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나이프〉 김정현 PD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4%2F18162_206132_4012.jpg&w=2560&q=75)
*기사에 〈하이퍼나이프〉 시리즈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디즈니+ 시리즈 〈하이퍼나이프〉에서 존경받는 대학병원 교수 최덕희(설경구)와 불법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섀도우 닥터' 정세옥(박은빈) 사이에는 표면적 적대감 너머 깊은 이해와 애정이 존재한다.
김정현 PD는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무언가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두 천재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똑같은 사람을 만나서 자신을 거울처럼 바라볼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고 김 PD는 설명했다. 그는 두 주인공의 관계를 "동류(同流)에게 느끼는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두 인물은 천재적인 수술 실력을 지닌 의사라는 공통점뿐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도 뛰어난 재능으로 주목받았다는 유사한 배경을 공유한다. 더 나아가 방해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살인마라는 어두운 면모까지 닮아있다.
그러나 김 PD는 최덕희와 정세옥의 관계가 일반적인 로맨틱한 관계와는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이성애가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 같은 사람들이 만난 것"이라고 김 PD는 말했다. 그 대상은 수술 자체이기도 하고, 더 근본적으로는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하이퍼나이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4%2F18162_206133_4053.jpg&w=2560&q=75)
메디컬 스릴러라는 장르를 내걸었지만, 드라마 〈하이퍼나이프〉는 최덕희와 정세옥이라는 두 인물 간의 독특한 사제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불필요한 서브 플롯을 과감히 제거했다. 제작진은 이 과정에서 두 등장인물의 대화 장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 PD는 "한국 드라마에선 바스트숏(배우 1명의 상반신만 나오는 화면)을 많이 쓰는데 저희는 투 숏(배우 두 명이 함께 나오는 화면)을 길게 썼다"고 했다.
예를들어 최덕희와 정세옥이 공공장소에서 살인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도 주변 인물들은 이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연극 무대처럼 두 인물만의 독립된 세계를 구현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는 "두 배우의 투 숏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연극처럼 보였으면 했다"며 "사람들이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하이퍼나이프〉 속 정세옥(박은빈)과 최덕희(설경구)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4%2F18162_206134_4139.jpg&w=2560&q=75)
연출을 위해 소품과 음악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김 PD는 "최덕희가 마시는 위스키도 어렵게 공수했고, 4화 마지막에 덕희의 살인을 암시하면서 나오는 외국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의 노래도 두 달에 걸쳐 요청한 끝에 쓸 수 있었다"고 제작 비화를 전했다.
또한 4회 타이틀이 뒤집힌 것은 이야기의 반전과 최덕희의 정체 공개를 시각적으로 암시하는 장치였다고 덧붙였다.
〈하이퍼나이프〉는 최덕희의 수술을 집도하기 위해 정세옥이 수술실에 들어서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며, 최덕희의 생사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는 열린 결말을 택했다. 다만 쿠키영상을 통해 정세옥이 여전히 섀도우 닥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정체불명의 인물이 수술실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데 그쳤다.
김 PD는 "너무 꽉 닫힌 결말이면 뻔한 이야기처럼 보일 것 같았다"며 "쿠키영상도 넣을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시청자들에게 (결말을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