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2023년이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연말에 빠지면 섭섭한 올해의 영화 리스트가 있으니. 스크린에 걸렸던 수많은 개봉작들 중에서 관객들의 발걸음을 이끈 올해의 작품은 무엇일까?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 기준, 2023년 전 세계를 휩쓴 해외 영화엔 어떤 작품이 있었는지 1위부터 10위까지 알아보며 2023년을 되짚어보자.
10위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북미 $214,504,909 │그 외 $261,566,271 │총 $476,071,180


2월 개봉해 MCU 페이즈 5 첫 포문을 연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재닛 반 다인(미셸 파이퍼)이 양자 영역에서 돌아오고 앤트맨 패밀리가 모두 모인지 얼마 되지 않아 스콧의 딸 캐시(캐서린 뉴튼)의 실수로 가족 모두가 양자 영역에 떨어지게 되며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제작비는 총 2억 달러로 추정되며 북미에서만 2억 1,450만 달러를, 그 외 2억 6,160만 달러를 벌어들여 총 4억 7,610만 달러로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 10위에 올랐다. 좋은 성적처럼 보이나 손익분기점으로 예상된 6억 달러에 비하면 약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 부족하니 손실을 입은 셈이다. 최근 들어 MCU 시리즈에 대해 관객들의 전반적인 기대감이 떨어지는 점,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점이 흥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국내에선 최종 관객 수 155만 명으로 2023년 박스오피스 16위에 올랐다.
9위
<엘리멘탈>
북미 $154,426,697 │그 외 $341,520,324 │총 $495,947,021


올해 국내 극장가에 이변을 일으킨 작품,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다. 국내 개봉 당시 첫주엔 미미했으나 입소문을 타고 장기 흥행에 성공, 무려 누적관객 수 727만 명을 기록하며 2023년 외화 흥행 1위를 달성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은 북미까지도 번져 초기에 미적지근했던 반응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반전을 꾀하며 1억 5천만 달러까지 흥행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렇게 <엘리멘탈>은 전 세계적으로 4억 9,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2023년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 9위에 안착했다. <엘리멘탈>은 디즈니의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에서 역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밥 아이거의 발표에 따르면 공개 첫 5일 동안 2,640만 뷰를 기록하였으며 2023년 디즈니플러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영화라고. 국내 박스오피스로는 올 12월 초까지 2위였으나 <서울의 봄>의 맹렬한 추격 끝에 2위 자리를 내어주며 3위로 내려왔다.
8위
<미션 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PART ONE>
북미 $172,135,383 │그 외 $395,400,000 │총 $567,535,383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전 세계 극장가에 활력과 희망을 불어 넣은 작품이 <탑건: 매버릭>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 영화로 건재함을 보여주었던 톰 크루즈는 올해 또 다른 대표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로 세계와 한국을 찾았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미션 임파서블 7>)이다. 영화는 완성되기까지 코로나의 영향을 받아 여러 번 촬영이 중단되면서 고비를 맞았다. 이로 인해 제작비 역시 2억 9,100만 달러로 무섭게 불어난 상황. 지금껏 제작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중에서 가장 비싼 작품에 해당되기도 하다. 해외 매체 ‘버라이어티’는 영화의 예산을 감안할 때 "6억 달러를 넘지 못하면 이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션 임파서블 7>은 개봉 첫 주 주말을 포함해 약 9천만 달러의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주말 포함 총 5일간 7,850만 달러를 기록하며 예상보다 아쉬운 성적을 냈다. 여기에 차주 <바비>와 <오펜하이머>가 개봉하면서 큰 위기를 맞아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결국 최종 성적은 5억 6,750만 달러로 2023년 박스오피스 8위에 랭크되었다. 국내에서는 420만 관객을 동원하며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와 마찬가지로 8위에 기록되었다.
7위
<인어공주>
북미 $298,172,056 │그 외 $271,454,233 │총 $569,626,289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 <인어공주>는 흑인 인어공주라는 이유로 개봉 전 캐스팅 단계서부터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작품이다. 캐스팅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을 뒤로하고 제작된 <인어공주>의 결과는? <인어공주>는 공식 발표에 따른 제작비만 총 2억 5천만 달러로, 마케팅비를 포함한 제작비는 최소 3억 3천만 달러에 이른다. 이에 따라 디즈니가 손익분기점을 넘어 수익을 얻기 위해선 6~8억 달러가 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해야 했다. <인어공주>는 북미 기준 개봉 첫 주 주말 9,560만 달러로 데뷔했으며 주말을 포함한 4일간 1억 1,88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그 외 지역에서는 개봉 주말 6, 380만 달러에 그치며 기대에 못 미친 아쉬운 성적에 그쳐야 했다. 최종 성적은 북미 약 2억 9,800만 달러, 그 외 2억 7,100만 달러로 총 5억 6,960만 달러를 기록하며 2023년 박스오피스 7위에 안착했다. 영화는 영국, 일본, 멕시코에서 주로 좋은 성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100만이 채 되지 않는 64만 명을 끝으로 스크린에서 내려오며 흥행에 실패했다.
6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북미 $381,311,319 │그 외 $309,205,354 │총 $690,516,673


2018년 소니가 내놓은 야심작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등장은 가히 놀라웠다. 코믹스의 장점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구현해 낸 퀄리티와 놀라운 수준의 작화, 실사 영화로 구현할 수 없는 액션과 속도감 등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모아 한계를 뛰어넘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 세계 평단 및 관객들의 호평으로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 3억 7500만 달러의 수익을 냈으며,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부문 상을 수상하였다.
수많은 기대를 안고 5년이 흐른 2023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2부작 계획을 바탕으로 파트 1을 세상에 공개했다. 전작보다 나은 속편을 만들기 어렵다는 시리즈물의 징크스와 전작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는 개봉과 동시에 사라졌다. 쏟아지는 호평에 힘입어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개봉 첫 주 주말 1억 2천만 달러를 돌파, 개봉 12일 만에 전작의 성적을 3억 8,450만 달러로 깨부쉈다. 최종 성적은 북미에서만 3억 8,130만 달러를, 기타 지역에서 3억 920만 달러를 벌어 전 세계적으로 6억 9,05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환호도 잠시, 영화의 작품성 이면의 명암이 드러나며 파트 2 제작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제작을 위해 동원된 애니메이터들이 열악했던 근무 환경에 대해 폭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작가조합의 파업이 겹치며 제작이 무기한 연기됐다. 다행히 속편 제작에 착수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지만 개봉은 여전히 미정이다.
5위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북미 $145,960,660 │그 외 $558,749,000 │총 $704,709,660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시리즈 <분노의 질주>. 약 20년이라는 오랜 세월 간 극장가에 꾸준히 찾아왔을 만큼, 팬들에게도 신뢰감 있는 카 체이싱 블록버스터물의 대표 시리즈이기도 하다. 그런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적색등이 켜졌다? <분노의 질주> 10번째 시리즈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이야기다. 기존 시리즈 배우들의 귀환, 배우로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제이슨 모모아의 출연, 드웨인 존슨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의 성적은 그다지 희망적인 편이 아니다. 영화는 북미에서만 1억 4,600만 달러를, 그 외 국가에서 5억 5,800만 달러의 성적을 거두며 총 7억 400만 달러로 레이스를 마감했다.
7억만 달러면 성공한 거 아니냐고? <분노의 질주>는 얘기가 다르다. 작품의 총예산은 3억 4,000만 달러다. 해당 시리즈는 중간 감독의 하차 이슈로 인해 제작이 중단되었으며, 중단 비용과 영화 예산의 2.5배에 달하는 수익을 벌어야 한다는 할리우드의 법칙을 고려했을 때 거둬들여야 하는 수익이 최소 8억 5천만 달러에 달한다. 물론 추정치이며, 유니버설은 그럼에도 최소한의 수익은 얻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예매율의 빠른 하락세다. 영화는 북미에서 개봉 2주 차에 접어들자 66%에 달하는 티켓 점유율 하락세를 보여주었다. 이는 아주 빠르게 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25년 개봉 예정인 파트 2는 흥행에 청신호를 켜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4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북미 $358,995,815 │그 외 $486,559,962 │총 $845,555,777


2014년 처음으로 공개된 마블의 인기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지난 5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 3>)로서 9년 만에 트릴로지의 마지막 매듭을 짓게 됐다. 제임스 건 감독의 이슈 등 다사다난했던 제작 과정을 딛고 완성된 <가오갤 3>는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성공을 거뒀다. 개봉 첫 주, 북미 기준 약 1억 1천만 달러의 예상 수익을 훌쩍 넘는 총 1억 1,840만 달러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후 북미에서만 총 3억 5,900만 달러를, 그 외 4억 8,66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총 8억 4,560만 달러를 기록하였다. 이는 전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기록(약 8억 6,300만 달러)을 넘지 못한 성적이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최종 수익(약 7억 7,100만 달러)을 뛰어넘은 성적이다. <앤트맨 3>와 달리 첫 공개 당시 안정적인 시네마 스코어를 대중들로부터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오랜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는 것에서 비롯한 성적으로 보인다. 제작비는 총 2억 5천만 달러, 마케팅비 1억을 포함하면 총 3억 5천만 달러가 투자된 작품으로 올해 마블에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안겨 준 유일한 효자가 됐다.
3위
<오펜하이머>
북미 $326,062,130 │그 외 $625,934,000 │총 $951,996,130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발표한 신작 <오펜하이머>는 '원자 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물리학자 J.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전기 스릴러 작품이다. <오펜하이머>는 약 9억 5천만 달러를 돌파하며 놀란 감독에게 필모그래피 중 최고 흥행작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주었다. 결이 정 반대인 그레타 거윅 감독의 코미디 영화 <바비>와 동일한 날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는 서로를 적으로 두는 것이 아닌, '바벤하이머'라는 밈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마케팅으로 쌍끌이 흥행에 성공했다. <오펜하이머>는 역대 R등급 영화 중 <조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익을 거둔 영화로 기록됐으며, <보헤미안 랩소디>를 제치고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린 전기 영화가 됐다. 이에 대해 놀란 감독은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방금 R등급이며 절반은 흑백인 로버트 오펜하이머에 대한 3시간짜리 영화를 만들었고, 이 영화는 약 10억 달러를 벌었다"라며 "이 놀라운 점은 영화계가 잘 되고 있다는 낙관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펜하이머>의 국내 흥행도 긍정적이었다. 놀란 감독의 작품답게 IMAX 상영이 호황을 이뤘으며, 국내에서 총 323만 관객을 동원해 2023년 박스오피스 10위를 기록했다.
2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북미 $574,934,330 │그 외 $786,493,641│총 $1,361,427,971


프랜차이즈 비디오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닌텐도 사의 첫 3D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총 13억 6천만 달러의 대기록을 세우며 흥행에 대성공했다. 제작비는 총 1억 달러로, 순위권의 타 영화들보다 낮은 제작비로 제작비 대비 13배, 총 11억 달러에 가까운 순수익을 거둔 셈이다. 개봉 일주일 만에 비디오 게임 기반 영화 중에서는 최고 수익을 올린 영화로 등극했으며,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북미에서만 5억 7,400만 달러를, 그 외 나라에서 7억 8,7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개봉 26일차에 10억 달러 클럽에 들었으며 개봉 56일 차에 10년간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2위를 지키고 있던 <겨울왕국>을 제치고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1위는 <겨울왕국 2>다). 국내에서는 누적관객 239만 명으로 11위에 랭크되었다.
1위
<바비>
북미 $636,217,322│그 외 $805,600,000│총 $1,441,817,322


2023년 영광의 박스오피스 1위, 그레타 거윅 감독의 신작 <바비> 되시겠다. <바비>는 인형 '바비'를 소재로 한 실사 영화로, 인형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오게 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게 되는 바비의 여정을 그렸다. 마고 로비가 주연 바비 역을, 라이언 고슬링이 바비의 남자친구 켄 역을 맡아 그레타 거윅과 협업했다. <바비>는 파죽지세로 최초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 세계 극장가를 뒤흔들었다. '바비'가 갖는 추억성과 공격적인 마케팅, <오펜하이머>와의 조합으로 '바벤하이머'라는 밈이 더해져 그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바비>는 개봉 주말 최대 1억 2,5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개봉일에만 7,050만 달러를, 개봉주에 1억 6,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이후 가장 큰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바비>의 최종 성적은 북미에서만 6억 3,620만 달러, 그 외 8억 560만 달러의 수익을 내며 전 세계적으로 총 14억 4,200만 달러를 기록, 2023년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그밖에 <나 홀로 집에>, <행오버 파트 2>가 보유했던 기록을 경신하며 역대 최고 수익을 낸 실사 코미디 영화가 되었으며,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유일한 여성 감독이 됐다. 또한 오랜 시간 워너브라더스의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를 뛰어넘고 워너브라더스 사의 최고 흥행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바비>의 제작비는 1억 4,500만 달러, 마케팅비를 포함한 총 제작비는 3억 달러로 순수익만 1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비>의 돌풍과도 같았던 세계적인 흥행과 달리, 국내에서는 58만 관객에 그치며 국내 박스오피스 35위에 랭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