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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BIFAN 11호] 〈오디티〉 데미안 맥카시 감독 인터뷰

“한국영화 많이 봐서 한국말 듣는 걸 즐기고 있어”​

성찬얼기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는 장르영화제답게 다양한 호러영화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 <오디티> 같은 영화를 만나긴 쉽지 않다. 호러영화면서 미스터리를 꼼꼼하게 쌓아 올려 대화 장면조차 흥미진진한 영화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데미안 맥카시 감독은 2021년 <경고>에 이어 올해 <오디티>로 BIFAN을 찾았다. 그것도 전작에 이어 경쟁 섹션 부천 초이스: 장편으로. <오디티>를 보면 BIFAN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적재적소의 공포 요소, 스산한 분위기, 맥카시 감독이 구성한 미스터리에 열연으로 보답하는 배우들까지.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은 데미안 맥카시 감독과 <오디티>로 이야기를 나눴다.

데미안 맥카시 감독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데미안 맥카시 감독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호러는 시각적인 부분을 중요시하기 마련인데, 주인공을 시각장애인으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쓴 이유는?

달시는 오브제를 만지면서 정보를 얻는 심령술사다. 그렇기에 시각장애인으로 설정한다면 그런 접촉이나 정보를 읽는 감도를 더 부각할 수 있기에 그 부분을 시각적으로 강조하고자 그렇게 설정했다. 또 <쳐다보지 마라>(Don't Look Now, 1973)를 보면 시각장애인 심령술사가 나온다. 호러팬들이라면 그런 느낌의 인물을 많이 봤을 것이다. 영감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극중 벨보이 괴담이 주요하게 나온다. 그 외에도 웨딩 반지 관련 괴담도 나오는데 감독님이 창작한 괴담인지, 모티브가 된 괴담이 있는지 궁금하다.

도시괴담처럼 느껴졌을 수 있지만 전부 제가 쓴 것이다. 오래된 귀신 이야기 같지만, 무서우면서도 웃긴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다.

전작 <경고>에서 나왔던 것과 비슷한 토끼인형이 나온다.

<경고>에 나온 토끼 목각인형은 갔다. (웃음) 여기서는 심벌즈를 들고 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소품은 아녔고, <경고>를 봤던 사람들이 캐치할 수 있는 정도로만 보여줬다. 목각인형은 전작에 이어 리사 자곤(Lisa Zagone)이 해서 비슷하게 나왔다.

사운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특히 후반에 이반이 나무인형에게 쫓기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어떻게 완성하게 됐는지.

저는 영화가 너무 무서우면 눈을 안 가리고 귀를 막는다. 호러는 사운드가 70%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 나무인형이 입을 열고 있으니까 뭔가 비명을 지르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소리를 낼 수 있는데 아이의 목소리도, 여자의 목소리도, 괴물의 목소리도 될 수 있고 고통스러워하는 남자의 목소리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디자인해서 클라이맥스에서 공포감을 최대한 높이려고 했다.

〈오디티〉
〈오디티〉

음악도 빠질 수 없다. 오프닝과 엔딩에서 사용한 '나우 유 노'(Now you know)는 어떻게 쓰게 되었나.

이 노래는 리틀 윌리 존(Little Willie John)의 노래다. <블루 루인>(2013)이란 영화를 봤는데, 엄청난 복수극이다. 여기서 리틀 윌리 존의 노래 '노 리그렛'(No Regrets)이 나왔다. 영화에서 너무 잘 사용해서 인상이 깊었다. 시나리오를 쓸 무렵 이 노래를 쓰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무시무시한 호러지만 이렇게 다정다감한 노래가 나오면 관객들이 극장을 나설 때도 기분이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이런 노래가 나와서 코미디도 유발하고. 테드라는 인물이 아무도 안 믿고 귀신도 믿지 않는데 마지막에 벨을 눌러 테스트해보지 않나, 그때 '나우 유 노'(이제 너도 알았지)라는 노래가 나오니까 좀 웃기지 않을까 싶어 노래를 쓰게 됐다.

영화를 보면 <컨저링>, <유전> 같은 영화들이 떠올랐다. 모티브나 레퍼런스인 영화를 알려준다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영화는 없다. 말씀하신 <유전>, <컨저링>은 영화를 보다보면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일어나도 안 무서운 일이거나 아무 일도 안 일어나거나 할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 영감을 받는 것 같다. 여기서 이렇게 했다면 무서웠을 것 같은데 하고. 제임스 완이나 아리 에스터는 뭔 일이 생길 것 같다 싶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무서워지게 만든다. 그런 것에서도 영감을 받는다. 전 어떻게 보면 수십 년간 온갖 영화를 보면서, 무서운 영화가 날 무섭게 하는 데 성공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 같다.

영화에서 시간을 일부러 단절시키거나 여러 시간대를 섞는다. 호러로서는 특이한 전개방식인데,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다면.

시나리오에선 선형적 구성이었다. 시간순으로 진행해보니 한곳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미스터리도 하나씩 풀려가니까 (별로였다). 그래서 시간을 쪼개보았다. 처음에 어떤 남자가 등장해 “집에 들여보내줘”라고 말하면서 이야기가 시작하면 어떨까 얘기를 펼쳐나갔다. 스토리텔링을 재밌게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촬영 중 가장 어렵게 찍은 장면이 있다면?

클라이맥스일 것이다. 그 장면의 나무인형은 스턴트배우가 수트를 입은 것이다. 다른 장면, 나무인형이 앉아있는 장면 등은 모두 소품인데 이 장면은 움직여야 해서 스턴트배우를 썼다. 이게 입으면 제대로 앞도 보이지 않는다. 스턴트배우라고 해도 확확 움직일 수가 없어서 앉아서 대기하다가 한장면 찍고 다시 앉아 대기하고, 이렇게 반복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영화 제작은 시간이 금이다보니 그게 어려웠다고 기억한다. 다른 장면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 나무인형 수트는 원래 입 쪽도 뚫려있는데, 후반작업으로 가린 것이다.

데미안 맥카시 감독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데미안 맥카시 감독 (사진 = 씨네플레이 양시모)

 

<경고>에서 함께한 조니 프렌치도 출연했는데 어떻게 다시 함께 하게 됐나.

<경고>를 찍을 때 정말 돈도 없고 영화계 인맥도 없었다. 제가 처음 장편을 만드는 사람이니 나처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필요하겠다 싶었는데, 조니 프렌치를 운 좋게 만났다. 당시 너무 잘해줬고, 이 사람 자체가 표정이나 감정이 굉장히 잘 표현되고 또 수염이 멋있다.(웃음) 그래서 이번 영화의 역할은 한 장면뿐인 작은 역할이었는데, 이 강렬함과 공포스러운 캐릭터를 보여주기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 연락했다.

BIFAN에서 전작에 이어 이번 영화도 상영됐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일 텐데.

전작 때는 초청이 없었을 것이다. 영화를 찍고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록다운이 있었다. 이번이 한국 첫 방문이다. 최근에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참석하려고 텍사스를 갔었는데, 영화나 매체에서 텍사스 악센트를 하도 많이 들어서 익숙하더라.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도 들고. 한국도 그렇다. 한국영화를 많이 보고 영화학교를 다닐 때 영감도 많이 받고 했더니 한국사람들이 말하는 걸 듣는 게 익숙하다. 그래서 돌아다니다 어디 앉아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듣고 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많이 받아 가고 싶다.

오늘 저녁 GV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면?

일단 모두 안 자고 영화를 보면 좋겠다.(웃음) 오늘 영화도 같이 볼 텐데, 저는 이 영화가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해서 어떤 부분에서 무서워할까보다 어떤 부분에서 웃을까 이런 게 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