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손 놓고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귀신에 대한 인간의 반격이 시작됐다. 오시키리 렌스케 작가의 호러 만화 「사유리」는 ‘귀신 들린 집’을 다루는 전형적인 J호러로 끝나지 않는다. 중반부부터 반전을 기해 가족들을 죽인 귀신에게 복수하는 인간의 강한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늘 호러 영화 속 귀신한테 당하기만 하는 인간을 보며 분통을 터트렸다던 작가는 드디어 보고 싶은 작품을 보게 됐다. 일본의 대표적인 호러 영화감독 시라이시 코지가 만화 「사유리」를 영화화한 것. 영화 <사유리>의 원작자 오시키리 렌스케 작가를 만나 원작과 각색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유리」는 기존의 공포물에서 많은 변주를 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든 이유로 ‘인간이 귀신에게 반격하는 작품을 기다렸지만, 나오지 않아서 스스로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그 당시의 작가님의 생각에 대해 궁금하다.
사실은 어릴 때부터 J호러라는 장르를 너무 좋아했고 계속 봐왔다. 근데 어느 날 엄마랑 같이 J호러 작품을 보고 있었는데, 엄마가 ‘왜 맨날 인간이 지는 거야?’라고 불만을 얘기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왜 항상 인간이 당해야 되는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도 이 장르에 속하는 작품들을 계속 봐왔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인간이 역습을 하는, 오히려 인간이 더 이기는 그런 J호러를 만들고 싶었다.
「사유리」가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다리던 영화가 나와서 기쁘셨을 것 같다.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듣고 싶다. 또 완성된 영화를 보고는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만화를 그리면서도 영화화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 그냥 내가 보고 싶은 것을 계속 그려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화화 얘기가 나왔고 실제로 영화화되었다. 근데 내 만화가 영화화됐다는 기쁨보다는 오히려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드디어 만들어져서 얻게 되는 기쁨이 더 컸다.
영화 <사유리>를 봤을 때는 내가 원한 영화가 이거지라고 생각했다. 기뻐하면서 계속 보다 보니 세 번이나 보게 됐다. 그리고 다양한 감정이 일었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다.
영화를 보고 눈물이 나셨다고 하셨는데, 그게 어떤 포인트였나.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갑자기 각성을 한 후에 주인공 노리오를 구하는 장면이 있다. 여지껏 채워지지 않았던 감정이 그 부분에서 채워졌다. 이때까지 귀신한테 당하기만 했던 울분이 여기서 풀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에서 굉장히 감동스러웠고 눈물이 났다.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시라이시 코지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감독이 작가님에게 어떤 조언을 구했는지 궁금하다. 반대로 감독에게 수정해달라고 요구한 사항도 있나.
예전부터 시라이시 코지 감독님의 영화를 봐왔던 팬이었다. 감독님이 유령에 반격하는 그런 영화를 찍으신 적이 있다. <나고야 살인 사건>(2006)이라는 영화인데, 그 영화도 사람이 귀신을 공격하는 영화다. 작품을 통해서 감독님과 저와의 비슷한 성향을 느꼈었다. 영화화 과정에 있어서는 감독님이 자유롭게 그려줬으면 했다. 그중에 몇 가지만 시나리오 단계에서 봤을 때 이건 좀 심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다. 좀 성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이것만 자제해 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드리긴 했다.
<사유리>는 대체로 원작을 충실하게 각색했지만, 몇몇 장면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 원작에서 막내 슌은 실종된 것으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3층에서 떨어져 죽는다. 할머니가 죽은 할아버지의 환영을 보는 장면도 원작과 다르다. 무엇보다 영화의 결말부는 전개 과정에서 원작과 많이 달라졌다. 각각의 장면을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영화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다양한 장치들이 좋았다. 슌의 죽음에 대해서도 만화 그대로 살려야 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결말도 원작과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나왔다. 중간에 전개 과정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 그런 부분에서도 위화감을 느끼거나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았다.

이사 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가족들이 다 죽고 노리오와 할머니 둘만 남았다. 노리오를 다시 강하게 키워내는 존재를 할머니로 설정한 이유도 궁금하다.
사실 이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어렸을 적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었다. 그렇다 보니 할머니가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볼 때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할머니가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옛날부터 계속했다. 또 작품을 그릴 때 여성의 강한 부분을 더 많이 부각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게 할머니로 설정하면서 할머니가 든든하게 손자를 지키는 모습을 좀 그려 나가려고 했다.
흔히 공포물에서 귀신을 없애기 위해서는 종교의 힘을 빌리거나 샤머니즘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노리오의 할머니는 무당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로지 생의 힘으로 이겨내려 한다. 이것이 이 작품의 가장 독특한 지점이다. 또 노리오의 할머니는 “생의 힘을 짙게 만들어서 생명의 힘으로 귀신과 맞서 싸우자”는 말을 하기도 한다. 생의 힘과 관련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었나?
영매사와 같은 그런 사람들의 특별한 힘이 없어도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을 굳건히 먹으면 그들이 더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사람의 힘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유리」는 동시에 일본의 사회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히키코모리 문제가 작품 속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다. 이 문제를 픽션에 불러온 이유가 있나.
사실은 히키코모리 문제가 이 만화를 그리는 계기가 됐다. 근데 정도는 다르지만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수 있는 얘기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구성원 때문에 가족이 붕괴되고 사유리라는 악령이 탄생한다. 만화를 그릴 때 하나의 계기이긴 했지만, 사회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작화와 관련해서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이토 준지가 떠올랐다.
말씀하셨듯이 이토 준지 작가에게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 외에도 일본의 호러 만화는 거의 다 보았기 때문에 특정 인물의 영향도 있겠지만, 다양한 부분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유리」는 ‘귀신 들린 집’이라는 기존에 많이 있던 상투적인 설정에서 시작하는데, 후반부에서 인간의 복수극으로 완전히 뒤바뀐다. 애초에 이 구성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썼는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반전 구조를 염두에 두고 그렸다. 잘 알겠지만 악령이 있는 집에 이사하여서 불행한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가족들이 죽음을 맞는다는 설정은 J호러의 아주 전통적인 패턴이다. 근데 만화를 그릴 때 영화적인 효과를 계속 생각해 본다. 그래서 만화의 전체적인 구성도 그렇고 그림 구도도 그렇게 나온 것 같다.
마지막으로 원작 「사유리」 팬과 영화 <사유리>를 보러 올 관객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작품은 굉장히 감동적인 이야기다. 앞서 말했지만 인간이 항상 당하기만 하는 호러 만화영화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여기서 다 해소할 수 있는 그런 만화이고 영화다. 기대 많이 해주시고 영화도 많이 보러 와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한국어로 번역된 책도 있으니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