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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이 인 더 풀〉이민재, "〈약한영웅〉인기, 팔로워 수로 보여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 연기하고 싶다”

성찬얼기자
배우 이민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배우 이민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소년은 운명처럼 누나를 만나 수영선수가 됐다. 그러나 누구보다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게 해준 ‘물갈퀴’가 사라지면서 본인이 받았던 기대감이 도리어 족쇄가 되고 만다. 무엇보다 본인조차 이렇게 수영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가, 속앓이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다시 고향에서 수영을 하게 했던 누나와 마주친다. 우주(양희원/이민재)와 석영(이예원/효우)의 이야기 <보이 인 더 풀>은 판타지적 소재를 택하고 있지만, 그 안의 고민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띤다. 열정은 있지만 타인의 재능에 무너졌던 사람, 재능이 있었지만 고갈되고 있는 사람. 무언가에 열광했던 사람이라면, <보이 인 더 풀> 속 누구에게라도 마음을 내어줄 수밖에 없다.

특히 우주와 석영으로 호흡을 맞춘 이민재와 효우의 연기는 담담한 영화의 감성을 한층 더 살린다. 아이답게, 걱정 없이 서로에게 가까워졌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거리가 생긴 채 그럼에도 서로를 기억할 수밖에 없는 우주와 석영의 마음은 두 배우의 얼굴 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마도 소년소녀가 성장하듯, 두 배우도 이번 작품을 만나며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 안의 우주를 찾느라 시야가 한층 넓어졌다는 이민재의 말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5월 14일, 관객 앞에서 <보이 인 더 풀>을 선보일 준비를 마친 이민재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 연기, 그리고 배우 이민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주영화제에서 상영하고 딱 1년 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개봉을 앞둔 소감은?

전주에서 보고 많은 분들에게 이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감독님께서 이쁘게 만들어주셔서 빨리 많은 분들에게 공개되면 좋겠다 싶었다. (다른 작품들을) 촬영하다보니 시간이 빨리 지났는데 생각보다 빨리 개봉해서 좋다. 감사하다.

석영(왼)과 우주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로 진행되는〈보이 인 더 풀〉
석영(왼)과 우주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로 진행되는〈보이 인 더 풀〉

<보이 인 더 풀>은 어린 시절과 성장한 후 이야기로 진행된다. 이야기 구성이 독특한데, 어떤 점에서 가장 끌렸나? 캐스팅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됐는지도 궁금하다.

대본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대본을 보고 재밌게 읽었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회사에 하고 싶다 말씀드리고 감독님과 만나봤다. 끌린 부분은 많다. 제가 단편 독립 영화 계열을 좋아하고 KAFA(한국영화아카데미)라는 기관을 잘 알고 있었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었던 기관 중 하나였다. 운 좋게 대본이 들어왔다. 예전 일본영화, 홍콩영화 중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 시나리오를 보니 제 머릿속에 있는 그림과 매치가 됐다. 물갈퀴라는 설정도 와닿았고, 변화하는 어린 우주 성인 우주에 대한 부담은 안 했던 것 같다. 어린 우주가 잘 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 양희원 배우(어린 우주 역)도 만났다. 정말 잘하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런 부분에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어린 석영 (이)예원이, 우주 (양)희원이가 잘 해줘서 너무 놀랐다. 고마웠다. 두 배우가 잘해서 뒤에 우리가 나오는 장면들이 더 살지 않았나 싶다.

어린 시절의 우주와 싱크로율을 맞추기 위해 특별한 준비를 했나?

딱히 없었다. 그래도 촬영하는 과정에서 스태프분들께서 닮아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떤 의미인지는 몰랐다. 촬영 전에 어떻게 해보자, 해야지 이런 방향은 없었다.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야기를 안 했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더 많았다.

배우 이민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배우 이민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작품에 더 관심을 가졌다고 했는데, 류연수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감독님께서 민재씨가 경험했던 작품보다 자기가 훨씬 민재씨의 진짜 모습을 잘 담을 수 있다, 이런 확신을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그런 말 이전에도, 이전에 했던 작품들에서 맡은 역할들은 제가 이해를 못 하더라도 해내야 하는 양식적인 연기를 했던 것 같다. 감독님은 민재씨의 사적인 모습을 담고 싶다, 혼자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모습일지 많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하셔서. 그래서 저도 저에 대해서 알아갔던 거 같다. 그래서 영화를 찍으면서 많이 공부가 되고 깨닫는 지점이 많았다. 그런 부분에서 감사한 감독님이다. 리허설 아닌 리허설을 많이 했고, 영화의 톤앤매너를 만들기 위해 전시회도 갔었다. 그런 경험들을 해보자고 많이 하셔서 감사했다.

류연수 감독이 어떤 부분에서 본인의 사적인 모습을 담고 싶다고 했는지 혹시 물어봤나?

직접 여쭤보진 않았는데 제 전작들을 보셨던 것 같다. 운동선수 이미지에 찰떡이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다. 제가 그렇게 보이나 보다. 에너지도 어렸을 때 운동한 것이 영향이 있었는지…

 

기자간담회에서 운동선수 이미지도 중요한데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셨더라. (일동 웃음)

아! 그런 얘기를 하셨다. 감독님과 얘기할 때 너무 하고 싶은 작품이라 감독님께서 여쭤보시면 다 할 수 있다 그랬다. 그런 모습을 많이 비쳤다. 매력적인 얼굴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수영장에 어울리는 청량함을 찾지 않으셨을까 싶다.

그럼 저 맞다. (일동 웃음)

운동을 했었지만, 수영선수 역할이라서 아무래도 탈의하는 장면도 있으니 좀 더 준비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말 체육고등학교를 다니고 전문적인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하셔서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어릴 때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땄지만 수영은 처음 배웠다. 영법이라든지. 보이는 부분에서도 선수들이 털에 대해서도 초싸움이 있다고 해서 처음으로 제모도 했다. 현장에 수영 코칭을 해주시는 슈퍼바이저가 계셨는데 제가 처음 수영복을 입고 촬영하는 날, 감독님께서 물어봤다. 수영선수처럼 보이냐고. 슈퍼바이저님께서 “수영선순데요?”(웃음) 외적으로 그렇게 보인다 해주셔서 열심히 했다. 그래도 물속에 들어가면 열심히 훈련했어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니까 코치님께서 계속 잡아주셨다. 한 달 정도 배웠던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최대한 빠르게 다이빙까진 배우고 갔다. 잘 따라와주신다고도 말씀해주셨다.

〈보이 인 더 풀〉우주 역 이민재(왼), 석영 역 효우
〈보이 인 더 풀〉우주 역 이민재(왼), 석영 역 효우

석영 역으로 함께한 효우 배우와의 촬영은 어땠나. 원래 댄서이고 연기는 처음인데.

감독님께서 ‘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댔는데, 저도 동의해서 그런 부분은 걱정하진 않았다. 석영이로서 할 때, 사적으로 봤을 때랑 현장에서 봤을 때랑 다른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정말 놀랐다. ‘오? 되게 다르다!’ 대사를 맞춰보고 연기를 하면서도 놀랐다. 석영으로 바라볼 수 있게 잘 해줘서 저도 많이 의지하고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챌린지 같은 걸 하실 때 보면 춤추는 걸 즐기시는 것 같다. 댄서인 효우 배우와 촬영하면서 춤에 관한 것도 주고받았나?

(웃음) 제가 호기심이 많고,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진짜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콘서트를 보러 갔었다. 효우가 춤 얘기만 나오면 눈빛이 바뀌더라. 정말 진심이구나 싶어서 저도 궁금한 걸 많이 물어봤다. ‘해볼래?’ 이랬는데 제가 몸을 정말 못써서 ‘아냐 아냐 괜찮아’ 했다. 댄스 같은 장르는 익숙지가 않아서 배운다면 잘 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는 않을까 싶다. (댄스가) 궁금하긴 하다.

몸을 많이 쓰는 역할이나 작품에 자주 출연했다. 본인의 매력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하는 데 영향이 있는 건가?

아직까진 작품 선택하는 입장은 아니고, 감사하게 선택을 받고 있다. 감독님들께서 잘 봐봐주셔서 된 것 같다. 잘 맞물린 것 같다. 그런 캐릭터들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지는 이해는 많이 간다. 공감이 많이 갔다. 연기하기에 편하다…는 아니지만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된다. 그런 부분을 감독님들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운이 좋아서 잘 맞물린 것 같다.

배우 이민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배우 이민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영화로서는 첫 주연작이다. 주연으로서 책임감이나 임하는 마음이 달랐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그때는 많이 못 했다. 지금은 좀 다르다. 그때 당시엔 감독님이 너무 좋았고, 촬영 들어가기 전 대화를 나누는 효우도 너무 좋았고, 아역 배우들도 너무 좋으니까 이 친구들을 믿고 가서 연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을 통솔한다, 이끌고 가야지 이런 생각은 아니다. 감독님, 효우, 희원이, 예원이를 믿고 갔다. 그래서 현장에서 재밌는 반응들이 나왔던 것 같다. 딱딱하지 않은 연기. 그때는 이 친구라면 어떻게 할까 그 본질을 더 고민하려고 하고 있다. 누나(효우가 연기한 석영)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고 그래서 그런 부담이 좀 적었을 것 같다.

우주는 속으로 생각이 많고 삭이는 성격이다. 표현하는 것이 적어서 연기하는 입장에서 힘들었을 것 같다.

제가 이해가 안 돼도 표현해야 하는 역할을 많이 했었기에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 우주를 맡으니 감독님이 말씀하신 ‘민재씨 혼자 있을 때의 생각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말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니 저 이민재가 가진 기질 중에 우주가 있구나 느낀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표현하기에 어떻게 하면 잘 보일까, 촬영 전에 얘기를 많이 하면서 재밌었다. 어렵지 않았다. 그런 부분을 발견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나도 이런 표정이 있구나’ 싶어서 재밌었고 자신감도 얻었다. “저 이제 우주 알 것 같아요!” 이런 얘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모습이 담긴 것 같다, 영화를 보니 제 사적인 모습이 잘 담겼구나 싶었다.

(연기에 대한) 생각은 항상 바뀌겠지만 지금은 어떤 역할이 있으면 제 안에 많은 성격이 있고 제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역할을 할 땐 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캐릭터였다면, 우주는 구석에 있는 이민재의 모습을 발견하고 끄집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가 재밌고 새롭다. 그런 걸 찾는 게 재밌어졌다. 내가 모르는 내 안이 뭐가 있을까, 이 영화를 하면서 연기와 작품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넓어졌다. 이후 찍은 <하이드> <전, 란> <약한영웅> 등 제가 대본을 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다. 어떤 역할로 살아야 하고, 대본을 보는 눈도 높아진 것 같고, 진짜 나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고민들이 많아졌다. 처음에 생각한, ‘본질을 생각하자’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게 됐다. 더 재밌다. 저도 성장을 했다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보이 인 더 풀〉
〈보이 인 더 풀〉

우주의 물갈퀴처럼 본인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이 있다면.

질문 들으니 생각이 나는데, ENFP였다. 어느 순간 다시 해보니까 ISTP로 바뀌었다. 왜 이렇게 됐지? 생각하니 <보이 인 더 풀>을 하면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었었다. 그러면서 말수도 줄어든 것 같고.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정을 주고 못 받으면 상처도 받고 그랬는데 저에 대해 공부를 하다보니 변한 것 같더라. 이민재가 사라졌다? 이런 건 아니고 그 기질이 남아있지만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있는 것 같다.

〈보이 인 더 풀〉
〈보이 인 더 풀〉

태권도 선수를 했었다고 알고 있다. 그렇기에 우주가 겪는 위기감도 공감이 됐을 것 같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선수를 했던 건 아니고, 태권도장 다니다가 관장님께서 전문적으로 해볼까? 했는데 너무 힘들더라. 저는 못하겠다, 훈련하는 과정이 힘들다 그래서 말씀드리고 다시 취미 정도로 했다. 그래서 길게 했던 것 같다. 10년 넘게 하는 게 쉽지 않은데 그 재미로 끝까지 붙잡고 했던 것 같다. (선수 제안은) 초등학교였던 걸로 기억한다. 5살 때 처음 태권도를 했고 고학년 때 받았다. 도장 가서 애들이랑 하고 그런 건 정말 재밌었는데 막상 전문적으로 하려니까 ‘이건 아닌데’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이 될 끼가 많았나?

지금도 끼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회장은 못해도 부회장은 했고, 체육부장 이런 걸 제가 맡아서 했다.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걸 좋아했다기보단 재밌어했던 것 같다. 의견 조율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것이 있어서 ‘나도 끼가 있나? 기질이 있었나?’ 생각하면서도 그때나 지금이나 끼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배우 이민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배우 이민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운동을 하다가 연기를 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연기를 처음 접하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2016년 여름이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가는데, 친구가 거의 없는 공부 잘하는 고등학교로 가게 됐다. 그 학교 학우들은 진로가 결정되고 공부를 하고 있더라. 입학하니 적응이 안 됐다. 놀아주는 친구도 없고. 학교 끝나면 중학교 친구가 많은 학교로 갔다. 적응이 안 돼서 처음엔 힘들었다. 그래서 진로를 빨리 정해야겠다 했다. 당시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 ‘군인이 돼야겠다, 운동도 했고 나라에 헌신하는 군인이 되겠다’ 했는데 할머니께서 “저거 해봐라” 하셨다. 나도 군인 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하니까 “그러지 말고 탤런트 해봐라, 군인 말고” 하셨다. 그렇게 연기에 관심을 갖고 집 근처 연기학원 찾는데, 할머니께서 “그런 건 강남 가서 배워야 한다~” 그러면서 좋게 말씀 많이 해주셨다. 부모님도 학업 스트레스를 주시지 않고 방목형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는 식이셨다. 그렇다고 같이 다니면서 상담하거나 하진 않고 말씀대로 강남의 연기학원을 가서 직접 등록했다. 현탁이(<약한영웅 Class 2>의 이민재가 맡은 역할)처럼 가만있다고 바뀌냐 하는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도전하지 못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우연하게 연기라는 분야에 도전하게 됐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연기를 잘하고 싶다, 잘 해야겠다 마음먹은 것엔 어떤 계기가 있었나.

무작정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잘한다잘한다라고 많이 해주셨다. 근데 저는 의심했다. 연기를 배우러 왔으니 모진 소리도 듣고 해야 성장하는데… 그런 생각에 학원을 관두고 혼자 했다. 연기는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구나, 경험하고 깨닫는 게 많아야겠구나 그때 느꼈다. 대신 (연기 관련) 플랫폼을 많이 찾아다녔다. 잠깐 인연이 되는 형누나들에게 연락해서 자문을 구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게 KAFA였다. KAFA 영화 단역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더라. 그래서 그런 기관에서 하면 대박이겠다 했다. 연기하면서 도 닦는 기분이다. 나를 발견하고. 만약 검은색이 이민재였다면, 연기하면서 하얀색이 되는 기분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연기를 시작해서 그런가, 거짓말을 못하겠더라. 누군가 말하면 곧이곧대로 믿게 되고. 연기를 배우면 순수한 아이의 감정 상태로 가는 과정이다,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순수한 상태로 돌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좋은 작품을 하고 여 러 사람을 만나면서 ‘잘 되고 있어’ ‘잘 됐어’ 그런 소리를 많이 듣는데 흔들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연기를 좋아하는 순수한 감정을 갖는, 그런 상태로 연기해야 순수한 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조금 고지식하지만, 그래서 흔들리고 싶지 않고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 작품 할 때마다 많이 느낀다.

부모님께서 방목형으로 놔두셔서, 재밌게 놀고 피시방 노래방 가고 그랬다. 다섯 살 위 누나가 있다. 누나가 많이 붙잡아줬다. 지금 보면 참 어린 나이인데 밤 11시 이렇게 들어가고 그랬다. 당시엔 몰랐는데 많이 늦은 시간이지 않나. 그럼 누나가 많이 얘기해줬다. 누나 영향이 있는 거 같다. 다섯 살 터울이라 그런가 어른 같다고 생각해서 누나 말에 꼼짝 못 했다. “야 이민재!”(웃음) 그렇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많이 해줬는데 지금은 정말 고맙다. 이제는 성인이 되니까 엄마, 아빠, 할머니, 가족들의 뒷모습을 보며 ‘제가 더 잘해야겠구나’ 스스로 다잡게 된다.

〈보이 인 더 풀〉
〈보이 인 더 풀〉

할머니께선 그럼 손자가 TV에 나오는 걸 보고 무척 좋아하시겠다.

처음 드라마 나왔을 땐 단역이어도 스쳐 지나가도 기뻐하셨는데, 지금은 ‘나오나? 그래~’ 하신다. 익숙해지신 것 같다. 그래도 할머니가 영화관 가시는 거 좋아하셔서 시사회 초대해드리면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드라마는 익숙해지셨나 보다. 부모님은 제 얘기를 주변에 안 하신다. 영향이 있을까 봐 그런 것 같다. 요즘엔 ‘연기가 많이 늘었다?’ 하신다. (웃음)

얼마 전 넷플릭스로 <약한영웅 Class 2>가 공개됐는데, 글로벌 플랫폼 독점작이지 않나. 여전히 인기순위에도 있는데, 혹시 체감이 되고 있나?

제가 밖에 돌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라 체감이 되진 않는데, 팔로워 수가 확실히 보이긴 한다. 그렇다고 제가 바뀌는 게 아니고 흔들리지 않고 제가 재밌고 좋아하는 연기에 집중해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그거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한다. 흔들리고 싶지 않다. 주변에서도 잘 됐다는 말 많이 한다. 정말 감사하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론 제가 한 건 전혀 없다. 좋은 작품 감독님을 만나서 연기를 열심히 했는데, 운이 좋게 된 것 같다. 감독님께서 잘 만들어주셨다.

배우 이민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배우 이민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보이 인 더 풀>에선 바다 풍경의 장면이 나온다. 본인은 산과 바다 중 어떤 곳이 더 좋은지.

바다가 좀 더 좋지 않을까? 바람도 선선히 불고. 작품 끝나고 6월에 제주도를 가서 바다를 봤다. 정말 넓더라. 그때 우주처럼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았는데, 쉬고 싶어 제주도를 갔는데, 망망대해처럼 넓은 바다를 보면 나도 이런 넓은 아량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싶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지 지금은 바다가 더 좋다. 물론 산도 좋지만.(웃음)

과거 인터뷰에서 10년 후 본인의 모습으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상 받는 모습을 뽑았었다. 지금은 어떤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딱 맞는 질문 감사하다. 백상예술대상, 정말 꼭 가고 싶은 시상식 중 하나다. 올해 백상을 보면서 그 말 했던 게 기억이 났다. 그런데 ‘상을 받고 싶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할수록 ‘저 자리에 못 가겠구나’ 생각이 강해지더라. 내가 하고 싶은 거 재밌는 거 해보고 그런 생각이 안 들 때쯤, 그거를 받아들이고 축하하고 관객으로서 그 무대를 즐길 수 있을 때 갈 수 있겠구나 확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상을 받고 싶다)이 안 든다면 거짓말인데 많이 누르려고 하고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더 집중하려고 하고 있다.

남은 2025년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매년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약한영웅> 공개되고 관심이 많이 왔는데, 좀 많이 아팠다. 인생 처음으로 그렇게 아프니 다 필요 없다, 건강해야 관심 가져주시는 것도 감사하게 받고 조금은 즐길 수 있는데… 그때 1~2주를 누워만 있었다. 올해는, 아니 쭉 평생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다. 항상 생각하는 건데 남들 눈에는 저라는 사람이 배우라는 꿈을 어떻게 보면 이루거나 이루고 있는 사람으로 보일 거다. 그 생각이 드니까 어떤 목표를 잡아야 하지 생각이 들더라. 그 생각이 들면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뭘까? 고민하니 주변 사람들이 걱정 없이 잘 됐으면 좋겠다, 가족 친구 부모님 회사분들. 걱정 고민 없이 잘…그러려면 제가 빨리 굳게 마음먹고 잘돼야 한다 생각이 든다.

배우 이민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배우 이민재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라이징스타다. 배우지만 앞으로 팬미팅이나 여러 활동을 하실 텐데,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

이번에 배워야겠다 생각이 든 게 제2외국어. 시작은 못했다. (<약한영웅 Class 2>) 준태, 최민영 배우가 영어를 진짜 잘한다. 정말 멋있더라. 그래서 다양한 언어 중 하나를 배우고 싶고, 악기도 하나 배우고 싶다. 예전에 기타를 배웠는데 끝까지 배울 걸 싶더라. 부끄럽지만 노래는 배우고 있다. 잘 못하니까 배우는 거다.(웃음) 노래방에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정도로 부르고 싶어서 배우고 있다. 혹시 현재 팬미팅 계획은 있나? (웃음) 가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계획은 없다. 해외 팬분들이 더 많으신 것 같다. 원하는 분들이 적더라도 소규모더라도 인사를 드리고 싶다.

올해 작품과 활동을 보면 ‘건강한 배우’라는 말이 어울린다. 이런 호평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분들께 배우 이민재라고 잘 소개를 못한다. 배우라는 게 너무 크고 무겁다, 부끄럽기도 하고. 직업에 학생을 적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그런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다. 또 많은 분들이 부담감을 안 느끼도록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잘 스며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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