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8년 후〉 속 한 장면 [소니픽쳐스 코리아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6%2F19088_208092_3044.jpg&w=2560&q=75)
멍한 눈동자와 힘없이 뻗은 팔, 그르렁거리는 소리, 다리를 질질 끄는 느린 걸음. 이는 인간의 살과 피를 탐하는 괴물 '좀비'의 전통적 이미지다. 현대 좀비 영화의 시초로 평가받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들이 이러한 모습으로 좀비를 묘사해왔다.
그러나 대니 보일 감독의 영국 영화 〈28일 후〉(2002)는 좀비 장르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 작품에 등장한 좀비들은 기존의 느린 움직임과는 달리, 감염 후 몇 초 만에 피를 토하며 인간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체력이 우수한 젊은 남성조차 무리지어 달려오는 좀비들의 공격을 방어하기 어려웠고, 이는 관객들에게 전례 없는 공포감을 선사했다.
〈28일 후〉는 이후 좀비 영화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새벽의 저주〉(2004), 〈월드 워 Z〉(2013) 등 할리우드 영화뿐만 아니라, 〈부산행〉(2016)과 같은 한국 영화들도 '뛰는 좀비'라는 새로운 공식을 도입해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 〈28년 후〉 속 한 장면 [소니픽쳐스 코리아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6%2F19088_208093_3121.jpg&w=2560&q=75)
그럼에도 원작 팬들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28일 후〉의 속편인 〈28주 후〉(2007)가 개봉한 이후 약 20년 가까이 3편 제작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8개월 후〉라는 가제로 3편이 제작된다는 소문만 떠돌았을 뿐, 실제 제작으로 이어지지 않아 팬들의 마음을 애태웠다.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응답한 대니 보일 감독은 1편 〈28일 후〉에서 함께 작업했던 각본가 앨릭스 갈런드와 23년 만에 재결합해 이 시리즈의 최신작인 〈28년 후〉를 선보였다. 2편 〈28주 후〉 이후 18년 만에 공개되는 속편이다.
이 작품은 인간을 좀비로 변화시키는 분노 바이러스가 창궐한 사건으로부터 28년이 경과한 시점을 그린다. 재앙 이후의 세계를 묘사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특성을 강하게 보여준다. 유럽 국가들은 영국 재건을 포기하고 해상 봉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존자들은 작은 공동체를 형성해 업무를 분담하고, 좀비 제압 기술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 〈28년 후〉 속 한 장면 [소니픽쳐스 코리아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6%2F19088_208094_3136.jpg&w=2560&q=75)
주인공인 12세 소년 스파이키(알피 윈리엄스 역)는 작은 섬마을에서 아버지 제이미(애런 테일러-존슨 분)에게 활쏘기를 배우며 생활한다. 아들에게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제이미가 스파이키를 데리고 본토로 향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28년간의 진화를 거친 좀비들은 다양한 형태로 변이했다. 특히 '알파'로 불리는 좀비는 최고 위험 대상으로, 발견 즉시 도주해야 하는 존재다. 이 우두머리 좀비는 강력한 힘으로 인간의 머리를 뽑아 사냥하고 다른 좀비들에게 분배하며 무리를 지배한다.
스파이키와 제이미가 알파에게 추격당하는 전반부 장면들은 숨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예고편 공개 시점부터 화제가 된 광기 어린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빠른 화면 전환, 전쟁 영상을 삽입한 역동적인 편집 기법은 관객들에게 생생한 악몽과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영화 〈28년 후〉 속 한 장면 [소니픽쳐스 코리아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6%2F19088_208095_3150.jpg&w=2560&q=75)
수평이 맞지 않는 구도는 관객들에게 곧 무언가가 벌어질 것 같은 불안감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준다. 〈28년 후〉는 이러한 촬영 기법에 핸드헬드 카메라의 리얼리티와 거친 질감의 영상미를 결합해 숨 막히는 공포를 선사한다. 특히 정강이까지 오는 바닷물을 해치며 섬으로 뛰어가는 부자를 알파가 추격하는 시퀀스가 특히 압도적인 긴장감을 자아낸다.
영화는 스파이키가 어머니 아일라(조디 코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켈슨 박사(레이프 파인스)를 찾아 나서는 후반부에서 분위기가 급변한다. 이전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알파의 존재가 관객들 앞에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부터다. 이는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영화 〈파묘〉에서 '험한 것'이라 불리던 일본 귀신이 정체를 드러낸 장면을 연상시킨다.
귀신의 적나라한 묘사로 미스터리함이 반감되어 호불호가 갈렸던 〈파묘〉처럼, 〈28년 후〉 역시 막바지로 갈수록 관객 반응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한다. 켈슨 박사가 등장한 이후에는 서스펜스보다 컬트적 이미지 표현에 집중하면서 전반부에서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감이 다소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일부 설정과 스토리는 한국 관객들에게 이른바 '신파'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영화 〈28년 후〉 속 한 장면 [소니픽쳐스 코리아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6%2F19088_208096_323.jpg&w=2560&q=7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28년 후〉 트릴로지(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 만큼, 다음 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합류한 2부는 이미 촬영을 마치고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2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28일 후〉의 주인공 짐 역을 맡았던 킬리언 머피가 등장할 예정이다. 머피는 이번 트릴로지 프로젝트의 총괄 프로듀서 역할도 맡았다. 보일 감독은 지난 18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킬리언 머피는 〈28일 후〉와 〈28년 후〉를 잇는 연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