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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긴 시리즈 이어받은 감독들의 전작

성찬얼기자

<에이리언> 시리즈의 신작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8월 14일 개봉 이후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처럼 오랜만에 돌아온 얼굴이 극장에서 활약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 요즘. 긴 공백기를 가진 시리즈의 신작을 깔쌈하게 뽑아 시리즈의 활력을 불어넣은 감독들은 이전 작품에서도 그 떡잎을 보인 바 있다. 흥행에도 성공한 <에이리언: 로물루스> 페데 알바레즈, <탑건: 매버릭>의 조셉 코신스키 등 시리즈를 훌륭하게 계승해 호평을 받은 감독들과 그들의 전작을 정리했다. 아래 소개하는 영화는 OTT 플랫폼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아직 안 본 작품이 있다면 요즘처럼 더운 시기에 집에서 즐겨보자.


<에이리언: 로물루스> 페데 알바레즈

ㄴ <맨 인 더 다크>​

〈에이리언: 로물루스〉
〈에이리언: 로물루스〉

<에이리언> 시리즈는 주인이 자주 바뀌었다. 시리즈가 한창 제작되던 시기엔 매 편 감독이 달라 감독의 개성이 살아있는 시리즈였는데, 이후 시리즈의 창시자이자 1편의 감독 리들리 스콧이 프리퀄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제작하며 리들리 스콧의 시리즈처럼 변모했다. 그렇기에 신작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페데 알바레즈의 손에 쥐어졌을 때, 과연 <에이리언> 시리즈가 다시금 '감독의 개성'으로 살아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감독의 개성과 기존 시리즈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배합하는 데 성공했다. 페데 알바레즈는 <이블 데드>(2013), <맨 인 더 다크>(2016) 등 전작에서 보여줬던 호러 감각이 여전하다고 과시하면서 시리즈 전체의 요소를 곳곳에 심어두어 '위대한 시리즈의 유산'을 칭송하는 데에도 열중했다. 그 결과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5일 만에 1억 달러를 돌파하며 흥행 순행 중이다.​

페데 알바레즈의 〈맨 인 더 다크〉
페데 알바레즈의 〈맨 인 더 다크〉

 

그냥 우연이겠지만, 넷플릭스가 딱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기 시작했다. 8월 21일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전작 <맨 인 더 다크>가 입점했기 때문. <맨 인 더 다크>는 시각장애인 노인의 집을 털려는 10대들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이른바 '아무것도 모르고 봐야' 진짜 충격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이야기를 두 번 정도 비트는데, 이 과정에서 '약자가 선할 것이라는 믿음'을 전복시킨다. 사람에 따라 굉장히 역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감한 전개가 영화의 매력이란 것이 아이러니.


<트론: 새로운 시작> <탑건: 매버릭> 조셉 코신스키

ㄴ <오블리비언>​

〈탑건: 매버릭〉
〈탑건: 매버릭〉

톰 크루즈라는 현세대 최고의 스타, 그리고 <탑건>이라는 아이코닉한 명작. 그럼에도 속편 <탑건: 매버릭>이 공개 전까지 기대만큼 불안하게 보인 건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탑건>이 나온 지 30년이 훌쩍 지났고, 원작을 연출한 토니 스콧은 세상을 떠났으며, 주연배우들 또한 (크루즈를 제외하면) 너무 많이 변했다. 리부트를 해도 될 세월에 속편이라니. 그러나 톰 크루즈와 메가폰을 잡은 조셉 코신스키는 실제 비행 액션을 화려하게 담아내 1편 못지않은 성공을 거뒀다.

조셉 코신스키는 이렇게 긴 공백을 가진 속편 작업을 이전에도 완성한 바 있다. 그의 데뷔작 <트론: 새로운 시작>도 1편에서 28년이 지나 제작된 속편이다. 그 긴 세월을 영화의 스토리에도 녹여내 1편과의 유기성을 확보했고, 발전한 기술로 디지털 세계를 한층 더 화려하게 구현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디지털이 '미지의 세계'였던 1편 개봉 당시와 달리 2010년엔 유별난 세계가 아니라 그런지 그럭저럭 본전을 회수하는 데서 그쳤다. ​

〈트론: 새로운 시작〉
〈트론: 새로운 시작〉
〈〉
조셉 코신스키의 〈오블리비언〉
'조셉 코신스키의 장점은 비주얼'이란 평가는 〈오블리비언〉에도 유효하다.
'조셉 코신스키의 장점은 비주얼'이란 평가는 〈오블리비언〉에도 유효하다.
'조셉 코신스키의 장점은 비주얼'이란 평가는 〈오블리비언〉에도 유효하다.
'조셉 코신스키의 장점은 비주얼'이란 평가는 〈오블리비언〉에도 유효하다.

 

그의 전작 중 <오블리비언>이 톰 크루즈와 함께 작업한 첫 작품이다. 지구에 홀로 남았다고 생각한 정찰병 잭(톰 크루즈)이 정체불명의 우주선과 줄리아(올가 쿠릴렌코)를 발견하면서 비밀을 알게 되는 내용이다. 조셉 코신스키의 장점 비주얼을 극한으로 느낄 수 있다. 인류가 물러난 자연의 광활함과 미래지향적 프로덕션 디자인은 영화의 빈약한 지점들을 차치하게 할 정도. 데뷔작 <트론: 새로운 시작>에 이어 시각에 초점을 둔 SF를 만든 덕에 한동안 SF 영화 제작 소식만 나오면 조셉 코신스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정작 그는 차기작으로 소방관의 사투를 그린 <온리 더 브레이브>를 연출했지만.


<메리 포핀스 리턴즈> 롭 마샬

ㄴ <시카고>​

〈메리 포핀스 리턴즈〉
〈메리 포핀스 리턴즈〉

 

전작의 배우도, 감독도 없이 속편이 가능한가? 답은 'YES'다. 작품 이상의 존재감을 남긴 캐릭터라면. 우산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보모 메리 포핀스는 1964년 영화 이후 54년 만에 속편 <메리 포핀스 리턴즈>로 돌아왔다. 1편에서 메리 포핀스를 연기한 줄리 앤드루스가 아무리 현역이어도 이 역할을 다시 맡을 수 있는 세월이 아니라 에밀리 블런트가 이 아이코닉한 캐릭터를 이어 받았다. 연출은 이미 세상을 떠난 로버트 스티븐슨 감독 대신 뮤지컬영화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롭 마샬이 맡았다. 새로 추가한 뮤지컬넘버는 대성공을 거둔 뮤지컬 「해밀턴」의 작곡가 겸 배우 린 마누엘 미란다가 작업했다.

영화는 1편의 경쾌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스토리와 넘버 모두 1편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작을 기억하는 관객에게 추억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세련된 이미지와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이야기로 가족뮤지컬의 명성도 그대로 이어간 편. 다만 전작이 워낙 오래된 작품이라 그런지 전반적으로 영미권 외 흥행이 아주 좋진 않아서 본전 찾은 것에서 만족해야 했다.​

롭 마샬의 〈시카고〉
롭 마샬의 〈시카고〉

어떻게 보면 롭 마샬의 대표작 <시카고>와 대칭된다고도 볼 수 있다. <시카고>는 살인과 불륜 등 범죄를 저지른 인간들을 비추며 성인층에게 알맞은 영화이니까.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는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시카고>는 검은색과 붉은색의 대비로 시종일관 열정적이고 퇴폐적인 이미지가 관객들을 홀린다. 영화에선 필수지만 무대에선 구현 불가능한 '편집'을 극대화하여 작품의 리드미컬함을 한층 더 부각해 '뮤지컬 영화화'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르네 젤위거, 캐서린 제타 존스, 리차드 기어로 이어지는 출연진도 한껏 존재감을 과시한다. 최근 무대 버전 「시카고」의 'We both reached for the gun' 장면 복화술 연기가 한창 화제인데, 넷플릭스에서 9월 14일 서비스를 종료한다니 관람 전이라면 지금이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