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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영화제에서 만나요, 5편의 한국영화

〈여행자의 필요〉, 〈파묘〉, 〈되살아나는 목소리〉, 〈범죄도시4〉, 〈서클〉

성찬얼기자

2024년, 영화계 달력의 첫 페이지가 채워지고 있다. 얼마 전 열린 골든글로브가 2023년을 정리하며 2024년의 첫 문장을 썼다면 2월에 열리는 베를린국제영화제가 다음 문장을 이어갈 내용이다. 매년 2월 중순에 열려 한 해를 미리 살펴보는 '판독기' 역할을 톡톡히 하는 베를린영화제, 올해는 2월 15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베를린영화제는 이번에 한국영화 6편을 초청했는데, 어떤 작품이 초청됐는지 빠르게 짚어보자.


올해의 경쟁부문 초청은 '또상수'

홍상수 감독의 신작 〈여행자의 필요〉
홍상수 감독의 신작 〈여행자의 필요〉

 

유럽 영화제가 사랑한, 그중에서도 특히 베를린이 사랑한 영화인을 뽑자면 홍상수 감독일 것이다. 베를린영화제는 이번에도 홍상수 감독의 신작을 경쟁부문에 초청했다. <여행자의 필요>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영화이자, 홍상수 필모그래피 중 베를린영화제에 일곱 번째로 초청된 작품이다. 한동안 한국배우들과 열심히 작업한 홍상수는 이번 작품에서 이자벨 위페르를 다시 한번 카메라 앞에 세웠다. 이자벨 위페르는 <다른나라에서>(2012), <클레어의 카메라>(2017)에 이어 홍상수와의 세 번째 동행에 나섰다. 그동안 홍상수의 작품에서 자주 얼굴을 비췄던 이혜영, 권해효, 조윤희도 <여행자의 필요>로 돌아온다. 2022년 초청받은 <소설가의 영화>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홍상수가 이번에도 수상 이력을 추가할 수 있을지.


베를린이 주목한 신작들 <파묘> <되살아나는 목소리>

〈파묘〉
〈파묘〉
〈파묘〉
〈파묘〉

비경쟁 부문 중 포럼 부문은 영화 제작 형태 구분 없이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선정해 상영하는 섹션이다. 올해 포럼 부문에 초청된 한국영화는 상업영화 <파묘>와 다큐멘터리 <되살아나는 목소리>다. 먼저 <파묘>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연이어 연출해 '한국식 오컬트'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제작 착수 당시부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는데, 근래 공개된 포스터와 예고편에서도 스산한 분위기가 좌중을 압도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이번 작품은 묘를 이전하는 과정을 다루며 무속신앙을 묘사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베를린영화제의 시선을 사로잡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다만 일정 문제로 배우들이 베를린영화제 참석이 어렵다고 밝혀, 영화제 입장에선 조금 아쉬울 듯. <파묘>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영하고, 2월 22일 한국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되살아나는 목소리〉
〈되살아나는 목소리〉
〈되살아나는 목소리〉
〈되살아나는 목소리〉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포럼 부문에서도 작품의 주제와 미학적 표현을 중시한 '포럼 익스펜티드'에 초청된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2대에 걸친 프로젝트로, 재일조선인 2세 박수남 감독이 1980~90년대 촬영한 일제강점기 조선인 피해자들의 영상을 딸 박마의 감독이 복원하고 편집해 완성했다. 학살사건의 생존자, 원자폭탄 피해자, 강제노역자, 위안부 등 일제강점기에 핍박받은 조선인의 증언과 당시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박마의 감독은 시력을 잃어가는 어머니 박수남 감독과 함께 그가 촬영한 약 30km 분량의 필름을 복원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상영한 작품으로 “기억을 기록했다”는 박수남 감독의 말처럼 지난 역사를 다시 상기시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 가지 정확하게 짚자면,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한국-일본 공동 제작 영화이다.


한국 시리즈 영화 최초 베를린영화제행, <범죄도시4>

〈범죄도시4〉 인터내셔널 포스터
〈범죄도시4〉 인터내셔널 포스터

 

베를린영화제에 '깜짝손님'이 있다면 <범죄도시4>가 그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국내에선 천만 관객을 돌파한 국가대표급 시리즈이나 그래도 영화제와는 거리가 있었던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번 베를린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이번 <범죄도시4>는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조직과 맞붙는다고 한다. 허명행 감독이 강윤성(1편), 이상용(2-3편) 감독에 이어 메가폰을 잡았다. 무술감독으로 이름을 날린, 그리고 마동석과 오래 호흡을 맞춘 허명행 감독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새로운 도약을 가져올 수 있을지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범죄도시> 신작마다 가장 화제가 되는 '빌런'은 김무열, 이동휘가 맡는다.


베를린만 네 번째, 정유미 감독의 <서클>

〈서클〉 포스터
〈서클〉 포스터

 

정유미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단골 손님이다. 2010년 <수학시험>을 시작으로 2013년 <연애놀이>, 2022년 <존재의 집>, 올해 <서클>까지 총 네 차례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정유미 감독은 여타 애니메이션과 달리 연필을 재료 삼아 세밀한 작화로 작품의 정서를 더욱 부각시킨다. 또한 작품마다 독특한 표현과 비유를 통해 이미지에서 메시지를 유추하게 만드는 독창성이 돋보인다. 베를린영화제뿐만 아니라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영화제 감독 주간, 로카르노영화제 단편 경쟁에 초청되는 등 정유미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번 베를린영화제의 결과를 넘어 그의 행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