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숙한 듯 새로운 맛. 4월 30일 개봉한 <썬더볼츠*>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신작이지만 그간 MCU의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영웅으로 타고난, 혹은 영웅으로 선택받은 인물들이 아닌 세계 곳곳의 암흑에서 일하던 이들이 얼떨결에 힘을 모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신적인 상흔들을 치유하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런 <썬더볼츠*>의 신선함은 영화의 내용만큼이나 영화를 구성하는 인원들이 기존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성난 사람들>의 연출진 중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주요 스태프도 좀 더 다채로운 색을 내는 인물들도 채워졌다.
특히 이번 인터뷰 자리가 성사된 한국계 스태프 그레이스 윤 프로덕션 디자이너, 해리 윤 편집감독은 보다 세심한 성격의 작품을 다수했던 편. 그레이스 윤은 <퍼스트 리폼드>, <유전>, <패스트 라이브즈>, 앞서 말한 <성난 사람들>에 참여했고, 해리 윤 역시 <성난 사람들>, 드라마 <유포리아>, <미나리> 등에 참여하고 MCU와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로 연을 맺었다. 새로운 MCU의 장을 연 <썬더볼츠>, 그리고 이 영화에 힘을 실은 그레이스 윤과 해리 윤. 두 스태프를 원격으로 만나 <썬더볼츠*>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분 모두 <성난 사람들>에서도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과 협업했었다. 전작들과 이번 영화의 차이점이 있었다면.
해리 윤 편집감독 <성난 사람들>은 파일럿만 해서 당시엔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님과 직접 작업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의 촬영 스타일을 볼 수 있었고, 제가 맡은 에피소드를 작업할 때 도움이 됐다.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님과 작업하며 인상 깊게 생각한 건 뭐 하나 허투루 하시는 게 없다. 랜덤하게 정하는 것 없이 모두 다 의도가 있는 것이었던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캐릭터를 통해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하는 감독이라서 함께 하게 됐다. <썬더볼츠*>를 작업하면서 정말 유니크한 경험은 현장에서 편집자들이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마치 봉준호 감독님의 촬영처럼. 그래서 액션씬이라든지 이런 걸 찍으실 때 편집자들이 함께 하면서, 다른 편집자분들도 함께 매일매일 촬영장에 나가서 거의 리얼타임으로 편집 작업을 했다. 좋은 기억이다.
그레이스 윤 프로덕션 디자이너 <성난 사람들>을 할 때 제이크 감독님은 총괄프로듀서로서 이성진 감독님의 비전을 옆에서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셨다. 그래서 <성난 사람들> 당시 이성진 감독님과 셋이서 이야기하면서 어떤 톤으로 어떤 미학을 추구할 건지 얘기하곤 했다. 제이크 감독님이 연출한 에피소드는 쇼트 내 설계나 디자인이나 이런 부분을 구체적으로 접근하셨어서 기억에 남는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에서 아주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 쇼트에 대한 설계 같은 면에서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계시고, 공간에서의 흐름 같은 부분에도 민감하시다. 영화 초반부터, 컬러 팔레트(영화의 주요한 색감을 정해 정리한 자료)부터 같이 준비해 갔는데, 캐릭터들의 감정이나 히스토리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컬러들을 넣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감독님과 이 세계의 전반적인 것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성난 사람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감독님의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레이아웃을 보면서 함께 만들어갔다. 제 사무실에 오셔서 3D 모델을 보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 나누고, 정말 몇십 센티 정도의 거리도 “이걸 이렇게 옮기면 어때” 하면서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썬더볼츠*>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두 차례 나온다. 이 두 장면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그레이스 윤 제이크 감독님과 처음 논의한 것이 바로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쭉 올라가는 씬이다. 이 부분을 이렇게 세팅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것에서 굉장히 유머러스한 느낌이었다. 지금껏 혼자 활동해온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해내야 한다는 것, 또 그 누구도 슈퍼히어로가 아니기에 날 수가 없지 않나. 그래서 인간적인 역량, 본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디바이스로써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 엘리베이터 출구가 서사적으로, 캐릭터의 스토리텔링으로서 굉장히 중요했던 것이다. 좀 더 은유적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썬더볼츠’들은 지금까지 지하세계에,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런 인물들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위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센트리와 대적하고, 사실은 지고 엘리베이터로 다시 내려온다. 그 점에 있어서 적을 만나기 위해 올라가서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결국 지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길가로 나간다는 설정이 캐릭터 아크나 서사에서 (엘리베이터가) 굉장히 중요한 디바이스였다. 당연히 그 이후에 굉장히 멋진 씬들이 펼쳐지게 된다.

작업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그레이스 윤 처음 제이크 감독님과 어떤 접근 방식을 취할지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말한 것이 최대한 프랙티컬(현실적인)한 것으로 가자고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실제 인물들이 들어가서, 로케이션이든 세트가 되든 배우들이 360도 그 환경 안에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다. 물론 VFX팀이 어마어마한 역량을 투자해줘서 훌륭한 일을 해주었다. 그래서 VFX가 들어가는 장면들조차 크로마키가 아닌 렐러티브 컬러 기법을 사용했다. 이 기법은 설령 VFX로 공간을 확장하더라도 VFX팀에서 ‘이런 톤으로 가겠다’고 전달해주면 우리가 실제 지은 세트도 그것에 맞춰서 하는 방식이다. 우리도 미리 레퍼런스를 제공했다. 이렇게 VFX팀과 완전히 별개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비전을 가지고 통합된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또 이 영화는 멀티버스가 나오는 그런 유의 영화가 아니다. 아직 세상 앞에 나서기 전의 인물들의 이야기라서 그들의 내면, 그들만의 이야기 이런 것에 포커스를 맞춰서 만들어가자, 그래서 조금 더 친밀한 영화로서 미학적인 것이나 프랙티컬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자는 선택을 했다.
해리 윤 이런 스토리를 구성하는 부분에서 도전적인 점은 빌런들, 발렌티나나 센트리나 고전적인 마블 빌런들과는 다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선악의 대결 구도라기보다 고통 대 치유를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업이었다. 우리 히어로들의 동기를 우리가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그들이 왜 여기까지 오게 되는가. 처음엔 다 생존을 위해 여기까지 오게 됐지만, 힘을 합치기까진 강한 빌런에 무찌르기 위해 모인다기보다 개개인의 치유의 여정이자 복잡한 캐릭터를 치유하고자 하는 것에서 썬더볼츠가 힘을 합친다, 명확하게 그것을 스토리텔링할 수 있어야 했다. 이런 동기가 무엇인지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가 계속해서 발견해야 한다는 것, 우리가 이런 설명을 가지고 편집한 것으로 관객들이 매력을 많이 느낀다는 걸 알게 됐다. 복잡성을 띠고 감정적으로 흥미롭고 풍부한 결과 레이어를 갖게 됐다. 우리 인물들이 왜 같이 모이게 됐는지, 그런 동기가 정확하게 동의하고 앞으로 보여질 전투가 우리가 봐온 파괴가 아닌 치유하는 것임을 보여줘야 했다. 그런 점에서 아주 유니크한 작업이었다.
아까 친구라고 하셨는데(해리 윤은 인터뷰 시작 인사에서 친구인 그레이스 윤과 같이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두 분이 어떤 인연이었는지 궁금하다.
해리 윤 그레이스 윤과의 인연이라면, 영혼이 맺어준 나의 시스터라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에선 둘 다 부서 책임자였다. 그래서 우리가 힘을 합쳐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님을 도와야 했는데, 가장 유용했던 건 제이크 감독님께서 한국 음식을 먹고 싶어 하실 때였다. 감독님의 스트레를 풀어드릴 겸, 혹은 우리가 하나 더 말씀드릴 게 있을 때 애틀랜타의 정말 맛있는 한식집으로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하고 우정과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고, 그 자리에서 감독님과 그레이스 윤과 두터운 정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동료로서의 동지애도 있지만 문화적으로도 한국인이란 맥락을 공유하고 있어서 든든했다.
그레이스 윤 말씀하신 것처럼 식사 자리가 가장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작업하면 집을 떠나있는 건데, (한식으로) 집에 대한 그리움도 달랠 수 있었다. 해리 윤 감독님과 좋은 식당 찾아내는 건 기똥차게 잘한다. 감독님께 필요한 답변을 듣기에도 굉장히 좋은 작업이었다. 현장에 해리 윤 감독님께서 매일 출근하셔서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즐거운 기억이다. 현장에서 매일 아침 인사를 하고 실시간으로 편집하는 과정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스토리보드로 봤던 것들을 방금 촬영한 것으로 구현해가는 것, 진짜 대단하다. 편집하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나는 경험에 이렇게 또 우정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할리우드에도 한국인, 한국계 스태프가 조금씩 늘고 있다. 한국계 스태프의 강점이라면?
해리 윤 한국인으로서의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한국인만큼 참을성이 좋은 사람들이 있을까? 이런 일을 하면 오랜 시간 돈도 많이 못 벌어서 고생하고, 또 상사로 모시는 분들이 크리에이티브한 분들이라 사회성이 그렇게 좋지 않기도 하다. 물론 제이크 감독님은 전혀 그렇지 않다.(웃음) 제가 그런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참을성 있고 목적을 위해 많은 걸 견디는, 한국사람으로서 저 또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주변의 외국인들도 존경심을 표하기도 한다.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부분이 저는 한국인으로서 우리가 가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레이스 윤이 그 모범적인 사례다. 침착하고 친절하게 일을 해주셨다. 우리가 부서 리더가 됐기에 스태프들을 어떻게 잘 돌볼 수 있을까, 작업환경을 더 편하게 해줄 수 있을까 이런 얘기를 나눴다. 그런 직업윤리라든가, 성실성, 그런 것 덕분이지 싶다.
그레이스 윤 저도 동의한다. 한국인, 한국계 미국인과 일하면서 저도 느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아직 한국인들이 많이 진출한 산업이 아니라 이 일을 시작하고 성공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신 것 같다. 말씀하셨다시피 성실성, 끈기,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질이 있다 생각한다. 또 하나는 이 영화 작업이란 건 궁극적으로 감독님의 비전을 구현하는 것인데 과정이 어렵고 많은 것을 요구하고, 제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런 것들을 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목적을 가지고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합심하고 밀어붙이는 한국인의 성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리 윤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따뜻한 과자나 빵을 구워와 세트장에서 같이 나눠먹는다. 해리 윤도, 저도 한국 비타민 마니아다. 프로폴리스 캔디 이런 걸 들고 다니면서 크루들에게 나눠주며 건강을 챙긴다. 한국 사람만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그런 따듯한 정을 나누는 게 한국인의 면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편집 과정에서 OK 받은 컷을 다른 테이크로 교체한 경우도 종종 있다. <썬더볼츠*>에도 그런 장면이 있었나?
해리 윤 마블 영화 제작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 뭐냐 하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낫게 할 수 있을까’ 항상 질문하는 그 태도다. 케빈 파이기도, 루이스 데스포지토도,(두 사람은 MCU 대표 제작자들이다) 말단 스태프들까지도 어떻게 하면 좀 더 명확하게, 재밌게, 감정적으로 끌릴 수 있게 만들까 고민한다. 계속 생각하고 노력한다. 편집감독으로서 이런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든다. 질문 주신 부분의 구체적인 예시는 바로 생각나지 않는데, 수백 가지 부분을 정말 세밀하고 정교하게 더듬어나가며 명확하게 만드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추가로 촬영을 한다던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룩(look)이 있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좇고, 감정적인 호소력을 가진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히어로영화지만 우리는 캐릭터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춰 그것을 시네마틱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편집에서도 계속 조정이 있었다. 심지어 믹싱하고 색보정을 하는 과정 마지막까지도 편집을 계속 다듬어나갔다. ‘우리가 뭔가 더 할 것이 없을까’ 고민하는 이런 태도가 너무 좋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때 그런 문화를 경험하고 너무 좋아서 다시 이번 영화를 하기로 했던 것이다.
클라이맥스 시퀀스는 시간과 공간이 뒤섞이며 장소가 다양하게 바뀐다. 이 시퀀스를 어떻게 준비했나.
그레이스 윤 그 시퀀스 콘셉트를 감독님과 개발할 때 가장 많이 얘기한 부분이 어떤 무드, 어떤 감정을 표현할지였다. 밥(루이스 풀먼)과 옐레나(플로렌스 퓨)가 서로 공감하고 연결되는 신이다. 밥 입장에선 이제 내가 트라우마에서 나와도 괜찮아, 내게 손 내미는 사람들의 손을 붙잡아도 괜찮아, 그렇게 우리는 같이 성장할 수 있어, 처음으로 그런 마음을 먹는 중요한 장면이다. 옐레나 입장에서도 내가 얘기했던 건 틀리다, 내가 틀렸다, 우리는 혼자가 아닌 걸 이해하고 서로 도와줘야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도 느끼고 밥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순간이다. 두 캐릭터한테 굉장히 친밀하고 중요한 장면이라서, 그 공간을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밥 입장에선 또 본인의 과거 기억으로 돌아간 것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어린 밥의 입장에서 집이지만 숨어있을 수 있는 다락방, 자신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서 보이드가 발현됐을 때 숨는 공간이어야 했다. 바로 이어서 재밌는 액션들이 나온다. 그래서 이 방에 어떤 것들을 배치해서 주인공들에게 공격을 하고, 그것이 액션으로 소화되는지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들의 공간이 있다면?
그레이스 윤 캐릭터들의 심리 상태, 그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캐릭터의 톤을 어떻게 잡아나갈 것인가, 캐릭터들의 공간을 어떻게 잡아 나갈 것인가, 그런 게 굉장히 중요했다. 저는 알렉세이(데이빗 하버)의 아파트와 버키(세바스찬 스탠)의 아파트 이렇게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우선은 ‘레드가디언’ 알렉세이의 아파트는 저희가 굉장히 의도적으로 정말 뭔가를 다 놔버린 사람, 그냥 포기하고 과거의 그런 노스탤지어에 묻혀서 사는 사람, 그래서 그런 과거 프로파간다 영상을 보고 있는 그런 세팅을 했다. 그래서 옐레나가 알렉세이 집에 와서 모든 게 엉망진창인 것을 보고 오히려 ‘나 그냥 여기서 나가서 발렌티나한테 가는 게 나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런 부분이 굉장히 유머러스하게 잘 표현이 돼 무척 재밌다고 느꼈다. 그러면서도 또 알렉세이의 현재 심리 상태도 잘 보이고, 그러면서 본인이 어떻게든 악을 처단하지만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확신이 없는 그런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일을 열심히 한 버키 반즈는 본인이 요리를 하기보다는 테이크아웃으로 끼니를 때우고 또 뭔가 본인의 집이라고 하기에는 뭐 한 아파트다. 제대로 데코레이션도 안 돼있다. 그러면서도 이 버키가 굉장히 도메스틱하다. 식기세척기로 자기 팔을 집어넣어서 씻는다. 그런 비주얼 개그가 저는 정말 재밌다고 생각한다. 버키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려고 하면서도 본인의 입장에 굉장히 몰입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어서 봐야 하는 그 서류가 또 이만큼 쌓여 있는, 우리한테는 이때까지 보여지지 않은 새로운 버키의 모습도 보여주는 그런 공간이었다.

<썬더볼츠*>를 본, 볼 예정인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었으면 좋겠는지.
그레이스 윤 관객분들께서 즐겁게 봐주시길 바란다. 이 스토리와 인물의 세계에 푹 빠져서 우리 캐릭터들하고 또 공감도 하고 그런 유머라든지 액션 시인의 재미난 스펙터클이라든지 이런 모든 것들을 잘 즐겨주시면 좋겠다. 메시지라면 다른 사람들과의 유대가 정말 멋진 거란 점이다. 우리가 잊곤 하지만 이런 멋진 유대감에 대해서 다들 상기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면 좋겠다. 본인의 친구들이 아니더라도, 옆집의 이웃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우리가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정말 많은 그런 감정들을 느끼면서 살아가지만 그런 것들은 혼자이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해도 된다는 걸 상기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해리 윤 <썬더볼츠*> 액션들은 정말 현실적이어서 관객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 차가 뒤집어지는 장면은 진짜 먼지고, 치고받고 하는 장면도 실제로 만들어낸 신이다. 플로렌스 퓨가 실제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렸다. 제이크 감독이 그런 액션을 원했기 때문에 관객분들께서도 정말 쾌감을 느끼실 거라고 생각한다. 또 한국 관객이라면 더 많은 걸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에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든지, <나의 아저씨>에서 사회 변두리의 그런 아웃사이더들이 서로 의지한다든지. 제가 한국 콘텐츠에서 정말 좋아하는 부분이 승자가 아닌 사람들이 서로 모여 돌보는 것인데, <썬더볼츠*>에서도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도 변두리인 아웃사이더 히어로들이 하나의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힘을 합치게 되는 모습에서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실 것이다. 한국인의 끈기와 협동심을 보듯 ‘맞아, 나도 저런 것 같아’ 하면서 공감대를 느끼실 것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