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겜(<오징어 게임>)은 오겜이다’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공개되고 3주 연속 글로벌 시청 1위를 기록하며 역대 넷플릭스 시청수 3위를 달성했다. 놀라운 성과다. 지난 시즌에 비해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상황이지만 화제성만큼은 단연 1위이다.
각종 챌린지와 밈 등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즐기는 다양한 방식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여러 차례 본 시청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는 반응이 있다. “저 배우가 왜 저기에?”라는 질문이다. 비중이 작은 단역 캐릭터 중 대중에게 이미 잘 알려진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몰랐을, <오징어 게임> 시즌 2의 배우들을 발견했다. 일명 ‘<오징어 게임> 시즌2 숨은 배우 찾기’이다.
배우 이하늬_15번 선한남 역

‘장사하다 진 빚이 5억이 넘는다’던 15번 참가자가 했던 사업이 닭강정 장사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의 얼굴이 어딘가 낯이 익다면 지난해 시청자들을 여러모로 충격에 빠뜨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에서 보았을 것이다. 15번 참가자 선한남 역을 맡은 배우 이하늬는 <닭강정>에서 백정 닭강정 4인방 중 광대 역을 맡았다. ‘미사일’을 외치며 괴상한 춤을 추던 그 공포의 불꽃대형 센터, 맞다.

2010년 KBS2 드라마 <엄마도 이쁘다>로 데뷔한 그는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2013), <스물>(2015), <럭키>(2016) 등에서 간간히 얼굴을 비추며 경력을 쌓았다. 그러던 중 2019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은정(전여빈)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병삼 역을 맡으며 대중에게 각인된다. 그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극의 한 축이 되는 커플을 엮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은정과 광고 감독 상수(손석구) 사이의 첫만남은 인기 스타 소민(이주빈)의 광고 촬영장에서 카메라를 잡은 병삼이 감독 상수의 눈에 거슬리면서 시작된다. 상수가 병삼에게 욕을 퍼붓고 은정이 이를 저지하며 둘 사이에 불꽃이 튄다.
배우 우정국_39번 도시락남

영화 <부당거래>(2010),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 2(2023)와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비질란테>(2023)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우정국은 <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 39번 참가자 ‘도시락남’이라는 배역을 맡았다. 아쉽게도 시즌 2에서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볼 수 없었지만, 수많은 게임 참가자 중 찰나의 순간 담긴 그의 얼굴만으로도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우정국이 그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연기력을 확실히 보여준 작품은 <부당거래>(2010)이다. 류승완 감독의 대표작인 이 영화는 당시 27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흥행을 했다. 우정국은 극 중 초등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는 이동석 역을 맡아 평범한 가장에서 권력의 피해자, 그리고 숨겨둔 비밀을 가진 인물로 변모하며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배우 최귀화_203번 김기민 역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매 게임 이후 게임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투표한다. 성기훈을 필두로 게임 중단을 원하는 X(엑스) 파와 100억의 엄청난 채무액으로 일명 ‘백억남’이라 불리는 임정대를 중심으로 게임의 속행을 주장하는 O(동그라미) 파로 나뉜다. 동그라미 강경파 중 눈에 띄는 배우가 있었다. 바로 최귀화이다.
203번 김기민 역을 맡은 최귀화는 시즌2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찰나에 지나갔다. 그는 그저 무리 속에서 게임을 진행하자고 주장할 뿐, 단독 대사도 없었다. ‘분명 어떤 꿍꿍이가 있는 캐릭터일 것’이라고 의심의 눈을 뜨고 끝까지 지켜보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유명세에 비해 작은 역할을 맡은 것에 시청자들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배우 최귀화는 개인 SNS를 통해 “진짜 게임은 시즌 3부터”라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부산행>(2016)의 노숙자, <택시운전사>(2017)의 보안사 사복조장, <범죄도시> 시리즈의 강력반장 전일만 등 최귀화는 비중을 떠나 극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는 배우이다. 때로는 친근하게, 때로는 살벌하게 자신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해 극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배우이기에 <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의 모습이 더욱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다음 시즌에서 그가 어떤 활약을 보일지 더욱 기대가 되는 바이다.
배우 박보경_254번 역

참가자 254번은 오징어 게임의 2라운드 5인 6각 근대 5종 게임의 긴장감을 한층 높이는 인물이다. 5명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이 서로의 다리를 묶고 제기차기, 비석치기, 팽이치기 등 전통 놀이를 하나씩 맡아 트랙을 돌아오는 게임이다. 극 중 참가자 254번이 속한 팀이 가장 먼저 게임에 나서며 시청자들에게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긴장감을 높였다. 다섯 명의 팀원 중 유일한 여성 참가자인 254번은 공기놀이를 맡았다. 긴장된 표정으로 공기놀이를 이어가던 254번은 가장 어려운 꺾기를 아슬아슬하게 성공시키며 보는 이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참가자 254번을 맡은 배우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2023)과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박보경이다. 한때 ‘배우 진선규의 아내’라는 별칭이 선행했지만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헤드헌터 업계 1위 커리어웨이 대표 김혜진으로 분해 주인공 지윤(한지민)과 첨예한 갈등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배우 김금순_349번 역
배우 조현우_444번 김남두 역

<오징어 게임> 시즌 2에는 독립영화계에서 잘 알려진 배우 2명이 출연한다. 영화 <정순>(2024)의 배우 김금순과 조현우이다.

영화 <정순>은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정순(김금순)이 공장 동료 영수(조현우)와 깊은 관계로 발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순과 영수는 외롭고 힘든 일상 속에서 찾아온 사랑에 행복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에 출근한 정순은 자신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눈빛이 달라짐을 느낀다.
이 작품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제17회 로마국제영화제, 제59회 금마장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 19개에 초청되었고, 무려 8관왕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주인공 정순 역을 맡은 배우 김금순은 제17회 로마국제영화제와 제33회 부일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 두 배우는 각각 참가자 349번과 444번으로 출연했다. 배우 김금순이 맡은 349번은 화면에 몇 번 등장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탈락하는 장면도 나오지 않아 시즌 3에서 특별한 활약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참가자 444번 역의 배우 조현우는 첫 번째 라운드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앞사람에게 떠밀려 총을 맞았지만, 성기훈(이정재)과 조현주(박성훈)의 도움으로 결승점을 통과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러나 결국 노을(박규영)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