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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BIFAN 3호] [인터뷰] 〈신사: 악귀의 속삭임〉배우 김재중, “K-무당의 액션 기대하시라! 시리즈로 고?”

김재중이 대학생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는 박수무당 역을 맡은 오컬트 영화다

씨네플레이
김재중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김재중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배우 김재중의 도전은 늘 단단하고 믿음직 했다. 벌써 20여 년! 그렇다. 가수 데뷔 21년, 연기자로도 20년의 활동이다. 그간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실력의 가수로, 또 꾸준한 연기 활동으로 보여준 결과치로 그는 한번 도 정상의 자리를 내어 주지 않았다. 그런 김재중에게 이번 도전은 잠깐! 배팅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신선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도전의 장. 바로 그 김재중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찐 오컬트 장르영화’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일본 감독 쿠마키리 카즈요시 감독이 연출한 한국영화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일본의 폐신사로 답사를 갔던 대학생의 실종 사건에 투입된 박수무당 명진(김재중)이 대학 친구 유미(공성하)와 함께 악귀의 정체를 파헤치는 오컬트 호러 장르물이다.

맞다. 우리가 아는 그 박수무당. 그런데 미대 출신의 젠틀하고 세련된 청년 박수무당 이라니, 이번엔 우리가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박수무당이다. 명진은 신을 보는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거부하고 평범하게 살다가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라 간다. 다크 히어로로서의 내적 갈등, 멜로적인 감정선, 그리고 악귀와 대결하는 일대 일 액션까지, 이 영화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김재중 장르의 거의 모든 것’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내심 ‘시리즈물’의 욕심까지 내 비칠 정도로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가 보여주는 것은 다종다양하다. 김재중을 만나 첫 공개를 앞둔 기대에 더해,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들어 보았다.

 

〈신사: 악귀의 속삭임〉
〈신사: 악귀의 속삭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매드 맥스’ 섹션에 초청되셨는데요. 장르영화 팬들과 만나는 소감 부탁드립니다.

늘 매체에서 이름으로만 들어왔던 영화제에 제가 왔네요. (웃음) 이렇게 배우로 초대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나 제가 처음으로 도전한 장르물로 팬분들과 또 많은 영화팬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라 더 기대가 크네요.

오컬트 장르무비를 기대하는 팬들에게는 특히나 반가운 작품인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기존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멜로 캐릭터의 모습을 벗고 새로운 시도라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 호러 장르에 대한 호불호도 궁금합니다. (웃음)

제가 워낙 혼자 산 지 오래되서, 호러물을 잘 보지는 않아요. 혼자 보면 무섭더라고요. (웃음) <숨바꼭질>같은 스릴러 같은 작품만 봐도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정말 무서워 해요. 진짜, 저는 그런 상황도 꿈에 나올 정도로 무섭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막상 촬영을 해보니 현장에선 다행히 무섭고 공포스러운 건 없었어요. 그런데 완성본 나오기 전에 후반작업 하러 가서 편집본을 보는데도 사실 굉장히 무서웠어요. (웃음) 제 영화지만, 저는 혼자 보지는 않을거예요.

특히 어느 분과 같이 보셔야 안심이 되실 것 같으세요. (웃음)

물론 같이 작업한 배우분들, 스탭분들과 같이 볼 거 같아요. 많은 팬분들, 관객분들이 같이 봐주시면 공포가 반감될 것 같아요.

일본 감독과 한국 제작사가 만나 만들어 진 작품인데요.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처음 제안 받고 어떤 느낌이는 지도 궁금해요.

한일합작 제작이나 마찬가지로 한국과 일본의 영화인들이 모이는 작품이었고요. 이걸 한달 여 만에 촬영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라 겁을 먹긴 했어요. 그런 기술적인 부분 말고 의외로 두려움은 없었어요. 어렵다는 생각 보다는 제가 배우로서 장르물에 도전하는 것이 엄청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감독님이 가진 연출력, 감수성. 그리고 영화 제작에 있어 틀을 갖춘 한국 제작사가 만난다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 그런 환경에서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사실 재중 씨에게 연기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일본 작업이 가지는 지분이 상당히 큰데요. 후지 TV 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2010)를 시작으로 일본 프로덕션의 경험치가 많습니다. 영화의 배경, 주요 촬영지가 일본의 고베시 인데요. 일본 감독님과 또 한국배우들과 같이 작업하시면서 양쪽 환경을 모두 경험한 배우님의 역할이 컸겠다 짐작되는데요.

저를 제외한 모든 분들이 일본어가 안됐어요. 통역이 있긴 하지만, 감독님의 정확한 디렉션이나 연기에 대한 코멘트를 전달할 때 말로는 서명이 되지만 감정적으로 설명 안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그럴 때 브릿지 역할을 했죠. 특히 배우들에게 1인 1통역이 없다보니, 제가 때로는 통역으로 역할 하기도 했어요. 감독님의 지시 아래 배우분들 각자의 캐릭터 분석 차이가 날 수 있는데, 그런 미묘한 지점에서 제가 역할 했다고나 할까요.

〈신사: 악귀의 속삭임〉
〈신사: 악귀의 속삭임〉

 

박수무당 명진에 도전하셨는데요. ‘미대 출신의 젠틀하고 세련된 K-무당’ 명진은 기존의 무당 이미지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을 대변 하는 캐릭터인데요. 흥미로운 지점이 많이 읽히는 캐릭터예요.

무당이라고 하니 관객분들에게 떠오르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있을 텐데요. 명진은 현재는 전혀 그런 활동을 하지 않는 평범한 미대 출신 청년이예요. 사실 할머니에게 받은 능력, 슈퍼 파워를 가진 인물이라 그 능력을 활용하면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는데, 자기가 가진 능력이 어디에 쓸모 있는 지도 잘 모르는 거죠. 그 능력을 동원해서 굳이 잘 살고 싶은 욕망이 없는 친구예요. 그래서 허름한 집에서 평범하게 살다가, 사건을 맞닥뜨리게 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변화해 나가는 인물이예요. 명진은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가지고 있는 친구라 막상 사건을 만나면서 본능적으로 바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기존 무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비주얼적인 설정과 변화도 그래서 필요한 캐릭터였어요.

정말 한국에서 흔히 봤던 무당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요. 방울이나 이런 것들도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새롭게 보이실 것 같아요. 특히 굿을 할때 형식이나 기도문 같은 주문도 달라서 흥미를 주는 지점이고요.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면서 참고한 작품이나 인물이 있었나요.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때 감독님과 어떤 지점에 중점을 두셨나요.

명진이 만나는 사건이 중요한데요. 과거 좋아했던 사람의 남자친구가 죽임을 당하면서, 이상하게 오해로 얽힌 이야기들이 영화에 담겨 있어요. 한때 사랑했던 사람의 아픔을 지켜보는데서 오는 고통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아주 오랜 만에 만난 옛 연인을 보며 느끼는 뻘쭘함 같은 감정도 숨길 수가 없는 거죠. 굳이 말하자면 츤데레 같은 인물이랄까요. (웃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뿐만 아니라, 멜로적인 감정선도 챙겨 가면서 한편으로는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액션도 예상되는데요.

제가 후반부에 악귀와 일대 일로 싸우는 장면이 있어요. 명진이 후반부 가서 감정 표출도 과감하고 볼륨도 올라가요.관객 분들이, ‘아니 한국 무당이 저런 액션을 한다고?’하고 분명 놀라실 것 같아요. (웃음) 액션 뿐만 아니라 감정의 폭도 넓은데요. 그 한씬에서만 감정이 족히 네 다섯번은 오락가락해서 명진의 심리를 호기심 있게 지켜보게 만드는 장면이기도 해요. 이 장면 찍을 때 원테이크로 촬영을 해서 순간 집중, 에너지가 정말 많이 필요했어요. 두 번만에 오케이 컷이 나왔는데 어려웠던 만큼 후반부의 폭발력을 기대해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웃음) 관객들께서도 꼭 지켜봐 주시면 좋을 장면이예요.

김재중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김재중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후반부의 액션 장면 촬영의 어려움 뿐 아니라 폐가가 주무대라 촬영 현장도 녹록치 않았을 것 같아요.

현장이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영화 속 배경에 제가 진짜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축축한 느낌들이 현장에서도 느껴졌는데요. 촬영장에서 나오면서 몸이 많이 힘들어서 촬영 중에 감기도 하고 몸살도 오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이런 기운들이 오히려 영화의 상황들을 더 리얼하게 만들어 주겠죠. (웃음) 그 으스스한 분위기가 관객분들에게 전달될 거라고 생각해요.

마이너 하게 인식되던 오컬트 장르가 최근에는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호러 영화 트렌드에서도 오히려 관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데요. 이번 작품도 그런 흐름을 이어줄 작품으로 기대가 클 것 같은데요.

엄청난 기대감을 부풀려서 말씀 드리기는 그렇지만, (웃음) 오컬트 호러 장르를 일본 감독님의 감성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믿고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공포영화 보면서 고구마 삼킨 것 같은 답답한 느낌이 줄었다는 건 보증합니다. (웃음) 장소 하나를 보여주고, 인서트 컷 하나가 들어가도 의미가 부합되고, 영화의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보여주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영화예요. 아, 영화 보시면 분명 명진의 과거가 궁금하실 텐데요. 제가 영화 찍으면서 생각한 건, 이 작품은 꼭 시리즈로 나오면 좋겠다 했어요. 시리즈로 발전 시켜서 더 많은 이야기를 전개 할 수 있는 영화일 것 같아요.

또 최근 가수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 ‘플라워 가든’ 발매로 굳건히 가수의 자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배우 경력도 이제 상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가 20주년 재개봉을 하기도 했는데요. 작품 속에 유해발굴단으로 나와 ‘김재중 찾기’로 이후 화제가 됐던 기억도 잠깐 끄집어 내 봅니다. 연기자로도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곧 MBN 드라마 <나쁜 기억 지우개>도 공개 예정인데요. 아티스트 김재중에게 무대 활동과 연기자의 모습 모두가 이제는 여러 개의 트랙으로 함께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모습을 스스로 평가해 주신다면요.

한쪽으로 치우치는 활동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면 가수 활동으로는 벌써 21년 정도가 됐는데, 가끔 저한테 ‘이제 다른 분야에 집중해보면 어떨까’ 하는 추천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새로운 모습을 응원해 주시는 마음에서 해주시는 조언이신데, 막상 저는 그것과는 다른 길을 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보통 가수의 생명은 짧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저는 오히려 가수로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자는 생각을 합니다. 후배들이 제 모습을 보면서, 먼저 활동하는 선배가 무대에 꾸준히 서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가질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고 싶어요. 그 가운데 연기 활동도 물론 열심히 하고 싶은데요. 제가 일을 하면서 느낀 건 시간이 흐를 수록 연기와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리스크가 줄고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자체가 워낙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 하고 싶은게 정말 너무 많아요. 앞으로도 다채로운 것을 접하고 또 하고 싶어요.

씨네플레이 이화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