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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환골탈태로 수퍼스타된 〈수퍼 소닉〉, 3편은 어떤 모습일까

씨네플레이
 최초 예고편. 후에 엄청난 반발을 받자 디자인은 완전히 갈아엎었다.
최초 예고편. 후에 엄청난 반발을 받자 디자인은 완전히 갈아엎었다.
〈수퍼 소닉〉 수정 버전
〈수퍼 소닉〉 수정 버전

 

 

 

 

 

 

 

 

 

아직도 기억나는 첫 스크린샷은 이제 진짜 추억이 됐다. 제작조차 어려울 것 같았던 이 영화는 벌써 3편 개봉을 목전에 두고 있고, 4편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많은 관객들에게 인정받았다. '불쾌한 골짜기' 소리를 들으며 <캣츠> 실사영화와 비교 당하던 그 시절은 이제 정말 과거일 뿐이다. 바로 <수퍼 소닉> 시리즈 얘기다.

일본의 콘솔 게임 시리즈로 시작해 할리우드까지 진출했으니 파란 털 외계 고슴도치(사실임)로서는 상당한 출세가 아닐 수 없는데, 알고 보면 게임으로 훨씬 유명하고 80년대 생들에게는 도트 그래픽의 오락실 게임으로 더 익숙할 터다. 3D 애니메이션으로 환골탈태에 성공한 '소닉 더 헤지혹', 원작 게임 시리즈부터 실사영화에 이르기까지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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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당신이 기억할 소닉
아마도 당신이 기억할 소닉

소닉 시리즈는 주인공인 '소닉 더 헤지혹'이 메인으로 등장하는 시리즈만 세더라도 거의 60여 개에 달할 만큼 인기를 누렸다. 1990년 당시 세가(SEGA)는 자사를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당시 개발 중이었던 게임기인 '메가 드라이브'의 성능을 상징할 수 있는 속도감 있고 강력한 동물을 모티브로 삼고자 했는데, 이때 고슴도치의 가시와 영문명인 '헷지혹(HEDGEHOG)'의 어감이 좋아 '소닉 더 헤지혹'이 탄생하게 된다.

초안 버전은 어쩐지 디즈니 초창기 캐릭터와 흡사한 느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닉은 점점 더 '초고속 고슴도치'의 느낌으로 발전해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팔다리도 더 길어지고, 머리는 작아져서 비율이 상당히 좋아졌다는데, 여러모로 회춘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한때 세가를 넘어 일본 게임계를 대표했더 소닉 더 헤지혹
한때 세가를 넘어 일본 게임계를 대표했더 소닉 더 헤지혹

솔직히 소닉이 고슴도치라는 사실은 어린 시절 소닉을 게임으로 열심히 했던 사람들도 잘 모를 수 있을 텐데(...) 머리스타일처럼 보이는 파란색 뾰족한 부분이 사실 가시였던 것이다. 헤어스타일을 자주 바꾸는 모양인지(!!) 소닉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굿즈 등에서는 가시가 많이 달라지긴 한다. 

1991년 세가의 가정용 게임기인 메가 드라이브로 첫 출시된 후 북미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무려 1,500만 장이나 판매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세가가 게임기 사업에서 철수한 지금이라면 상상도 하기 어렵지만 첫 타이틀 '소닉 더 헤지혹'의 성공으로 메가 드라이브의 판매량이 상승해 닌텐도와 자웅을 가렸을 정도. 이후 플랫폼의 발전에 따라 소닉은 다양한 타이틀로 출시되었고 근래까지도 인기 시리즈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소닉 x 섀도우 제너레이션즈'라는 타이틀이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스위치, Xbox 등으로 출시되어 100만 장을 판매하기도.

소닉 더 헤지혹과 동료들
소닉 더 헤지혹과 동료들

 

이 인기 있는 외계 고슴도치의 실사화는 무려 2014년부터 거론되었는데, 3년째 별 소식이 없다가 2017년이 되어서야 2019년으로 개봉이 연기되었다는(....) 소식이 발표되었으며 제작사도 소니에서 파라마운트로 바뀌었다. 실제로 작업이 제대로 시작된 것은 2018년의 일인데, 주요 빌런인 닥터 에그맨(=닥터 로보트닉) 역에 할리우드 인기 배우 짐 캐리가 캐스팅되면서 기대감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해 여름 캐나다 현지에서 촬영 현장을 찍은 사진이 다수 확인되기도 했는데, 문제는 12월에 벌어진다.

 

〈수퍼 소닉〉 최초 티저 이미지
〈수퍼 소닉〉 최초 티저 이미지

공개된 티저포스터(위) 속 소닉의 모습이 대단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는데, 사실 이 정도 쇼킹한 비주얼은 이후 벌어질 일에 비하면 별거 아니긴 했다. 오랫동안 소닉이라는 캐릭터를 접해 온 게이머들과 팬들의 눈에 이 이미지는 소닉이라기에는 너무 두껍고, 진짜 '고슴도치'같은 느낌의(엄밀히는 고슴도치도 아닐지 모른다) 푸른 털이 돋아있는 다리 덕에 불쾌한 골짜기를 건널락 말락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유저들이 비판을 쏟아냈고 그중에는 심지어 나카 유지를 포함한 소닉의 원작자들도 있었다.

지금 봐도 별로인 수정 전 소닉 (〈칩과 데일: 다람쥐 구조대〉 카메오 출연 장면)
지금 봐도 별로인 수정 전 소닉 (〈칩과 데일: 다람쥐 구조대〉 카메오 출연 장면)

하지만 2019년 4월 30일,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진짜 쇼킹한 일'이 벌어진다. 소닉을 잘 모르거나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인터넷에서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이 이미지(....)가 바로 그때의 예고편에 등장한 소닉의 모습이었다.

시리즈의 팬들은 상당히 화가 나서 능력 발휘를 서슴지 않았는데... 직접 보정을 해서 소닉의 실사화 디자인을 팬들이 원하는 소닉의 비주얼로 바꿔 업로드하는 등 상당한 파문이 일었다. 심지어는 예고편을 리터칭해 수정한 버전으로 업로드한 영상이 1500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공개 4일 만인 5월 3일 감독은 첫 발언(소닉의 캐릭터 이미지가 실사영화에 나오기는 비현실적이라는)을 철회하고 전면 수정하겠다고 발표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 모든 게 진짜로 스쳐가는 일이 될 줄은…. 그리고 이 영화가 시리즈로 자리 잡아 9,0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줄은. 대부분은 그대로 화제만 되고 슬프게 망해버릴 줄 알았다. 마치 다른 게임 원작 영화들처럼(예를 들면 수퍼 마리오 실사영화라든지).

 

디자인 전면 수정 후 〈수퍼 소닉〉에서의 소닉​
디자인 전면 수정 후 〈수퍼 소닉〉에서의 소닉​

 

전면 수정을 거친 후의 소닉은 정말, 팬들의 리터칭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원작 캐릭터에도 꽤 가까운 비주얼이었다. 그랬다. 가상의 캐릭터인 이상 어설픈 현실성 부여는 독이었던 것이다. 성형(?) 하는 데 자그마치 1년 가까이의 시간이 걸리기는 했으나 결국 팬들의 우려에 화답한 감독의 수정 결정은 맞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물론 CG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므로 진작 이렇게 했으면(...) 수익이 더 잘 나왔겠지만, 어떤 의미에선 노이즈 마케팅처럼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비주얼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빌런인 에그맨(로보트닉)을 연기한 짐 캐리의 눈부신 연기력이 빛났고,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 대단히 참신하지는 않을지언정, 외롭고 혼자였던 소닉이 친구를 만나고 그와 가까워지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는 무난한 감동을 주기엔 충분했다. 솔직히 전개나 흐름에 대단한 개연성도 없고 현실성도 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소닉이 귀엽고 로보트닉이 매력적이라서 대충 넘어가게 된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사실 게임 시리즈의 팬 입장에서는 적당하게 잘 나와준 것만으로도 고맙긴 했다.

〈수퍼 소닉〉(왼)의 성공으로 〈수퍼 소닉2〉까지 무난히 이어졌다​
〈수퍼 소닉〉(왼)의 성공으로 〈수퍼 소닉2〉까지 무난히 이어졌다​

 

어쨌든 영화의 성공은 속편으로 이어졌고, 짐 캐리의 열연에 힘입어 2편 역시 성공을 거뒀으며 그 결과 곧 개봉하는 <수퍼 소닉 3>이 제작될 수 있었다. 닥터 로보트닉을 연기한 짐 캐리 덕이 엄청 크긴 해도 2편부터 소닉 시리즈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인 테일즈와 너클즈가 등장해 팀워크를 보여줬고, 3편에는 드디어 시리즈 최강의 인기 고슴도치(!!)인 섀도우 더 헤지혹이 등장할 예정이다. 심지어 목소리를 맡은 배우가 키아누 리브스라서 목소리를 듣는 재미도 꽤 있을 듯.

 

〈수퍼 소닉3〉
〈수퍼 소닉3〉

 

이미 <수퍼 소닉> 시리즈는 3편이 개봉하기도 전이지만 4편을 확정한 상태이며, 영화의 흥행 성공이 게임 시리즈의 홍보로 이어지면서 소닉 원작 시리즈에까지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을 정도였다. 생각해 보면 좀 재미있기는 한 게, 소닉 시리즈가 출범하던 당시 세가는 닌텐도를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었던 만년 2등 회사였건만… 닌텐도가 실사영화라곤 대차게 망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밖에 없기에 '실사 영화'로서는 세가가 닌텐도에게 압승을 거둔 셈이 되었다.

물론 제작 예정인 <젤다의 전설> 시리즈 실사화도 있고, 아직 가능성은 남아 있긴 하겠지만… 글쎄, 현재로선 실사화 젤다보다 3D CG로 구현된 반짝이고 부드러운 전자 털뭉치 소닉이 더 맘에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생각해 보면 참 다행인 일이다. 감독이 소닉의 CG를 수정하지 않았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게임 원작 영화계의 <캣츠>가 되었겠지… 얼마나 다행인가!

어쨌거나, 오랜만에 추억의(사실 추억은 아니지만) 기괴한 소닉 초기 버전을 들춰본 김에 3편을 보러 갈 날을 고대해 본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하는 그림자 속 고슴도치, 시리즈에서 가장 멋진 차도남, 섀도우 더 헤지혹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