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넷플릭스 시리즈 <멜로무비>가 공개되었다. <스타트업>(2020), <호텔 델루나>(2019) 등을 연출한 오충환 감독과 <그 해 우리는>(2021)을 집필한 이나은 작가가 손을 잡은 작품으로, 최우식, 박보영, 이준영, 전소니 등이 출연해 사랑과 이별, 꿈과 현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기존 넷플릭스 드라마가 주로 6~8부작으로 구성되는 것과 달리, 총 10부작이라는 점에서 시청 전부터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멜로무비>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그 해 우리는>과 <멜로무비>, 익숙한 레시피로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다

<멜로무비>는 여러 면에서 <그 해 우리는>과 닮아 있다. 반복적인 플래시백, 내레이션 활용, 따뜻한 색감의 화면 연출, 그리고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까지, 두 작품은 단순히 같은 작가와 같은 배우가 협업했다는 점을 넘어 상당한 유사성을 지닌다. 익숙한 색감과 연출에 따뜻한 감성이 더해져, 마치 ‘감성 무한 루프’에 빠지는 듯한 기분을 준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자기복제라 단정 짓기엔 섣부르다. 창작물은 결국 창작자의 세계관과 감성을 반영하는 법이고, 이는 작품의 개성이 된다. 같은 작가와 감독이 함께한다면 자연스럽게 일정한 색이 묻어 나올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유사성이 단순 반복이 아닌, 발전으로 작용하느냐다.
두 작품이 공유하는 주제의식은 ‘청춘과 성장, 그리고 사랑’이다. 하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그 해 우리는>이 미성숙한 청춘들이 서로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라면, <멜로무비>는 상처를 가진 어른들이 서로를 통해 위로받으며 내면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때문에 <그 해 우리는>이 국연수(김다미)와 최웅(최우식)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 반면, <멜로무비>는 김무비(박보영)와 고겸(최우식)의 멜로보다 각자의 삶과 성장에 무게를 둔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을 위한 사랑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미처 채우지 못한 공백을 발견하고 메워가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이 점이 두 작품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누구나 내면에 어린아이를 품고 살아간다. 어른인 척하지만, 치유되지 않은 과거의 상처는 여전히 우리를 흔든다. <멜로무비> 속 인물들 역시 불완전한 어른으로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발톱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을 구원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성장해 나간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곁에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말이다.
멜로는 덤, 힐링이 메인

앞서 언급했듯, <멜로무비>는 제목과 달리 순수한 로맨스물과는 거리가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 간의 사랑보다 주변 인물과의 관계,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의 충돌에 더 집중한다. 이러한 <멜로무비>의 특성은 일부 관객들을 실망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작품이 상당 부분 우연에 기대어 전개된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촬영 현장에서 김무비를 처음 만난 고겸은 별다른 설명 없이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직진하는 순정남으로 설정되고, 김무비는 거부하면서도 점차 마음을 여는 ‘츤데레’ 캐릭터로 자리 잡는다. 이후 위기를 겪으며 관계가 진전되지만, 그 과정 또한 여러 번의 우연에 의해 형성된다. 마치 ‘운명이니까 사랑해야 한다’는 듯한 서사 구조는 설득력이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반복되면서 캐릭터 간의 관계가 촘촘하게 쌓이지 못하고, 관객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만약 <그 해 우리는>처럼 섬세한 관계성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설렘 vs 치유, 당신의 선택은?


<멜로무비>는 당신이 어떤 취향을 가졌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작품이다. 감성적인 대사와 따뜻한 분위기의 드라마를 선호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관계의 밀도를 중요하게 여기거나, 개연성 높은 멜로를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결국, 당신이 ‘운명적 멜로’에 기대어 설렘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작품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그 해 우리는>을 한 번 더 정주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선택일 것이다.
자,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