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드라마라는 말보다 시리즈라는 말이 더 자주 보인다. 지난 몇 년간 콘텐츠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온 OTT 플랫폼들 덕분이다. 구독자 확보와 유지를 위해 OTT 플랫폼들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었고, 한국 또한 여러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으로 콘텐츠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에도 한국 제작진과 OTT 플랫폼은 다양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구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새해가 밝은지 조금 됐지만, 2024년에 만날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기대작을 선정했다.
주성철 편집장의 기대작: <기생수: 더 그레이>
연출 연상호 | 출연 전소니, 구교환, 이정현 |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와우포인트 | 스트리밍 넷플릭스 | 공개일 3월 예정

한국에서 지난 몇 년 간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출자를 꼽으라면 단연 연상호 감독이다. 2020년대 이후로 한정해도 <반도>(2020)의 연출과 각본을 시작으로 tvN 12부작 시리즈 <방법>(2020)과 <방법: 재차의>(2021)의 각본,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1(2021)의 연출과 각본, 티빙 6부작 시리즈 <괴이>(2022)의 각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2022)의 연출과 각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선산>(2024)의 각본 등 이른바 ‘연니버스’를 확장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처럼 주로 오리지널 각본을 써온 그가 드디어 일본 만화 원작, 이와아키 히토시의 「기생수」와 만났다.

우주에서 떨어진 정체불명의 기생 생물들이 인간을 숙주로 삼고 살인을 저지르며, 그들만의 세력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를 막으려는 인간들과의 대결을 그린 <기생수>는 오래전부터 제임스 카메론과 박찬욱 감독 모두의 러브콜을 받은 작품으로 유명했다. 원래 일본 만화 팬이었던 제임스 카메론은 또 다른 일본 만화 「총몽」(=배틀 엔젤 알리타)을 영화화하고자 꿈꿔온 감독이었고, 박찬욱도 역시 또 다른 일본 만화 「올드보이」를 성공적으로 영화화한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두 프로젝트는 이뤄지지 못했고, 일본에서는 2015년에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 연출로 <기생수> 파트1과 파트2가 만들어졌다. 기본적인 내용은 주인공이자 고등학생인 이즈미 신이치와 그의 오른손을 차지한 기생 생물 ‘오른쪽이’가 인간의 뇌를 점령한 다른 기생 생물과 맞서 싸운다는 것인데, 원작의 이즈미 신이치에 해당하는 인물이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정수인(전소니)이기에 일단 주인공의 성별이 바뀐 것이 눈에 띈다. 물론 가장 궁금한 것은 연니버스 안에서 <기생수 더 그레이>가 어떤 모습으로 변형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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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영웅 Class 1>에서 ‘도른자’의 눈빛을 제대로 보여줬던 박지훈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무한 기대중.
추아영 기자의 기대작 : <닭강정>
연출 이병헌 | 주연 류승룡, 안재홍, 김유정 | 제작 스튜디오N, 플러스미디어엔터테인먼트 | 스트리밍 넷플릭스 | 공개일 2024년

2024년에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은 영화 <극한직업>, <드림>,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2019년 네이버 웹툰 ‘지상최대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박지독 작가의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 때문에 어느 날 닭강정으로 변한 딸을 되찾기 위한 아빠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남자의 고군분투를 담은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모든기계’ 회사의 사장이자 딸 최민아(김유정)를 찾아 나서는 아빠 최선만 역에 류승룡 배우, 모든기계 회사의 인턴이자 짝사랑하던 여자가 닭강정으로 변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남자 고백중 역에 안재홍 배우가 캐스팅되어 기대를 불러 모았다. 과연 둘은 최민아를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기막힌 상상력이 한껏 발휘된 병맛 소재로 짜임새 있는 미스터리를 어떻게 보여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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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표 '머니게임',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성공적으로 그려내 다시 비상할 수 있을 것인가!
이진주 기자의 기대작 : <지옥> 시즌2
연출 연상호 | 출연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와우포인트, 미드나잇 스튜디오 | 스트리밍 넷플릭스 | 공개일 2024년 하반기

* 상기 출연진 중 양동근은 제작 전 하차했으나 이후 공식 이미지의 변경이 없어 그대로 사용한 점을 안내드린다 - 편집자 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옥> 시즌 2에 기대를 걸어본다.
넷플릭스는 2023년의 겨울을 ‘크리처’에 집중했다. 넷플릭스 K-드라마의 열풍을 일으킨 <스위트홈>의 후속작(12월 공개)과 야심차게 내놓은 <경성크리처> 시리즈(12월·1월 공개)이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혹평을 받으며 넷플릭스로는 아쉬운 마무리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또 다른 크리처물 <지옥>의 후속작을 공개한다. 2021년 11월 공개한 <지옥>은 지옥의 사자가 나타나 지옥행을 선고하는 초자연적인 현상, 일명 ‘고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고지를 받은 이들은 괴이한 존재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사회는 패닉에 빠지고 이를 틈타 종교단체 새진리회가 사람들을 현혹하기 시작한다.
무겁고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국내외 흥행에 성공한 <지옥>의 마지막은 죽은줄 알았던 ‘박정자’(김신록)가 살아나면서 끝이 난다. 괴현상에 대한 예외적 상황을 보여주며 이야기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셈이다. 2024년 공개 예정인 <지옥> 시즌2에서는 ‘고지’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인물들의 접근과 박정자의 부활의 의미를 다룰 것이라 예상된다.
<지옥> 시즌2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분명히 있다. 시즌1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었던 배우 유아인의 부재와 크리처의 완성도이다. 지난해 11월 공개한 넷플릭스 영화 <독전2> 역시 본편의 주연 배우 류준열이 하차하며 이야기의 방향성을 잃었다는 평을 받았다. 더해 최근 보여준 넷플릭스 크리처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옥> 시즌2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연이은 헛발질을 만회할지 기대가 된다.

+ 이 시리즈도 놓칠 수 없지, <더 에이트 쇼>
웹툰 <머니게임>이 영화로? 2024년, 돈을 놓고 생존 경쟁을 벌이는 <오징어 게임 시즌2>와 함께 주목해야 할 시리즈.
성찬얼 기자의 기대작 : <살인자ㅇ난감>
연출 이창희 | 출연 최우식, 손석구 | 제작 쇼박스, 렛츠필름 | 스트리밍 넷플릭스 | 공개일 2월 9일


(나 정도가 무슨 덕후인가 싶지만) 타공인 웹툰덕후로서 웹툰 원작 시리즈는 좋든 싫든 눈길이 간다. 물론 '넷플릭스산 웹툰 원작 시리즈'는 대부분 실망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정말 달랐으면 좋겠다. <살인자ㅇ난감>의 원작 웹툰을 연재 당시 읽고, 이후 꼬마비 작가의 작품을 챙겨본 입장에서 단언한다. 꼬마비는 천재다. 그가 만드는 작품은 그 발상부터가 상식 외이다. 물론 그 천재성이 매번 재미로 이어지진 않아 누구에게나 추천할 순 없지만, 그래도 「살인자ㅇ난감」은 그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재미를 갖춘 대표작이다. 그래서 기대한다. 과연 그 독특한 발상을, 그 잔인함과 비정함의 경계를 실사 드라마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또한 걱정한다. 귀여운 그림체를 덧씌워 감춘 폭력, 그 간극이 주는 재미가 사라진 부분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최우식의 이탕, 기대한다. 순박함에서 '정의'의 얼굴로 거듭날 그의 변신을.

+ 이 시리즈도 놓칠 수 없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김윤석. 윤계상. 이정은. 고민시.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 "내놔."
김지연 기자의 기대작 :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
연출 김경연 | 출연 김태영 | 제작 빅독스튜디오∙왓챠 | 스트리밍 왓챠| 공개일 2월 7일

미국에 <오피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좋좋소>(좋소 좋소 좋소기업)가 있다. 미국에 던더 미플린이 있다면 한국에는 정승네트워크가 있다.
<오피스> 못지않은 이 캐릭터 쇼에는 조충범(남현우)에게도, 이과장에게도, 예영 씨(진아진)에게도 저마다 몰입할 구석이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이미나 주임… 아니 이미나 대리(김태영)는 묘한 캐릭터였는데, 나의 회사 생활을 닮은 구석도 있고, 조금은 짠하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또 동시에 이해되는 구석이 있었다. 아저씨(혹은 직장 상사)들의 유일한 사내 가십거리였던 이미나의 카톡프사와 남자친구가 자주 바뀌는 이유는 사실 나 역시 은근히 궁금했다. <좋좋소>의 스핀오프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 역시 하이퍼 리얼리즘 드라마라고 하니, 안 볼 수 없다.

+ 이 시리즈도 놓칠 수 없지, <삼식이 삼촌>
송강호의 첫 드라마이자 OTT 진출작 <삼식이 삼촌>! (안그래도 작년에 재밌게 봤던) <거미집>의 각본을 집필한 신연식 감독이 연출한다고 하니, 결과물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