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을 통째로 들어 무성영화 시대로 보낼 단 한 편의 영화 <비버 대소동>. 사과농장을 잃고 혈혈단신으로 한겨울에 살아남아 덫사냥꾼으로 거듭난 한 남자의 이야기는 노이즈가 자글거리는 흑백 화면에 담겼다. 슬랩스틱을 시작으로 온갖 코미디적 요소를 섞은 이 영화는 마이크 체슬릭 감독과 주연 배우 라이랜드 브릭슨 콜 트위즈 콤비의 신작이다. 전작 <레이크 미시건 몬스터>에서 초기 SF영화에 헌정한 이들은 이번 영화에서 초기 할리우드를 이끈 흑백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애정을 표한다. <비버 대소동>에서 그야말로 '연기 차력쇼'를 보여준, 또 각본과 제작을 맡은 라이랜드 브릭슨 콜 트위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비버 대소동>의 발상과 아이디어에 놀랐다. 전작들이 있긴 하지만, 어떻게 영화를 시작하게 됐는지를 먼저 묻고 싶다.
이 영화의 감독인 마이크 체슬릭과는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 같이 작업하고 있다. 전 초등학교 시절부터 비디오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곤 했다. 어떻게 보면 인생 내내 영화 작업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러다 장편 <레이크 미시건 몬스터>를 작업했다. 당시에 예산이 거의 없었지만 마이크 체슬릭이 훌륭한 편집자이자 VFX 작업자라서 제가 연출과 배우를 맡아 영화를 완성했다. 이 영화가 많은 영화제에 초청을 받고 판타지아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으면서 배급됐고, 이번 작품을 만들 예산을 구했다. 10살 때부터 영화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신 것처럼, 마이클 체슬릭 감독과 이번 작품도 같이 각본을 썼다. 두 사람이 어떻게 작업을 공유했는지 궁금하다.
이번 영화는 사실 대본이랄 게 없었다. 대사가 없는 영화니까. 대신 수개월에 거쳐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보드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수천, 수백 개의 아이디어 중 10개 정도만 건지기도 했다. 대사 없이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 이유는 영화를 ‘무비’라고 하지, ‘토키’라고 하지 않는다. 무성영화 시대에도 사람들은 영화를 즐겼다. 그 과제가 2024년 오늘날 우리에게 전달됐고, 이것으로 우리 스스로를 차별화하고자 했다. 길고 녹록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최선을 다했고 또 사람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사실 우리는 대본을 쓸 때 대사를 많이 쓰는 걸 좋아한다. 집필 과정을 자세히 말하자면 마이크가 작은 인덱스카드마다 내용을 적어 넣고 그걸 테이블에 늘어놓는다. 그걸 섞어가며 아이디어와 아이디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게 보이는지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영화는 세 파트로 나눌 수 있다. 겨울을 생존하는 초반, 덫사냥꾼으로 거듭나는 중간, 비버들과 맞붙는 후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파트는 무엇인가.
세 번째 파트가 가장 좋다. 솔직히 그 장면은 우리가 정말 잘 만든 것 같다.(웃음) 약 30분간 액션이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그전에 보여준 여러 아이디어와 복선이 한데 매듭지어진다. 음악도 굉장히 잘 됐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건 관객에게 거듭 물어보며 영화의 스케일을 점점 키워가는 것이다. 그래서 초현실적인, 비현실적인 그러면서 새로운 것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관객분들은 두 번째 파트도 좋아하신다. 영화에서 비디오 게임을 보는 것처럼 흔치 않은 부분이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게 된다. 이런 몽타주라기보다 게임에서 점점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에 가깝다. 인터넷 플랫폼에서 게임 중계를 보는 것처럼.
전작 <레이크 미시건 몬스터>나 이번 작품이나 이런 고전 느낌의 영화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으면 도전하기 어렵다. 영화에 애정이 많으실 텐데 좋아하는 감독은 누구인가.
샘 레이미, 가이 매딘, 몬티 파이튼, 기예르모 델 토로를 좋아한다. 이 영화의 레퍼런스로는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웨스 앤더슨), <헬보이 2>(기예르모 델 토로)가 있다. 또 버스터 키튼, 찰리 채플린도 그렇고.... 마이크 체슬릭 감독이라면 게임 <슈퍼 마리오 갤럭시 2>를 언급할 것 같다.(웃음)
영화 제작에서 크로마키 촬영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 비중이었나, 로케이션 촬영과 크로마키 촬영이.
영화의 80%가 로케이션 촬영이다. 크로마키 촬영을 할 때도 스튜디오까지 가서 촬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저렴한 방식으로, 촬영장 숙소로 사용했던 오두막 옆에 그린 스크린을 설치해 촬영했다. 물론 한 하루 이틀 정도는 스튜디오에서도 촬영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눈 속에서 만든 영화다. 2021년 겨울, 2022년 겨울 동안 총 12주 정도 걸렸다.

실내에서 촬영한 분량이 많지 않을까 싶어서 의상이 덥지 않았는지 질문하려고 했다. 반대로 실제 겨울이었다고 하니, 영화에서 의상이 빈약한 장면도 많았는데 어떻게 촬영을 진행했나.
그 겨울 의상은 실제로도 따듯했다. 하지만 옷을 벗고 촬영하는 동안 온도가 영하여서, 맨발로 찍는 장면에선 진짜 동상에 걸리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사실 정말 많은 비버와 토끼와 동물들이 나오는데 실제로 배우 몇 명이 이 역할을 연기했나?
한 15명에서 20명 정도인 것 가다. 우리가 준비한 동물 마스코트 의상이 7벌 정도 되는데, 2~3명만 이 의상을 전부 입었다. 하루 와서 비버만 연기하고 간 분도 있고.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한 번쯤 동물을 연기했다. 마이크 체슬릭 감독도 비버랑 토끼를 했고, 저도 비버를 연기했다. 제가 두 비버에게 쫓기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그 중간에 있지만 양옆의 비버도 모두 제가 연기했다.

한국에 도착해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
수요일에 입국해서 며칠 동안 굉장히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있다. 맛집을 찾았다. 개막식과 리셉션도 참여했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영화제가 열리는 부천을 걸어다니는 것도 굉장히 즐겁다. 특히 밤의 불빛들이 아름답게 빛난다. 다만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서 와서 아직 시차 적응이 조금 힘들다.
이제 곧 있으면 한국에서의 첫 상영을 시작한다.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즐기셨으면 좋겠나.
이 영화가 무성 코미디라는 것이 관객들에게 잘 다가갈 것 같다. 그게 우리 영화가 전 세계에서 상영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마스코트를 입고 있는 캐릭터가 넘어지는 장면 등은 지구상 모두가 재밌게 느낄 것이다. 한국 관객분들도 그런 점을 재밌게 여겨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