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원작 영화는 성공하지 못한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이 속설이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말을 깬 작품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급기야 역대 게임 원작 영화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세운 그들이 등장하면서 옛말이 되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비디오 게임의 레전드에서 이젠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프랜차이즈가 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다. 지난 4월 5일 북미 개봉 이후 전 세계적으로 13억 6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올해 월드 와이드 흥행 2위를 기록했다. 어떻게 슈퍼 마리오는 세계 극장가를 뒤흔들었을까? 이 작품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더 나아가 일명 닌텐도 유니버스의 다음 행보도 미리 예측해본다.


실패를 모르던 슈퍼 마리오 IP의 유일한 실패

영화 ‘슈퍼 마리오’

슈퍼 마리오 게임

‘슈퍼 마리오’를 빼고 비디오 게임의 역사를 논할 수 있을까? 1985년 패미컴으로 발매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그야말로 콘솔 게임계에 전설이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5800만 장이 판매되어, 닌텐도를 명실상부한 비디오 게임 최고 회사로 발돋움하게 한 일등 공신이다. 이후 여러 후속작과 시리즈가 발매되어(그것도 무척 훌륭한 완성도로), 현재까지도 비디오 게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콘으로 다가온다.

1993년작 영화 <슈퍼 마리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슈퍼 마리오>는 1993년 한차례 영화화가 되었다. 명배우 밥 호스킨스와 존 레귀자모가 마리오 형제로 나와 지하 세계를 지배하는 쿠파(데니스 호퍼)로부터 세상과 데이지를 구하는 이야기다. 전반적으로 게임 스토리와 비슷하지만, 원작과 너무 동떨어진 비주얼과 허술한 완성도로 영화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거둔다. 제아무리 비디오 게임의 제왕이라고 해도 영화의 벽은 너무 높았다. 특히 이 영화는 세계 최초 비디오 게임 원작 기반 영화였는데, 그래서일까? 이 작품의 실패 때문에 “게임 원작 영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속설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2023년 개봉작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엄청난 성공 때문에 개봉 30주년을 맞이한 이 작품이 일본에서 재개봉하기도.)

물론 닌텐도와 슈퍼 마리오 프랜차이즈는 영화가 실패했다고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다만 아쉬웠다. 비디오 게임 최고의 IP라는 슈퍼 마리오의 유일한 오점이 바로 영화화였기 때문이다. 기획과 완성도만 탄탄하다면 이 IP는 충분히 영화에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닌텐도 측도 내부적으로 자사의 IP를 활용한 영화나 애니메이션 제작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2018년, 슈퍼 마리오 영화화 프로젝트는 놀라운 소식을 발표한다.


미니언즈와 마리오의 만남

2018년 비디오 게임계와 영화계 모두를 놀라게 할 소식이 발표된다. 닌텐도가 <슈퍼배드>와 <미니언즈> 시리즈로 유명한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영화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두 회사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두 회사는 30년 전 <슈퍼 마리오> 실사화의 실패를 원작 게임 제작자 미야모토 시게루가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가 영화 제작 전반에 관여했고,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기술력이 더해져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큰 기대를 모았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두 회사의 드림 프로젝트는 2023년에 세상에 선보인다. 그리고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흥행 수익을 거두며 영화 <슈퍼 마리오>의 흑역사를 말끔하게 지워버린다.


30년 전 슈퍼마리오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성공한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작에 대한 이해도일 듯하다. <슈퍼 마리오> 영상화 자체가 게임 팬들에게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30년 전 영화는 그런 기대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게임과 상관없는 도시 전설을 배경으로 기괴하고 무서운 쿠파와 굼바들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마리오 형제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빼면, 원작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었다(그들조차도 점프가 주특기인 게임과 달랐다). 그렇기에 이 기괴한 다크 판타지는 게임 팬은 물론, 영화 팬에게도 외면당했다.

하지만 2023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달랐다. 철저하게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캐릭터는 게임과 싱크로율 200%에 육박할 정도로 똑같거나 더 귀여워졌다. 버섯, 불꽃, 코인 등 게임 속 아이템들도 나름의 설정으로 큰 이질감 없이 이야기에 녹여냈다. 여기에 게임 팬들이라면 환영할 이스터에그와 원작의 BGM을 적절하게 배치해 영화에 푹 빠져들게 한다. 물론 이런 점 때문에 스토리가 다소 엉성하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관객들은 한 편의 게임을 하는 듯한 영화 구성에 더 환호를 보냈다.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점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사실 게임 <슈퍼 마리오>는 요즘 트리플 A급 게임처럼 거대한 대서사시를 가지지 않았다. 스토리는 심플하고, 시네마틱 연출보다 플레이에 충실한 게임이다. 그렇기에 표현의 한계가 없는 애니메이션으로 이 세계관을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었고, 원작 게임의 여러 요소를 위화감 없이 알록달록하게 보여줬다.

이처럼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원작 팬들에게는 반가운 요소가 가득했고,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미니언즈> <슈퍼배드>처럼 캐릭터의 매력이 가득한 애니메이션으로 다가왔다.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기술력과 닌텐도의 IP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여기에 원작 게임에서 크게 부각하지 않은 가족애의 메시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역경을 맞서는 서사가 장르적인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건넸다. 전체적으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원작 게임의 과도한 재해석보다 해당 IP를 충실하게 영화적으로 묘사하면서, 이야기에 양념을 더한 점이 영화팬, 게임 팬 모두를 만족시켜줬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성공 이후 닌텐도 유니버스 펼쳐지나?

동키콩도 곧 영화화될 듯하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대성공으로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와 닌텐도의 만남은 계속될 듯하다.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속편 제작은 기정사실이 되었고, 이번 작품의 진정한 씬스틸러 ‘동키콩’을 주연으로 한 작품도 제작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최근에는 더욱 반가운 소식도 나왔다. <슈퍼 마리오>와 함께 닌텐도를 대표하는 게임 <젤다의 전설>도 곧 영화화를 한다는 것. <젤다의 전설>은 용사 링크가 젤다 공주와 함께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하는 게임이다. 이 작품 자체가 판타지와 모험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그 어떤 닌텐도 IP보다 영화 서사로 제작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예전부터 언제 영화화될까 기대를 모았는데, 스크린에서 만날 날이 그리 멀지 않을 듯하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