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맞이한 지도 벌써 10일이 넘었다. 사람마다 새해를 어떻게 보낼지 정리하는 방법은 다양할 텐데, 영화팬이라면 분명 올해 개봉예정작을 한 번쯤은 찾아봤을 것이다. 엔데믹을 선언한 2023년을 지나 영화산업도 정상화 궤도에 올라선 만큼 2024년도 흥미로운 영화들이 줄 서있다. 그중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뽑은 최애픽, 차애픽을 소개한다. 2023 연말정산 때처럼 다양한 취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아래 리스트는 2023년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한 작품을 제외하고 선정했다는 점 미리 안내한다.
김지연 기자의 기대작: <아메리칸 픽션>
감독 코드 제퍼슨 | 주연 제프리 라이트 | 제작 3 아츠 엔터테인먼트, MRC, MGM, 오리온 픽처스, T-스트리트 프로덕션스 | 배급 MGM | 개봉예정일 미정

예고편을 본 순간 직감했다. 이건 무조건 내가 좋아할 영화다! 예고편만 보고도 몇 번을 깔깔거렸는지 모른다. 블랙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또는 뼈 있는 농담과 해학, 씁쓸한 뒤끝이 남는 웃음과 풍자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아메리칸 픽션>을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 후보로 예측하고 있으니,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건 사실. 국내 개봉 소식은 들려오지 않지만, 해외에서 인기를 끈 작품이니만큼 올해 안에 국내에서도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측해 본다.
영화는 말 그대로 “블랙” 코미디인데, 한 흑인 작가가 더욱 ‘흑인스러운’ 글을 쓸 것을 요구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놉시스만 읽어서는 영화 <쏘리 투 보더 유>(2018)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아메리칸 픽션>은 그보다는 더욱 대중적인 취향의 영화일 것으로 예상된다(<쏘리 투 바더 유>는 백인 억양을 쓰면 돈이 벌린다는 것을 깨닫는 한 텔레마케터의 이야기로, 꽤나 괴상하게 웃긴다).

+ 이 영화도 놓칠 수 없지, <드림 시나리오>
시놉시스가 너무나 흥미롭다. 그저 그런 날들을 살아가던 한 남자가 수백만 명의 꿈속에 등장하며 하룻밤 사이에 유명해지는 이야기.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하고, (안 그래도 작년에 인상 깊게 본 영화 5손가락에 드는)<해시태그 시그네>의 크리스토퍼 보글리가 연출한다. 사실 이 영화를 가장 기대되는 1순위로 꼽을까 하다, 아리 에스터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정보를 접하곤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악몽이 생각나 백스페이스를 연타했다. 하여간, 재미있고 이상한 영화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성찬얼 기자의 기대작 : <인사이드 아웃 2>
감독 켈시 맨 | 주연 에이미 포엘러, 필리스 스미스 | 제작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 개봉예정일 2024년 여름

명작의 속편이 나올 때면 양가적 감정이 생긴다. 전편보다 훌륭하겠지, 전편보다 못하겠지. 이런 감정조차 <인사이드 아웃 2>에겐 훌륭한 자양분일 것 같다. 한 소녀의 성장을 다섯 가지 감정에 빗대 표현한 <인사이드 아웃>은 픽사의 새로운 도약기를 열며 현재까지도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1편을 연출한 '명작 제조기' 피트 닥터가 돌아오지 않은 건 아쉽지만, 그래도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픽사가 라일리의 청소년기를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매 작품 어른의 시선에 적합한 정서를 자극하는 픽사이니, 이번 작품도 성인 관객이 자신의 청소년기를 돌아보는 순간을 안겨주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사실 위의 모든 이유를 차치하고, 픽사 팬보이를 자처하는 내겐 이 영화의 존재가 선물이나 다름없다.

+ 이 영화도 놓칠 수 없지, 마블 스튜디오의 <데드풀 3> :
'맨중맨' 휴 잭맨이 울버린으로 돌아오는데,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이진주 기자의 기대작 : <미키 17>
감독 봉준호 | 주연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팔로, 토니 콜렛, 스티븐 연 | 제작 오프스크린,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스, 플랜 B 엔터테인먼트 | 배급 워너브러더스 | 개봉예정일 2024년

봉준호 감독이 5년 만에 돌아온다. 역시, SF 영화이다. 그간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 적지 않은 SF 영화를 선보인 봉준호 감독이 첫 우주 영화에 도전했다. <미키 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미키 7』의 초고가 봉준호 감독에게 전해지면서 정식 출간 전부터 영화화하기로 계약을 한 것이다. 소설 『미키 7』은 얼음 세계 니플하임의 식민지화를 위해 파견된 인조인간 ‘미키7’의 이야기를 담는다.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2003), <설국열차>(2013) 등을 통해 독특한 각색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신작 <미키17> 역시 원작과는 또 다른 결의 작품이 탄생할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다. 특히 협업이 아닌 봉준호 감독 혼자 각색 작업에 참여했다고 하니 더욱 그만의 스타일이 돋보일 것이다.
한편, 이번 작품은 엄청난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 네임드 제작진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다. <미키17>의 제작비는 무려 1억 5천만 달러로 봉준호 감독 작품 중 역대 최고이다. 이는 마블의 제작비와 맞먹는 금액으로 영화 <웡카>(2024), <바비>(2023) 등을 내놓은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의 전액 투자이다.
제작에는 브래드 피트(제작사 플랜B 엔터테인먼트)가 참여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밝힌 브래드 피트는 <미키 17>에서 제작자로서 봉준호 감독과 협업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인공으로 <트와일라잇>, <테넷> 로버트 패틴슨이 캐스팅되었다. 로버트 패틴슨은 ‘그동안 해온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밝히며 영화에 대해 ‘미쳤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더해 <레이디 맥베스> 나오미 애키, <유전> 토니 콜렛, <토르: 라그나로크> 마크 러팔로, <미나리> 스티븐 연 등이 참여한다.

+ 이 영화도 놓칠 수 없지, 토드 필립스의 <조커 폴리 아 되>
뮤지컬과 조커의 만남. 노래하는 호아킨 피닉스, 연기하는 레이디 가가의 합을 상상해 보라. 설레는데 불안하고, 걱정되는데 기대되는 이 마성의 영화.
주성철 편집장의 기대작 : <노스페라투>
감독 로버트 에거스 | 주연 빌 스카스가드, 니콜라스 홀트, 릴리 로즈 뎁, 윌렘 대포 | 제작·배급 포커스 피처스 | 개봉예정일 미정

지난 10년간 세계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재능은 거의 모두 공포영화 장르에서 등장했다. <겟 아웃>(2017)의 조던 필, <유전>(2018)의 아리 에스터가 대표적인데 그보다 앞서 주목할 만한 데뷔작을 만든 <더 위치>(2015)의 로버트 에거스도 빼놓을 수 없다. 1692년 살렘 마녀재판을 소재로 일련의 기이한 사건들을 통해 광기에 사로잡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더 위치>는, 특유의 눅눅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매혹적으로 그려내며 선댄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후 로버트 패틴슨, 윌렘 데포 주연의 야심적인 흑백영화 <라이트 하우스>(2019)가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수상했고, 10세기의 바이킹을 소재로 한 대작 역사 드라마 <노스맨>(2022)을 연출할 기회를 얻었다.
그런 그와 올해 만나게 될 작품은 바로 <노스페라투>다. 영국 영화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 베스트 10 집계에 올릴 정도로 F W 무르나우의 영화 역사상 최초의 뱀파이어 영화 <노스페라투>(1922)를 좋아하는 그가 드디어 리메이크하게 된 것. <노스페라투>는 뱀파이어 오를록 백작의 실루엣과 전체적인 디자인이 이후 거의 모든 공포영화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는데, 로버트 에거스의 <노스페라투>에서 오를록 백작을 연기할 배우는 바로 빌 스카스가드다. <그것>(2017)에서 페니 와이즈를 연기한 그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그리고 음산한 분위기 연출에 있어서 만큼은 당대 최고라 할 수 있는 로버트 에거스의 세계는 어떠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 이 영화도 놓칠 수 없지, 조지 밀러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
조지 밀러 감독도 그대로인데, 안야 테일러 조이가 퓨리오사라니!
추아영 기자의 기대작 : <듄: 파트2>
감독 드니 빌뇌브 |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콜먼, 레베카 퍼거슨 | 제작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워너브라더스 | 배급 워너브라더스 | 개봉예정일 2024년 2월

<듄: 파트 2>는 자신의 능력을 각성한 폴이 복수를 위한 여정에 나서 전사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각성한 폴의 더 강렬해진 액션을 볼 수 있을 예정이며,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도 다수 예고되어 있다. 그중 새로운 빌런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의 등장이 많은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2021년 개봉 후 <듄>의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4억 2백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이듬해 아카데미에서 6관왕을 거머쥐었으며, 국내에서는 ‘듄친자’로 불리는 무수한 팬덤을 양산했다. 과연 전편의 놀라운 흥행 기록을 이번 편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이 영화도 놓칠 수 없지, 에단 코엔의 <드라이브 어웨이 돌스> :
에단 코엔의 성공적인 홀로서기? 레즈비언 B급 코미디 케이퍼 추리가 모두 한 곳에!