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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BIFAN 1호] [인터뷰] 정지영, 신철 위원장. “BIFAN의 뉴웨이브를 목격하라!”

정지영 조직위원장과 신철 집행위원장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함께 손발을 맞춰 온 지 어느덧 7년이다

주성철편집장
신철 집행위원장, 정지영 조직위원장(왼쪽부터) (사진: 양시모)
신철 집행위원장, 정지영 조직위원장(왼쪽부터) (사진: 양시모)

 

아름다운 동행. 정지영 조직위원장과 신철 집행위원장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에서 함께 손발을 맞춰 온 지 어느덧 7년이다.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부천시장이 아닌 영화인 출신의 조직위원장으로 2016년부터 BIFAN에 몸담아왔고, 신철 집행위원장은 2018년에 선임되어 BIFAN의 혁신을 이끌어왔다. 코로나 팬데믹을 전후해 국내 여러 국제영화제들이 이런저런 내홍을 겪을 때도 BIFAN만큼은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두 위원장의 남다른 ‘케미’가 그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 없다. ‘BIFAN 뉴웨이브’를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오래도록 호흡을 맞춰오신 두 위원장님께서 올해 영화제를 맞는 소회가 궁금합니다.

정지영

중간에 한 번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한 적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이 자리를 지켰고 그사이 코로나 팬데믹까지 경유했기에 만감이 교차한다. 개인적으로 신철 집행위원장이 정말 잘해주고 있고, 나는 조직위원장으로 뒷받침만 잘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웃음) 게다가 국내 다른 영화제들도 영화 제작자 출신의 집행위원장이 많이 있어 왔지만, 신철 위원장은 자신이 제작한 많은 영화들이 실제로 ‘판타스틱’ 영화들이었다. 이만한 적임자가 없다. 특히 올해는 미래의 BIFAN을 꿈꾸며 그의 주도 아래 AI를 새로운 축으로 삼았다. 여러모로 영화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신철

맨 처음 영화제를 시작할 때부터 했던 생각이 있다. ‘영화제도 배달이 되나요?’ 였다. 샐러드 한 접시도 배송이 가능한 시대에 영화제만큼 고객에게 불편한 서비스가 없다. 어느덧 생활의 일부가 된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에 과연 영화제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 두 사람과 프로그래머들을 포함한 모든 스탭들의 숙제다. 그걸 찾아가는 과정에 있고, 올해 BIFAN이 그에 걸맞게 여러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려고 한다.

정지영 조직위원장 (사진: 양시모)
정지영 조직위원장 (사진: 양시모)

 

신철 위원장님은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 마켓에서 열린 ‘페스티벌 허브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영화제의 시대: 하이브리드를 넘어 확장’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기도 하셨습니다. 좀전에 말씀하신 내용을 포함해, 올해 영화제에서 본격적으로 그 구상이 구체화되는 느낌입니다.

신철

언제나 영화제의 개념을 바꾸고 싶었다. 그때 칸에서 만난 세계 영화인들에게 ‘<해리포터>는 영화인데 왜 <오징어게임>은 영화가 아닐까’ 물은 적 있다. 궤변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TV 방송과 극장상영이 갈라져 성장해온 기나긴 역사가 이제는 합쳐질 때가 아닌가 싶다. 과거 TV 드라마는 녹화와 저장의 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무조건 라이브였으니까 ‘쇼’였다. 심지어 저장과 스트리밍 공개가 가능한 지금 시점에는 합쳐진 개념으로 바라볼 때가 아닌가 싶은 거다. 우리 BIFAN도 ‘시리즈 영화상’이 올해로 3회째다. 이제는 러닝타임으로 컨텐츠를 분류하던 시대를 지나, 가능하면 아무런 경계 없이 ‘영화’로 다 끌어모으고 싶다.

올해 영화제를 새롭게 리브랜딩하며 ‘BIFAN+ AI’라는 테마 아래 국내 국제영화제 최초로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신설했습니다. ‘BIFAN의 미래’를 내다보며 큰 걸음을 내디딘 느낌입니다.

신철

극장이라는 플랫폼의 몰락을 어떻게 바라보고 극복해야 할지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또 하나는 제작 자본의 문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투자를 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적은 자본으로도 시작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영화의 스케일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AI 영화’에서는 기회가 되겠다 싶었다. 나도 테스트를 해보고 따로 꽤 많이 공부했다. 과거 홈비디오 시대가 열리면 그런 ‘1인 영화’의 시대가 오리라 여겼지만, 카메라 장비만 싸고 경량화되었을 뿐 세트나 미장센을 이루는 것들은 다 자본으로 채워야 했다. 그런데 AI 영화는 그보다 훨씬 더 열려있고 가능성이 높다. 실사와 AI 영상 제작이 잘 섞여서 가면 진정한 영화제작의 민주화가 오리라고 본다.

 

신철 집행위원장 (사진: 양시모)
신철 집행위원장 (사진: 양시모)

 

그런 AI 영화에 대한 심포지움이나 워크숍을 넘어 ‘부천 초이스: AI 영화’라는 시상 부문을 만든 것은 그야말로 획기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신철

시상 부문까지 만드는 건 무리인 것 같다, 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타이밍이 가장 좋다, 무조건 해야 한다고 계속 스탭들을 설득했다. 물론 아직 좀 모자란 것도 사실이지만,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런웨이(Runway)가 최신 AI 모델인 ‘젠-3알파’(Gen-3 Alpha)까지 발표하면서 다른 시대가 열린 것 같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차원의 AI 필름메이킹이 시작된 것이다. BIFAN도 2년 후면 30주년이 되는데, 바로 올해가 중대한 변혁이 시작된 해로 기억되면 좋겠다. 컨퍼런스를 유료로 진행한 게 처음인데, 올해 AI 컨퍼런스는 이미 완전 매진이다. 그 정도로 정말 관심이 높다. BIFAN은 미래 엔테테인먼트 테크놀로지의 허브가 되는 것이 목표다. 올해 그 기초를 다질 수 있다면 정말 기쁘겠다.

아직 영화제 개막 전이지만,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오늘 7월 2일이 바로 ‘BIFAN+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앞서 개회식에서 “나는 여기서 축사를 해야할 게 아니고, 여러분과 함께 앉아서 배우고 싶다”는 정지영 위원장님의 얘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지영

오늘 개회식 이후 AI 영화 강의가 2개나 있어서, 사실 이 인터뷰 끝나자마자 바로 강의 들으러 가야 한다.(웃음) 내 필모그래피는 리얼리즘 영화로 채워져 왔다고 할 수 있기에, 얼핏 AI 영화라는 것과 쉽게 연결 짓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지금의 나는 어디에 살고 있나’ 라는 걸 끊임없이 질문하는 영화를 만들어 왔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호기심이 언제나 있으니까 안 만나본 세계를 만나본다는 것이 즐겁다. 원하는 만큼 수정이 가능하고 즉각적으로 대안 제시가 가능한 이 세계가 미래의 영화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궁금하다. 다른 계열의 영화를 해왔다고 할 수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분명한 도움이 될 거다. 올해 영화제를 찾는 관객도 나와 같은 그런 호기심을 채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