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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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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등 12월 셋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하얼빈

감독 우민호

출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릴리 프랭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본 안중근의 내면

★★★

충분히 뜨거워질 수 있는 소재다. 그러나 우민호 감독은 차가운 시선으로 황량해진 안중근의 내면을 바라본다. 홍경표 촬영감독을 통해 시각화된 안중근의 심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쓸쓸한 풍경화 같다. 이야기 구성이 그리 쫀쫀하지는 않다. 영화는 안중근의 인간적 고뇌와 ‘밀정 척출’이라는 스파이물의 정취, 안중근에 살리에르적 반감을 품은 일본군 모리의 추격 사이를 오가는데 그것이 한데 섞여서 긴장감이 쌓이기보다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 모음 같은 느낌을 전한다.(김지운의 <밀정> 등 여러 영화의 기시감이 있다.) 이야기에 ‘필요한 장면’을 찍은 것이라기보다는, 카메오나 미장센을 ‘보여주고 싶어서 찍은 장면’들이 종종 극의 흐름을 끊어버리기도 한다. 비장함은 있지만 감동은 옅은 건, 이러한 연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의 완성은 ‘스크린 밖’에서 올 것이다.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한다는데 그것만 존재할까. 그 ‘역’도 존재한다. 시대가 영화(관람)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얼빈>이 그렇다. 광장에서 민주주의가 울려 퍼지는 이 하 수상한 시대에 <하얼빈>은 광장의 목소리를 소환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완성도 높은 항일 영화

★★★☆

안중근과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대작이다. 기존 항일 영화들과 다르게 액션과 오락성을 과감하게 덜어내고 암울하고 냉혹했던 일제강점기 시대의 공기를 담는 데 주력했다. 영웅 안중근 대신에 고뇌하는 안중근을 조명한 연출, 안중근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현빈, 비장미 가득한 촬영과 웅장한 음악이 어우러진 웰메이드 시대극이다.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이동욱, 릴리 프랭키 등 배우들의 연기와 지금의 정치적 현실과 공명하는 대사들이 감정을 끓어오르게 만든다.


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

감독 하프담 울만 튼델

출연 레나테 레인스베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강렬한 실내극

★★★★

학폭 사건이 일어난 학교. 담당 교사는 학부모 회의를 열었다. 피해 학생 욘의 부모인 사라(엘렌 도리트 페테르젠)와 앤더스(엔드레 헬레스트베이트). 가해자로 의심되는 아르망의 엄마 엘리자베스(레나테 레인스베). 사건의 진상을 밝힐 것처럼 시작된 영화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을 향한다. 하프단 울만 톤델 감독의 첫 장편이자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인 <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는 학교라는 공간과 하루라는 시간을 한정하고, 그 안의 인물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 사이에 일어났던 사건 그 자체는 맥거핀이 되고, 캐릭터들의 숨겨졌던 과거와 감정이 드러난다. 이 양식은 감독의 할아버지인 거장 잉마르 베리만의 실내극 양식을 연상시키는데, 그 틀 안에서 톤델 감독은 강렬한 색감과 꼼꼼하게 계산된 심도 촬영과 날카로운 사운드를 선보인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요아킴 트리에, 2022)로 칸영화제 여자배우상을 수상했던 레나테 레인스베를 비롯해 배우들의 앙상블 퍼포먼스가 뛰어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야심이 너무 드러나서 도리어 편편해져 보이는

★★★

야심이 상당한 영화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 인물들을 몰아넣고, ‘진실과 거짓’ ‘소문과 확증편향’이라는 첨예한 문제를 연극, 무용 등의 요소를 끌어들여 풀어낸다. 그냥 지나치는 신이 없다. 거의 모든 요소에 힘을 준 인상이다. 다시 말하지만, 야심이 상당한 영화다. 그러나 이 야심을 관객으로 하여금 ‘느끼게’ 한다기보다, 관객에게 자주 ‘들키는’ 느낌이다. 서사를 다소 누르고, 미학적인 형식을 통한 주제 전달을 노렸는데 그것이 메시지를 끌어올리는 깊이감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눈도장을 찍은 레나테 레인스베의 연기는 한층 더 깊게 익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진실을 가리는 것들은 무엇인가

★★★☆

여섯 살 아들 아르망이 학교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다. 호출을 받고 학교에 도착한 엄마는 어린 아들이 의심받는 상황이 당혹스럽다. 영화는 사건을 대하는 어른들의 세계만을 다룬다. 자신과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엄마, 의심 정황으로 자신들의 아이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부모, 책임을 미루려는 학교 직원들의 진실 공방에 오해와 편견이 난무한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심리 스릴러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학교의 구석구석을 누비는 촬영, 예상선을 넘어서는 의도적인 연출에 놀랄 것이다. 주연배우 레나테 레인스베는 실소를 멈추지 못하고 연발하는 장면에서 가공할 연기력을 펼친다. 영화 속 타인들과 다를 바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객을 호되게 몰아세우는 연기에 가슴이 뜨끔해진다.


호리아

감독 모리아 메두르

출연 리나 쿠드리, 라시다 브라크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자유의 댄스

★★★

알제리 국립 발레단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호리아(리나 쿠드리). 충격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된 그는,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다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역경을 겪지만 다시 무대에 선다는 댄스 영화의 클리셰 속에서, <호리아>는 현재 알제리의 불안한 정치 상황을 드러낸다. 주인공 개인에게 닥친 고난과, 이에 더해지는 폭력의 현실. 그 안에서 호리아는 트라우마 지닌 사람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준비한다. 활기찬 음악과 댄스 신을 통해, 자칫하면 무거워질 수 있는 톤을 끌어올린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여성에게 희망을 주는 또 하나의 이름

★★★

발레단 입단을 준비하던 주인공 호리아는 잘못된 선택으로 큰 부상을 입는다.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호리아는 병원에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여성들을 만나면서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무용수의 성장담은 평범해 보이지만, 알제리의 경제적 불평등과 가부장제, 사회 불안 등을 배경으로 다뤄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여성들의 연대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모니아 메두르 감독과 주연배우 리나 쿠드리는 히잡 착용을 강요하는 사회에 맞서는 여성의 이야기 <파피차>(2019)에 이어 다시 한번 운명에 맞서는 당찬 여성 캐릭터를 완성했다.


더 폴: 디렉터스 컷

감독 타셈 싱

출연 리 페이스, 카틴카 언타루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이야기의 힘을 믿는 영화

★★★★

<더 폴: 디렉터스 컷>은 4K로 리마스터링 될 만한 가치를 지닌 비주얼로 칭송받아온 영화지만 이야기의 힘을 믿는 영화이기도 하다. 사랑도, 일도, 다리도 잃어버린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는 병원에 누워있다. 더 이상 삶에 의욕이 없는 그에게 어린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를 꼬드겨 모르핀을 훔쳐낼 심산으로 모험극을 꾸며낸다.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는 살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냈지만 로이는 죽기 위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자신의 삶처럼 이야기도 포기하고픈 로이와 관객에 머물렀던 알렉산드리아의 반격으로 영화는 이야기의 주인은 누구인가 묻는다. 떨어진다는 것이 절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롭게 이어붙인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범접할 수 없는 걸작

★★★★

타셈 싱 감독의 2006년 작. 한국에서는 2008년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해 지금까지도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 목록에 빠짐없이 오르는 작품이다. 치명적 부상을 입은 주인공 스턴트맨이 어린 소녀에게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는 천일야화식 구성에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한 초현실적 장면들이 감탄을 부른다. 색감 장인 타셈 싱 감독만의 독보적인 미장센뿐 아니라 촬영 당시에 신인이었던 배우 리 페이스의 열연, 구원에 이르는 서사, 영화에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까지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영화다.


남녀 사이에 기승전결이 어딨어?

감독 신유재

출연 유화정, 박경복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제목처럼 영화도 재기발랄하면 좋았을 텐데

★★

5년 만에 다시 만난 남녀 주인공의 과거를 돌아보는 로맨스 영화. 부산을 배경으로 함께 어울리던 젊은 남녀가 밀고 당기고 어긋나고 오해하는 러브스토리를 그렸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 만남을 오가며 복잡하고도 미묘한 남녀 관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반복적인 모텔 장면과 술자리 대화, 배우들의 감정선을 부각하지 못하는 단조로운 연출을 음악이 메운다.


나야, 문희

감독 박원표, 유지천, 원경혜, 정은욱, 이정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친숙한 낯설음

★★☆

최근 생긴 단편 개봉 트렌드에 맞춰, 국내 최초로 개봉된 A.I. 영화 <나야, 문희>는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나문희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한다. 기술적 시도를 통해 주인공은 한층 젊어지기도 하고, 평생 맡아 보지 못한 캐릭터가 되는데 아쉬운 건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의 짜임새다. 시도로서 가치 있는, 하지만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할 테크놀로지 무비.


면접교섭

감독 이주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양육의 조건

★★★

이혼 후 면접교섭권을 얻었으나 자신의 아이를 만나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두 아빠에 대한 다큐멘터리. 처음엔 각자 사연을 지닌 두 남자의 이야기로 소박하게 시작하는 것 같지만, 법적 허점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아동 학대와 ‘부모 따돌림’ 문제까지 이어진다. 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 테마를 선택한 점엔 점수를 줄 만한데, 제기한 문제를 전개하고 이슈를 확장하는 과정에선 명확하게 과녁을 겨누진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그럼에도 이 다큐가 제기한 문제가 좀 더 공론화되었으면 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조금 더 깊게 팠다면

★★

이혼 후, 양육자의 비협조로 면접교섭권(양육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가 자녀를 만날 수 있는 권리)을 침해받고 있는 비양육자 김재훈-배문상 두 아버지의 사연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면접교섭권 이행 방해에 대한 법원의 미온적인 대처, 비양육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 부족과 한계를 고발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면접교섭권을 둘러싼 부모의 갈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혼란은 이 문제가 시급하게 논의되어야 함을 잘 보여준다. 다만, 카메라에 담긴 범위가 못내 아쉽다. 적어도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의 목소리나 의중이 담겨야 객관성이 확보될 텐데, 배문상 씨 사연의 경우 한쪽의 이야기만 담긴 터라 다큐멘터리로서의 균형감각이 다소 흔들린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비양육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

면접교섭이란 이혼 후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못하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 만날 수 있는 권리다. 영화에 나오는 두 명의 비양육자 아버지는 법적으로 보장된 면접교섭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 면접교섭 방해와 부모 따돌림을 겪는 이들의 사연을 통해 비양육자의 면접교섭권 문제를 전면에서 다룬다. 면접교섭권의 법적,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면서 부모의 이혼과 지속된 갈등 사이에서 상처받고 소외당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함께 들려준다. 면접교섭이 부모와 자녀 중 누구를 위한 권리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다큐멘터리다.


니코: 오로라 원정대의 모험

감독 캐리 주스넌, 요르겐 레드담

출연(우리말더빙) 옹성우, 김지은, 박예린, 정재헌, 사성웅, 김사라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12년 만에 찾아온 꼬마 사슴의 크리스마스 모험

★★★

산타 비행단을 꿈꾸는 꼬마 사슴을 주인공으로 한 핀란드 애니메이션 시리즈. 니코가 아빠가 속한 산타 비행단을 찾아 산타마을로 떠나는 1편 <니코>(2008), 동생과 산타 마을을 지키는 2편 <니코: 산타 비행단의 모험>(2012)에 이어 이번엔 잃어버린 산타 썰매를 찾아 북극으로 떠난다. 크리스마스를 지키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시리즈 기본 구조를 따르면서 라이벌 캐릭터 스텔라와 북극 오로라가 새로운 볼거리로 등장한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반전 있는 이야기, 준수한 만듦새가 돋보이는 크리스마스 애니메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