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파사: 라이온 킹
감독 배리 젠킨스
목소리출연 아론 피에르, 켈빈 해리슨 주니어, 세스 로건, 빌리 아이크너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스카: 동물의 세계에서도 서브 남주는 서글프구나
★★★
디즈니 실사영화 <라이온 킹>(2019)의 프리퀄. 심바의 딸에게 ‘할아버지 무파사’ 이야기를 천(일)일야화처럼 들려주는 형식이다. 2019년 <라이온 킹>은 정교한 기술력으로 동물의 세계를 ‘내셔널지오그래픽’ 뺨치게 그려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도리어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밋밋하게 제거해 버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파사: 라이온 킹>은 지적받은 단점을 모범생처럼 보완한 결과물이다. 캐릭터 표정이 풍부해졌으며, 감정의 결도 잘 살려냈다. 실사화 과정에서 매력이 납작해졌던 스카 역시 새롭게 부여된 전사를 통해 입체감이 두툼해졌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서브 남주의 운명은 이토록 서글프다니. 다만, “왕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거듭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가장 익숙한 사연으로 풀어내면서 내러티브 상의 특징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보편적 메시지를 특별한 방식으로 전달했던 <문라이트>(2016)의 배리 젠킨스 연출작임을 상기했을 때 더욱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힘을 낼 시간
감독 남궁선
출연 최성은, 현우석, 하서윤, 강채윤, 홍상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길
★★★☆
전직 아이돌인 세 청춘의 제주도 여행기.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주는 화려함과 달리, 그들의 삶은 상처투성이이며 감당하기 힘든 무게로 짓눌려 있다. 트라우마와 빚과 정신적 문제 등으로 고통받는 그들. 과연 그들에게도 미래가 있을까? 아니, 그들은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길 위의 청춘’을 현실적이면서도 연민 깃든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 ‘아이돌’이라는 설정이 어색하지 않는 디테일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특히 ‘모임 별’이 맡은 음악은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의 빈틈을 채워준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넘어져서 잠시 웅크린 너에게
★★★☆
‘성공한 아이돌’이라는 잡히지 않는 가능성을 따라 인생 전체를 담보했지만 결국 닫혀버린 문 앞에 선 이들은 이제 고작 20대다. 산업이 만든 냉정한 그늘 아래 넘어진 채로 갇혀버릴 것인가. 아니면 다시 일어설 것인가. 카메라는 이제야 처음으로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해 보려는 이들의 방황을 담담히 인정하듯 부유한다. 목적도, 방향도 명확하지 않은 걸음마는 불안해 보인다. 누군가를 애도하는 일은 때로 인생의 흐름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매단다. 남궁선 감독은 그 모습을 정확히 직시하면서도, 가장 힘겹지만 근미래를 분명 산뜻해 마지않을 인물들의 다짐의 순간을 토닥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실패한 곳에서 다시 일어서 보려는 사람에게는 질책보다 그런 것이 더 필요하다. 힘을 내고 싶어서 잠시 엎드려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모닥불 같은 온기가, 이 영화에는 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그 많던 아이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생존하는 건 소수. 경쟁에서 밀려난 아이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승자 독식과 불합리한 정산 시스템, 미래를 볼모로 한 계약 구조 등 기형적인 노동 현장에 노출된 K팝 아이돌의 인권을 담았다. 출발선에 설 시기에 은퇴의 기로에 선 세 명의 아이돌을 통해 한국 자본주의 노동 시장이 개인의 꿈을 얼마나 조로(早老)하게 하는가를 들여다본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영화로, 남궁선 감독은 (프로젝트) 의미와 (영화적) 재미 모두를 놓치지 않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나를 인정할 시간이 필요한 청춘들에게
★★★☆
장편 데뷔작 <십개월의 미래>(2021)로 주목받은 남궁선 감독의 신작. 전작의 주연배우 최성은과 다시 작업한 두 번째 영화는 은퇴한 아이돌 이야기를 다룬다. 스물여섯 살에 제주로 뒤늦은 수학여행을 떠난 세 친구는 서로 부대끼고 다독이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영화는 화려함 뒤에 가려진 아이돌의 현실을 돌아보는 시간, 남이 보는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고자 하는 다짐의 시간을 선사한다. 최성은, 현우석, 하서윤이 청춘의 솔직한 표정과 목소리를 대변한다면, 모임 별의 음악이 시행착오투성이인 청춘의 시간을 위로한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우리들의 공룡일기
감독 사사키 시노부
우리말더빙 박영남, 강희선, 김환진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짱구와 공룡의 조합이라니 안 볼 수가 없네
★★★
<짱구는 못말려> 32번째 극장판. <쥬라기 공원>을 연상시키는 줄거리와 공룡 캐릭터들이 어린이 관객을 공략한다. 짱구와 친구들이 공룡과 함께 보낸 여름방학 이야기로 흰둥이의 활약이 돋보인다. 새롭고 신선한 극장판은 아니어도, 익숙한 이야기를 능숙하게 풀어내는 ‘짱구’ 시리즈의 재미는 여전하다. 박진감 넘치는 오프닝부터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 쿠키 영상까지 알차게 꾸렸다.
파라다이스 이즈 버닝
감독 미카 구스타프슨
출연 비앙카 델브라보, 딜빈 아사드, 사피라 모스버그, 이다 엥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세 자매
★★★
스웨덴 영화. 미카 구스타프슨 감독은 이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16살 로라, 12살 미라, 7살 스테피. 보호자 없이 꿋꿋하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세 자매의 모습을 생생한 톤으로 담아낸 성장 영화다. 자유로우면서도 불안하고, 혼란스러우면서도 자매애의 감정으로 따스한 작품. 데뷔 감독의 신선한 열정, 뛰어난 촬영 그리고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진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연대하며 성장하는 자매들
★★★
엄마 없이 살아가는 주인공 세 자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아무도 모른다>(2005)의 어린 남매들을 떠오르게 한다. 차이점이라면 여성 청소년들의 일탈과 성장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위태롭고 불안한 주변 어른들까지 너르게 품는다. 세 자매의 앞날은 불투명하지만 사랑, 자유, 연대를 경험하고 즐긴 자매들의 시간은 삶의 고비마다 선연하게 떠오를 것이다.
알레고리, 잇츠 낫 미
감독 레오 카락스, 알리체 로르와커, 제이알
출연 레오 카락스, 리나 쿠드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레오스 카락스, 카메라 앞과 뒤
★★★☆
두 편의 단편을 묶어서 개봉했다. <알레고리>는 이탈리아의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이 만든 흥미로운 판타지로, 플라톤의 ‘동굴의 우상’을 모티브로 삼는데 레오스 카락스가 배우로 출연한다. 이어지는 <잇츠 낫 미>는 카락스 감독이 연출한 자전적인 에세이 영화. 자신의 삶과 필모그래피와 겪었던 사회적 사건 등을 자유롭게 콜라주하는데 감독 특유의 시적이며 꿈 같은 이미지들이 42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그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애초에 카메라가 존재했다
★★★☆
공통 요소인 레오 카락스를 통과하며 두 개의 작품이 연결된 결과물. 설치 공연 ‘키롭테라’에서 뻗어 나온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알레고리>는 순수하고 명랑한 기쁨을, 레오 카락스가 지난 시간과 필모그래피 그리고 현실 세계의 사건들을 재구성한 <잇츠 낫 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잔존하는 누벨바그의 빛처럼 다가온다. 철학에서 이미지까지, 숭고함의 가치에서 타락하고 혐오스러운 세계까지 오늘날 영화적 미학에 영향을 미친 의문과 기억들의 무성한 콜라주. 눈과 머리를 휘감는 이미지의 향연을 목격하고 극장 밖으로 나온 뒤에 또렷하게 남는 것은, ‘이 모든 것들 앞에 카메라가 존재했다’는 자명한 감각이다.
헬보이: 크룩드 맨
감독 브라이언 테일러
출연 잭 케시, 제퍼슨 화이트, 아델라인 루돌프, 레아 맥나마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흑마술에 맞선 헬보이
★★
1959년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 지역을 배경으로, 헬보이(잭 케시)가 BPRD의 신입 요원 바비 조 송(아델린 루돌프)과 함께 사건과 맞닥트린다. 마녀를 중심으로 좀비, 빌런, 동물, 악마 그리고 눈먼 목사 등이 등장하는 오컬트 요소 강한 영화. 헬보이의 활약보다는 흑마술의 세계가 중심이다. 뭔가 분위기는 조성되었는데, 확실한 장르적 쾌감을 주지 못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오컬트 호러로 재무장한 다크히어로
★★☆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이전 시리즈와 다른 새로운 <헬보이> 실사 영화다. 마이크 미뇰라의 그래픽노블 「헬보이」 시리즈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히는 ‘비뚤어진 사내’를 원작으로 한 헬보이의 모험담이다. 마녀, 흑마법 등 원작의 초자연적 세계관을 강조한 작품이긴 하지만 호러 연출의 완성도가 높지 않다. 헬보이 캐릭터도 다크히어로의 면모가 강하게 드러나지 않아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감독 정희준
출연 홍상진, 윤정열, 이은지, 원종철, 장영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숲 속의 대결
★★☆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이때 남파 공비 중 1명의 실종자가 있었는데, 그 인물을 모티브로 픽션을 가미했다. 영화의 전반부는 빌드업이고, 후반부는 남한의 요원과 북한의 공비가 숲속에서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다. 전반적으로 액션의 요소가 강한데, 시나리오가 탄탄하지 못해 액션까지 텐션이 약해진다. 저예산 장르영화로서 소재 선택은 적절하고 신선했지만, 더 나아가진 못한 점이 아쉽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한국 추격 스릴러의 참신한 시도
★★☆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모티프로 한 추격 액션 스릴러. 독립 영화임에도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과감함과 효과적인 장르 운용이 돋보인다. 잡히지 않은 한 명의 남파무장공비와 그를 추격하는 HID 북파공작원의 일대일 대결에 초점을 맞춰 몰입도를 높였다. 대사나 메시지 등 주제 전달력이 강한 편은 아니어도 연출의 추진력과 배우들의 힘 있는 연기가 와닿는다.
블랙 나이트 퍼레이드
감독 후쿠다 유이치
출연 요시자와 료, 하시모토 칸나, 나카가와 타이시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독특한 크리스마스 영화를 찾는다면
★★★
나카무라 히카루의 동명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코미디 영화. 취준생 청년이 블랙 산타 회사에 강제 취직되어 겪는 엉뚱하고 기괴한 소동을 그렸다. 주인공이 훈련과 시험을 거치며 진정한 산타로 거듭나는 이야기로 영화를 지배하는 B급 감성이 평범한 크리스마스 영화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요시자와 료, 하시모토 칸나, 나카가와 카이시가 원작 캐릭터에 최적화된 연기를 펼치고, 타마키 히로시가 얼굴 없는 블랙 산타 목소리 연기를 맡아 존재감을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