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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한국여성배우①] 밀레니얼 세대 끝자락, 강한 개성으로 무장한 한국 여성 배우 10

이진주기자

밀레니얼 세대의 끝자락, 30대 초중반의 이 배우들은 현재 한국 영화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유독 강한 개성으로 무장해 자신만의 포지션을 확실히 구축한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 영화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이하 1990년생부터 1994년생까지 차안대를 쓴 경주마처럼 질주 중인 한국 여성 배우 10인을 모았다.


김태리

1990년생

영화 〈〉 중
영화 〈리틀 포레스트〉 중 김태리

 

<아가씨>의 숙희, <미스터 션샤인>의 고애신, <승리호>의 장 선장,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나희도, <정년이>의 정년이까지 김태리는 늘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과감한 노출 연기로 대중들에게 ‘김태리’라는 이름을 알렸던 그는 이후 가슴 아픈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1987>, 조선을 구하기 위해 총을 든 명문가 자제를 연기한 <미스터 션샤인>으로 시대를 넘나들더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펜싱을, 최근 방영한 드라마 <정년이>에서 판소리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렇게 김태리는 매 작품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성장하는 중이다.


박보영

1990년생

 

영화 〈너의 결혼식〉 중 박보영
영화 〈너의 결혼식〉 중 박보영

 

박보영은 벌써 데뷔 18년 차 배우이다. 2006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아역 데뷔한 그는 동글동글한 얼굴과 큰 눈망울 등 귀엽고 어린 이미지로 인해 오랫동안 교복을 입었다. 배우에게 특정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닐 터. 박보영은 한 인터뷰에서 “애교 섞인 말투를 의식해서 고치려고 노력했다”면서 “데뷔 초부터 귀여운 이미지가 싫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보영은 좌절하지 않았다. 2023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등에서 깊이 있는 내면 연기를 선보이면서 배우 박보영의 새로운 얼굴을 드러냈다. 


김고은

1991년생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중 김고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중 김고은

 

지난 29일, 제45회 청룡영화상은 영화 <파묘>의 김고은에게 여우주연상을 선사했다. 90년대생 배우로는 최초이다. 이에 김고은은 “나는 연기가 좋다. 물론 연기할 때 힘들고 어렵지만 행복감이 크다. 내가 배우라는 것이 감사하다”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012년 영화 <은교>로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던 이 배우는 불과 12년 만에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되며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김고은은 데뷔 초 ‘생활연기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자연스러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배우였다. 때문에 로맨스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2015),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2016) 등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다. 대중이 바라는 김고은의 수수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잘 드러나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다. 그는 여기에서 나아가 직접 노래를 소화한 뮤지컬 영화 <영웅>(2022), 범죄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 <작은 아씨들> 그리고 2024년을 뒤흔든 오컬트 영화 <파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도전하며 모든 영화적 문법도 소화해 내는 만능 배우로 우뚝 섰다.


안은진

1991년생

영화 〈시민덕희〉 중 안은진
영화 〈시민덕희〉 중 안은진

 

안은진은 앞서 소개한 배우 김고은과 함께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전설의 10학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예종 전설의 10학번’은 2010년도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학생들 중 현재 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배우들로 김고은, 김성철, 이상이, 이유영, 박소담 그리고 안은진 등을 의미한다. 안은진은 2020년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산부인과 레지던트 추민하를 맡으며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다. 이후 매해 2~3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비추면서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MBC 드라마 <연인>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안은진은 극 중 철없는 사대부의 딸 유길채 역을 맡아 전쟁을 겪으면서도 기개를 잃지 않는 강인한 여성을 연기해내며 많은 팬을 모았다.


고아성

1992년생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중 고아성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중 고아성

 

고아성은 대표적인 아역 출신 배우이지만 정작 그는 과거에도 ‘아역 같은’ 느낌을 주는 이는 아니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이 개봉했을 당시 14세에 불과했던 고아성은 변희봉, 송강호, 배두나, 박해일 등 성인 연기자에 밀리지 않는 여유로움으로 극을 장악했다. 그러던 그에게 2015년은 큰 터닝포인트의 해였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 <오피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등이 연달아 개봉하면서 성인 연기자로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특히 주연을 맡은 공포 영화 <오피스>에서는 인턴사원 이미례 역을 맡아 정규직 사원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현실 직장인의 면모를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박은빈

1992년생

영화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중 박은빈
영화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중 박은빈

 

1996년, 불과 4세에 아동복 모델로 데뷔해 연기를 시작한 머지않아 30년 차 배우가 되는 박은빈은 경력만으론 이미 ‘원로 배우’에 가깝다. 일생을 연예계에 몸담은 그는 그간 꾸준히 맑고 건강한 에너지를 선사하였다. 누구나 폭풍 같은 시기를 겪는 10대, 20대를 지나 30대까지 녹록지 않는 연예계에서 박은빈은 올곧게 나아갔다. 

 

박은빈은 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우이다. 2022년 한 해를 뒤흔든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2019), JTBC 드라마 <청춘시대>(2016) 등 그는 긴 호흡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박은빈이 안방극장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하게 된 것은 어떤 작품에서든 잔잔한 호수와 같은 안정감을 전달하는 그의 영향력 덕분이 아닐까.


박규영

1993년생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중 박규영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중 박규영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박규영은 우연히 참여한 표지 모델이 계기가 되어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6년 데뷔한 이래 약 4년간 단역과 특별출연 등 가리지 않고 출연했고 2020년 넷플릭스 <스위트홈>으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확실히 알렸다. 이후 <셀러브리티>, <오징어 게임 2>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에 여러 차례 출연하며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박규영은 매번 색다른 얼굴로 등장해 놀라움을 준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 홈>에서는 자유분방하게, KBS 드라마 <달리와 감자탕>에서는 천진하게,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에서는 당돌하게, MBC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에서는 발랄하게 캐릭터를 입는다. 백지와도 같은 박규영의 이러한 매력은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아이유

1993년생

 

영화 〈드림〉 중 아이유
영화 〈드림〉 중 아이유

 

이 단어의 효용이 여전한지 모르겠다. ‘멀티 엔터테이너’.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스타들에게 주로 사용하는 수식어다. 많은 이들이 가수와 배우, 예능인 등으로 활약하지만 그중 아이유는 남다르다. 2008년에 가수로, 2011년에는 배우로 데뷔한 후 각 분야에서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역량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아이유는 배우 활동 초창기 기존의 자신의 이미지를 잘 살린 연기를 통해 호평을 들었다. KBS 드라마 <드림하이>의 김필숙, <최고다 이순신>의 이순신과 <예쁜 남자>의 김보통 등은 순수하고 귀여운 ‘가수’ 아이유가 지닌 본래의 느낌을 인물에 잘 녹여냈다. 그러던 중 2018년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을 통해 완벽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이지안은 세상의 풍파에 큰 상처를 받고 마음을 닫은 어두운 캐릭터. 당시 아이유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캐릭터였지만 <나의 아저씨>의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가 아이유의 캐스팅을 고집했고 아이유는 그 기대에 확실히 부응하며 '배우' 아이유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종서

1994년생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 중 전종서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 중 전종서

 

2018년 영화 <버닝>을 통해 데뷔한 전종서는 당시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인이었다. 전종서를 발굴한 <버닝>의 이창동 감독은 그에 대해 “이제까지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라고 극찬했다. 속을 알 수 없는 눈빛과 묘한 움직임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배우 전종서는 차기작 <콜>을 통해 데뷔의 영광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냈다. 미묘한 얼굴 근육의 사용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전종서의 연기는 이창동 감독의 눈이 정확했음을 깨닫게 했다. 이후 전종서의 행보는 더욱 파격적이었다. 2021년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를 통해 그와 그리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완벽하게 소화해 영역을 확장했고 2022년에는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을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해 또 한 번 놀라움을 주었다.


박지현

1994년생

 

영화 〈히든 페이스〉 중 박지현
영화 〈히든 페이스〉 중 박지현

 

지난 11월 20일 개봉한 영화 <히든 페이스>는 배우 박지현의 파격적인 연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수위 높은 베드신을 소화한 것뿐 아니라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짚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그는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등을 통해서 단아하고 똑 부러지는 모습으로 사랑받았다. 특히 2022년 큰 사랑을 받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순양 그룹 며느리 모현민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선보여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