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화의 거장 정지영 감독이 제주4·3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내 이름은>을 신작으로 선보인다. 거장들이 선택하는 배우 염혜란이 주연을 맡았다. 4·3영화 <내 이름은>은 ‘정순’과 ‘영옥’이라는 이름을 고리로, 1948년 제주4·3으로 인한 상처가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의 격랑과 진통을 거쳐 1998년에 이르러 그 모습을 드러내고, 2024년 오늘 어떤 의미로 미래 세대와 연결되는가를 찾아가는 작품이다.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공동으로 주최한 4·3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이다.
제주4·3 잃어버린 이름,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다. 고2 영옥은 놀림 받는 이름을 민종으로 바꾸고 싶다. 영옥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엄마 정순의 나이가 60이 다 되어 가는 것도 싫고, 가끔 정신을 잃는 것도 창피하다. 정순은 8살 이전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바람이 불고 햇빛 찬란한 날이면 해리 증상이 일어나 발작을 일으킨다.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영옥은 막 전학을 온 쌈짱 경태의 입김으로 반장이 되지만, 단짝이었던 민수랑은 멀어지고 경태가 조장하는 세력 다툼과 학교의 집단적 폭력에 휘말린다. 한편, 치료를 결심한 정순은 끔찍한 기억을 스스로 억압한 거라는 의사의 말에 도리어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지만, 기억 속에 잃어버린 그날을 서서히 불러오게 된다.

<부러진 화살>과 <블랙머니>, <소년들>로 우리 사회 기득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며 관객과 함께 호흡해온 정지영 감독이 연출을 맡아 기억에 갇혀 버린 ‘4·3의 이름 찾기’에 나선다. 영화 <시민덕희>와 드라마 <더 글로리>, <마스크 걸> 등 깊이 있는 연기로 여성 캐릭터의 폭을 넓혀온 염혜란 배우가 제주4·3의 아픔을 간직한 정순 역을 맡았다. 정지영 감독은 염혜란 배우에 대해 “어떤 것을 맡겨도 할 수 있는 탁월한 연기자”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내 이름은>은 제주와 전국의 오피니언 리더 32인과 659명의 시민 발기인을 필두로 한 ‘<내 이름은> 제작추진위원회’와 함께 12월초 클라우드 펀딩 후원을 시작으로, 제주에서 제작발표회를 진행해 많은 분들이 제주4·3의 의미와 이름 찾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삼일 독립운동, 팔일오 해방, 사일구 의거, 오일육 군사 쿠데타, 오일팔 광주 민주항쟁 등 우리 질곡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모든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반영된 이름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제주4·3은 그 아픈 통한의 역사를 그냥 ‘사건’이라 부른다. 영화 <내 이름은>은 <내 이름은> 제작추진위원회와 함께 바로 그 ‘이름 찾기’를 화두로 삼고자 한다. 영화 <내 이름은>은 폭력과 권력의 관계를 더듬어 가면서, 가해자 대 피해자라는 대립적 문제를 넘어, 폭력이 남긴 트라우마의 극복과 화해는 어떻게 모색되어야 하는가를 묻는다. 주인공들이 어떻게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고, 어떻게 자신들이 겪은 절망에서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가는가를 좇아 4·3의 이름을 찾는 새로운 길 하나를 낼 수 있기를 희망하고자 한다. 2025년 초 크랭크인을 목표로 제작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