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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승〉 송강호 “스포츠영화의 쾌감과 할 수 있다는 용기, 이 영화의 가치 될 것”

성찬얼기자
송강호 배우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송강호 배우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배우 본인이 인정하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로 돌아왔다. 공백기가 길었던 것도 아닌데, <1승>의 배우 송강호가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건 그런 이유일 것이다. ‘천만배우’, ‘국민배우’라는 다소 무게감 있는 타이틀을 달기 전, 소시민의 얼굴을 한 송강호가 <1승>에 담겨이기 때문.

​송강호는 ‘관객들에게 시원한 박하사탕 같은’ 영화와 캐릭터를 찾던 중 신연식 감독의 <1승>을 만났다. 관객들에게 위로와 웃음, 배구의 묘미를 모두 선사할 수 있는 영화에 송강호는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송강호는 <1승>에서 명배우로서의 품격과 국민배우로서의 친근함 모두 보여주며 언더독 서사의 마침표를 찍었다. 12월 4일 개봉 전, 이미 관객과의 만남도 한차례 가진 <1승>의 송강호를 만나 이번 영화의 이모저모를 들어보았다.


〈1승〉 김우진 감독 역을 맡은 송강호
〈1승〉 김우진 감독 역을 맡은 송강호

 

개봉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어떤 마음이신지.

(개봉 전) 무대인사를 다녀왔다. <1승>은 배구를 다룬 스포츠영화지만 ‘1승’이라는 제목이 너무 좋다. 영화를 보면, 배구의 1승이기도 하지만 내 인생 속 나만의 1승을 느끼게 한다. 살다 보면 일도 안 풀릴 때 있고 자신감을 잃거나 위축될 때도 있는데, 작든 크든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나만의 1승이 뭘까… 이 영화가 작은 위안과 위로가 된다면 가치가 있지 않을까. 어르신들이 많으셨는데 공감을 많이 해주셔서 뿌듯했다.

개봉까지 오래 걸렸다. 완성본을 보니 어땠나.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다. 너무 반갑다. <소방관>도 그렇고 한국영화가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반갑고 좋다. 그때도 좋았지만, 그 시간 동안 공을 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그렇고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제작진들이나 배우들이 공을 들인 시간이 관객분들에게 전달되면 좋겠다.

송강호 배우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송강호 배우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시사회 직후 ‘도전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여기서 도전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스포츠영화가 패턴이란 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배구라는 스포츠는 한국영화에서 다룬 적은 없었다. 제가 정말 배구 팬이라서 잘 알지만, 배구라는 스포츠가 영화화하기에 참 여럽다. 그 묘미가 있는데. 오래전부터 배구 중계를 정말 매일 보는 팬으로서 이 묘미를 충분히 영상화한다면 관객분들에게 풍성함을 주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렵지만 해보자 싶었다. 배우들 중에 실제 배구선수 출신도 있고, 무용을 했던 친구, 모델 했던 친구, 전문 배우 다 섞여있다. 이렇게 불규칙적이면서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한데 어울리게 되면 또 다른 입체감이 생긴다. 제가 <1승>을 유기농 채소 같은 영화라고 비유했었다. 가공해서 막 커다란 배추가 아니라 풋풋하고 싱그러운 개성이 강한 유기농 채소 같은 영화로 봐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구 팬인 것도 <1승> 선택에 큰 작용을 했을 것 같다.

<반칙왕>도 해보고 했지만 배구는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팀워크가 중요하다. 물론 김연경 선수 같은 슈퍼스타가 있지만, 팀워크와 작전, 리듬감 등 다양한 재미와 파워풀한 에너지가 골고루 섞여있다. 그런 점에서 매력이 있다. 물론 다른 스포츠들도 훌륭한 장점과 재미가 있지만 제가 배구에 느낀 매력은 이런 것이다.

팬으로서 배구를 보는 것과 연기지만 감독으로서 배구를 볼 때의 차이점이 있었나.

일단 몸이 편했다.(웃음) 다른 배우들은 진짜 합숙훈련하면서 고생했다. (합숙훈련을) 코칭한 사람이 한유미 해설위원인데, 국가대표 출신이라 인정사정없이 고생했다. 그걸 지켜봤는데 오우… 마찬가지로 국가대표 출신 이숙자 해설위원도 오시고. 작년까지 감독이셨던 차상현 해설위원도 오셔서 스파이크 등 모든 기술들을 보여줬다. 배구계에서 한마음으로 응원해주셨다. 그때 장충체육관을 가서 직접 경기 관람도 매일 보고 그랬다. 배구인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큰 힘이 댔다.

〈1승〉 송강호 배우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1승〉 송강호 배우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기생충> 이후 차기작 고심이 많았다고 했다.

<기생충> 이후 짓눌린, 쥐어짜지는 캐릭터가 많았다. 개인사든, 역사든, 환경이든. 진지하고 깊이감 있는 캐릭터도 존중하지만 관객들에게 시원한 박하사탕 같은 느낌의 캐릭터와 작품을 하고 싶던 차에 이 영화를 만났다. 입안에 환한 그런 느낌으로 나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 고민이 해결된 것 같나.

VIP 시사 후에 립서비스인지 모르겠으나(웃음) 굉장히 칭찬이 많았다. 재밌다고 해주셨다. 가족 중에 어르신이 제 영화중 제일 재밌었다고 하시기도 했다. “그전에 좋은 작품도 많았는데...” 했더니 “좋은 작품이지만 재미는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저는 좋은 작품도 당연히 좋지만 (웃음) 제일 재밌었다는 그 말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이번 작품이 그렇고, 하고 싶은 것에 신경 쓰는 모습이 근래 많이 보였다.

결과를 생각하고 예상할 수도 없지만,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때 ‘이거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한 적은 없다. 선택의 기준은 그게 아니다. 어렵고 이상한 영화인데, 영화사적으로 신선한 시도다, (그러면) 실패할 수 있을 것 같아도, 그런 쪽에 마음이 간다. 안전한 선택? 이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 위험한 선택이라기보다 모험심,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작용한 것 같다. 어떨 땐 그 갈증으로 선택한 것이 다 잘 됐고, 반대로 안 될 때도 있었다. 최근은 잘 아시겠지만 잘 안됐고. 그렇지만 그렇다고 누가 봐도 안전한 걸 하고 싶다는 마음은 없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

그래도 늘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오는 입장에서,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1승>같은 경우는 배구인들에게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 그런 부담감은 있었다. 잘돼야 한다, 저 배구인들이 기대하고 도와주셨는데 혹여 누가 되고 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부담감은 있다. 열심히 해준 선수, 배우들에게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돼야 한다는 마음은 항상 있다.

송강호 배우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송강호 배우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김우진 감독은 일반적인 스포츠영화의 지도자와 결이 다르다. 멋있다거나 신파를 자극하는 것도 없고. 짜증 나는 잔소리도 많이 하고.

저 실제로는 안 그렇다. 잔소리 안 한다.(웃음) 실제로는 선한 사람이다. 멋지고 카리스마 있고 감독다운 모습, 김우진의 내면엔 그런 모습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제 감독님들이 그럴까 생각했을 때 그럴 거 같지 않았다. 어쩔 때는 선수보다 못한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세속적인 욕심을 낼 수도 있고. 그런 게 인간 아닌가. 그런데 그런 인간이니까 성장하는 것이다. 선수들의 거울과 같은 사람인 거다. (김우진의 짜증은) 자신에 대한 짜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짜증은 나지만 내 자신이니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한 팀이 돼 덩어리가 되는.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우리다운 모습이 아닐까, 그렇게 해석했다.

준비하면서 만난 감독 중에 친분이 있는 분이 있나.

영화에 나오시는 김세진 감독님, 신진식 감독님, 한유미 해설위원님, 이숙자 해설위원님. 이동근 아나운서, 그리고 영화에 나오진 않았지만 차상현 감독님. 스포츠인들은 공통적으로 너무 순수하다. 열정이 가득해서 그분들과 얘기 나누면 마음 환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1승〉 구단주 강정원 역의 박정민(왼)​
〈1승〉 구단주 강정원 역의 박정민(왼)​

 

박정민 배우와의 티키타카가 정말 좋다.

박정민 배우를 <파수꾼>부터 눈여겨봤다.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세 분 다 너무 놀라웠다. 박정민 배우는 그 뒤의 작품을 봐도 자신만의 해석력이 뛰어난 배우다. 그래서 원천이 뭘까 생각해보니 박정민이란 배우는 출판사도 하고 그렇지 않나. 스스로 남모르게 수많은 도서와 탐구로 본인이 스스로 끊임없이 수양하는 배우구나 (싶었다), 그래서 입체적인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구나. 새삼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괴짜 구단주니까 선수들이나 저와 매일 부딪히는 건 아니지만, 티키타카는 연습하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에너지가 너무너무 셌다. 재밌었다.(웃음) 장면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어떻게 장악력을 가질 수 있나 이런 것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배우다.

신연식 감독과 세 작품을 연달아 했다. 이렇게 인연이 된 계기도 궁금하다.

이렇게 작업을 하니 ‘송강호 배우가 신연식 감독에게 돈을 빌렸나?’ ‘빌리고 안 갚았나?’ 이런 우스갯소리도 하던데(웃음) 우연치 않게 이렇게 됐다. <동주>(각본 신연식)라는 작품을 봤을 때 작가가 궁금했다. 윤동주 시인의 시는 좋아하지만 그의 삶 뒤안길은 우리가 관심이 없는 편 아닌가. 그걸 저런 시선으로 풀어내서 놀라웠다. 물론 이준익 감독님의 연출도 멋졌다. <동주>의 마지막 장면은 손꼽히는 엔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윤동주 시인을 비롯해 그 시대의 수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를 보는 시선이 놀라웠다. <기생충> 끝나고 쉬고 있을 때 마침 (신연식 감독에게) 전화가 왔다. 보통은 ‘시나리오 보내주시면 보고 연락드리겠다’ 하는데 그날은 바로 만나자고 했다. 그때는 <거미집> 등 다른 작품을 논의했는데, 그중에서 여건이 되는 것을 골랐다. 당시에도 코로나가 있어서 진행이 안되는 작품도 있었다. 그래서 <1승>을 먼저 하게 됐다. 신연식 감독님만의 세상을 바로 보는 시선을 응원하고 싶다. 세 작품을 연이어했지만 중간중간 다른 작품이 있어서 잊을 만하면 만나면서 4년 반을 지냈다.(웃음) 저보다 어리시지만 점잖은 선비 같은 느낌이다. 사적인 공부도 많이 하시고, 인문학적 철학에서 본인이 가진 것이 확고해서 저보다 어린데도 배울 점이 있고 어른스럽다.

송강호 배우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송강호 배우 (사진제공=(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1승>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대인사할 때도 배구라는 스포츠를 다루고 있지만 제 인생의 1승이 뭘까 되뇌면서 보게 된다고 했다. 위축되고 힘들 때 잃어버린 용기를 찾을 수 있다면, 세상을 사는 작은 위안이 된다면, 이 영화에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제 솔직한 마음이다. 이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1승>은) 스포츠영화의 쾌감도 있지만 나도 할 수 있고, (관객분들이 보시고) 용기를 내서 나도 1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성취라고 생각했다.

송강호 배우도 1승에 목말랐던 때가 있나.

지금까지 늘 그랬다.(웃음) 그래서 1승을 하고 싶다. 얼마 전 청룡상 무대에서 ‘1승하기 쉽지 않죠?’ 했던 것처럼.

김우진 감독의 전사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됐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렇게 설정됐다. 김우진의 전사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이 영화는 이런 영화입니다라는 콘셉트와 영화의 색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재밌는 만화를 읽다보면 한 권을 순식간에 있듯이, 이 영화의 풍자와 해학이 있다면 만화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봐주십사하는 마음도 섞여있는 것이다. 내용은 김우진의 전사를 설명하지만, 영화의 콘셉트와 색을 보충해주는 역할도 한다.

오랜만에 이렇게 활발한 영화에 출연하신 것이다.

저 자신도 반가웠다. 아마 <반칙왕> 정도? 20여 년만인 것 같다. <넘버 3>, <조용한 가족>, <반칙왕> 이후로는 좀 반가운 얼굴이 아닐까 싶다. 코미디 너무 하고 싶다. 안 하고 싶어서 안 한 건 아니다.

영화에서 <록키>가 언급된다. 그 외에 또 떠오르는 스포츠영화가 있나?

고등학교 3학년 때 <록키 3>가 개봉해서 학교 땡땡이 치고 보러 갈 정도로 좋아했다. 딱 생각나는 스포츠영화는 없다. (실베스터 스텔론의 대표작 중) <람보>보다는 <록키>가 훨씬 재밌다.(웃음)

〈1승〉에 특별출연한 배우 조정석(오른쪽)
〈1승〉에 특별출연한 배우 조정석(오른쪽)

조정석 배우가 <1승>에 특별출연하고, 얼마 전에 조정석의 팬을 자처한 ‘청계산댕이레코즈’ 채널에도 출연했다. 조정석 배우에 대해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너무 친한 후배이고 (채널에 출연하다면)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재밌게 촬영했다. 영화에선 상대팀 감독으로 출연했는데, 그런 감독이 꼭 있을 것 같다. 선수 때 별 볼일 없는데 갑자기 잘하는 감독이 돼있는. 배구 선수 출신 같지 않은데 감독을 하고 있는.(웃음) 김세진 감독처럼 누가 봐도 선출이구나 하는 사람이 있듯 반대로 조정석처럼 아닌 것 같은데 선출인 사람도 있을 테니, 그래서 현실적으로 보였다.

배구팬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전략이 있다면.

속공이다. 중계방송 볼 때 스파이크를 노리는 것처럼 리시브를 하다가 바로 속공을 해버릴 때, 그 묘미가 제일 짜릿하다.

영화 속 장면에선 어떤 것이 짜릿했나.

다들 랠리 장면을 말씀하시지만, 오합지졸 선수들의 티격태격 이런 게 재밌다. 서브가 길다고 얘기하는 장면에서 편집됐는데 제가 ‘귀먹었어?!’ 이러는 대사도 있었다. 그런 소소한 게 재밌다.

〈1승〉 방수지 역의 장윤주 배우
〈1승〉 방수지 역의 장윤주 배우

장윤주 배우와는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췄다.

장윤주 배우는 <베테랑> 때부터 전형성이 없구나 싶었다. 럭비공처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개성과 그런 것이 너무 부러웠다. 정말 좋았다. 방수지 역에 딱이었다. 저런 배구선수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젖은 낙엽처럼 긴 호흡으로 선수생활을 하는. 본인은 순수하고 열정이 있지만 스타가 못된 선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큰언니처럼 후배들에게 눈칫밥 먹으면서도 따뜻하게 안아주는 건 장윤주만이 할 수 있는 매력인 것 같다. 장윤주 배우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닌가. 그래서 훌륭하게 잘 했고.

앞서 말했듯 전문배우로만 꾸려진 출연진은 아니다. 현장 분위기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아주 세련되고 기술적인 배우들이 있다면 안정감이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선수들이 연기하는 느낌이 좋다. 이민지 배우 등 전문 배우들이 있지만 그 조합이 좋은 것 같다. 진짜 배구선수들도 있고 모델들도 있고. 요즘은 다 엔터테이닝하는 재능이 넘치니 조화롭게 잘했다. 제가 특별히 뭔가 하려고 한 건 없다.

〈1승〉
〈1승〉

김우진 역은 보는 입장에선 굉장히 리프레시 되는 캐릭터지만, 연기하는 본인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해학적인 장면을 일부러 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다리가 풀린다던가. 이런 건 리얼은 아니지 않나. 이런 것들이 조금씩 배치가 돼서 관객분들에게 더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게끔, 보면서 이런 영화지 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 진지했다면 멋있었겠지만, 영화가 무거워질 수 있으니 조율하려고 했다.

영화 중반부터 김우진의 능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된다. 한편으론 그런 사람인데도 왜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나 싶기도 하다.

인생이 그렇듯 본인의 재능이 출중해도 세상이 잘 안 받아줄 때도 있다. 선수를 계속했다면 최고의 스타가 될 텐데 본의 아니게 그만두는 경우도 있고. 김우진 감독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국대까지 했을 텐데”라는 대사가 있듯 그걸 사실이라고 믿었다. (잠시 생각) 사실일까.(일동 웃음)

〈1승〉 이민희 역을 맡은 배구선수 출신 시은미 배우
〈1승〉 이민희 역을 맡은 배구선수 출신 시은미 배우

 

극에서 김우진 감독의 팀 핑크 스톰이 세트를 따낼 때마다 연기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하더라.

진짜 좋아했다. 그래야 빨리 촬영이 끝나니까.(웃음) 농담이고, 영화에 나오는 시은미 선수가 마지막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며 1승을 거둔다. 시은미 선수도 국가대표까지 했는데 조금 빠르게 은퇴했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보니 정말 1승을 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선수를 연기한 배우들이) 고생했던 과정들을 아니까 더 기쁘기도 하고. 우리 팀 코치로 나온 두 분도 선수 출신이신데, 재밌어했다.

배우 인생 최초의 1승은 어떤 기억일까?

거슬러 올라가면 <초록물고기>라는 작품을 했을 때 같다. 배우로서의 1승의 느낌은 그렇다. 데뷔작은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지만 워낙 단역이었으니까. <초록물고기>는 연극을 하던 당시 연출자님 배려로 올인을 할 수 있었다. 연출자님이 배우 교체까지 하면서 저에게 올인해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초록물고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느낌이 가장 1승에 가까운 것 같다.

〈1승〉
〈1승〉

 

신연식 감독의 대본엔 어떤 매력이 있나.

독특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거미집>도 그렇고 <삼식이 삼촌>도 그렇고, 역사를 해석하든 영화 현장을 해석하든 그 독특함이 있다. 그 대본으로 연출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매력이 될지 안될지 달려있지만, 그 독특한 시선 자체가 주가 된다고 본다. 물론 두 작품이 결과까지는 좋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그 독특함이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소통되는 것이 있으리라 본다. (그 결과가) <1승>이었으면 좋겠다.

스포츠영화의 언더독 서사는 어느 정도 정형화돼있다. <1승>만의 차별을 두기 위해 연기에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인간적인, 해학적인 부분에 중점을 뒀다. 일부러 과장된 웃음이나 감동에 덤벼들지 않았다. 그랬다면 뻔한, 매력 없는 영화가 됐을 텐데. 자연 발생적 웃음과 코끝이 찡할 정도의 감동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1승>은 배구라는 독특함이 있다. 배구라는 스포츠의 메커니즘을 (영화로) 처음 선보이는 거라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준비 중인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가.

내년에 <내부자들>이라는 드라마 촬영에 들어간다. 영화 <내부자들>의 과거 얘기인데, 인물은 똑같지만 서사는 완전히 새로 창작했다. 이기철 작가와 모한일 감독이 새로 쓴 작품이라, 우리끼리도 ‘프리퀄’이라고 안 한다. 그게 현재 1~2시즌으로 기획돼있고, 시즌 2는 좀 더 후에 촬영한다. 그 사이에 코미디영화를 하고 싶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웃음) 꼭 코미디는 아니더라도, 흥미롭고 재밌는 영화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계획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