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파를 피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기지국
Base Station | 감독 박세영, 연예지 | 출연 연예지, 우요한, 임영우, 박동조 | 한국 | 2024 | 67분 | 15세 관람가 | 부천 초이스: 장편
7일 17:00 CGV소풍 8관(GV) 425
11일 11:00 CGV소풍 8관(GV) 805
<기지국>은 재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다섯 번째 흉추>로 이름을 알린 박세영 감독의 새 장편영화다.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31분 러닝타임으로 상영됐던 단편을 67분의 장편영화로 늘인 버전이다. <다섯 번째 흉추>가 버려진 매트리스 위에서 피어난 곰팡이를 소재로 호러와 로맨스를 아울렀다면, <기지국>은 도시의 전자파를 피해 은둔하는 남매로부터 시작한다. 이든은 남동생 현호가 전자기과민성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와 함께 3년간 산속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현호가 누나의 진단을 부정하면서 둘 사이엔 균열이 일어나고, 돌연 현호가 쓰러지면서 이든은 약을 구하러 떠났다가 산속에서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 이든을 연기한 연예지가 박세영과 함께 공동감독으로 올렸다. 단편 <캐쉬백> 등에서 일찌감치 증명한 편집 테크닉으로 인물 간의 관계를 교란하고, 미니멀한 빛으로 야산의 다채로운 무드를 발산하는 솜씨가 놀랍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

운수 더럽게 나쁜 날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
The Last Stop in Yuma County | 감독 프란시스 갈루피 | 출연 짐 커밍스, 조셀린 도나휴, 니콜라스 로건 | 미국 | 2023 | 90분 | 청소년 관람불가 | 부천 초이스: 장편
7일 11:00 CGV소풍 9관 408
10일 20:00 부천시청 어울마당 726
유마 카운티의 마지막 주유소. 고급 주방칼을 파는 세일즈맨을 비롯해 기름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이곳을 들르지만 공교롭게도 주유소조차 기름이 떨어져 기름 트럭을 기다리고 있다. 하필 이곳에 2인조 은행강도도 기름을 채우려고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일즈맨과 은행강도를 시작으로 주유소/식당에 방문객이 차츰 늘어나 긴장감을 고조하는 과정은 이 영화가 실내극, 혹은 블랙 코미디에서 그치지 않을까 지레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순간의 결단으로 상황이 마무리될 때,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는 진짜 얼굴을 들이민다. 마치 우연을 돌아보니 운명인 것처럼. 운명만큼 다양한 얼굴을 가진 단어도 없을 것이다. 낭만적이고 잔인하며 때로는 우연에 그치는 이름 운명. 운명이 천의 얼굴로 인간을 만나는 것은 그 순간엔 별것 아닌 줄 알았던 것이 돌이켜보면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맞물리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에서 운명이란 단어가 떠오른 건 그런 점을 기막히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단순히 예상 못한 순간의 나열 이상으로 작동하는 건, 연출자가 슬그머니 끼어넣은 몇몇 순간 덕분이다. 복선 회수에 충실한 이야기이자 알아차리면 더 넓게 보이는 상징까지, 이 모든 것을 엔딩에서 돌아본다면 영화의 진의가 관객의 마음에서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영화로 무사히 장편 연출 데뷔에 성공한 프란시스 갈루피 감독의 이름을 깊게 새기게 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