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영화

오랜 시간 끓여낸 곰국 같은 영화? 한국 사회 닮은 부조리극, 〈보통의 가족〉 국내 첫 공개 반응

김지연기자

나라면, 어떻게 할까? 영화 관람 이후의 대화가 작품보다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낳을 영화 <보통의 가족> 말이다. 10월 16일(수) 국내 개봉을 앞둔 <보통의 가족>은 토론토국제영화제를 포함해 전 세계 영화제에 19번이나 초청된, 소문난 화제작이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9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25일 오후, 개봉일을 10월 16일(수)로 변경했다.)

끊임없는 질문을 남기는 영화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 영화다.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베스트셀러 「더 디너」(2009)를 원작으로 한다. 「더 디너」는 <보통의 가족> 이전에도 <더 디너>(메노 메이제스, 2013), <더 디너>(이바노 데 마테오, 2014) <더 디너>(오런 모버먼, 2017) 등으로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에서 세 차례 영화화되었다.

 

〈보통의 가족〉  스틸컷. 출처=(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스틸컷. 출처=(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더 디너」는 허진호 감독의 손에서 2024년 한국 사회의 이야기로 새롭게 태어났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을 남긴 섬세한 감정 표현과 디테일한 연출력의 대가 허진호 감독, <서울의 봄>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등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손을 잡아, 미묘한 심리 묘사와 장르적 재미, 대중성까지를 동시에 담아냈다.

24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보통의 가족> 언론배급시사회에서는 <보통의 가족>이 국내에서 첫 공개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보통의 가족>의 허진호 감독,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 전한 말들과 필자 본인이 영화를 관람한 소감을 토대로 영화에 대한 이모저모를 전한다.

 

〈보통의 가족〉 기자간담회 사진. (왼쪽부터)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기자간담회 사진. (왼쪽부터)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배우 설경구(왼쪽),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배우 설경구(왼쪽),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정답은 분명한데,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며 정답이 중요해지지 않는 상황”

배우 장동건

“학교에서 틀어야 하는 영화라는 관객 평 인상적”

허진호 감독

 

돈 많고 잘나가는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지수(수현) 부부, 그리고 재완의 동생이자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의사인 재규(장동건)와 연경(김희애) 부부. 어느 날, 그들은 자녀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된다. 못 본 척을 할까? 혹은, 아니라고 잡아떼는 아이를 믿어줄까? 당장, 경찰서에 가서 자수하라고 할까? <보통의 가족>은 수많은 선택지의 기로에서 갈등하고, 격돌하며, 파멸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배우 김희애(왼쪽), 수현.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배우 김희애(왼쪽), 수현.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에서 <보통의 가족>을 관람한 한 관객은 ‘학교에서 틀어야 할 영화, 학부모들과 같이 봐야 할 영화’라고 평했다고 한다. 그처럼, <보통의 가족>은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늘 핵심 화두인 가족, 부모, 자녀의 이야기를 도마에 올린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지녔고, 그럴듯한 동네에 있는 집에 살며, 공부를 잘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마주하자 그들의 거추장스러운 외면을 한 겹 한 겹 벗어내며 가장 날 것을 드러낸다. 허 감독이 영화의 제목으로 ‘보통의 가족’이라는 평범한 문구를 내세운 이유도 그렇다. 삶을 살던 가족이, 도무지 숨길 수 없는 일에 마주했다면, 재완-지수와 재규-연경이 취한 태도는 보통의 부모가 할 만한 행동일까. 허진호 감독은 “제목에 역설적, 반어적인 느낌이 있다. 제목이 영화를 한 번 더 생각하게끔 할 것”이라며 “나라면 이런 일이 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들의 범죄 현장을 마주한 부모들이) 누구나 다 경험할 수 있는 보통의 일일 수도 있다. 혹은, 이 두 가족이 보통이 아니고 특이할 수도 있다”라고 영화 관람 후, 제목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것을 권했다.

 


〈보통의 가족〉  기자간담회 사진. (왼쪽부터)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기자간담회 사진. (왼쪽부터)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식사 장면을 백몇 번 반복해서 찍었다”

배우 설경구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푹 우려낸 곰국 같은 영화”

배우 김희애

 

<보통의 가족>에는 세 번의 저녁 식사 장면이 등장한다. 세 번의 디너는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서로의 입장이 뒤바뀐 상태로 진행된다. <보통의 가족>의 원작이 「더 디너」인 만큼, 허진호 감독은 세 번의 저녁 식사 장면에 굉장한 공을 들였다. 허 감독은 세 대의 카메라로 식사 장면을 반복 촬영해 배우들의 미묘한 감정 표현을 포착하고자 했다. 설경구는 “카메라가 가까이 테이블로 올수록, 미묘한 균열과 묘한 위화감을 표현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장동건은 식사 장면 촬영이 마치 ‘기 빨리는’ 느낌이었다며, “식사 장면은 4명의 입장이 다 다르다. 그런 심리를 표현해야 하는데, 그것을 또 마구 드러낼 수도 없다. 캐릭터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서, 그런 것들을 세심하게 조율하는 게 어려웠다”라고 당시의 경험을 회상했다.

수현은 네 사람 중 가장 이질적인 성격의 인물 지수 역을 맡았다. 그래서 식사 중, 지수의 말들은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로 그런 지점이 가족 내에서의 지수의 입장과 역할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래서 배우 수현은 “(식사 장면에서 가족들의) 텐션을 뚫고 어떻게 입을 떼느냐가 가장 고민스럽고 힘들었다. 정말 많은 감정이 요동치는 신이었다”라고 전했다.


 

〈보통의 가족〉 스틸컷. 출처=(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스틸컷. 출처=(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부조리극 같은 영화”

허진호 감독

<보통의 가족>은 분명 무거운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나가는 영화지만, 곳곳에 유머가 포진해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허진호 감독은 이와 같이 유머를 영화에 배치한 이유에 대해 “(각본의 내용이) 마치 부조리극 같았다”라고 답했다. 심각한 상황 속, 인물들의 뜬금없고, 생뚱맞은 행동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예를 들면, 근사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복어가 등장하자 “여기 초장 주세요”라는 지수(수현)나, 얼떨결에 나이 어린 형님을 맞이한 연경(김희애)와 젊은 동서 지수(수현)의 긴장감 가득한 관계가 그렇다.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관객들이 가장 많이 ‘빵 터진’ 장면은 단연 연경(김희애)이 “이 남자들 때문에 정말 돌겠네”라는 대사를 뱉는 씬이다. 배우 김희애는 해당 장면에 대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두 남자, 변호사와 의사가 집안에서 인간적인 면모, 밑바닥을 보여주니 연경이로서는 정말 ‘돌아버리는’ 거다. 보시는 분들은 통쾌하게 느낄 것 같다”라고 첨언했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