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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BIFAN 4호] [인터뷰]〈인데라〉우밍진 감독, “말레이시아판〈판의 미로〉를 만들고 싶었다. ”

말레이시아의 비극적 역사와 만난 아빠와 딸의 심리 호러 영화다

주성철편집장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감독 우밍진이 신작 호러 영화 <인데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를 찾았다. 음산하고 불길한 기운이 전편을 휘감고 있는 <인데라>의 주인공은 아버지와 딸이다. 오래전 깊은 산속에서 만삭의 아내와 남편 조가 자동차 사고를 겪게 되고 그로부터 9년이 지난 1985년, 조는 아내가 남긴 딸 소피아를 홀로 키우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일자리를 소개받은 조는 산속 깊은 곳에 사는 한 자바 여인의 집에 소피아와 함께 입주하게 되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말레이시아 감독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 모두 초청받은 바 있는 우밍진은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월요일 아침의 천국>(2005), <물을 찾는 불 위의 여자>(2009), <타이거 팩토리>(2010), <도둑들의 두 번째 삶>(2014), <돌거북이>(2022) 등으로 익히 알려진 얼굴이다. 언제나 설화와 실화 사이에서 이야기를 건져 올렸던 우밍진은, 1980년대 실제로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양민학살사건으로부터 이 작품을 구상했다. 역사적 비극을 호러영화의 문법으로 풀어낸 그로부터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우밍진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우밍진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돌거북이>는 복수극이자 타임루프 장르의 ‘판타스틱’ 영화였다. 그래서 BIFAN에서 만난 느낌이 묘하다.

<인데라>는 민속 신화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데, 원래 신화와 미신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이번 영화는 확실하게 ‘호러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때때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표출되기는 하지만, 인간성의 어두운 면과 영적인 세계를 묘사하고 싶었다.

동남아시아 호러영화라고 하면 논지 니미부트르의 <낭낙>(1999)이나 반종 피산다나쿤의 <셔터>(2004) 등이 떠오를 정도로 ‘타이 호러영화’가 한때 큰 인기를 끌었다.

개인적으로 반종 감독을 정말 좋아한다. 배경이나 정서적으로 분명 타이 호러와의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데라>를 만들며 레퍼런스로 삼은 영화는, 아이가 중요한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스페인 내전 당시의 고아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악마의 등뼈>(2001)다. 세상의 비극에 대해 어른은 무서워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그저 즐거울 수도 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그린다는 점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도 떠올렸다. 그처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즉각적인 방식보다는 서서히 감정을 옥죄어 오는 심리 호러라 할 수 있다.

〈인데라〉
〈인데라〉

 

실화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과거 대리모를 이용해 아이를 사고파는 실제 뉴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당신의 과거 영화 <타이거 팩토리>도 떠올랐다.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실화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같지만, <타이거 팩토리>가 보다 현실에 가까운 사회 드라마라면 <인데라>는 철저히 장르영화적으로 접근했다. 1980년대에 벌어진 양민학살사건이 벌어졌을 때, 어려서 잘 몰랐지만 말레이시아 북쪽의 한 마을 사람들과 경찰이 치열하게 싸웠다는 것 정도만 알았다. 그러다 나중에 정부와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깨져버린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사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 보다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통해 은유적으로 그렸다. 때로는 그런 방식이 더 큰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

〈인데라〉
〈인데라〉

 

야외 촬영이 대부분인데, 얼마나 힘들게 작업했을까 싶다.

알아줘서 고맙다. (웃음) 매 장면 도전의 순간이었다. 대부분 외딴 정글의 집에서 촬영했고 그곳까지 장비를 가져가는 것부터 힘들었다. 사람을 무는 벌레도 많았고, 심지에 우기에 촬영해서 더 힘들었다. 번개가 쳐서 나무에 불이 붙는 일도 있었다. 정말 고된 촬영이었다.

오래된 우물이 있는 집 등 프로덕션 디자인의 공간감이 탁월했다. 이미 공간적 배경에서부터 심리적인 공포가 즉각적으로 느껴진다.

영화에서 자바섬의 후손인 여성이 살고 있는 집이라는 걸 철저히 감안했다. 그 우물은 사실 자바섬 사람들에게 변소다. 그렇게 우물처럼 만들어서 썼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풍습이 사라지긴 했다. 하지만 그 구조와 공간을 가져와 활용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는 괴기스럽지만 재밌는 공간이기도 하다. 앞서 얘기한 <악마의 등뼈>처럼 어른이 무서움에 떨고 있을 때 아이들은 해맑을 수 있다.

 

우밍진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우밍진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말레이시아 대표 감독’이라는 얘기를 20년째 들어오고 있다. (웃음) 지금의 소회는 어떤가.

당연히 감사하다. 그 표현 자체에 감사하다기보다 후자의 그 ‘20년’이라는 시간에 감사하다. 20년 동안 영화감독으로서 일을 쉬지 않았다는 얘기 아닌가. (웃음) 그리고 매 작품 만들 때마다 한국의 지원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물을 찾는 불 위의 여자>는 한국에서 3개월 가까이 살면서 후반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제에서 만나는 한국 영화팬들은 언제나 활력 넘치고 열정적이다. 올해 BIFAN에서도 좋은 기운을 받아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