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영화

우리도 상받는다개! 열연한 개에게 주는 '개종려상' 수상견들은?

김지연기자
〈업〉 스틸컷

최고의 작품에는 황금종려상을, 최고의 개에게는 개종려상을! 일명 ‘개종려상’이라고 불리는 ‘팜 도그 어워즈’(Palm Dog Awards)는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 ‘Palme d’Or’을 본땄다. 2001년에 간소하게 시작된 어워즈가 현재는 고정 행사로 자리 잡아, 매년 칸영화제 기간, 영화제 공식 상영작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친 강아지에게 ‘개종려상’을 시상하고 있다. 개종려상은 비단 실제 강아지에만 수여되는 것은 아니다. 2009년에는 애니메이션 <업> 속 강아지 ‘더그’가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는 이 비공식 행사의 몸집도 커져서, 감독이나 배우가 직접 개와 함께 시상식에 참석하기도 한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영화평론가들이 심사한다! 무려 더 가디언의 수석 영화평론가 피터 브래드쇼 등은 세계 최고의 연기견을 뽑기 위해 매년 함께하고 있다. 최근 팜 도그 어워즈에서 개종려상을 수상한 강아지들을 알아보자.

 


2023

<추락의 해부> ‘스눕’

〈추락의 해부〉 스틸컷

황금종려상과 개종려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 바로 <추락의 해부>(Anatomy of a Fall)다. <추락의 해부>의 주연 산드라 휠러가 유력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또 다른 명연기를 펼친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스눕’ 역을 맡은 보더콜리 ‘메시’다. <추락의 해부>는 내년 1월 31일에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인데,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추락의 해부>를 관람한 국내 관객들 사이에서는 강아지의 ‘미친 연기’를 봤다는 소문이 자자하니, 산드라 휠러의 연기와 함께 보더콜리 메시의 활약을 볼 날을 기다려보자.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컷

한편, 올해 팜 도그 어워즈의 심사위원대상 역시 칸영화제의 심사위원대상과 일치했는데,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사랑은 낙엽을 타고>(Fallen Leaves)다. 국내에서도 최근 개봉한 <사랑은 낙엽을 타고> 속 ‘채플린’을 연기한 강아지는 ‘알마’로,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캐스팅(?)으로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 (포스터에도 강아지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의 주인공 ‘안사’는 극중 유기견 ‘채플린’를 키우게 되는데, 채플린을 연기한 알마는 실제로 감독이 포르투갈에서 데려온 유기견이라고 한다. 알마는 영화 촬영 전에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2022

<워 포니> ‘비스트’

〈워 포니〉 스틸컷. 사진제공=imdb

<워 포니>(War Pony)는 파인 리지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오글라라 라코타족 청년과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워 포니>는 당초 ‘비스트’라는 가제로 알려졌는데, ‘비스트’는 영화의 주인공 ‘빌’이 입양한 개의 이름이다. 더불어, 영화의 극본에 참여한 빌 레디가 키우던 반려견 이름이기도 하다. <워 포니>는 빌 레디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있는 영화인데, 그는 반려견 비스트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날, 영화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참고로, <워 포니>는 2022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개봉하지 않았다.

 


2021

<수베니어: 파트 II> 세 마리의 강아지들

〈수베니어: 파트 II〉 스틸컷. 사진제공=imdb

주인이 유수의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휩쓴 명배우라면, 그의 강아지들도 주인에 걸맞은 ‘연기파 반려견’이다. 틸다 스윈튼과 그의 반려견 로지, 도라, 스노우베어의 이야기다. 로지, 도라, 스노우베어는 영화 <수베니어: 파트 II>(The Souvenir: Part II)에서도 틸다 스윈튼의 반려견으로 출연해 말 그대로 ‘메소드 연기’를 펼쳤다.

<수베니어> 시리즈에서는 틸다 스윈튼의 딸 아너 스윈튼 번, 그리고 틸다 스윈튼이 모녀로 출연했다. 2021년 개최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수베니어: 파트Ⅰ> <수베니어: 파트Ⅱ>가 상영되어 국내 관객을 찾기도 했다.

 


2020

<아티스트> 어기 (개종려상 중의 개종려상)

〈아티스트〉 스틸컷
시상식에 참석한 어기

2020년의 칸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다. 그에 따라 팜 도그 어워드도 취소되었다. 그래서 팜 도그 어워즈 주최 측은 온라인으로 ‘개종려상 중의 개종려상(Palm Dog of Palm Dogs)’을 뽑았는데, 그 결과 <아티스트>(The Artist, 2011)의 ‘어기’가 선정되었다. 어기는 강아지 최초로 할리우드에 핸드프린팅(사실은 발바닥프린팅)을 남겼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참석한 명배우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아카데미 시상식 전, 조연상 후보에 어기를 올리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어기는 지난 2015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영원히 기억될 듯하다.

〈아티스트〉출연진으로 등록된 어기

 


2019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브랜디’

쿠엔틴 타란티노와 사유리. 사진제공=팜 도그 어워즈 홈페이지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고 로비 등 걸출한 배우들의 연기 배틀과도 같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한 배우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브랜디’ 역을 맡은 핏불 테리어, 사유리다. 사유리는 극중 브래드 피트의 충견이자, 주인이 맡긴 주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사유리의 활약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봐도 될 정도. 그래서인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포스터 중에는 무려 사유리 단독 버전도 있다.

 

 


2018

<도그맨> 개들

〈도그맨〉 스틸컷
〈도그맨〉 스틸컷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도그맨>(2018)은 ‘도그맨’이라는 애견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만큼, 다양한 종류의 개들이 다수 등장한다. 마르첼로 폰테는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강아지들은 개종려상을 수상했으니 과연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곧 국내에서 개봉하는 뤽 베송의 <도그맨>에서도 많은 강아지들이 나오지만, 그와는 다른 작품이다.)

 


2017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아인슈타인’

2017년 칸영화제에서 <마이어로위츠 이야기>(The Meyerowitz Stories)는 비록 무관에 그쳤지만(참고로, 이 작품 이후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칸영화제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영화 속 강아지만큼은 견생 최대의 영예를 안았다. ‘아인슈타인’을 연기한 푸들 ‘브루노’는 영화 속에서 엠마 톰슨과 더스틴 호프만을 졸졸 따라다니며 톡톡한 존재감을 뽐냈다.

 


2016

<패터슨> ‘마빈’

〈패터슨〉 스틸컷
〈패터슨〉 스틸컷
개종려상을 대리수상한 짐 자무쉬 감독. 사진제공=팜 도그 어워즈 인스타그램
개종려상을 대리수상한 짐 자무쉬 감독. 사진제공=팜 도그 어워즈 인스타그램

짐 자무쉬의 <패터슨>이 유작이 된 배우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마빈’ 역을 맡은 불독 넬리다. 팜 도그 어워즈가 개최될 당시, 넬리는 이미 암으로 인해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였다. 그래서 감독 짐 자무쉬는 넬리 대신 개종려상을 대리수상했다.

참고로, 넬리는 원래 암컷이지만 영화에서는 수컷을 연기했다. 그는 여자 주인 ‘로라’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남자 주인 ‘패터슨’을 질투한다는 설정. <패터슨>의 엔딩 크레딧에는 “In Memory of NELLIE”, 세상을 떠난 넬리를 추모하는 문구가 쓰여 있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