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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가족〉 등 10월 셋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보통의 가족

감독 허진호

출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자식의 죄, 나의 도덕 

★★★★ 

자식이 괴물이면 부모는 자기 안의 악마를 꺼낸다. 끝없이 부도덕한 추락, 잘못된 선택들, 뻔뻔한 이기심이 고개를 든다. 애초에 자기 자신에게 존재하는지 몰랐던 것들.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마음의 깊숙한 우물 아래에만 존재했을 것들. 내 자식을 둘러싼 딜레마는 그렇게 보통의 양심의 이면을 들춘다. 자녀들의 범죄 행각 앞에 경제적 상황, 도덕적 관념, 결혼 생활의 양상까지 상이한 두 형제와 그 아내들의 대화는 점차 더 큰 파열음을 내며 영화의 폭발적 동력을 만든다. 날카로운 현악 사중주를 보는 듯한 네 배우의 연기 앙상블이 탁월하게 인상적. 이야기와 주제는 원작에서 가져온 것일지라도 한국적 상황을 입혀 만든 새로운 갈등의 국면, 쇼트 하나 허투루 다루지 않은 연출의 관록은 이 영화만의 것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

고급 와인과 요리가 놓인 식탁에 가족들이 둘러앉는다.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의사 재규(장동건) 형제는 짐짓 안부를 주고받지만 우아한 몸짓이 파열음을 내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가치관의 차이와 경제적 격차, 치매 걸린 노모를 모시는 문제까지 두 가족 사이의 묵은 갈등은 자녀들의 범죄로 둑이 무너지듯 터져 나온다. 자식의 죄를 덮을 것인가,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인가를 두고 서로 다른 신념과 도덕으로 맞서던 이들이 마침내 자신의 밑바닥을 드러낼 때 영화는 당신은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 네덜란드 소설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한국 사회에 맞게 각색한 시나리오가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자식 문제로 부모가 미쳤을 때, 그건 사랑일까 광기일까

★★★☆

세상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내 자식이 괴물이라면? 괴물 같은 자식을 둔 부모는 갈림길에 선다. 자식이 죗값을 치르도록 하거나. 진실을 덮고 그 자신도 짐승이 되거나. 그러나 <보통의 가족>의 진짜 재미는, 이러한 ‘갈림길’에 있지 않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에 따라 신념을 내세우던 두 형제가 결정적인 순간 ‘신념의 역전’을 보여주는 변화에 영화의 진짜 재미가 새어 나온다. 덜컥거리는 지점이 없지 않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적절히 섞은 블랙 코미디로 몰입감을 선사한다. 가장 눈에 띄는 캐스팅을 꼽자면, 배우가 아니라 허진호 감독이다. 기존 허진호 작품을 떠올렸을 때, 결이 완전히 다르다. 이 작품은 훗날, 허진호의 분기점으로 평가될까.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감독 김민수

출연 정우, 김대명, 박병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나쁜 경찰들의 세상

★★★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과 <킹메이커>(2022)의 각본을 썼던 김민수 작가가 감독으로서 첫 장편을 만들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우리가 익히 접했던 ‘돈 밝히는 비리 경찰’ 이야기로, 끝까지 그 승자를 알기 힘든 엎치락뒤치락 개싸움이다. 각자의 욕망과 사정으로 한판 승부에 뛰어드는데,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진실 게임의 양상을 띤다. 익숙한 쾌감을 전하는 영화. 정우, 김대명, 박병은, 조현철 등 각자의 확고한 연기 톤을 지닌 배우들이 좋은 앙상블을 이룬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의도된 익숙함이라는 시도

★★★ 

제목대로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잠깐의 탐욕과 자기 합리 때문에 말 그대로 ’ 더러운 돈‘에 손댄 자들은 예정된 고통과 파멸을 향해 갈 수밖에 없다. 이 영화만의 작은 재치들이 빛나는 순간도 분명 있지만, 설계가 헐겁게 느껴지는 구간들이 아쉬움을 남긴다. 다만 비리 경찰과 어둠의 조직 사이의 전쟁을 소재로 한 장르적 클리셰 범벅의 설정들은 부진한 아이디어라기보다 오히려 의도된 것처럼 보인다. 부러 익숙한 장치들을 선택해 간결하고도 직설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던 바람이 엿보인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시도이지만, 뒤늦게 찾아온 개봉 시기가 어쩔 수 없이 영화의 시도를 조금은 바래게 만든 부분이 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무난하다. 여러 의미에서

★★★

더러운 돈에 손댔다가 인생 수업 제대로 받는 형사들 이야기. 무난하다. 캐릭터도, 이야기 전개도, 반전도 무난하다. ‘기본에 충실해서’ 볼만하다는 평가도, ‘공식에 짜 맞춰’져 있어서 개성이 없다는 평가도 영화는 모두 수렴할 것이다. 정말, 무난하니까. 영화의 ‘톤앤매너’는 두 주인공이 더러운 돈에 손을 대기엔 ‘양심’이라는 게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뼛속까지 나쁘지 못한 남자들이 의심하고 의심받는 상황을 동력 삼아, 영화는 멈추지 않고 달려 나간다. 다만, 폭력 수위가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단 생각은 지울 수 없고, 중국에서 수혈받은 악당 이미지는 한국 영화계가 지루하게 반복한 설정이기에 피로감을 주는 면이 있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감독 한제이

출연 박수연, 이유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세상과 싸우는 아이들

★★★

감성적인 제목과 달리, 십대들이 겪는 퍽퍽한 현실을 담아냈다. 주영(박수연)과 예지(이유미), 두 주인공은 온갖 부조리한 상황으로 점철된 현실 속에서 연대하고 함께 싸워 나가며 애틋한 감정을 나눈다. 1999년을 배경으로 한, 혹독한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의 이야기. 여기에 퀴어 영화의 구도가 결합된다. 같은 1999년을 배경으로 하는 소녀들의 성장 영화라는 점에서 <빅토리>와 비교해봐도 좋을 듯. 그 톤이 사뭇 다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그 시절, 그들이 사랑하고 쟁취한 시간

★★★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유명 구절이 저절로 떠오르는 영화다. 1999년 세기말을 배경으로 두 소녀의 사랑과 이들의 세상을 향한 분노, 외침, 행동을 똑똑히 보여주는 당찬 한국 영화의 등장이다. 시대물인 데다가 학교 운동부 비리와 폭력, 소년원 출신 학교밖청소년, 동성애 코드까지 다루기 만만치 않은 소재를 화력 좋게 밀어붙인다. 다수의 독립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활약한 박수연과 이유미가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여성 청소년을 포함한 여성들의 가슴속 열정에 불을 지필 것이다. 

 


구룡성채: 무법지대

감독 정 바오루이

출연 홍금보, 고천락, 임봉, 유준겸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부흥을 너머 변화를 꿈꾸는 홍콩 영화의 성채

★★★

지금은 관광지가 된 홍콩의 슬럼가 구룡채성을 무대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 영화. 홍콩 영화의 거장 홍금보를 필두로 고천락, 곽부성, 임봉, 유준겸 등 신구세대 홍콩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홍콩 액션 영화의 정수를 두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 사나이들의 우정, 의리, 배신, 복수 등 과거 홍콩 누아르와 무협 영화를 계승하면서 시각적 스타일에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혔다. 영화를 위해 매 장면마다 전력투구하는 성실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의 넘치는 연기가 멋스럽다. 

 


빚가리

감독 고봉수

출연 고성완, 승형배, 문용일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

위트에서 강박이 느껴진다

고봉수의 인장이라 할만한 것들이 포진돼 있다. 대책 없는 인물들의 대책 없는 행보와 예측 불가한 엇박자 리듬과 대사에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유머와 캐릭터 조형에서 조미료가 느껴진다. 자신의 장기를 곁눈질하는 감독의 시선이 느껴진달까. 굴곡은 있지만, 고봉수 영화는 장편 데뷔작 <델타보이즈>에서부터 완만하게 하강하는 느낌이다. 감독의 개성을 지지해 온 사람으로서, 그의 비상을 바라며 독한 소리를 해 본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빚이 빛이 되어줄 수 있다면 

★★★

영화 시작 3분 안에 웃음이 터진다. 코미디 장인 고봉수 감독의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번에는 제 앞가림 못하는 아들 걱정에다가 경제적으로도 고달픈 아버지의 사연을 ‘고봉수 코미디 유니버스’ 안에서 풀어낸다. 시대에 억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청년 세대 아들이나 자영업자 아버지나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고통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데 골몰하기보다 고통의 어두움과 그럼에도 일상을 묵묵히 담담하게 살아가는 자세까지 담았다. 고봉수 사단의 대표 배우 고성완이 소시민 아버지로 분해 짠한 연기의 진수를 보여 준다. 

 

 

 


페이퍼맨

감독 기모태

출연 곽진, 장현준, 기모태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내 집은 어디 있는가

★★★☆

페이퍼(돈)가 없어 집을 빼앗긴 남자가 굴다리에 페이퍼(폐지)로 만든 그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나간다. 그러나 페이퍼(자본주의) 사회에서 먹이사슬은 어딜 가든 존재하고, 삶의 부조리는 굴다리 밑 집까지 침범해 온다. 한편의 우화 같은 작품으로 사회에서 밀려난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나,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하고자 하는 바를 가볍지 않게 전달한다. 쉬운 길로 가지 않는 결말도 인상적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뺏고 빼앗기는 생존 코미디 

★★★

과거의 영광은 아무 소용 없다. 전직 금메달리스트에서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은 신세가 된  주인공의 생활 분투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 폐지를 주워 잠자리를 만들고 생계를 꾸려나가려는 주인공과 폐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웃프게 전개하면서 날카롭고 예리한 기운까지 서슴없이 드러낸다. 거칠고 투박한 면도 있지만 온기까지 담아 전하는 영화가 어딘가 종이와 닮았다. 

 


잠자리 구하기

감독 홍다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8

★★★★

‘입시지옥’ 대한민국에서 그 관문을 뚫고 성인으로 성장해야 하는 청년 세대의 적나라한 초상. 홍다예 감독은 2014년부터 8년 동안, 고등학생-재수생-대학생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일기를 쓰듯, 혹은 가감 없이 기록하듯 카메라에 담아낸다. 그 과정은 성장이라 부르기엔 너무 가혹하지만,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다. 힘겹지만 대면해 직시해야 할, 우리 시대의 인류학적 기록.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누군가를 구하는 영화 

★★★☆

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이 카메라를 들었다. 대담무쌍한 행동일까, 무모하고 치기 어린 행동일까. 영화를 보면서 홍다예 감독이 자신과 친구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은 진짜 이유를 알게 되고, 예상보다도 긴 시간이 새겨진 기록을 따라가면서 감독의 깊은 고민과 속내를 헤아리게 된다.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성격보다는 솔직한 자기 고백적 이야기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든다. 이 영화를 무사히, 끝까지 완성한 감독에게 고맙다. 

 


닥터 코토 진료소

감독 나카에 이사무

출연 요시오카 히데타카, 시바사키 코우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2000년대 인기 드라마의 현재진행형 

★★★

야마다 타카토시의 동명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2003년과 2006년 일본에서 방영한 드라마 시리즈의 후속편. 드라마 연출을 맡았던 나카에 이사무 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 요시오카 히데타카, 시바사키 코우 등 출연진이 16년 만에 뭉쳐 과거의 인기와 드라마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어느새 백발이 된 의사 코토는 여전히 섬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면서 안팎으로 새로운 문제들과 직면한다. 코토와 섬사람들의 이야기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내는 연대의 가치를 다시 일깨운다.  사카이 마사토, 아오이 유우, 카미키 류노스케의 깜짝 출연도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