean Premiere |12+

또 하나의 일본 만화 원작 영화, 그리고 또 예매 전쟁이 예상되는 영화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데에 반해, 영화 <가라오케 가자!>는 올해 초 일본에서 개봉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언내추럴> 등의 각본을 집필한 노기 아키코가 원작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실사 영화에 걸맞은 섬세한 각색을 이끌어냈다는 평. 일본의 인기 배우 아야노 고가 주연을 맡았다.
매드 맥스
해피 땡스기빙
Thanksgiving
일라이 로스|USA, Canada, Australia|2023|107min |Korean Premiere |19+

‘부천다운’ 시원한 슬래셔 영화가 보고 싶다면, <해피 땡스기빙> 예매에 참전하자. <해피 땡스기빙>은 작년 북미 추수감사절에 맞춰 개봉했는데, 로튼토마토의 토마토미터는 84%, 팝콘지수는 80%이니 평단에게도, 관객에게도 기대를 꽤나 충족시킬 만한 영화임은 틀림없다.
<해피 땡스기빙>은 배우이자 감독인 일라이 로스가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유대인 ‘도니 도노위츠’로 출연한 그의 등장 씬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일라이 로스는 배우 이미지가 더 큰 인물일 터이나 그는 사실 굉장한 공포영화 마니아로,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를 설립했다. 2018년에는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라는 판타지(?)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으나 그는 주로 <캐빈 피버>(2002)와 <호스텔>(2005) 등의 호러 영화를 만들어 왔다.
매드 맥스
스퍼마게돈
Spermageddon
라스무스 A. 실베르센, 토미 위르콜라|Norway|2024|79min |Asian Premiere |15+

어른들을 위한 <인사이드 아웃>으로 불리는 애니메이션이다. <스퍼마게돈>은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와 함께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미드나잇 스페셜’ 섹션에서 상영되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버라이어티지는 “그간 본 것 중 가장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평하기도 했다. 귀여운 이미지와 그렇지 못한 내용(?)을 담은 <스퍼마게돈>은 첫 섹스를 하려는 어린 커플의 이야기, 그리고 3억 분의 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수정을 이뤄야 하는 정자들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스퍼마게돈>은 비단 어른들만이 감상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관람등급은 15세이니, 청소년도, 어른도, 즐겁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다. 그저 신나는 정자의 여행에 몸을 맡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