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흐름처럼 보인다. 직접 뛰고 구르는 아날로그 액션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극장가를 휩쓸면서, 그 뒤에 대적하는 상대가 나타나는 느낌이라고 할까. 혹은 다음 대작이 등장하기 전까지의 폭풍전야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 아드레날린을 꽉꽉 채우는 한 편의 영화가 휩쓴 후 한동안은 각자 입맛에 골라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이 찾아올 예정이다. 북미 극장가에 파란을 일으킨 <씨너스: 죄인들>, 화면만 봐도 미소 지어지는 미장센의 대가 웨스 앤더슨의 <페니키안 스킴>, 한국형 초능력 히어로의 이정표를 세울 <하이파이브>에…. 그리고 이런 영화들 틈새에서 슬쩍 얼굴을 들이민 애니메이션과 ‘전’ 애니메이션 실사영화까지. 앞으로 3주간 덕후들의 입맛을 책임질 이 녀석들을 소개한다.
신작 놈 - <단다단: 사안>

이거 참, 신작은 신작인데 신작이라고 부르기 참 애매하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극장 개봉’을 겨냥해 만든 건 아니니까. 반면 팬들이라면 이 영화가 개봉하는 것만 해도 기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극장 개봉’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개봉하니까. 6월 5일 개봉하는 <단다단: 사안>이 그 주인공이다.
<단다단: 사안>은 애니메이션 <단다단> 2기의 일부를 담은 작품이다. 타츠 유키노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단다단>은 2024년 10월 공개돼 시청자들을 만났다. 영매사 할머니 아래서 자란 모모와 외계인 마니아 오카룽이 진짜 귀신과 외계인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단다단>은 오컬트와 SF, 초능력 배틀물과 괴수물, 심지어 러브코미디를 오가는 스토리와 제작진의 감각적인 연출로 호평받았다. 인기에 힘입어 1기 방영 이후 곧바로 2기 제작에 착수해 오는 7월 방영을 시작할 예정인데, <단다단: 사안>은 그 2기의 초반 3화 분량을 담은 극장판이다. 부제 ‘사안’은 1기에 말미에 등장한 지지를 괴롭히는 귀신의 이름으로, <단다단: 사안>은 2기 중 그 사안에 관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현재까지 별다른 정보가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아 <단다단: 사안>은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총집편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다단>의 화려한 연출과 원작에서도 굉장히 박력이 넘치는 묘사를 보여준 ‘사안편’의 임팩트를 생각하면 극장에 어울릴 법한 박진감을 보여주리라 기대할 만한다.
묵힌 놈 - <그리드맨 유니버스>

도대체 언제 오냐, 팬들이 울부짖던 작품이 2025년 5월 21일 한국 극장가에 상륙했다.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TV 애니메이션 <SSSS.GRIDMAN>과 <SSSS.DYNAZENON>의 크로스오버 극장판으로 일본에서 2023년 개봉했다. 사실 이 작품은 그 원류를 따라가면 특촬물 <전광초인 그리드맨>(1993)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SSSS.GRIDMAN>이 <전광초인 그리드맨>을 재해석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특촬물(그것도 꽤 마이너한)을 애니메이션화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기대보다 기우가 많았는데, 공개 이후 훌륭한 재해석에 인기를 얻었다. 이 기세를 모아 3년 뒤 <SSSS.DYNAZENON>을 내놓으며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었다.

시리즈마다 등장인물과 시대가 다르지만 거대한 괴수와 거대 로봇 간의 대결이란 콘셉트는 동일하다. <전광초인 그리드맨>은 컴퓨터 월드라는 공간에서 괴수들이 난리를 치면 현실에도 영향을 끼치기에 그리드맨과 쇼 나오토가 이들을 저지하는 내용이었고, <SSSS.GRIDMAN>는 기억을 잃은 고등학생 히비키 유타가 그리드맨에게 ‘사명’을 받아 현실에 나타난 괴수와 맞서는 이야기를 다뤘다. <SSSS.DYNAZENON>은 조직 ‘괴수 우생 사상’에 의해 괴수들이 등장하면서 5천 년 만에 현대에 소생한 괴수술사 가우마와 현대의 청소년 아사나카 요모키가 다이나제논으로 괴수를 물리치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이 시리즈의 연결점과 복선을 통해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하고 유니버스 전체의 결말을 짓는 야심찬 기획의 결과물이다. 개봉 전까지만 해도 많은 캐릭터와 각기 다른 전작들의 톤을 억지로 묶어 중구난방이 될까 걱정을 샀지만, 개봉 후 완성도가 뛰어나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닌 ‘그리드맨 유니버스’의 완벽한 결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팬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챙겨 봐야 한다는 후기 일색이어서 국내 팬들도 꽤 오랜 시간 개봉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실사화 놈 - <드래곤 길들이기>


앞선 작품들의 ‘마이너’함에 몸서리치고 있는가? 이 영화만큼은 단연 대중픽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2010년 개봉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의 실사판이다. 이것 이외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싶은 히트작이지만, 그래도 설명하자면 스토리는 원작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따라갈 듯하다. 용을 죽이는 것을 명예로운 일로 여기는 바이킹, 그들 중 히컵은 소심한 성격에 또래들에게 무시당하곤 한다. 히컵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최강의 용 ‘나이트 퓨리’를 죽이려고 포획하지만, 차마 죽이진 못한다. 대신 그를 돌봐주며 ‘투슬리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히컵과 투슬리스는 종은 다르지만 그 깊이는 가늠할 수 없는 우정을 쌓게 된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딘 데블로이스 감독이 다시 한번 연출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잘할 수 있을까 그 의구심이 들기도 전 희소식이라면, 드림웍스 내부에서 시사회를 마치고 곧바로 속편 제작을 승인받았다는 것이다. 이번 실사판의 흥행을 확신했다는 의미이므로, 원작을 좋아한다면 걱정 없이 극장을 찾아도 될 듯하다. 실제로 공개한 예고편에서 투슬리스 및 용들의 실사화가 매우 빼어나 반응이 좋았다. 오는 6월 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