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칭 포 슈가맨> 주인공 로드리게즈 별세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우리에게 들려준 가수 로드리게즈가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식스토 로드리게즈(Sixto Rodriguez)라는 본명보다 '슈가맨'이란 곡명으로 더 익숙한 그는 2023년 8월 8일 눈을 감았다. 첫 앨범(이자 그가 전설로 거듭나게 된) <Cold Fact>를 발매한지 53년째 되는 해였다.
로드리게즈는 영화 팬들에게도 익숙한 가수인데, 그를 소재로 한 <서칭 포 슈가맨>이란 다큐멘터리가 있기 때문. <서칭 포 슈가맨>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러나 현재 그 행방이 묘연한 가수 '로드리게즈'의 행적을 추적하는 형식의 다큐멘터리. 이 전설적인 가수가 '언제 어떻게 죽었는가'를 알기 위해 시작한 조사는 미국 현지에선 제대로 히트한 적도 없는 로드리게즈가 어떻게 남아공에서 인기 가수가 됐는지, 그리고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되짚는다. 그러다 사실 로드리게즈가 살아있다는 반전을 선보이고, 심지어 그렇게나 추앙받는 남아공에서 공연을 하는 과정까지 담아내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꿨다.
로드리게즈는 <서칭 포 슈가맨>으로 재발굴된 이후 각종 록 페스티벌과 방송에서 모습을 보였으며, 2018년까지도 순회 공연을 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승승장구 <바비>와 바비보다 비싼 <시크릿 인베이젼>
연전연승이다. <바비>가 개봉 이후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3주간 지키면서 역대급 흥행을 이어갔다. 8월 13일까지 북미 지역 5억 2천만 달러, 그 외 지역 6억 5천만 달러 수익을 세우며, 현재 11억 8300만 달러라는 수익을 세웠다. 이로써 <바비>는 온갖 기록을 세우게 됐는데, 여성 감독 연출작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영화가 됐다. 또한 올해 100주년을 맞이하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워너브러더스사의 흥행 리스트에도 상위권에 자리 잡게 됐다. 100년 역사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2011년 개봉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로 약 13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현재 <바비>의 흥행 추이라면 13억 달러의 벽도 어쩌면 넘을지 모르겠다.
특히 <바비>는 마고 로비의 자신감이 곧 현실이 된 케이스라서 더욱 화제다. 마고 로비가 워너브러더스와의 미팅에서 “이 영화가 10억 달러를 벌어다 줄 것”이라고 확신했고, 워너도 그의 자신감에 최종 결정했다는 후문이 있던 바. 제작 겸 주연으로 <바비>를 이끈 마고 로비의 할리우드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바비> 비교 대상이 되며 쓸쓸하게 퇴장길을 걷는 작품도 있는데, 바로 마블이 선보인 시리즈 <시크릿 인베이젼>이다.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를 내세운 첩보 드라마로 기대를 모은 이번 시리즈는 MCU 세계관을 더욱 확장하는 교두보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청률도 뒤에서 2등(뒤에서 1등은 <미즈 마블>)을 하고, 회차를 거듭할수록 평가가 낮아지는 등 '회심의 작품'이라기엔 무척 초라한 취급을 받았다.
문제는 이 작품이 2억 달러 이상 투자한, 드라마 콘텐츠 중에서도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한다는 것. 앞서 말한 <바비>가 1억 4500만 달러로 제작했는데, 이보다 비싼 돈을 들이고 성과가 없으니 디즈니 입장에서 무척 답답할 듯하다. 심지어 21세기 가장 흥한 드라마 콘텐츠라 할 수 있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 4가 2억 7천만 달러였으니… 마블이 닉 퓨리라는 인기 캐릭터와 사무엘 L. 잭슨이란 명배우를 데리고 내놓은 '필살기'로 제 성능을 못 낸 셈이다.
디즈니 <라푼젤>, <공주와 개구리> 유력 후보는?
<인어공주>는 갔지만, 디즈니의 실사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 된다. 앞서 언급한 작품이 많은 의미로 화제작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최근 들려온 소식에선 그래도 팬들이 기대해봄직한 배우들의 이름이 들렸다.
먼저 3D 시대의 첫 디즈니 프린세스, 라푼젤은 누가 맡게 될까. 현재 영화계 루머에 따르면 플로렌스 퓨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한다. 플로렌스 퓨는 <레이디 맥베스>에서 단번에 블루칩으로 떠오른 후 <미드소마>, <작은 아씨들> 등에서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디즈니와는 (다른 스튜디오이긴 하나) <블랙 위도우>로 이미 연을 맺기도. 팬들도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최근 디즈니의 '성별 반전' '인종 변경'과는 거리가 있으니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다. 평소 플로렌스 퓨 하면 떠오르는 금발과 당돌한 캐릭터는 라푼젤과 잘 어울리는 편.
디즈니 2D 셀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디즈니 프린세스, <공주와 개구리>의 티아나 또한 루머가 들려왔다. 현재 디즈니가 눈독 들이고 있는 배우는 루피타 뇽. <노예 12년>으로 아카데미 등 각종 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그는 <어스>, <블랙 팬서> 시리즈 등으로 대중에게도 익숙한 배우다. 배우 활동뿐만 아니라 가수 활동도 하고 있어 미국 남부 재즈를 기반으로 한 <공주와 개구리>의 넘버도 잘 소화할 수 있으리라 추측된다. 다른 건 몰라도 믿고 볼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라는 점도 환영할 만하다.
디즈니는 본인들의 애니메이션 명작을 꾸준히 실사화해왔다. 원작의 악역을 재조명하는 <말레피센트> 시리즈나 <크루엘라>, CGI의 힘을 빌려 보다 사실적인 영상으로 재구현한 <정글북>과 <라이온 킹>, 실사화라곤 하지만 새로운 재해석을 내놓은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원작만큼의 든든한 팬덤과 흥행 성적을 거둔 <알라딘>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근래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친중 문제로 논란이 된 <뮬란>, 주연 캐릭터의 인종 변경과 전체적인 무드로 홍역을 겪은 <인어공주> 등 썩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최근 발표한 일련의 영화들, 원작 배우들의 도움을 받기로 한 <모아나>나 캐릭터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다고 선언한 <릴로 & 스티치>, 그리고 위의 두 작품이 '디즈니 실사화 영화'의 하락세를 끊을 수 있을지 호기심이 생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