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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BIFAN 5호] BIFAN 괴담 캠퍼스가 배출한 권한슬 감독을 만나다

환상영화학교와 괴담 캠퍼스도 아시죠?

주성철편집장

BIFAN 괴담 캠퍼스가 배출한 권한슬 감독을 만나다

환상영화학교와 괴담 캠퍼스도 아시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의 핵심 화두는 바로‘BIFAN+ AI’ 다. 이처럼 새로운 공식 사업을 구축하면서 그동안 BIFAN이 유지해 온 비욘드 리얼리티(XR), B.I.G.산업프로그램, 괴담캠퍼스 등을 BIFAN PLUS(비판 플러스) 사업으로 통합하고, AI 영상 부문을 새롭게 신설했다. 특히 ‘AI 필름 메이킹 워크숍’과 ‘AI 콘퍼런스’가 영화제 초반부터 큰 인기를 끌면서 올해 BIFAN은 국내 다른 영화제들과 비교해 ‘AI 영화’를 선점하며 중요한 터닝 포인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물론 BIFAN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환상영화학교’와 ‘괴담 캠퍼스’도 건재하다.

 

2023 괴담 캠퍼스 피칭 시상식
2023 괴담 캠퍼스 피칭 시상식

먼저 아시아 최고의 장르영화 교육 프로그램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는 ‘NAFF(Network of Asian Fantastic Films) 환상영화학교’는 지난 16년간 370인의 영화인을 양성하며 해마다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BIFAN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상영작인 정재훈 감독의 <에스퍼의 빛>은 지난 2021년 ‘NAFF 프로젝트 마켓’의 ‘프로젝트 스포트라이트 한국’ 부문에 선정돼 ‘한국의 발견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는 세계적으로 AI 영상 제작을 선도하는 연사들과 함께하는 BIFAN+ AI 국제 콘퍼런스를 커리큘럼에 포함하여, AI 기술이 영상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다양한 해외 사례들을 학습하고, 거대 제작 자본에 접근이 어려운 창작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창작 도구로서 AI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정재훈 감독 〈에스퍼의 빛〉
정재훈 감독 〈에스퍼의 빛〉
 지난해 부천 괴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백희설 작가의 〈귀신도 배달이 되나요〉
지난해 부천 괴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백희설 작가의 〈귀신도 배달이 되나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2020년 출발한 괴담 캠퍼스는, 올해로 어느덧 5년차를 맞이했다. 영화영상 콘텐츠의 괴담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출발한 괴담 프로젝트는 새로운 괴담 스토리를 발굴하고자 하는 ‘괴담 창작지원’과 세상에 흩어져 있는 괴담을 수집하는 ‘괴담 아카이브’로 구성되어 있다. 괴담 창작지원에는 집중 멘토링 랩 형식의 ‘괴담 기획개발 캠프’, 장르 단편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괴담 단편 제작지원’을 통해 괴담을 중심으로 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작자를 지원한다. 원천 스토리 발굴과 인재 양성의 장으로 매해 중요한 결실을 거두고 있는데, 올해는 9일(화) ‘괴담 캠퍼스 피칭’과 시상식이 웹툰융합센터 1층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2022년 지원작인 이상민 감독의 <함진아비>가 2023년 클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에 선정되며 그 저력을 보여준 괴담 단편 제작지원도 같은 날 9일(화) 19시에 같은 장소에서 시상식을 연다.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원 모어 펌킨〉으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권한슬 감독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원 모어 펌킨〉으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권한슬 감독

 

올해는 더 의미 있는 일도 있었다. 2022년 BIFAN ‘괴담 캠퍼스’의 창작지원 사업 ‘괴담 기획개발 캠프’ 공모에 <마법소녀 신나라> 프로젝트가 선정돼 멘토링 및 기획개발 지원을 받았고, 영화 산업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 피칭에는 2등에 해당하는 ‘이상한 상’을 수상했던(완성된 단편 <마법소녀 신나라>는 지난해 BIFAN에서 상영됐다), 권한슬 감독이 AI 영화 제작을 주제로 한 특강을 하기 위해 BIFAN을 찾은 것이다. 그는 지난 2월 3분 분량의 AI 영화 <원 모어 펌킨>(One More Pumpkin)으로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 참가해 대상과 관객상을 거머쥐었다. <원 모어 펌킨>은 200살 넘게 장수하는 한국 노부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공포 영화로, 카메라와 세트장 없이 영화의 모든 장면과 음성을 실사 촬영과 CG 보정이 없는 순수 생성형 AI만으로 만들었다. “괴담 캠퍼스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 말하는 권한슬 감독을 만나 AI 영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권한슬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권한슬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기술의 발전 속도는 언제나 우리 고민의 속도를 앞서간다”

<원 모어 펌킨> 권한슬 감독 인터뷰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AIFF)에 어떻게 출품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사실 <원 모어 펌킨>을 구상하고 만들 때는 영화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AI 비디오 기술을 뮤직비디오 같은 걸 넘어서 내러티브가 존재하는, 영화 영상으로서의 본질적인 시도를 해보자는 의도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 단계로 넘어가는 때가 왔다고 봤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게 비슷했는지, (웃음) 두바이에서 그런 영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출품하면서 솔직히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대부분의 AI 영상이 영화적인 포맷이 아니기에 이런 접근법이 먹힐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적중했다. 그래서 대상과 관객상을 다 받지 않았나 싶다. 이것이 ‘영화’라고 하는, 본질적인 고민이 통했다고 본다.

 

중앙대 영화학과 출신이다. 이른바 정규 영화교육을 받은 감독이라는 점이 한편으로 흥미롭다.

 

근본적으로 실사영화와 AI 영화의 작법이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롱테이크와 미장센, 그리고 몽타주 등 영화를 이루는 여러 요소가 있는데 원래부터 몽타주, 즉 편집에 관심이 많았다. 편집을 통한 재창조야말로 영화가 다른 예술과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기 때문이다. 학생으로서 영화를 배울 때도 편집이 가장 즐거웠다. 여러 시안을 두고 새롭게 조합해서 창조하는 것에 매료됐다. AI 영화 만들기의 매력과 효용에 대해 주변에 널리 알리고 있는데, 대부분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AI가 직접 우리에게 제안하기도 하고 그걸 선택하는 재미도 있다. AI 영화가 가지는 기회와 선택의 문제도 결국 인간이 결정하는 것이다.

 

〈원 모어 펌킨〉
〈원 모어 펌킨〉

 

좋아하는 감독이나 영화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라스 폰 트리에를 좋아한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운용하면서 편집으로 만들어내는 효과의 극치를 보여준다. 습작하면서 많이 따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마블 영화들을 좋아하게 됐다. 현재 가장 좋아하는 감독을 꼽으라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을 만든 루소 형제다. 최고의 연출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원 모어 펌킨>을 보면서 AI 영화가 현재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점이 돋보였다. 호박이라는 사물이 중요하게 등장하는 가운데, 아무래도 필요할 수밖에 없는 사람 주인공을 얼굴에 주름 있는 노부부로 설정한 게 좋았다.

 

명확하게 그 컨셉이었다. 완벽하게 한국이라는 시공간의 노부부를 그려내고 싶었는데, 한국형 모델에 대한 AI의 학습이 잘 안되어 있어서 서양인은 아니지만 뭔가 살짝 부족한 느낌이 있다. AI 영화를 하다보면 그런 점을 창작의 힘든 점이라기보다는 즐거움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원 모어 펌킨〉
〈원 모어 펌킨〉

 

여전히 AI 영화를 향한 기존 영화인들의 우려의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I가 현재의 영화를 대체할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이행한 시대에 새로운 방법론이 하나 등장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시도해보지 못한 영상을 위한 가능성이 더 넓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대체’라는 개념이 아니라 ‘확장’이 아닐까. 우려의 시선을 잘 알고 있고 오히려 익숙하다. (웃음) 중요한 건 영화의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란 점이다.

 

<원 모어 펌킨>도 3분 분량이고 기술이 발전하며 그 분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언제쯤 ‘상업영화’라는 개념의 AI 장편영화를 볼 수 있게 될까.

 

기본적으로는 기존 장편 극영화에 자연스레 CG 영상이 들어가는 것처럼 AI 영화가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물론 순수한 AI 장편 영화의 시대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기술이 발전하면 대중도 여기에 익숙해질 것이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 고민하는 사이에 이미 기술은 그걸 해결하며 더 멀리 나아간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AI 기술은 ‘움짤’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실사에 가까울 정도다. 물론 그런 컷들이 다음 컷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 또한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올해 BIFAN에서 AI 워크숍을 진행한 데이브 클락 감독은 내년 완성을 목표로 장편 AI 영화를 준비하고 있더라. 물론 어색할 수 있고 목표한 바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도전하고 개선되면서 나아질 것이고, AI 영화가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질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권한슬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권한슬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현재 대표로 있다. ‘생성형 AI 기술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종합 미디어 스튜디오’를 표방하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AI 기술에 관한 한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 영상 제작 실무 영역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스타트업이다.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서 다양한 영상 콘텐츠나 광고 등 크리에이티브한 영상 콘텐츠 제작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여전히 시장은 보수적인 상태인데 이런 영상의 도입률을 높이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이고, 장기적으로는 역시 독자적인 콘텐츠 IP를 구축하는 것이다. 써놓은 드라마도 있고 괴담캠퍼스에서 구상한 8부작 판타지 시리즈도 있다. 앞으로 본격적인 피칭에 나설 생각이다.

 

여전히 AI 영화 앞에서 망설이는 영화인들에게 건네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좋은 선례가 생긴다면, 분위기는 완전히 바뀔 것이다. 그런 점에서 BIFAN 신철 집행위원장님께서 <원 모어 펌킨>의 수상 자체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 앞서 얘기했던 우려의 시선보다 오히려 신인 창작자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기회를 줄 거라고 본다. 그러면서 영화 시장 자체를 활성화시킬 것이다. 돌이켜보면 영화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논쟁의 국면마다, 언제나 시간이 해결해준 것이 많았다. 지금의 우려나 논쟁도 솔직히 1년만 지나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언제나 우리 고민의 속도를 훨씬 앞서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