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히 넷플릭스는 이번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화제와 논란 한가운데 있다. OTT 플랫폼 공개 영화가 개막작에 선정되면서 언론과 평단에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내년 넷플릭스에서 선보일 한국영화 오리지널 라인업을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에서 화려하게 공개했다.
파크하얏트부산에서 10월 4일 저녁 진행한 이번 행사에는, 넷플릭스가 제작에 착수해 내년 공개 예정인 오리지널 한국영화 7편의 감독들이 무대에 섰다. 넷플릭스가 선택한 ‘7인의 감독’은 <대홍수>의 김병우 감독, <84제곱미터>의 김태준 감독, <고백의 역사>의 남궁선 감독, <굿뉴스>의 변성현 감독, <계시록>의 연상호 감독, <사마귀>의 이태성 감독, <이 별에 필요한>의 한지원 감독이다.(감독 이름 가나다순)
오프닝으로 넷플릭스에서 영화와 시리즈를 담당하고 있는 김태원 콘텐츠팀 디렉터가 박경림 사회자의 질문에 답했다. 넷플릭스의 철학, 목표와 함께 넷플릭스에 대한 질의, 응답과, 7인의 감독이 각자 준비하고 있는 영화 설명을 이어간 ‘넥스트 온 넷플릭스: 한국영화 2025’ 기자회견을 현장 중계한다.

오늘 행사 제목이 의미심장합니다. ‘넥스트 온 넷플릭스: 한국영화 2025’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김태원 디렉터 넷플릭스에서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총 23편의 한국영화(오리지널)를 선보였습니다. 이에 대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내년에는 7편의 한국영화를 준비 중입니다. 넷플릭스 한국영화 오리지널의 ‘넥스트’를 기대해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한 타이틀입니다.
7편의 영화는 어떻게 선정하게 됐나요?
김태원 선정 기준은 두 개였습니다. ‘작품성 높이고 다양성을 높인다’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이미 극장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관객을 만난 기성 참가자 연상호 감독님부터 남궁선, 김태준 등 신진 참가자 감독님들의 작품이 선정됐습니다. 한 장르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애니메이션까지 포함되도록 다양하게 라인업을 구축했습니다. 곧 감독님들이 무대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
넷플릭스에서 오래 일하고 계시죠. 영화 제작에 있어서 넷플릭스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김태원 답변은 심플합니다. ‘재미’ 그리고 ‘시청자’. 사람들 모두 취향이 다릅니다. 저뿐 아니라 저희 넷플릭스 콘텐츠팀은 보편적으로 재미가 있고, 톡톡 튀는 이야기가 있는 작품에 투자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저희의 가장 구체적인 고민은 ‘과연 이런 이야기를 시청자가 좋아할 것인가’입니다.
더 좋은 환경에서 영화를 시청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넷플릭스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요?
김태원 넷플릭스는 모든 영화, 시리즈를 론칭할 때 촬영감독, 조명감독, 편집감독을 모셔서 후반작업 과정 교육을 지원합니다. 주안점을 두는 건 ‘돌비 아트모스’, ‘4K’와 같은 기술적인 부분들이죠. 그런데 ‘아무리 우리가 돌비 아트모스나 4K를 한다고 해도, 시청자의 기기가 그 지원을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 구비돼야 한다’라고 반문하는 감독님들이 계십니다. 저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넷플릭스의 철학은 하나입니다. 10년, 100년 뒤에 봐도 시청각적으로 뒤지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라고요. 부국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전,란>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면 감독님들 대부분 수긍해주십니다.

올해 부국제 개막작 <전,란>을 관객은 극장에서 볼 수 없습니다. 극장에서 보면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극장 선개봉하고 넷플릭스 후공개하는 방법은 고민해보지 않았나요?
김태원 개인적으로도 회사 차원에서도 부국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건 너무 기쁩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포맷이 다른 영화, 시리즈, 예능을 만들면서도 본질은 하나입니다. ‘구독자가 우리 서비스를 즐기는 것’이 바로 목적이죠. 극장 상영은 번외로 할 수 있는 거라 고민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넷플릭스의 가장 중요한 가치와 철학은 ‘넷플릭스 구독자가 (작품을) 가장 먼저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전,란>으로 부산에서 관객을 만난 건 너무나도 좋은 경험입니다. 이 자양분으로 학습해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서 내년 부국제에도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넷플릭스가 거액의 출연료 등으로 제작비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 또 풀어나가려는지 궁금합니다.
김태원 한국 콘텐츠가 잘 되고 있고, 글로벌적으로도 사랑받으며 성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비가 늘어나는 부분이 생기다 보면 저희에게도 부작용, 반작용으로 돌아올 거로 생각해요. 적정한 예산으로 적절한 출연료를 드리는 것이 적정하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출연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규제를 정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작품에 맞게 드려야 한다는 정도는 팀 내부에서 공유하고 있고, 외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동남아 작품 공세가 거셉니다. 동남아 시장에 대한 한국 넷플릭스의 대응책이 있나요?
김태원 ‘대응’이라기보다는 ‘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징어 게임>으로 K-콘텐츠가 글로벌화했습니다. 그전에 넷플릭스는 APEC을 공략했죠. 아시아를 공략하면서 성장했다면, 지금 넷플릭스는 동남아시장의 약진은 물론이고 일본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내는 시장이 됐습니다. 사실 대응이라기보다는 채찍질처럼 다가오는 것 같아서, 어떻게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견줄 수 있을지가 고민입니다. 나중에는 협업 시장을 만들어 가면서 콘텐츠 시장 파이를 넓히는 게 좋을 거 같고요.
오프닝에 이어 본격적으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 행사가 진행됐다. 영화별로 키워드를 뽑아 소개하고, 넷플릭스와 작업하는 감독들의 소감, OTT 시대에 영화감독으로서의 고민 등을 함께 들었다. 7인의 감독은 <대홍수>의 김병우 감독, <84제곱미터>의 김태준 감독, <고백의 역사>의 남궁선 감독, <굿뉴스>의 변성현 감독, <계시록>의 연상호 감독, <사마귀>의 이태성 감독, <이 별에 필요한>의 한지원 감독이다.(감독 이름 가나다순)
키워드 ① #층간소음 #현실공포 <84제곱미터>

영화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태준 감독 수많은 아파트가 있습니다. 84제곱미터라는 제목은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어찌 보면 아파트 문화를 상징하는 숫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영끌’로 84제곱미터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납니다.
전작 <스마트폰을 떨어트렸을 뿐인데>에서도 현실감 있는 공포를 그렸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랬을까요? 중점을 둔 부분도 궁금해요.
김태준 현실적 소재를 다루다 보니 아파트라는 무대를 현실적으로 구현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아파트라는 공간이 되게 획일화돼 있어서 영화적으로는 재미없는 공간입니다. 그런 현실적인 톤을 놓치지 않으면서 최대한 다채롭게 표현하려고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넷플릭스와의 작업이라서 더 기대되는 지점이 있나요?
김태준요즘은 영화를 스마트폰이나, 집에서 TV로 보는 환경이죠. 공교롭게도 제 데뷔작이자 전작 <스마트폰을 떨어트렸을 뿐인데>의 소재가 스마트폰이었습니다. 이번 <84제곱미터>는 집이 소재잖아요. 이런 것들이 넷플릭스랑 궁합이 잘 맞겠다 싶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김태원 <스마트폰을 떨어트렸을 뿐인데> 이후 김태준 감독과는 두 번째 작업입니다. 김태준 감독의 장점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붙이면서도 끝까지 몰아붙이는 특장점이 있다는 거죠. <84제곱미터>도 그래서 투자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키워드 ② #1970년 #여객기 구출 작전 <굿뉴스>

영화 소개 부탁드립니다.
변성현 감독 1970년대 여객기 납치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입니다. 공군 중위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 그리고 국가 조직에 속해 있는 또 한 사람. 이렇게 세 사람이 모여서 비밀스럽고 수상한 작전을 펼치는 영화입니다. 설경구, 홍경 배우가 출연하고요.
설경구 배우와는 네 번째 작품입니다.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주문하셨나요?
변성현 저 역시 설경구 배우와 네 번째 작품을 하면서 도대체 설경구 배우의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를 제일 염두에 뒀는데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처음 만나서, 수트 입은 멋진 모습을 봤죠. 그땐 구겨진 경구 선배를 빳빳하게 펴야겠다는 일념이었다면, 요새는 너무 빳빳하셔서 다시 심하게 제대로 구겨보고 싶은 생각입니다.(웃음)

기대됩니다. 그래도 네 편이면 설경구 배우가 변성현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느낌도 드네요. 다음 영화도 함께 할 계획이신가요?
변성현 이번에 선배님께 시나리오 드리면서 아름다운 이별을 말씀드렸습니다.(웃음)
넷플릭스와 두 번째 작업인데, 어떠세요?
변성현 <길복순> 하면서 제일 좋았던 게, 넷플릭스는 창작자에 대한 지원이 ‘빵빵’하다는 거죠. 지금 <굿뉴스> 촬영 중인데요. 오늘 이 자리에 넷플릭스 관계자들이 많이 오셔서 ‘이번에도 좀 더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웃음) 사실 제 작품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보인다는 게 너무 신기한 경험이에요. 외국 관객 반응은 해외 영화제를 나갔을 때야 볼 수 있었는데,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공개하면, 그런 리액션을 손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해외 관객들 반응이 너무 재밌고요.
키워드 ③ #살인청부 #스핀 오프 <사마귀>

데뷔작이 <길복순> 스핀오프입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태성 감독 <길복순>에서 길복순을 제외하고는 다 죽었습니다. 쓸만한 캐릭터가 남아있지 않았죠. 근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름은 있었어요. ‘휴가 간 사마귀’랑 ‘은퇴한 할배’였죠. 휴가를 다녀왔는데,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이때다 싶어서 베스트프렌드와 함께 회사를 차립니다. 청부살인업계에서 한 획을 긋겠다는 거죠. 포부처럼 안 되겠죠. 장애물 이기면서 성장해야 하는, 청년들의 성장통 같은 영화입니다.
다른 인물을 창조할 수도 있었을 텐데, A급 킬러 사마귀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이태성 아마 변성현 감독님이 <길복순> 준비할 때 염두에 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길복순>에서는 사마귀를 굳이 촬영하지도 않았고, 찍었다 하더라고 직접적으로 등장을 안 했을 테지만요, 후속에 대한 암시는 있었을 거 같아요. <길복순>이 사랑받았기에 후속도 확정이 됐는데, 그렇다면 사마귀가 나와야 할 거라고 봤습니다.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어떠셨어요?
이태성 전 세계로 통하는 플랫폼이 있다는 게 요즘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일 텐데요. 넷플릭스는 거기에 특화된 플랫폼 아닌가 싶어요. 저도 잘 맞춰가고 있습니다.
김태원 사실 이태성 감독이 이번 <사마귀>로 입봉하기는 하지만, 이전에 <킹메이커>라던가, <길복순>에서 조연출로 탄탄히 실력을 닦았습니다. 게다가 <길복순> 세계관을 변성현 감독과 함께 만들었기에 넷플릭스에서도 이태성 감독이 <사마귀>로 입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인과 기성이라는 잣대로 판단하지 않았고요.
키워드 ④ #재난 #지구의 마지막 날 <대홍수>

영화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병우 감독 항상 그런데요. 뭔가 보여드리기 전에 영화를 설명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뭘 어디까지 말할지도, 또 이 영화는 특히 스포일러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서요. 제목이 대홍수니 당연히 대홍수가 일어나겠죠?(웃음) 하지만 영화가 재난으로 끝나진 않아요. 아주 복잡할 수도 아주 심플할 수도 있는 장르를 재난이라는 걸로 시작해보자는 게 최초의 생각입니다. 후반작업중이고요. 영화를 어떻게 봐주실지 두근두근합니다. 김다미, 박해수 배우가 나옵니다.
전작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로 이미 극한 상황에 처하는 인물들을 많이 보여주셨어요. 이번은 SF 재난 블록버스터인데, 전작과 어떤 차별점을 가져가려 하셨나요?
김병우 별로요. 하는 대로 하는 거죠.(웃음) 있다면, 이런 거 같긴 합니다. 전작 두 편은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한 영화고요, <대홍수>는 넷플릭스 영화라는 점이죠. 사실 지금도 제 고민은 그래요. 넷플릭스 영화를 만든다는 게 어떤 것이어야 하는 건지, 그전처럼 해도 되는 건지 아니면 다르게 해야 하는 건지 등이죠. 사실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 중 하나는 관객이 리모컨 쥐고 있다는 겁니다.(웃음) 영화는 아니잖아요?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하면 봐야만 하는 건데, OTT는 제 영화의 통제권을 시청자에게 넘긴 상태죠. 제가 만든 영화를 보는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을 때, 영화를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가 고민입니다.

넷플릭스 공개라서 기대하는 바는 없으신가요?
김병우 넷플릭스에게 제가 뭘 기대할 게 있을까요.(웃음) 걱정이 더 크죠. 첨언하자면, 왜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 저뿐만 아니라 여기 계신 기자분들 다 고민했을 겁니다. 거창하게 이야기해보자면, 약간 영화의 탄생부터 그랬던 거 같아요. 영화는 기술의 발전과 궤를 함께 해왔습니다.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흑백에서 컬러 영화로, 35mm에서 아이맥스로 점점 기술 발전을 통해 진화해왔죠. 그러다가 이제 여기 도착한 거예요. 이제 와서 극장 영화는 이런 건데? 라고 말하면…. 이미 끝난 상황이라고 봐요. 대중은 이미 결정했어요. 여기에 맞는, 얼마나 더 재밌는 영화를 만들 것인가가 우리들의 임무인 거 같아요. 그래서 더 힘들고요. 재밌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김태원 김병우 감독은 공간 안에 갇힌 캐릭터가 감정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변모되는 감정을 보여주는 데 장기 있는 감독이죠. <대홍수> 시나리오를 봤더니, 기존의 장점에 플러스로 재난이라는 키워드를 넣었더라고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하게 갈 수 있죠. 지구상에 대홍수가 온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지는 겁니다. 전 세계에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키워드 ⑤ #짝사랑 #고백 대작전 #청춘 로맨스 <고백의 역사>

단편, 전작(<십개월의 미래>)으로 이미 유명하시죠. 영화 소개 부탁드립니다.
남궁선 감독 1998년, 부산 사는 열아홉 소녀 세리가 일생일대의 고백을 앞두고 악성 곱슬머리 때문에 작전 짜는 이야기예요. 서울에서 온 남자아이에게 고백하려는 ‘청춘 로맨스 코미디 성장담’이라고 할까요? 지친 일도 많고 믿지 못하는 일도 많은 세상, 불신 속에 지쳐 있을 때 아직 세상이 순수하고 좋은 것들이 남아 있다는 감각을 사랑의 뉴웨이브로 만들고 싶어서 만든 영화입니다. 공명, 신은수 등 대세 청춘 배우들이 나와요.
대세 청춘 배우들의 조합이 연기 시너지로 나올 거 같아요. 캐스팅 과정을 조금 설명해주신다면요.
남궁선 아주 재밌어요. 지금도 촬영 중이어서 아침에도 찍다가 왔는데요. 좋은 것, 즐거운 것에 대한 이야기라 그런지, 즐겁고 맑고 에너지가 있는 배우들로 특별히 캐스팅했습니다. 촬영하다 보면 정말 그 캐릭터를 하기 위해 태어난 배우 같아요. 공명 배우는 맑으면서도 시큰둥하고, 강아지 같기도 한 이미지고요, 곱슬머리로 괴로워하지만 직진하는 세리 역의 신은수 배우는 그냥 둘이 같은 사람인 거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넷플릭스와는 첫 작업이신데 어떠세요?
남궁선 넷플릭스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시스템이죠. 멀리 있는 분들에게까지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플랫폼이라, 우리 영화가 세계 방방곡곡에 있는 분들 앞으로 탁 다가가는 거 같아서 좋아요.
김태원 남궁선 감독은 이미 뛰어난 전작들에서 연출력을 많이 보여주셨죠. 이런 연출력이 본인의 장기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만나면 넷플릭스에서 잘 될 것 같다는 판단으로 선택했습니다.
키워드 ⑥ #믿음과 신념 #선과 악 <계시록>

작품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시는데요. <계시록>에서는 어떤 질문을 던지셨을지 궁금합니다.
연상호 감독 <계시록>은 실종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고 생각하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류준열 배우가 목사, 신현빈 배우가 끔찍한 사건을 겪은 형사를 맡았습니다.
류준열, 신현빈 배우가 현장에서는 어땠나요?
연상호 신현빈 배우는 제가 대본을 쓴 <괴이>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저랑 현장에서 만난 건 처음이고요. 작품에 대한 태도가, 정말 엄청나게 진지했고, 몰입력도 좋았습니다. 류준열 배우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완벽하게 체화하고 집요하게 노력하는 배우여서 놀랐어요. 리얼한 감정을 담는다고 두 배우 모두 노 메이크업으로 할 정도로 엄청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넷플릭스와 오래 협업하고 계시는데 이번 작품에서 좀 다르게 시도하는 게 있나요?
연상호 이번은 제 개인적인 부분이 들어있어요. 저는 사실 <돼지의 왕>이라는 인디 애니메이션으로 데뷔해서, <부산행>으로 실사영화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크리쳐물이라든가, CG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를 해왔죠. 그런데 내년에 선보이는 <계시록>은 좀 달라요. 개인적으로 CG를 거의 쓰지 않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작품이거든요. 작업방식도 다르죠. CG는 물론 배우들의 메이크업도 최소화하고요. 조명이 아니라 해를 기다려서 찍고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계시록>으로 작업 방식이 시네마적인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넷플릭스에서 시네마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영화는 어떤 것일까, 관객은 어떤 마음일까, 이런 걸 생각하며 생각했습니다. 시네마적인 방식으로 넷플릭스에서 찍은 영화가 스마트폰으로 가는 것이 어떤 것일지 저도 궁금해요.
김태원 저는 연상호 감독을 2010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칸 영화제를 갔을 때 처음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일을 같이 하고 싶었죠. 최근 알려진 것처럼 크리처물로 유명한 감독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탁월한 시선을 가진 감독이라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그때부터 정말 탁월한 이야기꾼이자 스토리텔러거든요. <계시록>으로 다시 한번 연상호 감독이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이란 걸 알리고 싶으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연상호 감독님은 거의 넷플릭스와 전속계약 느낌도 드는데요. 사실 극장에서도 경쟁력이 높은 감독 아닌가요?
연상호 말 전속계약이 진짜 있다고 아는 분들도 계시는데, 전혀 없고요.(웃음) 정말 작품마다 과연 이 작품이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기획을 하고 있어요. 어쩌다 보니 넷플릭스 시리즈나 영화를 적극적으로 하게 됐는데요. 당연히 극장용 영화를 할 생각이 있죠. 내년 라인업에 극장용 영화도 선보일 수도 있습니다.
키워드 ⑦ #첫 한국 애니메이션 #롱디 로맨스 <이 별에 필요한>

넷플릭스의 첫 애니메이션 한국영화죠.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지원 감독 두 사람의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 롱디 로맨스를 그린 애니메이션입니다.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2050년이 배경이에요. 난영은 과학자입니다. 지구 귀환에 실패한 엄마 역시 우주인이고, 화성 가고자 하는 빛나는 아픔 있는 캐릭터죠. 레트로 음악기기를 수리하는 뮤지션 제이와 난영의 꿈이 버무려진 애니메이션입니다. 난영 목소리는 김태리 배우가, 제이 목소리는 홍경 배우가 맡았습니다.
김태리, 홍경 배우가 더빙뿐 아니라 제작 과정에도 참여했다고요?
한지원 애니메이션이니 배우가 직접 스크린에 등장할 일은 없잖아요. 그런데 ‘애니메틱’이라는 사전 단계에서 두 배우의 연기를 요청해서 직접 담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떤 씬은 훨씬 폭발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죠. 대사 역시 배우의 실제 연기에 영향을 받아서, 배우와 콜라보하듯 개발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작업 소감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한지원 한국에서 성인용, 청소년용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죠. 아주 오랜만에 나오는 청춘 애니메이션입니다. 그건 넷플릭스와 함께여서 가능했던 기획인 거 같아요.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프로젝트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태원 기성 감독, 신인 감독이라는 잣대를 나누지 않고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데요. 한지원 감독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어도, 애니메이션계에서는 이미 알려진 원석이기도 해서 선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