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온 서비스가 오는 12월 18일 종료된다. 구매나 대여 서비스는 종료되지만, 구매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보관함 기능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네이버 시리즈온은 OTT 플랫폼이 없는 콘텐츠가 구비되거나 특정 콘텐츠 관련 부가영상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어 이번 서비스 종료가 무척 아쉬운 마음이다. 비록 한달여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라도, 시리즈온에만 구비돼 있는 영화를 선정해 소개하고자 한다. 과거 한 번 소개했던 '넷없왓없시있' 콘텐츠 외에도 각종 플랫폼(U+모바일tv 제외)에 없는 영화들을 이 기회에 만나보는 건 어떨까.
버스터 키튼의 <제너럴>(1926)
위대한 감독, 재밌는 걸 만드는 감독, 훌륭한 감독… 어떤 질문을 던져도 영화마니아들의 대답은 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신기한 감독'을 묻는다면, 높은 확률로 버스터 키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버스터 키튼은 찰리 채플린, 해럴드 로이드와 함께 '무성영화 시절 할리우드 트로이카'로 기록돼있다. 그는 이 트로이카에서도 기묘한 위치에 있었는데, 찰리 채플린처럼 풍자적인 요소를 녹여 작가 정신을 천명하지도, 해럴드 로이드처럼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쾌활한 에너지로 다작을 제작해 대중을 겨냥한 것도 아녔다. '스톤 페이스'라는 별명처럼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고, 카메라 뒤에선 독창적인 시퀀스들을 연구해 구현했다. 그에게 찰리 채플린, 해롤드 로이드보다 훨씬 독보적인 영역이 있었으니, 바로 스턴트다.

보드빌 예능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버스터 키튼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몸을 쓰는 것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달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뭔가에 부딪히고, 이런 슬랩스틱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었던 그의 특기는 그 자신이 가장 잘 알았을 것이다. 카메라 뒤에선 연출로, 카메라 앞에선 배우로 활동한 그는 관객들이 깜짝 놀랄 만한 절체절명의 순간을 설계하고 요리저리 피하며 액션 스턴트를 온전히 수행했다. 이 배우의 작품은 하나도 못봤어도, 그의 영향을 받은 액션 시퀀스는 한 번쯤 봤으리라 확신할 정도로 그의 액션과 스턴트는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남겼다.
그런 그의 영화 중 가장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가 <제너럴>이다. <제너럴>은 미국의 남북 전쟁 시대 한 기관사가 사랑하는 여인과 자신의 기관차가 납치되자 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다. 78분이란 (현재 기준으론) 짧은 러닝타임에서 기차가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10여 분간 시퀀스가 이어지고, 그 사이에 잠시 숨돌리는 시간을 가지면 다시 추격전(?)이 시작되는 형식이다.

앞서 설명했듯 이 영화 또한 버스터 키튼의 온갖 스턴트 기행으로 눌러담은 영화라서, 글로만 설명하긴 다소 심심한 감이 있다. 그야말로 백문이 불여일견, 보고 있으면 "이걸 어떻게 해?" 싶은 스턴트를 직접 만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라면 25분 즈음의 통나무 치우기다. 주인공의 기차를 몰래 빼돌린 북부군, 주인공이 다른 기차로 추적하자 나무를 집어던져 선로를 막는다. 한시가 급한 주인공은 기차도 멈추지 않고 얼른 내려 나무를 치운다. 그러던 중 기차와 가까워지고 결국 기차에 뉘인 채 나무를 집어던져 다른 나무까지 치우고는 다시 기차에 오른다. 이처럼 <제너럴>은 달리는 기차를 멈춰 세우지 않은 채 여러 상황을 헤쳐나가는 버스터 키튼의 스턴트를 이어간다. 달리는 기차 위에서 도끼질을 하는 장면이 가장 평범한 장면이라 할 만큼 강도 높은 스턴트가 이어진다. 불이 붙은 화물칸을 기차로 밀어내고, 제몸보다 긴 장작을 집어 던지고, 저 높은 곳에서 강물에 뛰어내는 등 아날로그 스턴트 종합선물세트를 선보인다.


이같은 장면의 연속은 영화의 핵심에 '운동'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감독마다 영화를 바라보는 기본 원소는 조금씩 다른데, 버스터 키튼은 아마도 운동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는 주인공이 좌절에 빠져 앉아있는 정적인 순간조차 그가 앉은 곳이 기차 바퀴 연결봉으로 설정함으로써 좌절과 웃음이란 양가적 감정을 유발한다. 이 영화의 기본 소재 '기차' 또한 이동을 할 때에 비로소 드라마가 형성되는 것 중 하나이다. 그 이동은 또 누군가가 장작을 패고, 태우고, 운전하는 등의 운동이 기반일 때 가능하다. 그렇게 버스터 키튼은 운동을 수반하는 소재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설계하고, 거기에 또 거듭되는 위기상황을 설정해 운동하는 영화를 완성시켰다.

이 즈음에서 떠오르는 영화가 있을 것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다. 조지 밀러의 2015년 영화는 <제너럴>과 여러 모로 흡사하다. 분위기나 기본적인 캐릭터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와 이야기 구성은 정말 흡사하다. 모종의 이유로 여행을 시작하고 전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는 일련의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을 채우는 차/기차라는 운송수단. 거기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극한으로 끌어올린 스턴트 액션과 아날로그 특수효과 등을 고려하면 89년 만에 돌아온 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전영화만 보는 것이 심심할 것 같다면, 두 영화를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참고로 네이버 시리즈온의 <제너럴>은 총 116분으로 표기돼있는데, <제너럴> 뿐만 아니라 그의 초기작 <극장>(The Playhouse, 1921)과 <경찰>(Cops, 1922)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두 단편도 버스터 키튼의 특징이 잘 들어나 있다. <극장>은 카메라 트릭을 사용한 마법과도 같은 장면 연출이 돋보이고, <경찰>은 경찰을 따돌리는 추격전과 이에 점점 늘어나는 경찰이 웃음을 자아낸다. 본문에는 없지만 필자의 사심으로 하나 더 얹는다면 <셜록 2세>(Sherlock Jr., 1924)도 추천한다. 스크린을 넘나들고 신체와 영혼이 분리되는 등 초기 고전영화의 기술적 실험을 이 한 편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