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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통의 장동건’이란? 현실적이고도 다면적인 아버지를 연기한 〈보통의 가족〉 장동건

김지연기자
〈보통의 가족〉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포스터.

장동건이 ‘보통의 장동건’으로 돌아왔다. 1992년 데뷔 이래, 약 32년 동안 줄곧 대표적인 ‘미남 배우’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던 장동건은 그간 그의 외모만큼이나 화려한 배역으로 관객을 만나왔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형사, <친구>의 조폭, <우는 남자>의 킬러 등. 그런데 16일 개봉하는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장동건은 생애 처음으로 고등학생 자녀를 둔 보통의 아버지를 연기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 영화다. 장동건은 극 중에서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 역을 맡았다. 재규는 그의 아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마주한 후 감정의 파고를 겪는다.

주인공 4인 중, 재규는 복잡다단한 인간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캐릭터다. 그래서 장동건은 재규의 ‘똑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표현하기 위해 자기 자신의 내면을 끌어와 캐릭터를 빚어냈다.

그래서인지, <보통의 가족>은 장동건의 얼굴보다 표정이 보이는 영화다. 영화 <창궐>(2018)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그는 인터뷰에 앞서, 먼저 지난 2020년의 사생활 논란에 대해 입을 떼며 “나 혼자만의 작품이 아닌데 나의 개인사가 혹시라도 영향을 끼칠까 봐” 우려된다며 거듭 사과를 건넸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라는 부모이자 배우인 장동건. 지난 26일 오후 삼청동에서 진행된 <보통의 가족> 장동건과의 인터뷰를 옮긴다.

〈보통의 가족〉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스틸컷

 

오늘도 긴장을 많이 하셨다고 했는데, 24일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마치 ‘재판장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하셨어요. 왜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제가 토론토영화제 때 <보통의 가족> 완성본을 처음 봤어요. 그런데 해외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고, 세세한 웃음 포인트에서 다들 웃어주셔서 신기하기도 했어요. 나라, 문화가 달라도 다 공감이 되나 보다, 전달이 되나 보다 싶었어요. 그리고 다른 영화제에서도 <보통의 가족>이 반응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제 한국만 남았다’ 싶었어요. 해외 관객들은 자막 통해서 영화를 봤을 텐데, 한국 관객분들은 실제 대사를 듣고, 그 뉘앙스가 더욱 디테일하게 들리니까, 그만큼 흠도 많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걱정과 기대가 됐어요. 그런데, 배급관(언론배급시사회에서는 언론 관계자/배급 관계자의 상영관을 나눠서 상영했다)에서는 토론토와 같은 반응이 아닌 거예요.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 기자간담회 하러 들어가는 그 복도가 되게 길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배우들도 사실 조금 당황했고요. 제가 무심코 ‘재판장 가는 것 같은데’라고 했어요.

 

저희(기자)는 언론관에서 봐서, 영화를 보면서 다들 웃기도 하고, 반응이 되게 좋았거든요. 배급관에서는 다들 조용히 영화를 보던가요?

 

되게 조용했어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그냥 여기서 영화를 볼 걸 그랬다, 그런 얘기까지도 했었죠. 그런데 눈치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자간담회 하러 막 들어갔을 때보다 기자분이 질문을 하실 때, (반응이 좋아서) 네 명이 전부 다 마음이 탁 놓이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아, 여기(언론관)서는 잘 전달됐나 보다 싶었어요.

 

〈보통의 가족〉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최근에는 영화 <창궐>(2018),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아라문의 검> 등 오랫동안 시대극을 하셨는데요. 정말 오랜만에 현대극으로 뵙는 것 같아요. <보통의 가족>에서 재규 역으로 양복과 의사복을 입으셨어요.

 

저의 전작에서는,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연풍연가>(1999) <신사의 품격>(SBS 드라마, 2012) 정도 아닌 이상, 특수직이거나, 판타지 속 인물이거나, 킬러, 좀비 같은 역할이었고, 드라마 <아라문의 검>에서도 고대시대 왕이었어요. 저도 <보통의 가족> 대본을 받아보고는, ‘아 내가 이런 걸 안 했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첫 촬영 때 모니터에 가서 제 얼굴을 딱 봤는데 솔직히 약간 좀 놀랐어요. ‘내가 이렇게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인다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화면 속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밖에는 모르니까. 전작도 보통은 과한 분장을 하고 찍는 것들이었는데, <보통의 가족>은 가장 자연인으로서의 저와 비슷한 모습으로 딱 카메라에 서는 거니까. 그래서 김희애 선배님하고 농담으로 “제가 (설)경구 형보다 더 형처럼 나오는 것 같은데요”라는 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런 지점이 한편으로는 좀 편하게 다가오기도 했어요.

 

〈보통의 가족〉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스틸컷

 

맨 처음 <보통의 가족>의 대본을 받고 든 생각이 궁금해요. 어떤 이유에서 재규 역할을 연기하고 싶으셨나요?

 

대본을 받았을 때, 되게 반가웠어요. 현실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속에 있었고. 대본을 읽었는데, 재규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겠는 거예요. 그동안의 캐릭터들은 밖에서 끌어와서, 만들고 덧붙여서 연기를 했다면, 이 역할은 내 안에서 찾아서 꺼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본을 읽고 설렜어요. (시놉시스에 쓰인) 재완(설경구), 재규에 대한 한 문장 설명 이면의 모습들이 대본을 보면 많이 보였거든요. 정형화되지 않은, 찌질하고, 비겁한 인간의 본성을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배우가 연기하기에 풍성하고 좋은 대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규의 선함이 가식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본성 또한 재규의 모습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거든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의 모습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고. 내가 살면서 선택의 순간들에 선택을 했던 기준들이 있고, 관성으로 선택하면서 살기도 했고. 그런 복합적인 것들이 재규에게 보였어요. 그래서 연기할 때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허진호 감독님이 현장에서 뭔가를 딱 정해놓고 넘어가는 스타일이 아닌 걸 알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재밌었고요.

 

말씀하신 대로, 허진호 감독과는 2012년 <위험한 관계> 이후 십여 년 만에 재회하셨습니다. 허진호 감독은 현장에서 대사를 고치기도 하고, 상황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연출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때의 허진호 감독과 이번의 허진호 감독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이 대화하려고 하셨어요. 요즘에는 (촬영 기간 등이 짧아져서) 물리적으로 어렵지만, 그 안에서 또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하시고, 요즘 시대의 것들을 잘 지켜나가면서 작업을 하셔서, 저는 또 다른 의미에서는 그게 발전이고 진화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주어진 시간 안에서 모든 걸 해내는 것도 감독님들의 하나의 미덕이 되니까, 그런 압박감이 그때보다 지금은 더 많으실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와 같은 연출 스타일을 유지하시는 것 같아요.

 

〈보통의 가족〉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스틸컷

 

<보통의 가족>에는 90년대를 풍미했던 청춘스타, 장동건과 김희애가 부부로 등장합니다. 김희애 배우와 부부로 호흡을 맞춰보니 어땠나요?

 

영화의 정보를 모르시는 분들은, 다들 저와 수현 배우가 부부라고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경구 형과 김희애 선배님이 부부로 나오는구나 생각하시고. 그런데, 그런 코드도 감독님이 의도하신 부조리극, 블랙코미디적 요소의 일부일 수도 있고. 저도 처음에는 김희애 선배님이랑 하면 연상연하 부부(아내가 남편보다 나이가 많은 부부)라는 설정이겠거니 싶었는데, 화면 보니까 꼭 연상연하 아니어도 되겠더라고요. (웃음) 김희애 선배님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죠.

 

〈보통의 가족〉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스틸컷

또, <보통의 가족>에는 ‘원조 아이돌’ 장동건과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가 형제로 나온다는 점이 재미있는 포인트인데요. 배우 설경구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경구 형을 개인적으로 되게 좋아했어요. 영화 속 모습은 되게 거친데, 실제로 만났는데 되게 선하고, 마음이 여린 면도 있고, 그래서 항상 같이 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사실, <보통의 가족> 대본을 읽고서는 재완-재규의 형제 관계를 조금 더 치열한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왜냐하면 저는, 재규는 재완에게 미움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치열한 형제 관계를 표현하면) 콤플렉스를 조금 더 크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경구 형은 조금 더 느물느물, 진짜 형처럼 툭툭툭 받으며 연기를 하시니까 저도 거기에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저도 그래서 이게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형 동생이 서로 원수지간이 아닌 이상, 서로 의견이 다를 때도 있고, 끈끈할 때도 있고. 그런 형제 관계가 더욱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식사 이후에, 옥상에서 재완과 재규가 얘기하는 장면에서 ‘흥부 놀부’ 하는 건 경구 형의 애드리브이기도 했는데. 상대 배우를 당황스럽게 애드리브를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같이 따라가게끔 하는 게 훌륭한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유연하게 상황에 따라서 연기하는 걸 많이 배웠습니다.

 

<보통의 가족>을 촬영하며, 실제 부모라서 더욱 와닿는 지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아들 시호 역의 김정철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시호는 실제 제 아들과는 나이차가 좀 있긴 하지만, 계속 그의 눈을 보고 연기를 하면서 실제 제 아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게 조금 괴로운 지점이기도 했어요. 자꾸 나쁜 생각을 하게 되니까. 김정철 배우는 연기를 본능적으로 잘하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한강 장면은 제가 계속 울컥하면서 촬영을 했어요. 저는 결말을 아는데도 계속 울컥하더라고요. 그 장면 찍을 때 실제로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보통의 가족〉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스틸컷

 

<보통의 가족>에는 총 세 번의 가족 식사 장면이 등장합니다. 허진호 감독 역시 식사 장면을 가장 공들여서 찍었다고 말했는데요. 식사 장면을 찍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고 들었어요.

 

특히나 마지막 식사 장면은, 거의 며칠간 넷이 같은 자리에서 앉아서 여러 방향에서 돌아가면서 찍었어요. 보통, 투 샷, 풀샷, 클로즈업이 있는데, (카메라에 자신이 안 나오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같이 연기를 해주긴 하는데, (자신을 찍는 부분이 아니니) 그렇게 막 열심히 하지는 않거든요. 왜냐하면, 상대방의 연기 톤이 다 결정되어 있으니까 (굳이 할 필요 없어서). 그런데, <보통의 가족>은 여기서 다르게 하면 여기도 변해야 하고, 여기가 바뀌면 이쪽도 달라져야 하고. 그렇게 (네 명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으니까, 상대방이 연기를 할 때에도 뒤에서 실제로 연기를 해야 했어요. 김희애 선배님이 먼저 (자신을 찍고 있지 않을 때에도 연기를) 하시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다 해야 되겠다, 싶어서 연기를 여러 번 했죠. 그런데 그중에 웃음 포인트도 있고, 그런 상황들이 재밌었어요.


*아래 문단부터는 <보통의 가족>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리원칙을 중시하고, 완강하고 정의롭게만 보였던 재규는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태도를 확 바꿉니다. 재규는 왜, 입장을 바꿨을까요?

 

나머지 세 캐릭터는 입장이 되게 분명하죠. 그런데 재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받는 질문들을 보면, 보시는 분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고요. 저는 그게(그 의견들이) 다 맞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도 감독님이랑 얘기를 많이 했죠. 저는 재규를 그렇게 생각했어요. 제3자 입장에서는 재규가 확 바뀐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재규는 후반부의 선택을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사람인 것 같아요. 이 선택(아들을 옹호하는 선택)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고. 영화 중에, 병원에서 재규가 밥을 먹다가,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밥을 열심히 먹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되게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자기도 몰랐던 자기의 본심으로 다시 돌아간 게 아닐까.

 

〈보통의 가족〉 스틸컷
〈보통의 가족〉 스틸컷

 

영화를 보면, 재규에게는 선한 모습 뒤의 이면이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 많아요. 영화 초반부에, 재규는 아내와 음담패설을 하기도 하고요. 아들 시호를 타이를 때도 말보다도 손이 먼저 나가고, 병원 인턴에게 화를 내기도 해요. 처음 재규는 굉장히 정의롭고,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나오지만, 사실 시어머니 간호를 아내에게 맡긴 고지식하고 딱딱한 인물이기도 하고요.

 

그게 제가 재규라는 캐릭터를 배우로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포인트였고요. 단순히 선하고 착한 역할이었으면 별로 매력이 없었을 것 같아요. 재규는 자신이 형(재완)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마지막 식사 장면에서는 욕을 하기도 하면서 그것도 내려놓거든요. 본인이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하는 행동이, 본능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양면성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사람은 다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면이 있잖아요. 그게 잘못됐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그게 잘 살아가려는 인간 각자의 노력이라고 생각을 하고. 재규는 만약 이런 사고가 없었다면 정말 끝까지 존경받는 의사였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선한 사람이 아니냐,라고 하면 또 쉽게 얘기할 수 없을 것 같고. 시어머니 병수발을 드는 아내를 애써 외면하는 것들도, 그런 양면성이겠죠.

 

〈보통의 가족〉 스틸컷
〈보통의 가족〉 스틸컷

<보통의 가족> 재규의 아들 시호는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재규는 시호를 도와주지 않죠. 시호는 그때부터 분노와 스트레스를 건전하지 못하게 표출해 왔고, 결국 범죄로 그의 잠재된 폭력성이 발현된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어쩌면, 시호가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재규가 부모로서 적당한 조치를 취했다면 범죄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죠. 재규는 그런 점에서 되게 이기적인 사람이었을 수 있어요. 자기는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신념이 나름대로 있었을 수도 있죠. 예전에는 어렸을 때 싸우고 맞고 들어오면, ‘왜 너 맞기만 했어, 너도 때리지’ 이런 것들이 예전의 교육이었는데, 요즘 시대는 그러면 안 되잖아요. 요즘의 가치관, 교육이 바뀌고 너무 많은 게 달라졌어요. 재규는 그런데 그걸 애써 외면하면서 묵인했죠.

그런데, 재규가 그렇게 했다고(학교폭력을 당한 아이를 제때 잘 조치했다면) 만약 이 사건이 바뀌었을까 하면 저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요즘은 아이들이 부모의 영향을 조금 덜 받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저도 아이가 둘인데, 아들은 중학교 2학년, 딸은 초등학교 4학년인데 둘이 성향이 너무 달라요. 그리고, 저도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당연히 좋은 부모님 밑에 있었지만, 부모님이 너는 이렇게 이렇게 돼야 해,라고 해서 바뀌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주변의 환경, 자기가 경험한 것, 친구들과의 관계 등을 통해서 변화한 것 같아요.

지금의 어른들이, 해결책은 모르지만 문제의식은 다들 갖고 있지 않나 생각은 들어요. 그래서 <보통의 가족>이 의미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고. 한 가지 걱정은, 감독님이랑도 얘기를 나눴는데 이 영화가 아이들을 너무 나쁘게 그리는 영화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는데, 사실 이 영화 속의 아이들 캐릭터는 부모들의 나쁜 상상의 끝에 있는, 판타지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도 이런 아이들(<보통의 가족>처럼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가끔씩 뉴스에 나오기도 하지만, 전체 아이들을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요. 영화가 어른의 관점에서 성찰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해요. 저도 아이가 처음 유치원 갈 때의 그 느낌이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거든요. 혼자 가서 저기서 어떤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일어나지도 않겠지만, 그런 나쁜 상상의 끝에 있는 캐릭터예요.


〈보통의 가족〉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장동건 (사진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장동건 배우의 차기작은 영화 <열대야>로, 우도환, 혜리 배우와 작업을 하셨고요. <보통의 가족>에서는 고등학생 역할을 맡은 홍예지, 김정철 배우 등과 호흡하셨어요. 이렇게, 최근에 젊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하시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요.

 

진짜 많이 배워요. 저는 사실, 제 스스로가 막 자신감 있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후배 배우들하고 할 때도, 망신당하면 안 되는데, 잘해야 하는데, 좋은 선배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부담이 있어요. 그런데 같이 연기를 하면 정말 깜짝 놀랄 때도 있고. 저는 30년 동안 연기를 했는데, 시대에 따라 선호하는 연기 스타일이 있거든요. 지금 젊은 친구들 연기하는 거 보면 진짜 잘하는 것 같고, 배울 점이 너무 많고. 후배라기보다는 같은 동료고. 그래서 저도 체면 같은 거 버리고, 어려운 점이 있으면 후배들이랑 상의도 하고. <열대야>의 도환이 같은 경우도 지금도 가끔씩 연락해서 보고 지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