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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멜로무비〉 박보영 “무비로 살았던 그때가 다른 의미로 행복했다”

추아영기자
박보영
박보영


최근 박보영 배우는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조명가게> 그리고 <멜로무비>까지. 기존의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캐릭터와는 다른 새로운 캐릭터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작품 <멜로무비>에서 그가 맡은 인물 김무비도 겉으로는 시니컬하고 주변에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게 사람들을 챙겨주는 배려심 깊은 인물로 여전히 박보영 배우 특유의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힘쎈여자 도봉순> 등으로 구축한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는 박보영 배우에게 따라다니는 고정된 이미지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 무비로 살았을 “그때가 다른 의미로 행복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다른 의미의 행복에는 대중의 환상에 응답하기 위해 스스로를 통제하며 보낸 노고의 시간을 거쳐 맞은 해방감이 담겨 있다. 박보영 배우를 만나서 이번 작품과 캐릭터 김무비에 대해 들어 보았다.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처음에 이 작품에 대해서 어떤 매력을 느끼고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첫 번째로는 작가님의 글이에요. 저는 처음에 대본을 받고 이거 저한테 주신 게 맞냐고 계속 물어봤어요. 왜냐하면 제가 대본을 받았을 당시에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전이었기 때문에 그전에 제가 출연한 작품이나 저의 이미지가 밝은 게 더 많았거든요. 무비는 조금 시니컬한 면이 더 많고 겉으로는 가시가 조금 붙어 있는 친구여서 저의 어떤 모습을 보고 이 역을 주셨을까, 이게 저한테 정말 주신 게 맞는지 다시 물어볼 정도로 믿기지 않았어요. 사실 저는 그런 캐릭터를 너무 해보고 싶었던 사람으로서 안 할 이유가 정말 전혀 없었어요. 제가 너무 하고 싶었던 캐릭터였고, 작가님과 감독님 또 최우식 배우가 함께하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정말 고민할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왜 ‘김무비’라는 캐릭터의 연기를 너무 하고 싶으셨어요? 본인과 좀 닮아서 끌린 건가요?
 

닮았다기보다 제가 꼭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 중의 하나였던 것 같아요. 제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할 때도 그런 말씀을 많이 드렸었는데요.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이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주가 되었다면, 이제는 조금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무비 역에는 도전할 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시기 위해서 연기하실 때는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로맨스 작품을 할 때는 톤이 많이 높은 편이어서요. 감독님이 무비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톤을 좀 낮췄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래서 그 톤을 잡는 데 노력을 많이 했어요. 첫 촬영 때 무비가 촬영 현장에서 전화를 받고 “네 지금 출발해요”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었어요. 그 첫 대사를 내뱉는데 감독님이 “아직 보영 씨예요. 무비 빨리 데려오세요”라고 하셔서 (웃음) 그때부터 감독님이 조금씩 튀어나오는 저의 높은 톤을 많이 눌러 주셨어요. 나중에 봤을 때, 감독님이 전체적인 톤을 참 잘 잡아 주셨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작품으로 기존 멜로와는 다른 멜로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는 지금까지 했던 것에 비하자면 조금 더 성숙한 멜로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작품이 멜로지만 그 안에 각자의 성장을 큰 비중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고요. 상대방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도 있지만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면서 스스로 성장해 가고, 또 엄마나 형의 서사와도 복합되어 있는 게 다른 지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성숙한 멜로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배우님이 생각하는 성숙한 멜로는 어떤 걸까요?
 

저는 인물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많이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서로 너무 좋아하고, 알콩달콩한 모습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각자의 아픔을 서로를 통해서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거죠. 내가 이 사람의 아픔을 뭔가 채워주는 듯한 모습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기 스스로 성장해 가는 그런 것들이 저는 좀 성숙한 멜로라고 생각해요.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작중 공간적 배경이 주로 영화 촬영장이어서 배우님의 환경과 맞닿아 있잖아요. 개연성을 고려하는 측면에서 작품을 봤을 때는 ‘진짜 저런가?’ 이렇게 생각되는 지점들도 있었는데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진짜 저런가?’라고 생각하셨어요?

 

예를 들면 현장에서 스태프와 단역 배우가 눈을 맞는다는 설정을 이해하는 것도 힘들긴 했어요.
 

아 그 얘기는 제가 많이 들었어요. ‘이게 말이 되냐’ 이런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이게 또 현실에서 더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하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작가님도 스태프분들한테 물어보셨고요. 현장에서 내가 설렘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물어봤죠. 그랬더니 야식이나 간식 같은 거를 몰래 챙겨 줄 때 설렘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작가님이 이런 부분에 대해 조사를 많이 하셨어요.
 

그리고 저도 대본을 보고 스태프들한테 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비밀 연애할 때 추우니까 겉옷 같은 거를 챙겨주려고 일부러 막 더운 척하면서 카트에다 올려놓으면, 상대방이 굉장히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저 추운데 이거 입어도 돼요?”라고 말하고 입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일들도 많았다고 얘기를 들어서 저는 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무비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결핍을 느끼는 인물이고, 이 부분이 작품 속에서 계속 나오는데요. 결핍을 많이 느끼는 인물을 표현하는 게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결핍이요? 근데 저도 살면서 그런 결핍이 없었던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다 자기만의 얘기할 수도 있고, 얘기할 수 없기도 한 결핍이 다 있다고 생각해요. 느꼈던 저의 결핍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도 있어요.

 

박보영
박보영


출연 결정을 한 첫 번째 이유가 이나은 작가님의 글이라고 하셨잖아요.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을 건드리는 대사들이 많았는데, 특히 좋아하는 대사가 있는지 궁금하고요. 또 내레이션이 많았잖아요. 후시 녹음을 할 때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좋아하는 대사는 매 회마다 있었던 것 같고요. 꼭 저의 대사뿐만 아니라 고준 형이랑 겸이의 대사들도 좋았던 게 많았어요. 주아의 대사도 그렇고요. 그리고 내레이션이 꽤 있는 편이기 때문에 그 내레이션을 녹음하는 데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어요. 후시녹음 할 때 초반에 내레이션의 톤을 잡을 때 애를 많이 먹었어요. 처음부터 무비의 톤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무비의 어린 시절부터 나오기 때문에 조금 더 밝은 톤을 해야 좋을지 그 톤을 잡는 데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좋아하는 대사를 한 가지만 말씀해 주신다면요.
 

제일 많이 꼽았던 거는 겸의 대사인데요. “내 비밀을 말해도 좋아해 주나 안 떠나고”. 이 대사도 좋아하는데요. 제 대사는 “너 혼자 아니야. 내가 너 사랑하고 있어” 이 대사도 되게 좋아합니다. 무비도 본인을 혼자라고 생각했잖아요. 근데 그 말을 겸이한테 하면서 스스로도 그렇게 느꼈을 것 같아요. 이게 겸이한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고준의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는 내레이션도 굉장히 좋아해요. 그거는 대본을 보면서도 많이 울었던 거예요.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대사 중에서 “매번 그렇게 밝은 척만 하면 안 힘든가?”란 대사도 많이 와닿았어요. 항상 사람들이 박보영 배우에 대해 생각하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 대사를 말할 때 본인의 그런 이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그 대사를 대본에서 봤을 때 말씀하신 것처럼 제 생각이 많이 나긴 했어요. 대본을 보면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는데, 막상 내뱉을 때는 그걸 하도 생각해서 그런지 괜찮았어요. 또 그사이에 제가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본을 받아봤을 때는 사람들한테 “저 그렇게 밝기만 한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굉장히 많이 말하고 다녔을 때였거든요. 그 대사를 내뱉을 때는 이제 이런 거에서 좀 성장했구나, 그래서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구나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대사를 처음 볼 때는 마음이 좀 그랬지만 나중에는 쉽게 말할 수 있었을 정도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길지 않은 시간 사이에 어떤 변화를 경험하신 건데, 그 말을 하고 난 후의 마음은 어떠셨을까요?
 

저는 무비가 너무너무 좋은데요. 무비를 연기하면서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거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무비라는 캐릭터로 살면서 스스로 ‘난 지금 무비니까 이렇게 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을 때가 있었거든요. 현장에서도 그렇고요. 제가 너무 밝은 캐릭터를 맡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현장에 가서도 그 현장의 많은 스태프한테도 그 캐릭터처럼 행동을 좀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난 지금 무비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넘어갔던 부분들이 꽤 있었어요. 그런 부분들을 우식 씨가 많이 채워줬고요.


근데 저는 제가 무비처럼 하면 스스로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많은 분이 ‘그럴 수 있지’하고 넘어가 주시는 부분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무비로 살았던 그때가 다른 의미로 행복했고 되게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박보영
박보영


초반에 무비가 고겸이랑 좋게 헤어진 건 아니잖아요. 고겸이 잠수를 탔으니까요. 근데 그럼에도 무비가 다시 고겸에게 빠지잖아요. 그렇게 만드는 고겸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얘기를 저희 스태프 친구들이랑 많이 했는데 저희는 사실 1화 때 그 둘이 사귀었다고 생각을 안 하고 어느 정도의 썸 단계에서 끝났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게 뭐 잠수 이별인가 거기까지는 좀 잘 모르겠어요. 정말 좋은 마음으로 더 깊어져 가려고 하는 단계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해요.

저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겸이에 대한 무비의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시종일관 제 옆에서 뭔가 하나를 더 챙겨주려고 노력하고, 심지어 저는 불편해하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다정한 방법으로 대해주잖아요. 그렇게 늘 저의 안부를 물어보고, 저의 생활을 궁금해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면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전 무비가 겸이를 좋아하는 그 마음이 너무 이해됐어요.

 

고겸의 매력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셨는데, 최우식 배우님께서는 인터뷰에서 박보영 배우님의 연기에 대해 극찬을 많이 하셨거든요. 박보영 배우님은 최우식 배우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지, 또 최우식 배우와의 호흡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제가 제작 발표회를 했을 때도 얘기했던 건데, 진짜 동갑 친구를 처음 만났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눈치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친구여서 좀 실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서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다가 중간에 밥을 한 번 같이 먹었어요. 그때 서로 너무 비슷한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리 서로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고민하지 말고, 편하게 하자’고 얘기했어요. 그러고는 정말 너무너무 편해졌어요.
 

저는 겸이랑 우식이의 공통점이 꽤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겸이로 우식이를 만나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봤을 때 우식이는 겸이처럼 굉장히 사람들에게 살갑게 잘하고 진짜 똥강아지 같은 매력이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호흡이고 뭐고 생각할 그게 없었어요. 그냥 저한테는 우식이는 겸이 그 자체였고 제가  쫑파티 때 우식이한테 겸이어서 너무 고마웠다고도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예전에 최우식 배우가 자신의 웃음 버튼이라고도 얘기하셨잖아요.
 

네 저는 우식이가 너무 귀엽고 너무 웃겨요. (웃음) 이제는 그냥 보면 웃겨요. 약간 좀 즐거운 에너지를 주는 친구인 것 같아요.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최우식 배우가 전봇대 키스신을 찍을 때 박보영 배우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어떤 가르침을 주셨나요?
 

제가 무슨 가르침을 줬겠습니까? 그거는 아니고 제가 우식 씨보다 키스신 경험이 조금 더 많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이랑 저랑 얘기를 할 때 그 엔딩이 너무 중요한 거여서 모니터를 보고 고개 각도에 대해서 의논했죠. “우식아 우리 정말 예쁘게 나와야 사람들이 우리의 키스신을 보고 2화로 넘어간단 말이야” 이렇게 농담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제일 예쁘게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 각도 얘기를 했죠. 조금 이 각보다는 조금 더 틀어야 되지 않겠냐 이런 각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눠서 아마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박보영 배우의 실제 이상형은 어떻게 되나요?
 

저 옛날부터 항상 얘기했던 거는 ‘정신이 건강한 사람’. 20대 때는 그거에 되게 집중을 많이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 스스로 뭔가 불안정하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 얘기를 되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잘생긴 사람! (웃음)

제가 좀 건강해서 그런 것도 무비처럼 같이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약간 이런 자신감이 좀 생긴 것 같아요. 저 스스로 많이 건강해진 것 같아요.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박보영 배우의 흡연신이 귀한데, 찍을 때 어떠셨어요?
 

정말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사공이 너무 많아가지고요. 저 연기자로 살면서 그 장면에서 연기 디렉팅을 제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웃음) 온갖 사람들이 다 와서 손가락이 잘못됐다. 지금 방향이 잘못됐다. 무엇이 잘못되었냐로 토론을 하는 지경이었고, 현장 스태프 중에 흡연하시는 모든 분들이 다 저에게 와서 한 번씩 얘기를 했어요. 찍을 때 처음에는 좀 애를 먹었어요. 근데 마지막에는 컷을 하기도 전에 막 웅성웅성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되었다. 이번는에 뭔가 좀 자연스럽게 나왔구나'라고 느꼈어요. 참 사공이 정말 많았어요. (웃음)

 

작품에서 감독이 되기 전에 조연출 연기도 하시잖아요. <멜로무비> 작업을 하실 때 스태프분들과 교감을 했던 순간들도 궁금해요.
 

네 제가 너무너무 예뻐했어요. 쫑파티 때 그 친구한테 “네가 있어서 내가 정말 잘 버텼고 너무 고마웠다는” 얘기를 손을 붙잡으면서 말했었어요. 배우들한테는 제일 좀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 연기할 때 약간 잘되지 않는 거를 제일 가까이에서 보는 친구들이어서 배우의 컨디션이나 아니면 지금 연기하는 데 있어서 뭔가 좀 잘 안되는 것, 불편한 것들을 너무 빨리 캐치를 하는 친구들이어서 그런 거를 잘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배우의 입장에서는 나름 중요하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그런 친구가 있어서 고마웠어요.
 

그 조연출 친구 같은 경우에는 제가 저쪽에 뭐가 하나 자꾸 눈에 거슬려서 저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었어요. 그러면 그 친구는 저를 되게 관찰을 하고 있었다고 느껴지는 게 “언니의 시선이 자꾸 저기로 가네”라고 하고 치워줘요. 또 감정신을 찍을 때는 간혹 너무 많은 스태프 분들이 제 앞에 계시면 굳이 제가 말을 하지 않아도 스태프분들한테 양해를 구해서 최소 인원으로 줄여줬어요. 그럴 때 배려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영화감독 역을 연기하시면서 앞으로 연출을 해보겠다는 생각도 드셨을까요?
 

아니요. 아니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너무 멋있는 직업이지만 다른 분야인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정말 표현하는 거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어떤 감독님이 저한테 그 얘기를 하셨어요. 우리가 셋이 마음 잘 맞기가 어려운 게, 작가님은 머릿속에서 그것들이 뛰어다니고, 감독님은 눈앞에서 이것들이 보이는 거고, 배우는 마음으로 하는 거라서 우리가 셋이 그 공통분모를 열심히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얘기를 하셨어요. 저는 눈앞에서 보여주는 것도 참 중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으로 하는 것에 제일 마음이 가요. 연출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작품 활동 안 하실 때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저는 대부분 집에 누워 있고요. 그리고 요즘에는 조카들이랑 시간 보내는 걸 제일 좋아합니다. 되게 많은 거를 경험해 보려고 노력해서 형부네 가게에서 서빙 알바도 하고, 배우의 생활과 동떨어진 것들을 경험하려고 애쓰면서 지내요.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으셨어요?
 

응대를 안 합니다. 그냥 치워요. 위생상 모자랑 마스크를 착용하기 때문에 “맛있게 드세요”를 하는데 눈만 안 마주치면 괜찮더라고요.

 

이렇게 다른 일을 해보시면 좀 어떠세요?
 

너무 재밌어요. 제가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을 하는 거기 때문에 그리고 ‘진짜 힘들다’ 이런 생각도 많이 하고, 일에 대한 소중함도 더 깨달은 것 같아요.

 

박보영
박보영


20대 때는 마음이 불안했다가 지금은 많이 건강해졌다고 얘기하셨잖아요. 어떤 방법이 있으신 건가요?
 

저 되게 많은 걸 해봤어요. 감사 일기도 많이 써보고, 매해 올해는 작년보다 나를 더 사랑해 보자는 목표도 세워보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정말 많이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런 칭찬을 스스로에게는 전혀 하지 못했고, 누가 칭찬을 해 주셔도 칭찬으로 안 받아들였거든요.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그 마음을 온전히 받지 못했는데 그거를 받는 연습부터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정말 진심으로 해 주시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스스로 ‘너 정도면 되게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 해 주면서 건강해진 게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최근의 박보영 배우의 행보를 보면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조명가게>, <멜로무비>까지 기존의 사랑스러운 캐릭터에서 탈피한 캐릭터를 선보이셨어요. 이런 행보도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인 건가요?
 

네 왜냐하면 저도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전에는 밝은 면이 좀 부각돼 있는 작품들만 한 것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좀 넓혀 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게 하려면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선택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고, 그게 최근 몇 년간의 작품으로 나왔던 것 같아요. 근데 이제는 또 여러 가지를 해야 하니까 다시 밝은 것도 하고 많이 해야죠.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떤 작품을 하고 싶으세요?
 

저 생각보다 안 해본 장르가 많아서 약간 스릴러 이런 것도 좀 안 해본 지 되게 오래돼서 그런 것도 해보고 싶고, 근데 지금 당장은 로코 하고 싶어요! 코미디 많이 들어간 되게 밝고 막 까부는 거 하고 싶습니다. (웃음)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멜로무비〉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무비가 자기의 인생 장르에 관해서 얘기를 하면서 멜로가 가장 많다고 말하는데, 박보영 배우가 생각했을 때 본인의 인생에서는 어떤 장르가 주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휴먼 드라마가 제일 많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걸 표현을 해보면 스릴러는 별로 없었던 것 같고, 공포도 별로 없었던 것 같거든요. 근데 멜로나 로코는 간간히 있었던 것 같고, 주를 이루는 건 가족들과의 시간, 일을 하는 게 제일 많았으니까 휴먼 드라마가 제일 많지 않았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