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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골든글로브 3관왕 이상 수상한 작품들

씨네플레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박스오피스 순위일 수도 있고, 평론가의 평일 수도 있다. 옆자리 동료의 추천이나, 블로거의 리뷰일지도 모른다. 공신력을 원한다면 수상 이력을 살펴보면 좋다. 이번에 개봉한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는 제82회 골든글로브 3개 부문 수상으로 작품을 알렸다.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이렇게 주요 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한 작품이니, 작품성은 확실히 확보한 셈. 그래서 준비했다. 오늘은 ‘확실히 작품성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을 위해 골든글로브 3관왕 이상을 수상한 작품 중 5편을 소개한다. 2020년 이후 작품 위주로 선정했고, 드라마 장르와 뮤지컬&코미디 장르를 골고루 선정했다.

 

<브루탈리스트>

제82회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3관왕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브루탈리스트〉
〈브루탈리스트〉

브래디 코베 감독의 신작 <브루탈리스트>는 세계 2차 대전 직후 폐허가 된 유럽을 출발점으로 삼아, 미국으로 이주하는 헝가리계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 토트(애드리언 브로디)의 여정을 그린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유럽 곳곳에 남은 상흔은 그가 지향하는 새로운 건축에 중요한 동기가 된다. 라즐로는 황폐해진 대지를 재건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건축적 비전을 실험할 땅을 찾아 미국에 정착한다. 제목의 ‘브루탈리즘’은 1950~70년대 영국에서 전후 복구를 위해 등장한 건축양식으로, 노출 콘크리트와 직선적인 구조미를 활용해 기능성과 강렬함을 강조한다. 이 건축양식은 투박한 모습으로 인해 당대에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현대에 와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속 라즐로 역시 새롭고 실험적인 건축으로 전후 시대에 필요한 실용성과 상징성을 모두 구현하려고 한다. 신념을 가진 건축가는 이상을 쌓아 올린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세속적인 문제, 예를 들면 ‘제작비 절감’을 마주하며 이상은 무너진다. 영화는 내내 “당신은 현실과 타협할 것인가, 아니면 신념을 지킬 것인가”에 대해 묻는다. 

〈브루탈리스트〉
〈브루탈리스트〉

이민자로 살아가는 건축가 라즐로는 억만장자 밴 뷰런(가이 피어스)의 의뢰를 받고 문화센터를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아마 예술가라면 한번은 마주할 좌절을 라즐로도 겪게 된다. 자신의 설계는 난도질당하고 어떻게 하면 ‘더 싸게’ 만들 수 있을지만 궁리하는 사람들과 일해야 하며, 돈으로 자신을 찍어 누르려는 프로젝트 ‘오너’까지. 웅장히 올라가는 건물에 비해 라즐로의 내면은 점차 붕괴한다. 세속은 예술을 꺾을 수 있을까. 마치 튼튼한 건물을 만들듯, 영화는 느린 템포로 천천히 기초공사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늘어질 수도 있는 3시간 35분이라는 기나긴 호흡을 애드리 브로디는 힘껏 끌어간다. 자신의 예술성이 현실에 의해 좌절되거나, 침해당한 경험이 있는 예술가라면 그의 연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을 테다. 

 

<파워 오브 도그>

제79회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3관왕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파워 오브 도그〉
〈파워 오브 도그〉

<파워 오브 도그>는 1920년대 몬태나 평원을 배경으로 억압된 감정과 권력의 역학을 메타포를 통해 섬세하게 풀어낸다. 목장을 지배하는 형제 중 형인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은 거칠고 냉소적이며, 마초적인 성격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든다. 반면,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의 동생인 조지(제시 플레먼스)는 로즈(커스틴 던스트)라는 과부와 결혼하며 로즈와 그의 아들 피터(코디 스밋 맥피)와 새로운 가족 관계를 만들어간다. 필은 이런 변화가 불편하다. ‘마초적’ 남성인 그는 불편함을 폭력적인 형태로 드러낸다. 새로운 가족인 로즈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그 아들인 피터에게도 불편한 기류를 숨기지 않는다. 흥미로운 지점은 필이 불편해하는 것, 즉 거부하는 것에는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필은 마초이즘이 으레 그렇듯 가부장제와 정상성을 강요하는 시스템을 옹호한다. 자신은 동성애자이지만, 사회통념을 비판 없이 내재화하면서 약자와 내성적인 성격, 과부, 동물, 그리고 동성애자를 적극적으로 혐오한다. 그가 가장 혐오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결점이 없어야 하는 자신이, 결점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해 소수를 학대한다. 사실, 이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래서 그는 과시하듯 폭력적이고 구태여 장갑을 끼지 않고 일을 한다. 반면, 마르고 섬세한 외모의 피터는 처음엔 필의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필에게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그를 깊숙이 파고들자 필은 점차 피터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이전에 자신을 ‘길들였던’ 마초적인 남성, ‘브롱코’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그 역시 브롱코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피터와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 그러나, 영화는 마초이즘으로 이어져왔던 남성성을 끊어내고 ‘나다움’을 깨우쳐가는 소수의 인간들을 보여준다. 자신을 얕잡던 필에게 접근해 로프를 만드는 법을 배우면서 필의 약점을 파고드는 피터의 모습으로, 관객은 필의 폭압에 억눌린 인물이 아니라 피터가 주도권을 쥐려는 듯한 느낌까지 받게 된다. 

〈파워 오브 도그〉
〈파워 오브 도그〉

영화는 의외의 방식으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는 브롱코의 그림자가 지속적으로 드리워져 있던 필의 내면과, 나아가고자 했던 피터의 치밀한 행동이 충돌한 결과물이다. <파워 오브 도그>는 가장 마초적이라 할 수 있는 서부극 문법을 취하면서도, 인물 간의 미묘한 시선 교환과 서서히 깨어나는 내면의 충돌로 새로운 서부극 장르를 개척한다. 겉으로는 권위자 필과 무력해 보이는 로즈, 피터 사이의 대립처럼 보이나, 사실은 모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속내를 감추고 있다. 최종적으로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있었는지,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과 절제된 연출은 몬태나의 광활한 풍경 속에서 고조되는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관객들이 인물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영화는 제79회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코디 스밋 맥피)을 수상했다. 여담으로, 동성애 코드에 서부극이라는 점에서 <브로크백 마운틴>(2006)과 유사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애정’이 아닌 ‘대립’과 ‘전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품이라 결이 완전히 다르다.  

 

<이니셰린의 밴시>

제80회 골든글로브 영화 뮤지컬&코미디 부문 3관왕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이니셰린의 밴시〉
〈이니셰린의 밴시〉

1923년, 아일랜드 서부의 외딴 섬 이니셰린. 이곳은 세상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작은 공동체다. 주민들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지루한 삶을 버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래된 친구 파우릭(콜린 파렐)과 콜름(브렌단 글리슨)이 있다. 매일 오후, 둘은 마을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일과를 마무리한다. 서로가 서로의 낙이었던 두 사람, 하지만 어느 날 콜름은 갑자기 파우릭과의 절교를 선언한다. “이제 너랑 말하고 싶지 않아.” 이 단순한 말은 파우릭의 세계를 뒤흔든다. 이유를 묻는 파우릭에게 콜름은 “그냥 이제 자네가 싫어졌어”라고 답한다. 조랑말 똥 이야기를 두어 시간이고 떠들 수 있는 파우릭이 콜름은 지루하다.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콜름. 그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음악을 작곡하며 자신의 이름을 후대에 남기고 싶어 한다. 반면, 파우릭은 그저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그런 콜름과의 대화가 어느 순간 파우릭은 무의미하다고 느끼며 더 이상 그와 대화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일반적인 그의 절교 선언에 당황한 파우릭은 계속해서 그를 찾아가지만, 콜름은 더 이상 그와 엮이고 싶지 않다며 ‘다시 한번 자신에게 말을 걸면 손가락을 자르겠다’라며 협박을 한다. 그리고 이 말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니셰린의 밴시〉
〈이니셰린의 밴시〉

<이니셰린의 밴시>는 단순한 친구 사이 갈등을 넘어, 서로 다른 가치관의 대립을 드러낸다. 아일랜드 내전을 배경으로 영화 내내 깔리는 포탄음을 고려했을 때 영화가 말하는 가치관에는 개인의 가치관만 포함되지 않음을 은유적으로 알 수 있다. 착한 사람으로 남고자 하는 파우릭과 자신의 시간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고 싶은 콜름. 두 사람의 대립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선의 가치조차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소한 갈등은 어느새 고립된 존재들이 벌이는 내면적 전쟁으로 확장된다. 결국 <이니셰린의 밴시>가 그려내는 건 “함께 살아야 할” 인간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때 어떤 식으로 스스로를 파괴해가지는지에 대한 통찰이다. 마치 내전 중인 아일랜드 본토를 축소해둔 듯한 이니셰린에서 영화는 블랙코미디 특유의 날카롭고 건조한 톤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틴 맥도나 감독 특유의 언어유희와 실존적 고민이 어우러지며, 섬이라는 밀폐된 장소는 점차 소통 불가능한 장소, 나아가 삶의 허무를 투영하는 무대로 변한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섬의 풍광 뒤편에는, 소리 없이 곪아가던 감정들이 가장 충격적인 방법으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제목의 ‘밴시’는 아일랜드 전설 속에서 죽음을 예고하는 존재다. 영화 속 밴시는 곧 닥칠 비극을 예감하는 ‘분위기’ 그 자체처럼 보인다. 섬 전체를 감싸는 침묵과 고립된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상실. 이니셰린의 밴시는 소리 없이 다가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착했던 파우릭이 착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던 콜름은 정작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이들의 비극을 바라보는 섬은 변함없이 같은 바람과 파도를 맞는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제79회 골든글로브 영화 뮤지컬&코미디 부문 3관왕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950년대 뉴욕의 허름한 뒷골목, ‘웨스트 사이드’라 불리는 지역을 무대로 펼쳐지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적인 뮤지컬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은 2021년 리메이크판은 1961년에 개봉한 원작 특유의 음악적 감동과 안무는 유지하면서도 보다 또렷해진 시대적, 사회적 맥락을 덧입혔다. 영화가 배경으로 삼는 곳은 서쪽 빈민가로, 화려한 맨해튼 중심지와 달리 서쪽은 이민자와 가난한 청년들이 섞여 살며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역이다. 길거리에선 스페인어와 영어가 어색하게 뒤섞이고 크게 두 파로 나뉘는 주민들의 삶도 서로 배타적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맞물려 있다. 제트파는 2~3세대에 걸쳐 미국 땅에 정착했지만 여전히 빈곤과 범죄 환경에 놓인 백인 청년 집단이며, 샤크파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들로, 인종차별과 사회적 배제를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아메리칸 드림을 포기할 수 없는 집단이다. 겉으로는 두 스트리트 갱의 세력 싸움처럼 보이나, 실은 ‘미국 땅에서 누구에게 정당한 자리가 주어지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있다. 이들은 웨스트 사이드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지만, 사실상 두 집단 모두 시스템 바깥으로 밀려난 취약계층이라는 점에서 약자와 약자의 대립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갈등의 한복판에는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두 사람이 있다. 제트파의 옛 멤버였지만 과거를 청산하고 새 삶을 꿈꾸는 토니(안셀 엘고트), 그리고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공동체에서 자랐지만 도시에서의 밝은 미래와 가능성을 동경하는 마리아(레이첼 지글러). 무도회에서 서로를 처음 본 순간, 둘은 단숨에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각자의 배경이 가진 갈등은 순간의 설렘조차 허락하지 않고, 토니는 지난 과거의 그림자에, 마리아는 자신을 둘러싼 편견과 보호(라는 이름의 억압)에 매이기 시작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숙명을 따라가듯, 청춘의 낭만과 희망은 시스템이 만들어낸 이질감과 충돌한다. 두 파벌을 가른 건 가문의 이름이 아닌, 빚과 차별 그리고 범죄와 실험이 얽혀 형성된 사회 구조적 경계선이었다. 사랑의 중요성을 노래하며 서로에게 내밀어진 연대의 손 사이를 현실의 편견과 제도적 장벽이 내리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뮤지컬 영화였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원작 특유의 클래식한 뮤지컬 정서를 최대한 유지하되, 현대 사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편견과 분열에 집중한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출까지 더해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제79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제77회 골든글로브 영화 뮤지컬&코미디 부문 3관왕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1969년, ‘드림 팩토리’라 불리던 할리우드는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황금기를 장식했던 구세대 스타들은 사라져 가고, 젊은 작가와 감독, 새로운 장르들이 태동하던 시기로 한때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TV 서부극 스타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자신이 시대에 뒤처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스턴트맨인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 역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인다. 릭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지만, 할리우드는 이미 새로운 흐름 속에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반면, 릭의 집 근처에는 떠오르는 스타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남편 로만 폴란스키와 함께 할리우드의 새로운 시대를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그는 신예 배우로서 새로운 할리우드의 가능성을 상징하는데, 타란티노 감독은 대조적인 인물을 통해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과정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태도를 그려낸다. 아마 1969년, 그리고 할리우드, 샤론 테이트라는 키워드를 보고 ‘맨슨 패밀리’를 떠올렸을 것이다. (최소한 영화는 관객이 맨슨 패밀리에 대해 알고 있다고 가정한다.) 맨슨 패밀리는 찰스 맨슨의 사주를 받아 샤론 테이트와 로만 폴란스키 집에 쳐들어가 그곳에 있던 모두를 무참히 살해한 집단으로, 당시 만삭에 할리우드 신예 스타였던 샤론 테이트가 사망해 미국 전역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다. 처음 ‘그 타란티노’가 이 사건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하지만 그는 우려와 달리 실제 사건을 그대로 재연하지 않았다. 대신 “타란티노식 대체 역사”를 보여준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타란티노는 평소에도 장르 영화와 클래식 필름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는 애정의 결정체처럼 보이는데, 릭 달튼이 출연하는 구식 TV 서부극 장면과 이탈리아에서 찍은 이류 스파게티 웨스턴 설정, 그리고 그 시절에만 만날 수 있었던 장르영화만의 매력을 맛깔스럽게 살린다. 영화는 별 이유 없이 클리프가 드라이브하는 모습을 길게 보여주는데, 옛날 극장 간판이나 레트로풍 라디오 광고로 관객은 여유롭게 그 시절의 할리우드를 감상할 수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는 타란티노가 보내는 러브레터다. 죽어가는 옛 할리우드에 대한 깊은 향수를 담아, 사라져 가는 스타와 세트장, 그리고 아날로그적 촬영 현장을 정성껏 재현하며 과거를 만끽하게 만드는 한편, 비극으로 끝났던 역사를 재창조함으로써 “영화가 줄 수 있는 마법이란 이런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누구도 막지 못했던 진짜 사건을 가공하여, 피해자로만 박제되었던 샤론 테이트를 꿈이 가득한 신예 스타로 되돌려놓는 작업을 펼친다. 타란티노 감독은 한 시대의 종말을 옛 시네마의 마법으로 구원해 보려 한다.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 관객은 1969년 할리우드가 정말 이런 모습이었길 바라는 묘한 상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타란티노가 관객에게 선사하고픈 동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