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클럽>(2007)으로 함께 작업한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과 야기라 유야 배우는 <나츠메 아라타의 결혼>으로 17년 만에 다시 만난다. 야기라 유야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미스터리를 파헤치면서 동시에 로맨스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일었지만,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과의 재회를 기다리며 두근거린 마음이 더 앞섰다고 한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연쇄 살인 사건의 용의자와 결혼하는 아동 복지 공무원 나츠메 아라타 역을 맡았다. <나츠메 아라타의 결혼>은 미스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장르적 색채가 강한 영화다. 노기자카 타로의 원작 만화를 크게 변주하지 않는 선에서 호러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을 차용한다. 동시에 날카로운 눈으로 사회 문제를 직시해 왔던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의 묵직한 시선도 여전히 담겨 있다.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과 야기라 유야 배우를 만나 이번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나츠메 아라타의 결혼>은 미스터리 스릴러와 로맨스 장르를 결합한 영화입니다. 감독님께는 전혀 다른 두 장르를 결합한 영화를 연출하실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을, 야기라 유야 배우께는 이 작품에 임할 때 연기 포인트로 삼으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츠츠미 유키히코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일단 이 원작 만화를 좋아하는 팬의 기대에 호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작이 완결되지 않고 연재 중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를 생각해야 했다. 미스터리나 서스펜스 이런 장르에 맞는 독자적인 연출을 더했기 때문에 작품 하나로 만화와 영화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감옥에 갇혀 있는 인물 시나가와 신주는 어둠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 인물과 정도에는 약간 벗어났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정직하게 살아가는 청년의 러브 스토리가 있다. 이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질리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야기라 유야 16살 때 처음으로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님과 같이 작업했다. 그래서 지금 17년 만에 다시 만나서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이 부분이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두근거림이었다. 이 작품이 서스펜스와 로맨스라는 잘 조합되지 않을 것 같은 장르의 결합이었지만, 충분히 감독님이 좋은 작품을 만들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님께 묻고 싶은데요. 오프닝에서 X자 형상을 담은 숏들의 몽타주가 보입니다. 극 중에서도 한차례 반복되는 이 몽타주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츠츠미 유키히코 오프닝에 등장하는 몽타주에서는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정보들이 한꺼번에 흘러간다. 그 몽타주가 극 중후반에 다시 반복될 때는 여러 정보들이 취합돼서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영화적인 장치로 보면 된다. X자 형상인 이유는 주인공이 갇혀 있는 도쿄 구치소가 공중에서 보면 십자 모양으로 되어 있다.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나가와 신주(쿠로시마 유이나)에 비해 나츠메 아라타의 어린 시절에 관한 전사는 잘 드러나지 않는데요. 감독님께서 나츠메 아라타의 캐릭터를 구성하실 때, 노기자카 타로의 원작 만화에서 살린 부분과 생략한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 야기라 유야 배우는 인물 나츠메 아라타를 어떤 사람이라고 이해했는지 궁금합니다.
츠츠미 유키히코 나츠메 아라타의 전사는 대담하게 많이 생략했다. 원작에서는 인물에 대한 정보량이 많았으나 이 영화에서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은 나츠메라는 캐릭터가 시나가와 신주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행동으로도 드러나는 그런 흐름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츠메 아라타의 출생이나 그가 살아온 역사는 부각해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대받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 복지 공무원이 된 것에 관한 설명은 영화에 담겨 있다. 이것은 나츠메라는 인물이 뜻밖의 행동을 하게 되는 중요한 동기이자 출발점이기도 하다.
야기라 유야 언뜻 보면 불량해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이 많은 깊은 캐릭터다. 시나가와 신주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가 영화의 시작점처럼 보이는데, 인물의 그 행동은 한 남자아이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연기를 하면서는 개성적인 연기를 펼치기보다는 시나가와 신주라는 캐릭터에 대해 리액션을 해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캐릭터 시나가와 신주에 대해서도 묻고 싶은데요. 그녀의 삐에로 분장은 기괴한 모습에 공포를 자아내면서도 동시에 슬프기도 합니다. 그녀의 어린시절을 반영한 것인가요? 이외에 신주의 캐릭터를 구성하실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츠츠미 유키히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유년기의 아픔을 상징하는 부분이다. 엄마의 방임에 의해 립스틱을 바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얼굴에 크게 번지도록 립스틱을 칠하는데, 거기에 본인의 어떤 감정을 담아내기도 한다.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원작의 설정을 살렸다.
야기라 유야 배우에게는 상대역인 쿠로시마 유이나 배우와의 호흡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야기라 유야 쿠로시마 유이나 배우님과는 두 번째로 같이 작품을 하게 됐다. 그래서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그전에 같이 했던 <아오이 호노오>라는 작품은 코믹한 TV 드라마여서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많이 됐었다. 또 이전에 같이 작품을 했을 때 굉장히 재미있었고 즐거웠던 기억이 많이 남아 있었다.
야기라 유야 배우는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내비친 적이 있는데요. 한국 영화감독이나 배우 중에 같이 작업하고 싶은 영화인이 있을까요?
야기라 유야 너무 많다. (웃음) 홍보 활동으로 어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녀왔다. 거기서 감독 지망 학생들을 만나고 왔다. 지금 유명한 감독도 좋지만, 앞으로 유명해질 유망주 감독들과도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영화 <아무도 모른다>로 데뷔해서 그런지 예술 영화 쪽으로도 조금씩 작업 해나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나츠메 아라타의 결혼>을 보러 와주실 관객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츠츠미 유키히코 많은 분들에게 선보이는 첫 기회다. 한국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지 굉장히 기대가 된다. 그래서 상영 중에 스크린이 아니라 관객들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다. (웃음) 이번에 훌륭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다 열심히 작업을 해 주셨다. 지금까지 작업한 작품이 40~50편 정도 되는데, 그중에서도 이번 작품이 가장 임팩트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2024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 초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야기라 유야 예전에 “표현을 하는 것은 그냥 나답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어디에 미학적 가치를 두고,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두 관객의 몫이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이 생각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고, 나도 그런 마인드로 이 작품에 임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시고 관객들이 다양하게 느껴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