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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토록 응원하고픈 첫사랑이라니!…〈우·천·사〉 한제이 감독

“아날로그 시대의 어긋남, 영화에 녹였다”

씨네플레이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포스터.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포스터.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2024년 가을 극장가는 일견 <베테랑 2>(감독 류승완)의 독주 시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다양한 웰메이드 독립영화들이 극장 한편에서 눈 밝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기자 출신 엄마의 10년 세월을 담은 <그녀에게>(감독 이상철), 정리해고자를 선정해야 하는 인사팀 직원의 고충을 그린 <해야 할 일>(감독 박홍준), 동성 연인을 엄마에게 소개하며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는 가방끈 긴 딸 이야기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 올해 최고의 데뷔작으로도 손색이 없을 <장손>(감독 오정민) 등이 9월 극장가에서 선전했다.

10월에도 독립영화 열풍은 이어질까? 아마도 그럴 거 같다. 길지만 시적인 제목만으로도 벌써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감독 한제이, 이하 우·천·사)가 그 열풍의 한 가운데에 있을 것만 같다.

태권도부 주영(박수연)은 체급을 올리라는 코치의 명령에 힘들게 증량에 나서지만, 5일 만에 5kg 찌우기란 쉽지 않다. 증량이 실패하면 코치는 주장을 ‘갈구고’, 이는 주장과 부원들의 단체 학대로 이어진다. 증량에 성공해 대회에 출전하지만, 상대를 쓰러뜨리고도 흰 수건을 던지며 주영을 기권패 시킨 코치. 어른들의 더러운 거래의 희생양이 된 주영은 태권도부를 그만두려 하지만, 뒷골목에서 부원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그때 소년원 출신의 예지(이유미)가 기발하게 등장하며 주영을 구해준다. 우연인가, 필연인가. 엄마의 청소년 사회화 프로그램으로 함께 살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싹튼 미묘한 감정을 확인하지만, 현실은 서로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둘을 떼어놓으려 한다. 가장 순수했던 첫사랑을 두 소녀는 지켜낼 수 있을까?

<우·천·사>는 체육계 비리와 폭력을 다룬 김지영 작가의 원작 시나리오에서 로맨스 부분을 강화해 각색했다. <담쟁이> 이후 두 번째 영화로 <우·천·사>를 선택한 한제이 감독은 여기에 1999년 세기말, 종말론 시대에 싹튼 사랑이라는 설정을 추가하며, 폭력이 만연했던 시대에 가장 순수했던 10대 시절을 보내는 두 소녀의 동화 같은 첫사랑을 스크린에 싱그럽고, 풋풋하며, 뜨겁게 그려냈다. 코치의 폭력과 차별 때문에 태권도를 버리고 처음으로 진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태권소녀 주영 역은 <벌새>와 쿠팡 시리즈 <안나>의 박수연 배우가, 그저 잘 죽고 싶은 목표뿐이지만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예지 역은 <오징어 게임>, <힘쎈 여자 강남순>의 이유미 배우가 맡아 싱크로율 200%의 열연을 선보인다.

<우·천·사>는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면서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을 수상했고,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에 ‘주목할만한 독립예술영화’로 선정됐다. 이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국제앰네스티 인권영화제, 광주여성영화제, 피렌체 한국영화제 등 모든 영화제에서 전석 매진 사태를 일으키며 <우·천·사> 팬덤이 형성되기도 했다.10월 16일 개봉 후에도 <우·천·사> 신드롬을 이어갈지 기대를 모으는 독립영화다. 한제이 감독을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한제이 감독.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한제이 감독.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이후 최근 바르셀로나 한국영화제까지 많은 영화제에 초청받으셨어요. ‘우·천·사’ 팬덤이 생길 정도였다죠?

두세 번은 기본이고요. 여덟 번 보신 팬들도 있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배우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많이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영화제 관객과 일반 관객은 좀 분위기가 다르긴 하잖아요. 10월 16일 개봉을 앞둔 소감을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떨리죠. <우·천·사>가 영화제를 너무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이미 개봉했던 거 아니었냐’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많거든요.(웃음) 이제 개봉이니까 영화제 때처럼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N차 관람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데뷔작 <담쟁이>(2020)에 이어 두 번째 영화 소재도 ‘퀴어’라서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있긴 있었죠. 그런데 퀴어라는 소재 때문이었던 건 아니었어요. 40대 중반이 될 때까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찍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한 장르만 하는 감독처럼 이미지가 굳어질까 하는 부담감 정도였죠.

<우·천·사>는 어디서 출발한 영화인가요?

<담쟁이> 개봉 직전이었어요. 5월쯤이었던가, 전주국제영화제 기사가 나간 후에 <우·천·사> 원작자인 김지영 작가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이런 작품이 있는데, 연출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제안이었죠. 원작을 읽고 나서 방금 질문하셨던, 그 이유로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그래도 분명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이고, 또 좋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로 만들 결심을 했는데, 원작이 많이 어두웠어요. 폭력적인 부분도 많았고요. 저는 이 이야기를 다른 시대의 이야기로 각색해 밝은 사랑 이야기로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이 부분을 김지영 작가께 말씀드렸는데, 좋다고 하셨어요. <우·천·사>는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각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뭐였나요?

잠깐 말씀드렸듯이 원작에서는 폭력적인 부분이 80% 정도로 많아요. 저는 이 영화를 누가 보더라도 사랑 영화로 느꼈으면 했어요. <우·천·사>를 본 관객이라면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게 되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아무 조건 따지지 않고 순수한 첫사랑을 경험해 본 관객이라면 그런 첫사랑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했고, 그런 첫사랑을 경험 해보지 못한 관객이라면 '나도 이런 사랑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이 부분이 제일 컸죠.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사실 <우·천·사>는 제목이 다했죠?(웃음) 너무 좋아요. 시적이기도 하고요. 원작에서 가져온 것인지, 새롭게 만든 것인지, 제목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해요.

원작 제목은 『dear』였어요. ‘누구에게’라는 뜻인데, 저한테는 딱 와닿지 않더라고요. 예전에 <윤희에게>(감독 임대형, 2019)라는 영화도 있었고요. 고민했죠. 어느 날 우연히 독립서점에 들어갔는데, 시집 한 권이 저를 부르더라고요. 김은비 작가님의 『사랑이 무엇일까요』라는 시집이었어요. 시집을 집어 들고 펼친 페이지에서 지금 제목이랑 문구가 약간 다르긴 한데, 딱인 시구가 있는 겁니다. 온몸에 전율이 일었죠. ‘이거 우리 영화 제목이다!’ 싶었죠. 바로 출판사에 연락해서, 이 시구를 좀 바꿔서 영화 제목으로 쓸 수 있는지 알아봤고, 김은비 작가님께 흔쾌히 그래도 좋다는 허락을 구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집, 시구가 저를 선택해준 거 같아요.

영어 제목은 ‘No heaven but Love’ 더라고요.

한국 제목을 진짜 운명처럼 짓긴 했는데요. 너무 길잖아요.(웃음) 영어로는 어떻게든 간단하게 가자,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자고 하다가 그렇게 지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난주에 바르셀로나 영화제 갔다가 지하철을 탔는데, 유기견 광고 카피로 ‘No Money But Love’를 발견했습니다.(웃음)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기자간담회 현장의 박수연(왼)과 이유미 배우.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기자간담회 현장의 박수연(왼)과 이유미 배우.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영화가 잘 되려는 조짐인가 봅니다.(웃음) ‘주영’ 역을 맡은 박수연 배우와 ‘예지’ 역을 맡은 이유미 배우가 정말 눈부실 정도로 찰떡같은 캐스팅입니다. 먼저 이유미 배우 캐스팅부터 말씀해주세요. 예지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함께요.

사실 예지는 굉장히 현실적인, 철이 일찍 들어버린 아이죠. 예지 역으로 누구를 캐스팅할까 고민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이유미 배우였어요. 운 좋게 <우·천·사>에 함께 하게 됐죠. 예지는 주영이가 “내가 평생 너 먹여 살릴게”라고 말해도 웃기만 해요. 그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걸 아니까요. 처연한 인물이지만, 사랑에 용기를 낼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이유미 배우한테서 저는 예지와 닮은 이런 점을 느꼈습니다. 현실을 직시하며 본인이 할 수 있는 지금의 일들을 해내면서도 힘든 티도 잘 안내거든요, 유미가. 누구보다 강한 것 같지 만 사실은 외로운 인물이기도 하죠. 그래서 예지한테 주영이는 집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시 캐스팅 얘기로 돌아가면 어떡하면 더 예쁘게 담을 수 있을 것인가(!)가 촬영 현장에서 계속 고민한 지점이었습니다. 촬영감독님에게 가서는 “이게 최선인가요?”, “더 예쁘게 찍어줄 수는 없나요?”라고 계속 압박을 가했고요.(웃음) 이유미 배우는 ‘본인의 이쁨을 처음으로 연기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미 배우는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배우가 됐는데, 캐스팅이 어렵진 않았나요?

<우·천·사> 촬영 5회차 때 이유미 배우가 “감독님, 저 내일 <오징어 게임>나와요”라고 하더라고요. “응, 그게 뭐야?”라고 물었더니, 넷플릭스 시리즈라는 거예요. 잘 됐다고 너무 축하한다고 답하곤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천운이죠! 저한테는.(웃음)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과연 그렇습니다.(웃음) 그러면 주영 역의 박수연 배우는요?

주영은 밝고 순수한 인물이죠. 예지와는 정반대로, 때 묻지 않고 세상의 시선에 상관없이 돌진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사랑받고 자란 인물이면서 의리파이기도 하고요. 박수연 배우의 단편 중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었어요. 특히나 힘 있는 눈빛이 기억에 남는 배우였죠. 박수연 배우가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에 많이 나왔는데, 수연 배우에게 있는 밝은 모습을 <우·천·사>에서 최대한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우·천·사>는 이런저런 영화고, 나는 이런 감독이다, 함께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바로 오케이해줘서 너무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예지와 주영, 두 소녀의 순수한 첫사랑만으로도 충분해 보이는데, 굳이 세기말, ‘Y2K’ 설정을 보탠 이유가 궁금해요.

1999년, 그때는 ‘Y2K’나 ‘종말론’ 같은 것들이 사실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시대죠. ‘지구 종말이 오면 무엇을 할까’라는 것과 ‘첫사랑’이 맞물리면 아이러니하면서도 아련할 것 같았어요. 왜 만약 현재의 이야기로 했다면, 다들 휴대폰이 있고, 카톡도 하니까 ‘지금 전화해서 나갈게’ 이렇게 말하면 끝이잖아요. 저는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해요. 삐삐, 손편지, 집전화, 공중전화 시대 그리고 그런 시대에만 생길 수 있는 어긋남과 순수함들이 더 드라마틱하다고 느껴요. 「첨밀밀」(감독 진가신, 1996)이 그때 나왔으니 아련하지, 지금이었다면 구글앱 보내서 바로 만날 수 있는 거잖아요.(웃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강도가 다른 건 아니겠지만, 그런 것들에 대한 로망이나 그리움 같은 감정이 저한테 있는 것 같아요. 몇 번을 썼다 지우는 편지지에 꾹꾹 눌러담기는 그런 아날로그적인 마음들을 좋아해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저도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요즘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감독으로서 걱정도 있었을 거 같은데요.

맞아요. 확실히 MZ 세대들은 영화에 나오는 레트로 의상들이나 삐삐, 비디오, 물병 같은 소품들을 신기해하긴 하더라고요. 이름점치는 것도 진짜 있는 거냐고 GV 때 묻기도 했고요.(웃음)

방금 말씀하셔서요. 영화를 보면 90년대 말 감성이 물씬 풍깁니다. 소품 관련한 에피소드도 많았을 거 같아요.

거기 줄 달린 집전화기는 할머니가 주신 유품이에요. 아직 돌아가시진 않았는데, 저한테 유품이라고 주셨던 겁니다. 태권도 도복이나 관련 도구들도 당시 것들을 찾느라 고생을 좀 했죠. 또 성희(신기환) 방을 꾸미는 건, 전체 스태프가 다 붙어야했어요. 전체 20회차에 예산도 적었어서요. 벽에 붙은 ‘할 수 있다’ 표어도 연출팀이 직접 썼고요. 화이트 같은 경우도 수정테이프 말고 흔들어서 쓰는 걸로 구해달라고 미술감독께 요청했어요. 이런 작은 디테일들에 신경을 썼습니다. 쓰이지는 않지만 거실 벽장에는 옛날 비디오가 들어있기도 했고요. 벽에 별자리 스티커도 꼭 붙여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민우(김현목)의 ‘러브장’도 안에 한 장 한 장 다 꾸며 뒀는데, 영화에 안 나와서 아쉽죠.

말씀하신 별자리 스티커요. 꼭 붙여 달라고 미술감독께 요청하셨다는데, 왜 천정이 아니라 문에 붙인 건가요?(웃음)

천정은 카메라 앵글에 없어서요.(웃음) 주영이가 문에서 미끄러지듯 풀썩 주저앉는 모습이 나와야 했거든요. 잘 안 보이지만, 어릴 때부터 키 재서 줄 그어둔 그런 부분도 있어요. 주영이 방은 작가의 할머님 댁이었고요. 성희 방은 빌려주는 집을 구했어요. 예산 문제로 전체 를 꾸밀 수는 없으니 카메라 앵글에 나오는 공간을 최소화하고, 성희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만큼은 도배, 장판 다 하고 가구도 새로 넣었죠.

아까 저예산이라고 하셨는데, 도대체 얼마로 찍으셨길래요?

3억이요. 제 돈을 포함하면 그 금액에서 몇천이 더 들어가네요.

와, 정말 말도 안 되는 예산으로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영화를 찍으셨군요!

모두의 피, 땀, 눈물이죠. 국기원 대회 씬은 한 회차에 찍었답니다. 성희랑 주장이랑 이야기하는 것부터 라커룸에서 맞는 씬까지 전부 다요. 영화를 다시 볼 때마다 ‘아, 저걸 2회차로 나눠 찍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죠. 예지 이모 집은 공주예요. 이모집 분량과 산소 분량도 하루에 찍었습니다. 전부 다 데이씬이라서 하루에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거든요. 저는 시계를 계속 보고, 해는 떨어지고…. 거의 오후 5시부터는 숨을 못 쉬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결국 하루만에 다 찍었습니다.

바닷가 씬도 밀물은 들어오는데 하루 만에 찍어야 했고…. 사실 정말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여튼 정말 힘들었습니다. 제가 PD 역할을 같이 한 영화라서 더요.(웃음) 진짜 한 회차는커녕 반회차도 늘릴 예산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PD님들 마음을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끝으로 앞으로는 연출만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요.(웃음)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소품 이야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음악도 참 좋더라고요. 자우림의 ‘애인 발견!!!’, 고호경의 ‘처음이었어요’, 신화의 ‘으쌰! 으쌰!’ 같은 90년대 노래들요.

‘애인 발견!!!’은 애초에 가사가 시나리오 대본이라고 생각하고 책정한 곡이에요. 메인포스터에 담긴 그 씬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김사월 음악감독과 논의 중에 주영의 첫사랑을 담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서 ‘처음이었어요’를 선택했고요. 롯데리아 씬이나 버스씬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신나는 노래로 준비해봤습니다.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애인 발견!!!’ 노래를 이유미, 박수연 배우가 함께 부르는 버전이 너무 좋더라고요. 아이디어는 누가 낸 건가요?

제 아이디어였습니다.(웃음) 사실 같이 부른 건 아니고요. 두 배우 스케줄이 안 맞아서 따로 부른 걸 합쳤어요. 마지막에 둘이 노래를 부르면 풋풋한 느낌이 들 것 같았고, 영화제 팬분들에게 선물한다는 느낌으로 엔딩 크레딧에 입혔는데요. 너무 좋아해 주셔서 개봉 버전에서도 그대로 가게 됐습니다. 엔딩크레딧에 두 배우가 부른 ‘애인 발견!!!’이 들어가니까 영화가 좀 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느낌도 들어서요. 예지가 부르는 부분 가사에 “나는 너무 약해, 니가 나를 지켜줘야 해”라는 게 진심으로 울컥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극 중 예지는 약한 소리를 단 한 번도 못하는 아이인데, 사실 예지의 진심은 주영이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을 거니까요.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노래입니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영화에서 고속촬영은 두 씬이 있더라고요. 바닷가 놀이씬과 모텔 폭행 씬요. 바닷가는 <담쟁이> 때도 있던 장소고, 칫솔씬도 또 사용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러게요. ‘바다’ 하면 자유롭고 해방되는, 그런 즐거운 기억이 있나 봐요. 내면의 무의식이 드러난 거 같기도 합니다. 고속촬영한 두 씬에 대해서 말씀드리면요. 저는 현실에서 굉장히 행복하거나 또는 불행할 때 오히려 현실감이 없어지는 것 같이 느껴요. 꿈같기도 하면서 시각도 청각도 그렇게 느껴지는 거죠. 그래서 가장 행복한 바다씬과 가장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는 모텔 씬을 그렇게 구성해보고 싶었어요. 모텔 씬을 좀 더 부연하면, <우·천·사>는 폭력에 대해 대항하고 연대하는 영화라 폭력적인 장면을 어느 정도는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영화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그 부분을 덜 자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관객분들이 그 장면이 이런 연출로 인해 덜 자극적이었다고 이야기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고속촬영 효과를 이야기하면, 주영과 예지에게는 도망가는 그 시간이 굉장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테고요. 관객들에게도 ‘빨리빨리!’하면서 두 사람을 응원하고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효과를 주고자 했습니다.

엔딩 장면에서 쓰신 촬영 기법은 ‘스트로보’였을까요? 당시 왕가위 감독 때문에 유행했던 촬영기법인데,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쓴 건, 90년대 감성을 재현하기 위한 장치였을까요?

아니요. 그건 버스를 탄 주영이가 예지를 발견하고 내리면서부터 화면이 그렇게 바뀌죠. 시간의 흐름이 주영이에게는 굉장히 느리게 흐른다는 걸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이렇게 찍음으로써 관객들에게 엔딩 장면이 환상인지 현실이지 잘 구분할 수 없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알겠습니다. 아까 원작에서 폭력 부분을 많이 덜어냈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이 영화를 거의 8:2 정도로 사랑:폭력 이야기로 받아들였는데요. 다 보고 나니 생각보다 체육계 비리를 많이 담으신 거 같더라고요. 로맨스 부분과 밸런스는 어떻게 잡으려고 하셨어요?

메인 플롯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고, 서브플롯으로 체육계 폭력 문제를 녹이려고 했어요. 초고는 다른 작가님이 쓰셨습니다. 태권도 선수 출신이라 종목을 태권도로 선정했어요. 사실 폭력에 대항하고 연대하는 이야기와 사랑 이야기에 대한 밸런스에 대한 고민은 각색 단계부터 굉장히 많았습니다. 원작자가 확실히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폭력에 대한 연대’였고, 저 역시 시나리오 단계부터 이 이야기는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불편할 수 있어도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이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저는 관객 누가 봐도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구나‘라는 인상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밸런스를 잡고자 했습니다 .

관객 평이었는지, 기사였는지 확실하진 않은데요. <우·천·사>를 본 분이 ‘90년대 청춘 영화에서는 사랑 이야기만 하는 밝은 분위기 영화들이 많은데, <우·천·사>는 그 시절의 음과 양을 다 다룬 느낌이라 더 현실적이어서 두 사람을 응원할 수 있었다’라고 썼더라고요. 그게 맞는 거 같았어요. 저 역시 두 지점을 놓치지 않으려 시나리오 단계부터 촬영, 편집까지 그 비율을 잘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사랑이 7, 연대가 3이었죠.

<우·천·사>에는 ‘어른’도 없고, 사회 안전망도 부실합니다. 그나마 두 소녀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는 이모도 레즈비언으로 소수자죠. 이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이모 서사가 많았어요. 예지 엄마와 예지(이유미)가 가정 폭력을 당하는 와중에 정당방위로 아빠를 죽이지만, 그걸 예지 이모가 다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간 거죠. 예지는 그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사랑에서 희생의 가치를 느끼며 자란 거죠. 원작에서도 있었고요.

대를 이어서 성소수자가 된다는 것보다는, 그런 예지에게도 기댈 수 있는 어른 한 명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너무 힘들 것 같았어요. 촬영 마치고 배우들끼리 ‘결말에서 시간이 지난 후에 네 명이 이모집에 모여서 살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저도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멋진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게 예지 이모였으면 좋겠다는, 그런 제 바람이 영화에 투영된 것 같아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폭력적인 어른의 세계’와 ‘순수한 10대의 세계’라는 다소 단순한 이분법적 구조는 강점도 있지만, 한계도 있죠. 좀 더 레이어를 덧대는 구조를 생각해 본 적은 없나요?

그건 관객마다 다른 것 같아요. 어떤 관객은 이 영화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또 어떤 관객은 이 영화의 어른들이 희망적이라고 느끼거든요. 주영 엄마나 성희 엄마에게서 비교점을 보여주려고 한 부분도 있어요. 성희 엄마는 그 시대의 목표 지향적인, 전형적인 부자 엄마죠. 주영 엄마는 그 시대에는 지금보다 동성애가 더 배척받았기에, 딸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 시절의 현실적인 엄마로 그리고자 했고요. 그런 엄마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게 제가 생각하는 레이어였어요. 여기에 예지 이모도 당연히 포함되고요. 주연인 주영, 예지, 성희의 부모 역할들의 캐릭터들이 다 다름으로써 이들의 상황과 성격도 나타내고자 했죠.

그렇군요. 그래서, 많이 받으셨을 질문이지만 역시나 드려야겠습니다. 예지와 주영은 어떻게 됐을까요?(웃음)

아, 그거요?(웃음) 영화제나 GV 때마다 저는 오히려 관객들에게 질문해요. 어떻게 됐을 거 같냐고요. 해외 관객들은 ‘만났다’ vs ‘안 만났다’가 7:3 또는 ‘만났다’가 8 정도로 나와요. 그런데 국내 관객들은 반대로 ‘안 만났다’가 8 정도로 나와요. 그러면 저는 “다들 사랑에 대한 낭만을 잃으셨군요!”라고 하죠.(웃음) 지금의 한국 사회가 사랑만 하기에 현실이 녹록치 않다 보니 그런 비율이 나오는 거 같아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작금의 한국 사회가 사랑에 너무 각박해졌죠. 음, 각박해졌다기보다는 사랑을 하기가 너무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린 거 같아요. ‘N포 세대’니 ‘88만원 세대’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온 지도 벌써 오래잖아요.

그런 느낌이 있어요. 한국 사회에 화가 많은 거 같은 느낌? ‘각자도생’(各自圖生) 사회이긴 해도, 누군가 잘나가면 끌어내리려는, 그렇게 하향 평준화로 치닫는 느낌이 들어요. 다들 살기 힘드니까,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그런 거 같기도 해요. 영화제로 해외에 갔다가 한국에 오면 딱 보이는 변화가 ‘불친절한 말투’더라고요. 그런 게 느껴지는 사회로 변하고 있달까요. 온라인 사회에서만 봐도 긍정적인 댓글들보다 부정적인 댓글들이 많아요. 다들 삶에 여유가 없는 거겠죠. 사실 저만 봐도 한국에서 있다보면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네.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죠. 이제 감독님에 대해서 조금 질문드리겠습니다. 학부 전공은 생명공학인데요. 예능PD를 하고, 단국대에서 시나리오로 석사를 하셨어요. 그리고 영화감독으로 변신해 2020년 입봉작을 찍으셨습니다. 영화감독의 삶, 만족하십니까?

그건 하아.(잠시 고민) 여전히 늘,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스물아홉에 되게 힘든 일들을 겪었어요. 아홉수에 삼재라고 할 정도로요. 아버지가 급작스런 투병 중에 돌아가시는 모습을 눈 앞에서 봤고요, 그 직전 해에 제 정신적 지주였던 할아버지도 돌아가셨죠. 진짜 한 사람이 평생에 이런 일을 하나 겪을까 싶은 큰 일들을 한 해에 4~5가지 정도 겪다보니 이렇게 살아야 하는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마음에 안 좋은 생각도 했죠.

그때 싸이월드를 우연히 들어갔는데, 스무 살 제가 ‘다시 태어나면 영화감독으로 태어나고 싶다’라고 썼더라고요. 영화감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찾아보니, 영화학교부터 시작해서 제일(저는 학부 전공이 생명공학이다 보니 대학원에서 시나리오 전공을 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감독이 되려면 5~6년 정도가 걸리더라고요? 그럼 지금 세상을 버리나, 5~6년 후에 버리나 똑같으니, 나에게 5~6년만 시간을 주자고 결심했습니다. ‘세상에 좋은 영화 한 편은 내놓고 죽자’라는 생각이었죠, 그때는. 그래서 한 6년간 정말 쉬지않고 달렸습니다. 아,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면서 찍고 싶은 영화는 다 찍고 싶어요.(웃음)

질문하신 영화감독의 삶에 만족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후회는 없어요. 좀 더 겁내지 말고 빨리 시작했다면? 하는 마음은 있죠. 저는 안정이 중요한 사람인데, 그 시절에는 더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 섣불리 시작을 못했어요. 죽을 각오를 하고서야 시작할 수 있었고, 지난 6년간은 투잡, 쓰리잡 하면서 버텼습니다. 영화감독을 하면서도 잘먹고 잘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요즘 고민이고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감독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아가씨>(2016)의 대사를 인용하겠습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웃음) 같은 존재에요 영화는 저에게. 영화 덕분에 살았고. 영화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면서 또 만들어 가면서 나에 대해 알아가고 성장해나가고. 영화는 저에게 그런 매개체인 거 같아요. 저는 촬영할 때가 제일 즐거운데요. 사실 영화를 하는 모든 과정은 촬영을 위한 거라고 견딜 정도로요. 그래서 일 년의 반 이상을 촬영장에서 보냈으면 좋겠다는 게 지금의 저의 바람입니다.

영화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세요?

<담쟁이> 때는 교훈의 메시지 같은 것들을 넣으려고 했던 거 같아요. 퀴어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주고 싶단 생각도 있었고요. 지금은 그런 거 없습니다. 관객이 영화를 보는 동안 즐거웠거나, 울고 웃는 순간이 있다면, 잠깐이라도 기억에 남는 씬들이나 대사가 있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히 만족할 거 같아요.

물론 <우.천.사>또한 사회적 메시지가 담기기도 했고 사랑 이야기도 있어서 그런 메시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신다면 좋지만요. 영화라는 것 자체가 꼭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교훈을 줘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재밌게 보셨다는 말이 제일 좋습니다 요즘은.(웃음) 삶의 시름을 잊고 잠시나마 웃거나 울거나 몰입해서 볼 수 있다면, 그거 너무 훌륭하지 않나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스틸컷.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그러면 <우·천·사>에서 명대사도 하나 꼽아주시죠.

“그게 어떻게 연민이야, 사랑이지. 사랑이야.” 이 대사요. 볼 때마다 울컥해요. 또, 주장이 성희에게 “난 못했는데…, 넌 했네. 꼭 따라. 금메달.” 이 얘기 할 때도 뭉클합니다. 자신의 세대가 못한 걸 후세대가 해주는 걸 보면서 응원의 마음이 느껴져서 좋아하는 대사예요.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고 싶으세요?

장르영화를 좋아해서, 스티븐 스필버그, 쿠엔틴 타란티노, 조던 필 감독님들 작품처럼 큰 예산의 장르영화를 찍고 싶습니다! 특히 지금은 액션이나 범죄, 범죄오락 혹은 디스토피아 장르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호러 영화도 잘 찍을 것 같고요. 언젠가 마블 영화 감독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시리즈를 찍을 수 있는 OTT에도 열려 있어요. 이번에 <우·천·사>를 촬영하면서 좀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태권도부였거든요. 영화는 러닝타임이 짧으니, 인물 이야기를 다 녹이기가 어려워요. 촬영하다 보니 시간이 없어서 못 찍은 부분도 있고요. 시나리오 쓰면서도 촬영하면서도 사실 머릿속으로는 편집을 하면서 찍습니다. <우·천·사> 편집감독이 저는 긴 호흡도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이야기해주더라고요.(웃음) 서너 시간 분량을 찍고 한 시간 반으로 편집하시는 감독님들과 다르게 저는 거의 찍은 장면의 95%는 영화에 쓸 정도로 효율적인 감독입니다 제작자님들!(웃음)

차기작 <단골식당>도 크랭크업하셨죠?

네. 7월 말에 다 찍었고요.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지금 <우·천·사> 홍보활동과 더불어 후반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포스터.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포스터. (사진 제공=(주)메리크리스마스)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제일 어려운 질문이잖아요.(웃음) 저희 정말 온 마음을 다해 찍었습니다! <우·천·사>에는 폭력도 있지만, 아이들의 순수하고 풋풋한 사랑 이야기에도 주목해 주세요. 배우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으니, 극장에서 보시고 입소문 부탁드립니다. 유미야, 고맙다!(웃음)

갑자기요?(웃음)

이연 배우와는 <담쟁이> 첫 미팅 때 3시간을 이야기했는데요, “너는 2년 안에 스타가 될 것 같아”라고 말했어요. 진짜 매력이 있더라고요. 작년만 해도 <절해고도>(감독 김미영, 2023) 주연에 <길복순>(감독 변성현, 2023) 조연까지 꿰찼잖아요? 어떤 배우들은 저한테 “감독님 영화에 나오면 다 뜨나 봐요!”라고 한다니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