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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의 반란, 한국에서도? 〈씨너스: 죄인들〉은 어떻게 흥행했을까

성찬얼기자
〈씨너스: 죄인들〉포스터
〈씨너스: 죄인들〉포스터

과연 반란은 한국까지 이어질까. 5월 28일 개봉한 <씨너스: 죄인들>은 4월 북미에서 개봉 당시 반향을 일으켰다. R등급(청소년관람불가) 공포영화임에도 개봉 직후 1위를 거머쥐더니 2주 동안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득세하던 극장가에서 이들의 활약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개봉 9일 차에 제작비에 버금가는 1억 달러를, 23일 차에 손익분기점 2억 달러를 돌파한 <씨너스: 죄인들>은 이제 5월 28일 한국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도대체 <씨너스: 죄인들>의 어떤 점이 북미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었을까. 그 향취를 미리 느껴보고 싶은, 관람을 고민 중인 관객들을 위해 북미 매체가 말하는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만 짚어준다.

 

0. 기본 전제는 ‘좋은 영화’

로튼토마토 지수 100%를 받았던〈씨너스: 죄인들〉
로튼토마토 지수 100%를 받았던〈씨너스: 죄인들〉

각종 분석을 본격적으로 보기 전, 가장 중요한 전제는 결국 <씨너스: 죄인들>이 입소문을 탈 만한 영화라는 점이다. 실제 관객들의 평가로 점수를 내 근래 가장 신뢰받는 지표 ‘시네마스코어’에서 A등급을 받았고(공포영화로는 35년 만에 처음이다), 로튼토마토 크리틱 97%과 메타크리틱 86점 등 비평면에서도 인정 받았다. 한마디로 소문이 날 만한, 소문을 낼 만한 영화라는 것이 가장 큰 동력이다. 직전 개봉한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평단의 혹평에도 원작 팬덤의 힘으로 대성공을 거둔 현상과 비교하면 이 영화가 가진 저력을 파악하기가 좀 더 쉬울 것이다.  

 

오리지널 영화라는 이점

〈씨너스: 죄인들〉
〈씨너스: 죄인들〉

요즘 영화, 원작 없는 것을 찾기 힘들다. 물론 영화화, 실사화, 리메이크, 리부트 등은 꾸준히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훌륭한 전략이다. 문제는 이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심지어 각 영화들을 토대로 유니버스 같은 세계를 형성하면서 생긴다. 거듭되는 재생산은 관객을 질리게 한다. 억지로 관객을 유입시키려는 유니버스화는 팬들도 지치게 한다. 그런 점에서 ‘BBC’는 <씨너스: 죄인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를 ‘오리지널 영화’라는 데서 뽑았다. BBC의 4월 29일자 기사에서 기자 니콜라스 바버는 기존 IP(지적재산권)에 기반하지 않아 관객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할 수 없고, 그것이 요즘 영화계에서 느끼기 어려운 즐거움을 전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요즘 나오는 영화 대다수가 원작이 있다보니 영화가 ‘얼마나‘ 원작을 잘 반영하고 그 요소를 활용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곤 한다. <씨너스: 죄인들>은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작품이라서 작품만으로 즐길 수 있고, 새로운 이야기가 주는 흥분감이 관객들을 끌어당겼다는 분석이다. 

 

아이맥스 활용한 마케팅

〈씨너스: 죄인들〉아이맥스 70mm 포스터
〈씨너스: 죄인들〉아이맥스 70mm 포스터
〈씨너스: 죄인들〉아이맥스 화면비 홍포 이미지
〈씨너스: 죄인들〉아이맥스 화면비 홍포 이미지

 

‘데드라인’은 <씨너스: 죄인들>의 마케팅 관련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앞서 말한대로 오리지널 작품이 주는 신선함과 작품 자체의 재미가 ‘입소문’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하고, 이후 아이맥스(IMAX)로 마케팅한 것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데드라인은 <씨너스: 죄인들>가 <오펜하이머> 이후 첫 아이맥스 촬영 영화인 점, 그리고 제작진도 그 점을 확실하게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가 ‘블랙필름’, 즉 흑인영화의 계열인 것을 염두에 두고 아이맥스 시사에 흑인 문화의 트렌드세터라고 할 수 있는 르브론 제임스, 위켄드, 스눕 독, 제이 지 등을 초청한 것이 대중의 흥미를 끄는 데 효과적이었다 평가했다. 이외에도 ‘R등급 공포영화’라는 다소 마이너한 장르임에도 워너브라더스가 직전 개봉한 <마인크래프트 무비>처럼 대형영화에게 걸맞은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 수요가 있는 관객층에게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듬직한 조합, 라이언 쿠글러-마이클 B. 조던

라이언 쿠글러 감독(오른쪽)과 마이클 B. 조던(사진출처-‘에센스 매거진’ 공식 채널)
라이언 쿠글러 감독(오른쪽)과 마이클 B. 조던(사진출처-‘에센스 매거진’ 공식 채널)

‘슬래시필름’은 영화를 연출한 라이언 쿠글러와 주연을 맡은 마이클 B. 조던 콤비가 주는 신뢰도도 흥행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과잉 진압으로 한 청년이 사망한 실제 사건을 그린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로 각각 장편영화 연출, 주연으로 데뷔한 라이언 쿠글러와 마이클 B. 조던은 이후에도 두 작품에서 함께 했다. <록키>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시작해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막을 연 <크리드>와 두 사람의 대표작이자 최고 히트작 <블랙 팬서>다. 두 작품은 각자의 역량을 최고로 뽑아낸 것은 물론이고, 블랙필름의 저력과 상업적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때문에 두 사람의 재회는 영화에 관심 있는 대중을 사로잡기 충분한 소식이었을 것이다. 거기다 다른 프랜차이즈에 기대지 않는 아이디어, 마이클 B. 조던의 1인 2역 연기,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뱀파이어 영화 등 창의적인 요소들이 둘의 만남에 더욱 기대감을 끌어올렸을 것이다.

 

흑인 음악의 정수를 담았다

〈씨너스: 죄인들〉
〈씨너스: 죄인들〉

버지니아 대학교도 <씨너스: 죄인들>의 흥행에 대한 이유를 분석했다. 버지니아 대학교의 미디어학 교수 로빈 콜먼은 이 영화가 단순한 뱀파이어 영화가 아니라 1930년대 미시시피 지역의 풍경을 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학제간 연구를 할 만한 영화”라고 말했다. 특히 버지니아 대학교는 영화의 미시시피 델타라는 배경을 주요하게 봤는데, 바로 블루스의 발상지라는 점이다. 래퍼이자 해당 대학 부교수로 있는 A.D. 카슨은 <씨너스: 죄인들>이 “가장 격동의 시대에도 음악의 강력한 역할을 보여준다”, 콜먼은 영화 속 댄스홀 장면이 “흑인 음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영화의 음악을 맡은 러드윅 고랜슨(루드비히 고란손)이 기획에도 참여했고 블루스 기타리스트 전설, 버디 가이가 출연해 영화 속 음악 묘사에 힘을 실었다. 오리지널 스코어가 19곡, 삽입곡이 22곡으로 거의 음악영화에 버금가는 불륨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