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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로맨스를 넘어,사회적 편견을 조명하다! 드라마 〈마녀〉

씨네플레이

'이 설정, 너무 작위적인 거 아니야?' 여성을 낙인찍고 배제하는 '마녀사냥' 서사는 익숙한 것이었지만,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여성의 불운의 법칙을 깨부수려는 남성의 집요함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반경 10m, 10분, 열 마디 이상의 대화—이런 숫자로 불운이 측정된다고? 억지스러웠다. 그런데 결말까지 읽고 나니, “아, 강풀이 강풀했구나”. 옅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사랑의 본질을 건드리는 이야기였다. 작위적이라 생각했던 모든 요소가 결국 필연으로 다가왔다. 약 10년 전, 웹툰 「마녀」를 만난 직후 필자의 감상이다.

 

공감한 건 필자뿐만이 아니었다. 웹툰 「마녀」는 국내 누적 조회 수 1.3억 뷰를 기록했고, 2022년 중국에서 영화화되었다. 그리고 2025년, 이 독특한 사랑 이야기가 드라마로 돌아왔다. <무빙>(2023), <조명가게>(2024)에서 입증된 강풀표 휴머니즘이 한국 형사물의 클리셰를 탈피하고 역수사 플롯을 활용해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높였던 <암수살인>(2018)의 감독 김태균의 연출을 만났다. 이번에도 같은 말을 하게 될까?“아, 강풀이 강풀했구나”, 혹은 “아, 김태균이 김태균했구나” 라고.

 

〈마녀〉
〈마녀〉

 

드라마 <마녀>는 ‘저주받은 여자’라 불리는 박미정(노정의)과 그녀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밝히려는 이동진(박진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릴 때부터 미정과 가까이한 남자들이 연이어 불운을 겪거나 사고를 당하는 일이 반복되며, 그녀는 사람들로부터 ‘마녀’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평생을 주위의 경계와 두려움 속에서 살아온 미정은 결국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외롭게 살아간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동진이 동창인 미정을 우연히 만나게 되며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동진은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미정의 불운이 단순한 우연일 뿐이라고 증명하려 하지만, 연구를 거듭할수록 ‘마녀의 법칙’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정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깊어지는 와중, 동진은 불운의 법칙을 거스를 수 있는 변수를 찾으려 생업을 뒤로한 채 고군분투한다.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마녀>는 초반부에서 미정과 동진, 두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과거 서사를 촘촘히 쌓아 올려 후반부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현재 4화까지 공개된 가운데, 시청을 고민하는 당신과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원작과 얼마나 닮았나?

원작 웹툰 「마녀」(왼)와 〈마녀〉
원작 웹툰 「마녀」(왼)와 〈마녀〉

 

드라마 <마녀>는 총 10부작으로 제작되었으며, 원작 웹툰(총 30화)의 '창의적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해 구성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시점의 변화다. 원작이 형사 김중혁(임재혁)의 시점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드라마는 초반부에서 동진과 미정의 시점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컷 단위로 장면이 구성된 웹툰이 담을 수 없는 인물의 깊이를 드러내기 위해 설명도 보강했다. 특히, 초반부에서 동진이 데이터마이너로서 지닌 재능과 그 기술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충분히 설명해, 그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미정을 돕고자 하는 과정의 설득력을 높였다.

 

원작에는 없던 장면들이 추가돼 감정의 밀도를 높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동진이 엄마 미숙(장혜진)에게 차광막 설치를 조르는 장면이나, 졸업식 후 졸업앨범과 꽃다발을 들고 미정의 집을 찾는 장면 등이 새롭게 삽입되었다. 이와 함께 미정이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할 계기를 마련하는 사건을 추가해 서사적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감정의 여백을 섬세한 영상미로 채워 웹툰을 효과적으로 스크린에 구현한 장면도 눈에 띈다. 미정이 학교를 떠나는 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동진의 심리를 반영한 '위로 내리는 눈' 연출은 서정적이고도 아련한 정서를 극대화했다. 강풀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를 썼던 <무빙>과 <조명가게>와는 달리, <마녀>의 각색은 조유진 작가가 맡아 웹툰이 가진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드라마만의 독자적인 정서를 구축했다.


청춘 배우의 조합

〈마녀〉의 주인공 동진(박진영·왼)과 미정(노정의)
〈마녀〉의 주인공 동진(박진영·왼)과 미정(노정의)

 

드라마의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는 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이다. 먼저 <유미의 세포들 2>에서 유미(김고은)와의 이별의 단초를 제공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유바비 캐릭터를 완성해 인기를 끈 배우 박진영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눈에 띈다. 국방의 의무를 마친 예비역 배우인 박진영은 <마녀>를 입대 직전 촬영, 전역과 동시에 공개하는 전략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2021년 SBS 연기대상 신인상(<그 해 우리는>)을 수상한 노정의 역시 오해와 편견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의 깊이 있는 감정선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두 사람이 교복을 입은 스틸컷을 두고 “원작 캐릭터가 현실에 튀어나온 것 같다”는 호평도 많았다. 김 감독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미정과 동진 그 자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대사가 많지 않고 눈빛으로 애틋한 마음을 그려내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를 젊은 배우들이 잘 소화했다”고 전했다.

 

또한, 드라마는 매회 감독의 인적 자산을 총동원한 깜짝 카메오를 등장시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김태균 감독과 영화 <암수살인>에서 함께한 인연으로 1화에 등장한 주지훈은 부스스한 머리에 파란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동네 백수로 분해 잔잔한 극에 유쾌한 활력을 더했다. 이외에도 윤박, 진선규, 주종혁 등이 작품의 변곡점마다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름으로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이들도 있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드라마의 주요 캐릭터의 이름은 실존 인물에서 차용됐다. 이동진(영화평론가), 김중혁(소설가), 허은실(시인 겸 라디오 작가) 등은 모두 팟캐스트 '빨간책방'에서 활동한 인물들로, 이러한 명명법이 이야기 속에서 은근한 재미를 더한다. 앞으로도 매회 깜짝 카메오가 등장할 예정이라 하니, 기대하며 지켜보자.


결국, 사회적 편견과 낙인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

 

〈마녀〉
〈마녀〉

 

드라마 <마녀>의 초반부는 미스터리 장르의 색이 짙게 배여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강풀 특유의 휴머니즘으로 물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드라마는 단순한 미스터리 로맨스를 넘어,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산되는지에 집중한다. 극 중 미정이 ‘마녀’라는 낙인을 통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과정은, 비합리적 공포가 자아내는 집단 심리의 광기와 직결된다. 이는 중세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으며, 현대 사회에서도 인터넷 루머와 가짜 뉴스라는 형태로 되풀이된다. 공포가 근거 없는 확신으로 변질될 때, 진실은 오염되고, 한 개인의 정체성마저 위협받는다.

 

동진은 데이터를 분석해 미정의 불운이 단순한 우연인지 아닌지를 밝히려 한다. 웹툰을 이미 본 사람이라면 그가 찾아낸 몇 가지 법칙들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숫자와 논리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웹툰은 인간의 감정과 이성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진실’이라는 것이 단순히 숫자나 데이터로 판단될 수 없음을 말한다. 결국, 동진이 미정을 향해 보내는 믿음과, 미정이 동진을 향해 쌓아가는 신뢰가 그들의 관계를 완성할 것이다. 드라마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편견을 내면화하고, 근거 없는 두려움을 진실처럼 믿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편견을 깨고 나아가는 것 역시 인간의 힘임을 강조한다. 휴머니스트 강풀이 그려낸 허구의 이야기가 묵직한 질문이 되어 돌아오는 드라마 <마녀>는 넷플릭스, 티빙 등에서 시청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